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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도8606 판결
[업무상과실치사][공2010하,2200]
판시사항

[1] 간호사가 의사의 진료를 보조할 경우 의사의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간호사 갑, 을이 수술 직후의 환자에 대한 진료를 보조하면서 1시간 간격으로 4회 활력징후를 측정하라는 담당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였고 그 후 위 환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안에서, 갑과 을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2조 에서 의사는 의료에 종사하고, 간호사는 간호 또는 진료의 보조 등에 종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간호사가 의사의 진료를 보조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진료를 보조할 의무가 있다.

[2] 담당 의사가 췌장 종양 제거수술 직후의 환자에 대하여 1시간 간격으로 4회 활력징후를 측정하라고 지시를 하였는데, 일반병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갑이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는 그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2회만 측정한 채 3회차 이후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고, 갑과 근무교대한 간호사 을 역시 자신의 근무시간 내 4회차 측정시각까지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아니하였으며, 위 환자는 그 시각으로부터 약 10분 후 심폐정지상태에 빠졌다가 이후 약 3시간이 지나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안에서, 1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하였더라면 출혈을 조기에 발견하여 수혈, 수술 등 치료를 받고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일 뿐 아니라, 갑과 을은 의사의 위 지시를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3회차 측정시각 이후 4회차 측정시각까지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아니한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함에도, 갑, 을에게 업무상과실이 있거나 위 활력징후 측정 미이행 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신현호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에게는 그의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보아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따라서 의사로서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하여 그 치료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그 치료를 실시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나, 그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당해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고려되어서는 안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2조 에서 의사는 의료에 종사하고, 간호사는 간호 또는 진료의 보조 등에 종사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간호사가 의사의 진료를 보조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진료를 보조할 의무가 있다.

2.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출혈의 초기단계에서는 맥박수 증가 등 활력징후의 이상이 먼저 나타나고, 출혈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야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출혈 여부를 미리 알고 대처하기 위하여 수술 직후에는 활력징후를 자주 측정하는 사실, 피해자는 2005. 11. 2. 췌장 종양 절제술(PPPD)을 받고 회복실에서 약 1시간 40분 정도 있다가 20:15경 일반병실로 옮겨진 사실, 피해자의 진료를 담당한 일반외과 전공의 공소외인은 수술 전에 미리 활력징후 관련 지시(오더)를 컴퓨터에 입력해 놓았는데, 여기에는 ‘V/S q 15min till stable, then q 1hr(× 4) -〉 q 4hr’(활력징후가 안정될 때까지 15분 간격으로 측정하고, 안정되면 1시간 간격으로 4회 측정하며, 그 후 4시간 간격으로 측정) 아래에 ‘V/S check q 1hr’(활력징후를 한 시간 간격으로 측정)이 추가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만약 수축기 혈압이 90㎜Hg 이하이거나 160㎜Hg 이상인 경우 및 이완기 혈압이 60㎜Hg 이하이거나 100㎜Hg 이상인 경우에는 의사에게 알려 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며, 공소외인은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위 지시 중 화살표 이전 부분(활력징후가 안정될 때까지 15분 간격으로 측정하고, 안정되면 1시간 간격으로 4회 측정)은 일반병실과 중환자실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고, 화살표 이후 부분 중 4시간 간격 측정은 일반병실에서, 그 아래 기재된 1시간 간격 측정은 중환자실에서 적용된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증거기록 443쪽 이하), 그 날 23:00까지 일반병실에서 피해자의 간호를 담당하는 간호사인 피고인 1 역시 컴퓨터를 통하여 위와 같은 지시를 확인한 후 일반병실 입원 즉시 및 그로부터 1시간 후인 21:30경 2회에 걸쳐 활력징후를 측정하였으나, 22:30경 이후에는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던 사실, 23:00부터 일반병실에서 피해자의 간호를 담당하는 간호사인 피고인 2는 21:00경 미리 출근하여 컴퓨터를 통하여 의사 지시 및 그 수행 여부를 확인한 다음 자신의 근무시각인 23:00경 피해자의 병실에 들어가 상태를 관찰하였으나 활력징후는 측정하지 않은 사실, 피고인 1은 보호자들의 요청에 의하여 23:10경 피해자를 관찰하였는데, 그 당시 피해자는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보호자들이 피해자에게 심호흡을 시키고 있었으나, 피고인 1은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고 돌아간 사실, 피해자의 의식수준이 떨어지면서 잠을 자려는 태도를 보이자 보호자들은 다시 피고인 1을 찾아와 재워도 되느냐고 물어보았는데 피고인 1은 괜찮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퇴근한 사실, 23:40경 피해자 가족들은 피해자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피고인 2 등 간호사들에게 알린 사실, 의료진은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한편, 출혈로 인한 쇼크로 판단하고 지혈을 위한 개복수술을 시행하였는데, 동맥 출혈은 없었으나 장간막 등에서 전반적으로 피가 스미어 나오는 양상으로 출혈이 있었고, 출혈량은 복강 내에 약 3L, 기관지 삽관부위에 약 1L 정도였으며, 피해자는 02:49경 출혈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 이 사건 췌장 종양 제거수술의 주요 부작용은 출혈이고, 피해자는 췌장 종양 제거수술 직후까지 출혈성 경향이 없었던 사실, 출혈이 진행되어 비가역적인 상태에 이르면 치료에도 불구하고 출혈 경향이 유지되기도 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사정이 이와 같다면, 활력징후가 안정된 후 1시간 간격으로 4회 측정하라는 의사의 지시는 일반병실에서도 적용되는 것으로서 일반병실 간호사인 피고인들에게 명시적으로 전달되었고, 출혈의 초기단계에서는 활력징후 변화 이외에 임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임상증상 관찰로써 활력징후 측정을 대체할 수는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지시가 잘못된 내용이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들이 1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하였더라면 출혈을 조기에 발견하여 수혈, 수술 등 치료를 받고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들이 근무하는 ○○대학교병원에서 활용하는 외과 간호사를 위한 지침서(증거기록 305쪽)에 췌장암 수술 후 활력징후는 4시간 간격으로 측정한다고 되어 있더라도, 위 내용은 수술 후 활력징후가 어느 정도 안정된 다음 측정하는 간격에 대한 것이지, 안정되는 과정에서 측정하는 간격에 대한 것은 아니며, 이 사건에서 ○○대학교병원 간호부장 역시 위 업무지침서가 의사의 지시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으므로, 췌장암 수술을 받고 일반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 활력징후가 완전히 안정되기 전에도 항상 4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것이 임상관행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 1은 일반병실에 올라온 피해자에 대하여 1시간 간격으로 4회에 걸쳐 활력징후를 측정할 의무가 있음에도, 3회차 활력징후 측정시각인 22:30경 이후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아니한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피고인 2 역시 자신의 근무교대시각이 되었으면 의사의 지시내용 중 수행되지 않은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1시간 간격 활력징후 측정 등 시급한 내용이 수행되지 않은 경우 위 지시를 먼저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23:00경 피해자를 관찰하고도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고, 그 후에도 만연히 다른 업무를 보면서 4회차 측정시각인 23:30경까지도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아니한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1시간 간격으로 피해자의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그 후 사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과실이 있거나, 피고인들의 활력징후 측정 미이행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 또는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안대희 차한성(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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