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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군사법원 2019.10.30. 선고 2019노124 판결
군인등강간
사건

2019노124 군인등강간

피고인

A

계급

군번

소속

주거

등록기준지

항소인

군 검사

군검사

중위 정재경(기소), 대위 박일운(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성준, 은승우, 이다슬

변론

거침

원심판결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 2019. 3. 14. 선고 2018고34 판결

판결선고

2019. 10. 30.

주문

군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가 당시 상황에 대하여 단편적인 기억만을 하는 것은 피해자가 목이 졸려 중 간에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거나, 범행 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목이 졸린 상황, 피고인이 한 말 등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의 진술에 따를 때 강간죄의 폭행 및 협박 사실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군인 등강간죄의 죄책을 증명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군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같은 소속대에서 근무하던 피해자 B(여)와의 교제를 아내에게 들켜 2018. 1.경 혼인관계를 정리하게 되고,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홀로 양육해야 하는 문제까지 겹쳐 있는 와중에 피해자와 2018. 3.경부터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주 다투었으며, 2018. 4. 하순경부터 피해자가 계속적으로 둘 사이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요구하면서 연락을 받지 않자 피해자에게 집착하는 매우 흥분한 상태에서 피해자와 재회하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18. 5. 3. 12:30경 강원 C에 있는 공터에서, 피해자에게 선물한 물건들을 돌려 받겠다는 핑계로 그곳으로 피해자를 불러내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선물을 돌려주고 자신의 차로 돌아가려 하자 피고인의 차쪽으로 팔을 잡아 피해자를 밀치고 이어서 피해자의 목을 잡아 조르다가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의 차량 내부로 밀어 넣은 후 계속하여 손과 차량 안전벨트를 사용하여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피해자에게 “같이 죽던지 나한테 널 주고 가던지, 왜 싫어? 그럼 주고가.”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다음, 발길질을 하며 저항하는 피해자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성기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1회 간음하여 군인인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은 피해자의 남자친구인 D이 피해자 소속부대 지휘관에게 보고함으로써 수사가 개시된 점, ② 이 때 D은 피해자로부터 '피고인과 교제한 것은 아니지만 2017. 10.경부터 2017. 12.경까지 좋은 관계로 바람 쐬러 다녔고, 피고인이 멋대로 교제하자고 하면서 결국 이로 인해 유부남이었던 피고인은 이혼하게 되었으며, 피고인으로부터 자살 위협 등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고, 2018. 5. 3. 차안에서 손으로 목을 조르고 안전벨트로 목을 감았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고,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에게 위협을 가한 것은 사실이고,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귀는 사이였으며, 피해자가 D을 포기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위협을 가하게 되었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점, ③ 특히 D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 ④ D은 2018. 5. 26.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D에게 참고인 진술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D에게 한 말 그대로 얘기하라”고 카카오톡을 보낸 내용'을 캡쳐한 사진을 보낸 점, 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7. 10. 24.과 2018. 2. 16. 2회에 걸쳐 속초시 E 소재 F에 투숙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아무런 피해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⑥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써준 좋아한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2017. 12.경 피고인의 아내에게 들켜 이후 피고인은 이혼하게 되었고, 피고인의 아내에게 이혼에 대한 책임으로 피고인은 5,000만 원을, 피해자 측에서는 2,000만 원을 주고 각 합의한 점, ⑦ 피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중대장인 피해자의 사무실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수십 회에 걸쳐 강제로 추행당하였다'고 말하고 있으나, G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부적절한 행태를 직접 목격했거나 이를 다른 간부나 용사로부터 보고받았다고 진술하는 점, ⑧ 피고인은 2018. 5. 3. 피해자를 만나면서 목을 잡고 위협했던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는 이 사건 성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공판과정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일관된 설명을 하고 있으나, 피해자는 단편적인 기억만 있을 뿐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는 점, ⑨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018. 5. 4. 목의 상처 사진을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보냈음에도, 2018. 5. 9. 피고인의 아내와 피해자의 아버지 사이에 합의서가 작성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달리 피해자의 진술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당심의 판단

일반적으로 연인 내지 부부로서 수차례의 동의에 의한 성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관계가 특정한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간음행위가 있는 경우 이를 강간죄로 처벌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는 주변인들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거나 피해자의 동의에 의한 행위라고 오해할 수 있으며, 그러한 소문들에서 벗어나고자 잘못을 인정하거나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원심판결의 이유 중 피해자가 과거에 피고인과의 스킨십에 응해 왔다거나, 과거의 스킨십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사실로 진술하지 않는 사실, 피해자가 자신의 남자친 구인 D에게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내지는 피고인의 아내에게 사과를 하거나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들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으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그 이외에 원심이 인정한 사실들에 더하여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원심이 인용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적어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하여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옷을 벗겨 강간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 부분은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군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피해자는 군사법경찰관에게 진술할 때에는 '사건 당일 계속 저항을 하자 피고인이 목을 조르다가 옷을 강제로 벗기고 알몸이 된 상태에서 “죽을래 아니면 나한테 몸을 주고 갈래”라고 협박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주요 부분에 대한 진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 이르러서 변호인이 구체적으로 질문하자, ‘옷을 언제 벗겼는지에 관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위와 같은 진술을 번복하였다.

②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이 사건 당일 자신이 '나는 다 포기했다, 너도 포기해라, 나랑 자자'고 말하였을 때, 피해자가 '그러면 이것이 마지막이다. 끝내는 것이다'라고 응하였다며,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성관계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다. 피해자 또한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그러면 너를 줘'라는 말은 기억난다고 진술하는 등 피고인의 변소에 관하여 동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 아니한다.

③ 피해자는 차량 문이 잠겨있었고,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자 피고인이 열어 준 것처럼 진술하지만, 당시 차량은 시동이 꺼진 상태였으므로 문이 잠겨져있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스스로 나갈 수 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더 객관적인 상황에 부합해 보인다.

④ 피해자는 피고인이 범행에 착수할 당시 안전벨트로 목을 졸라 피해자가 기절해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하면서도, '제 눈이 턱 밑에 달려있지 않아서 모르겠다'거나, '싸움 중에 목에 걸린 것이라면 손으로 잡아 뺐을 때 뒤에 쪼이는 느낌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는 등으로 진술하는바, 피해자는 피고인이 벨트로 목을 감는 행동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목에 벨트가 감긴 상태를 인식했을 뿐인 것으로 보이고, 만약 피고인이 목을 졸라 피해자가 기절한 상태였다면 피고인이 재차 피해자에게 '나한테 널 주고 가라'는 등 성관계를 하자는 말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에 부족함이 있다.

⑤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체력검정 준비 등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헤어지지 않겠다거나 자살하겠다는 취지의 언행을 지속적으로 하여 왔으므로 정신적으로도 긴장감 내지는 공포감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되는바, 피고인으로부터 목을 졸리고 차 뒷좌석에 눕혀진 상태에서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성관계에 응하였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성관계 후에 피해자의 생리혈이 차량에 묻어 있을 것 같아 피고인에게 물티슈를 직접 주며 닦으라고 하였고, 떠나기 전에 피고인이 커터칼 등으로 자해를 하려고 해서 빼앗아 던져버렸다는 등의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볼 때, 피해자도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간 측면이 없지 아니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해자가 당시 심신이 지쳐 피고인의 폭력적인 행위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 했다기보다는 피고인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피고인의 집요한 요구에 응하였던 것으로 봄이 더 자연스럽다.

⑥ 한편, 피고인이 성관계 중에 피해자에게 '너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라거나, 성관계 이후에 (혼전 성관계를 허락할 정도로) 그렇게 내가 싫으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살펴보면, 적어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제안에 성관계를 승낙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강간의 고의를 추단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군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군사법원법 제430조 제1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군판사 대령 신동욱

군판사 중령 최정윤

군판사 소령 방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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