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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2015. 11. 20. 선고 2015구합4646 판결
[징계처분취소청구의소] 항소[각공2016상,95]
판시사항

육군 주임원사로 근무하던 갑이 같은 부대 여군 대위 을에게 손을 잡자는 태도를 취하는 등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근신 3일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징계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육군 주임원사로 근무하던 갑이 같은 부대 여군 대위 을에게 손을 잡자는 태도를 취하고,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다고 치면 이왕이면 비싼 모텔이 좋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등 성 군기를 위반하여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군인사법 제56조 에 따라 근신 3일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갑이 특별히 악수를 청할 상황이 아닌데도 여성인 을에게 손을 잡자는 태도를 취한 것은 단순히 원사가 상사인 대위에게 악수를 청한 행위가 아니라 사회통념상 을을 여성으로 대하며 성적 의미가 담긴 행동으로 한 것이고, 을에게 한 발언은 남녀 간의 성행위가 연상되는 발언이므로, 갑의 행동과 발언은 모두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희롱’으로서 성 군기 위반행위에 해당하고, 징계권자가 갑의 행동과 발언의 수위가 높지 않고 반복하여 자주 행한 것이 아니었던 점 등을 참작하여 근신 처분을 택한 것은 적정하므로, 징계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이은수)

피고

육군 제2군단장

변론종결

2015. 10. 23.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12. 22. 원고에 대하여 한 징계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5. 1. 30. 육군에 입대하여 1987. 5. 1. 하사로 임관하였고, 2012. 5. 30.부터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육군 제2군단 ○○○정보통신단에서 원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14. 12. 22.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육군 제2군단 ○○○정보통신단 △△△통신대대 소속 주임원사로 근무하던 중 2014. 9.경 피해자 대위 소외 1(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에게 손을 잡자는 제스처를 취하였고, 2014. 9. 말경 위 피해자에게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다고 치면 이왕이면 비싼 모텔이 좋지 않나요?’라고 말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언행과 행동을 하는 등 성 군기를 위반하여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군인사법 제56조 에 의해 ‘근신 3일’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2015. 1. 30. 위 처분에 불복하여 징계 항고신청을 하였으나 제1야전군사령관 대장은 2015. 3. 4. 원고의 항고신청을 기각하였고, 원고는 2015. 3. 10. 항고심사결정통지서를 수령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다툼 없는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가 피해자에게 손을 잡자는 제스처를 취한 것은 악수를 청한 것이었고, 모텔 이야기를 한 것은 부대 근처 숙박시설에 대한 피해자의 견해를 물어본 것에 불과하여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만한 언행을 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없음에도 징계처분을 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

1) 원고((생년월일 생략)생, 1987. 5. 1. 임관)는 2013. 6. 3.부터 2014. 11. 2.까지 육군 제2군단 ○○○정보통신단 △△△통신대대 소속 주임원사로 근무하였고, 2014. 11. 3.부터는 육군 제2군단 ○○○정보통신단 통신운용과 소속 교육훈련지원부사관으로 근무 중이다. 피해자는 대위로 재직하면서 2014. 9.경 육군 제2군단 ○○○정보통신단 △△△통신대대 소속 1중대장으로 근무하였다.

2) 원고는 2014. 9.경 △△△통신대대 막사 1층에 있는 다목적실 앞 복도에서 소속대 군인들과 함께 있다가 1중대장인 피해자에게 손을 잡자는 행동을 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병사들 보는데 이러지 좀 마십시오.”라고 말하자 “중대장과 주임원사가 악수 정도 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입니까?”라고 말하였다.

3) 원고는 2014. 9. 말경 △△△통신대대 간부식당에서, 대대 부대개방의 날 행사 후 진행된 점심 자리가 끝날 무렵 피해자에게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다고 치면 이왕이면 비싼 모텔이 좋지 않나요?”라고 말하였다.

4) 피해자는 같은 정보통신단 인사장교이자 여성고충상담관으로 근무 중이던 소외 2 대위에게 사석에서 원고의 위와 같은 언행을 말하였고, 소외 2 대위가 위 사실을 대대장에게 전달하여 징계절차가 시작되었다.

5) 피해자는 이 사건 징계사유 조사 과정에서 원고는 이전에도 피해자에게 종종 손바닥을 내보이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손을 잡도록 하는 행동을 하여 원고가 상사인 자신을 여성으로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느꼈고, 원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2014. 9.경 공개적인 자리에서 손을 잡자는 행동을 하거나 피해자에게 남자친구 운운하면서 모텔 이야기를 했을 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6) 피해자는 원고에 대하여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나. 판단

1) 관련 법규

군인사법 제56조 는 군인에 대한 징계사유로 ‘1. 군인사법 또는 군인사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2.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3.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위 징계사유를 구체화한 육군규정 180 징계규정 [별표 3]은 성 군기 위반 처리기준에 관하여, 성 군기 위반의 종류로 성희롱을 포함하고 있다. 성희롱 징계의 가중 사유로는 ① 심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유발, ② 상급자 지위 이용하여 일정 기간 지속된 경우, ③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④ 동종 처벌전력이 있는 경우를, 감경 사유로는 ① 성적 언동이 일회성에 그친 경우, ② 사회통념에 비추어 행위 태양 및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③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 ④ 진지한 반성 및 평소 복무 태도(근무성적)를 규정하고 있다. 성희롱 처리기준으로는, 기본 양형을 ‘정직’으로, 가중 양형을 ‘해임~강등’으로, 감경 양형을 ‘감봉~근신’으로 각 규정하고 있다. 위 육군규정 180 징계규정은 재량준칙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원고가 성 군기 위반을 하였는지 여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원고의 행위가 군대라는 직장 내 근로 관계에 있어 일어나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군인사법 제56조 에 규정된 품위유지의무 위반 중 하나로서 육군규정 180 징계규정에 규정된 성 군기 위반행위 중 ‘성희롱’의 의미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직장 내 성희롱’에서 찾을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에서 규정한 ‘직장 내 성희롱’의 전제 요건인 ‘성적인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나아가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된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취지 참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우선 원고가 2014. 9.경 막사 앞에서 특별히 악수를 청할 상황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인 피해자에게 손바닥을 내밀고 피해자로 하여금 손을 잡게끔 하는 방식으로 손을 잡자는 행동을 취한 것은 단순히 원사가 상사인 대위에게 악수를 청한 행위로 보기 어렵고, 사회통념상 피해자를 여성으로 대하며 성적 의미가 담긴 행동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원고가 2014. 9. 말경 피해자에게 한 남자친구 관련 모텔 발언은 남녀 간의 성행위가 연상되는 발언이다. 원고의 위 행동과 발언은 모두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라고 판단되고, 실제로 피해자는 이러한 태도나 발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행동과 발언은 ‘성희롱’으로서 성 군기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의할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 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6두16786 판결 ).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한 행동과 발언을 하여 성 군기 위반행위를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다만 원고의 행동과 발언의 수위가 높지 않고 반복하여 자주 행한 것이 아니었으며, 피해자가 원고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징계권자인 피고는 이러한 점을 모두 참작하여 성희롱에 대한 징계 양형 중 가장 가벼운 처분인 근신 처분을 택하였고, 이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성영(재판장) 류영재 이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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