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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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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2.7. 선고 2016고합90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변호사법위반
사건
피고인

A

검사

한동훈(기소), 이승형, 임홍석, 나의엽, 장대규, 김승언, 이호석(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E, F, G

변호사 H

법무법인 I 담당변호사 J, K

판결선고

2017. 2. 7.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L 주식회사 대표이사 연임 로비 대가 금품 수수

가. 공소사실의 요지

2009. 3. 초순경 L 주식회사(이하 'L'이라 한다)의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당시 L 대표이사 M는 2009. 1. 중순경 L이 N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L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하게 될 N 측에 자신의 대표이사 연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가 N의 자금 사정으로 인하여 매각이 무산되자, 2009. 1. 하순경 다시 L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P에게 대표이사 연임을 청탁할 창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P이 외부에서 영입된 민간 금융업계 출신의 P인 관계로 마땅한 청탁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 무렵 L을 관리하는 O은행 기업금 융4실에서 P에게 M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보고하였고, 언론에서도 O은행 관계자 등을 인용하며 "M이 L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Q 부실 은폐 문제 등 매각 실패에 대하여 일정부분 책임을 지는 건 불가피하다. M의 연임을 낙관할 수 없다", "관건은 O은행의 의사에 달렸다"라는 취지로 보도되는 등, L의 최대주주로서 L의 대표이사 후보자를 결정함으로써 대표이사를 선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O은행에서 M의 대표이사 연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한편, 피고인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L의 홍보 담당 임원 R에게 "내가 P을 잘 알고 있으니 M 사장의 연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는 취지로 제안하면서 M 사장에게도 그 말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R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제안을 M에게 전달하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M에게 "P을 내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 P에게 부탁하여 M사장님이 연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써 주겠다. 그러니, M 사장님이 연임에 성공하면 '큰 건'을 달라"라는 취지로 말하여 L의 대표이사 선임 권한을 가지고 있던 P에게 M의 연임을 위한 청탁을 할 것을 약속함과 동시에 그 청탁의 대가를 달라고 요구하여 M로부터 "연임이 되기만 한다면 그렇게 해 주겠다"라는 확답을 받았다.

그에 따라 피고인은 2009. 1.경부터 같은 해 2.경 사이에 수회에 걸쳐 M에게 "내가 최근에 P을 만났는데, M 사장님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들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적극적으로 방어해 주었고, 꼭 M 사장님이 연임이 되어야 한다고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P에게 직접 알아보니 O은행에서는 L 조직의 안정을 위해 당분간 M 사장 체제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한다"라는 취지로 말하는 등 P을 상대로 해주기로 한 '연임 청탁'을 충실히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상황을 전달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은 그 무렵 R에게도 자신이 M 사장의 경영능력과 연임 필요성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했다고 말하고, "P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미리 준비한 대로 M 사장의 연임 필요성에 대해 좋게 설명하며 설득하였다"라는 취지로도 말하였다.

그 후 같은 해 2. 중순경, O은행에서 M를 L의 대표이사 단독 후보자로 결정하여 L에 통보함으로써 M의 대표이사 연임이 사실상 확정되자, 같은 해 2. 하순경 피고인은 서울 종로구 S 소재 '카페 T'에서 M에게 "내가 P에게 부탁하여 연임에 성공하셨으니 약속한 대로 '큰 건'을 주셔야지요. 20억 원은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위와 같은 P을 상대로 한 청탁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여 M의 승낙을 받았고, 그에 따라 청탁 대가의 지급 절차 진행에 관하여 M의 지시를 받은 L의 홍보 담당 임원 R에게 "기존의 홍보컨설팅 계약을 갱신하는 것처럼 하면서 선수금 명목으로 5억 원을 받고, 나머지 금액은 M 사장이 앞으로 재직할 36개월 간 분할해서 월 4,000만 원씩 받는 것으로 하자. 부가세는 별도다."라는 구체적인 지급 방법을 제시하였고, R도 이에 동의하여 같은 해 2. 27. 위와 같은 내용으로 명목상의 홍보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3. 6. M를 위한 연임 청탁에 대한 대가로 L의 운영자금 5억 5,000만 원을 (주)U(이하 'U'이라 한다) 명의 국민은행 계좌로 송금 받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009. 3. 6.부터 2012. 2. 10.까지 사이에 총 37회에 걸쳐 L의 운영자금 합계 21억 3,400만 원을 같은 계좌로 송금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L의 최대주주인 O은행의 P으로서 법령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P이 취급하는 L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된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21억 3,400만 원을 받았다.

나. 변호인의 주장 요지

1) 검사가 작성한 V, R, M에 대한 각 진술조서는 전문진술을 기재한 것이거나(V) 법정에서의 증언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았으므로(R, M) 증거능력이 없다.

2) O은행(이하 'O은행'이라 한다)이 주주권 행사의 일환으로 L의 대표이사 후보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를 L에 통보하는 사무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3) 피고인은 M로부터 L 대표이사 연임과 관련하여 P에 대한 청탁 또는 알선을 부탁받은 사실이 없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 또한 없다.

다. V, R, M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유무

1) V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중 V이 R, W 등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면서 진술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부분은 전문진술이 기재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16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 R, W 등은 '피고인이 아닌 사람'에 해당하고, 그들이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서 정하는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다고 볼 증거도 없다.

따라서 V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중 위와 같이 전문진술이 기재된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

2) R, M는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가 전체적으로 진술한 대로 기재되어 있다고 말하였을 뿐만 아니라, 변호인이 위 각 조서 중 특정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그와 같이 말한 것이 맞느냐는 물음에도 일관되게 그렇다고 진술하였다.

R과 M가 일부 기재내용에 대하여 법정에서 "표현이 잘못되었다", "표현이 거칠다", "취지가 다르다"라는 등으로 진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것은 맞으나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다르게 진술하였다는 뜻이므로, 위 각 조서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이를 들어 위 각 조서의 진정성립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R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 중 조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고 하여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는지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참고인이 검찰에서 말한 모든 내용이 조서에 기재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들어 R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R, M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에 관한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L 대표이사 선임에 관한 업무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구 X법(2009. 1. 31. 법률 제94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는 '목적'이라는 표제 하에 "O은행은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산업자금을 공급·관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정하여 기업에 산업자금을 공급하고 이미 공급된 산업자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O은행의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구 X법 시행령(2009. 5. 6. 대통령령 제214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의6, 제35조의7은 각각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주식을 비롯한 유가증권의 보유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둠으로써 O은행이 기업에 산업자금을 공급하고 이를 관리하는 일환으로 다른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새로 취득하거나 기존에 취득한 주식을 보유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2) 그렇다면 O은행이 이 사건 무렵 L의 최대 주주로서 주주권 행사의 일환으로, 어떤 사람을 L의 대표이사로 재선임할지 여부에 관하여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L에 통보하는 행위는 O은행의 설립 목적에 따른 본연의 업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M를 L 대표이사로 연임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행위는 P으로서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고, 변호사법 제111조 제2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및 위 법률 시행령 제2조 제2호에 의하여 O은행의 간부직원은 공무원으로 의제되므로 위와 같은 P의 업무 또한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3) 따라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피고인이 M로부터 L 대표이사 연임과 관련하여 P에 대한 청탁 또는 알선을 부탁받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였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2008. 1.경부터 L에 홍보대행 용역을 제공하면서 악성 루머에 대응하거나 L 대표이사의 실적을 홍보하여 온 연장선상에서 M의 L 대표이사 연임에 관한 O은행 내부의 분위기를 알아보아 주는 정도를 넘어, M로부터 P에 대하여 L 대표이사 연임을 청탁 또는 알선할 것을 부탁받고 이를 승낙하였다거나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L의 매각이 무산될 무렵의 상황

가) O은행은 2008. 3. 26. L의 매각 계획을 발표하고, 2008. 8. 22. L 매각을 정식으로 공고하였다. 이후 입찰 절차를 거쳐 2008. 10. 24. N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2008. 11. 14. 양해각서가 작성되었다.

그러나 N 컨소시엄이 2009. 1. 9. O은행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에 대하여 O은행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면서 수정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는데도 N 컨소시엄은 2009. 1. 15. O은행에 자금조달계획을 수정 없이 그대로 제출하였다. 이에 O은행은 2009. 1. 21. 이사회를 열어 N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것을 의결하고, 다음날인 2009. 1. 22. 양해각서 해제 및 매각절차 중단을 선언하였다.

나) 위와 같은 L의 매각 무산 과정에 비추어 보면, O은행이 자금조달계획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는데도 N 컨소시엄이 이에 불응하고 자금조달계획을 그대로 제출한 1월 중순 무렵부터는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과 함께 O은행이 L 대표이사로 M를 재선임할 것인지 여부가 현안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1월 중순 무렵 M에 대한 인사 검증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하였다는 P의 법정 진술 또한 이에 부합한다.

다) 주로 경제부처 관료가 Y에 임명되어 오던 기존의 관행과 달리 P은 민간 금융기관 출신으로, 당시 정부의 과제 중 하나였던 Z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발탁, 임명되었다. M는 자회사의 대표이사라는 공식적인 관계 외에는 P과 별다른 접점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2009. 1. 중순경 자신의 대표이사 연임 여부에 대한 P의 의중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당시 AA를 비롯하여 M와 친분이 있었던 O은행의 임원들 또한 자신의 연임에 관한 O은행의 분위기가 어떠냐는 M의 물음에도 의미 없는 답변만을 하는 등, M로서는 P의 의사뿐만 아니라 O은행의 일반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라) 이와 같은 상황에서 M로서는 P을 비롯한 O은행 임직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 특히 자신의 L 대표이사 연임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았으리라고 보이고, 자신의 연임 여부에 대한 O은행의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전에 곧바로 P을 상대로 자신의 연임을 청탁 또는 알선하여 달라고 남에게 부탁하여야겠다고 마음먹었을지 의문이다.

O은행 기업금융4실에서는 2009. 2. 초순경 P에게 M의 연임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가 포함된 보고서(증거기록 6권 4001~4005쪽)를 제출하였고, 언론에도 M의 연임에 대하여 부정적인 기사가 일부 보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M가 당시 위 보고서를 입수하여 그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L과 같이 사회적 영향이 큰 회사의 대표이사가 재선임될지 여부가 불분명할 때에는 추측성 기사가 다수 보도될 수 있으므로 이를 들어 M가 자신의 연임에 대하여 O은행의 내부 기류가 부정적이라고 예측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M는 법정에서 L이 N로 매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가 갑자기 매각이 무산되게 되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기에는 여의치 않으므로 자신을 대표이사로 연임시킬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P 또한 법정에서 당시 M 외의 다른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M가 피고인에게 부탁한 내용 및 피고인이 수행한 역할

가) M는 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에게 "P과 임원을 비롯하여 O은행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아봐 달라"라고 부탁하였고, 이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이 "O은행은 L의 조직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음해성 이야기가 많이 들어온다"라고 말하기에 "음해성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나"라고 묻자 피고인이 "헛소문이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라고 답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에서 말하는 '알선'이라 함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의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고, 어떤 사람이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거나 그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을 하는 행위도 알선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M가 피고인에게 부탁한 내용인 '자신의 연임에 대한 O은행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아봐 주는 것'은 이와 같은 '알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O은행에 들어오는 M에 관한 음해성 정보에 대하여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M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M가 먼저 피고인에게 사전에 "O은행에 음해성 정보가 들어오는 것 같으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여 달라"라는 취지로 부탁한 사실이 없고, 이는 피고인이 임의로 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동을 P을 상대로 M의 연임을 청탁 또는 알선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으려면, ① 피고인이 그러한 말을 한 상대방이 P으로 특정되고, ② P이 그와 같은 음해성 정보를 사실로 믿고 M를 연임시켜서는 안 되겠다는 의사를 보이기에 피고인이 M를 연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달하고 P의 의사를 바꾸기 위해 그러한 해명을 하게 되었다는 등으로 음해성 정보가 사실이 아님을 알리는 것이 곧 M를 L 대표이사로 연임시켜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만한 사정이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M 스스로도 법정에서 "P에게 음해성 루머가 많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피고인이 기자에게 들어서 한 것인지, P에게서 들어서 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내어 한 것인지 그것은 확인하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말함으로써 피고인이 O은행에서 M에 대한 음해성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였다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나아가 그러한 대화가 P에게 M를 연임시켜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이 M에 대한 음해성 정보를 해명하였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P에게 M의 연임을 청탁 또는 알선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M는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이 O은행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들은 후에는 경영에 집중하면서 2008년도 실적이 제대로 나오는지 검토해 보고 노동조합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쪽으로 이끌어 나갔고(M는 '굳히기 전략'이라고 표현하였다), 피고인에게는 P이 자신의 연임과 관련하여 돌발행동을 하려고 하면(M는 '고춧가루를 뿌린다'라고 표현하였다) 미리 알려 달라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M는 당시 청와대 고위층을 비롯하여 정·관계에 많은 인맥을 갖고 있었으므로 P의 돌발행동을 사전에 인지하기만 하면 다른 경로로 청탁을 하여 P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M의 진술을 들어 곧바로 P의 돌발행동이 있을 경우 피고인이 이를 직접 막아 달라고 부탁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R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P을 아느냐고 물으니 'IB(투자은행) 업계에서 잘 알려진 분이고 국제통이다', '업무적으로 잘 안다'라고 말하였다", "이후에 피고인이 '내가 P을 좀 아니 M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하였고 이를 M에게 전달하였다", "나 중에 한 번 피고인이 P과 식사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R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P과 관련하여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R에게 아무런 언급을 한 사실이 없다. 이를 들어 피고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M의 연임에 대한 P을 비롯한 O은행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함으로써 도움을 주는 정도를 넘어 P에게 M의 연임을 청탁 또는 알선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마) R은 법정에서, ① M의 대표이사 재임 기간 동안 L의 매출액이 3배로 증가 하였고, ② 해외의 에너지 및 부동산 분야에 투자하는 등 세계화되었으며, ③ 외부인사가 대표이사로 들어올 경우 해외 선주로부터 수주가 줄어들 수 있다는 등의 내용 또한, 피고인과 R이 L의 홍보와 관련하여 통화를 하거나 만나는 과정에서 L의 직원들이나 회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M의 치적을 활용하여 M를 연임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진술하였다.

이는 정부, 언론을 비롯하여 시중에 M의 연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M의 재임 중 치적을 홍보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이고(홍보대행사가 어떤 회사의 실적과 목표를 직접 홍보하거나 홍보 방안을 컨설팅하여 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회사의 대표이사의 치적을 홍보하는 것과 명확히 구별될 수 없으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조언이 L의 홍보대행사 대표로서의 업무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P이나 다른 O은행 임원을 특정하여 그들에게 위와 같은 논리로 M의 연임을 청탁 또는 알선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바) 피고인이 이 무렵 M와 만난 횟수는 O은행이 N 컨소시엄에 대한 매각 중단을 선언한 2009. 1. 22. 이후부터 O은행 AA가 M에게 연임을 위한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 등의 절차를 진행하라고 알림으로써 M를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2009. 2. 14.경 사이 동안 3~4번에 불과하다.

3) 2009. 2.경 홍보컨설팅 계약 체결 경위 및 그 이후의 경과

가) 계약이 체결된 시점

(1) L과 U 사이에 체결된 착수금 5억 5,0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 이하 같다), 월 용역대금 4,400만 원, 계약기간 36개월로 정한 홍보컨설팅 계약(증거기록 2권 868~871쪽; 이하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이라 한다)의 계약서 작성일자가 2009. 2. 1.로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2)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 계약의 실제 체결일은 M가 O은행으로부터 연임 통보를 받은 이후로서 R이 위 계약 체결을 위한 L의 내부 품의(증거기록 2권 872쪽)에 결재한 2009. 2. 27.경으로 보아야 한다.

① 2009. 2. 1.에는 아직 M의 대표이사 연임이 확정되지 않았고 O은행에 M에 대한 음해성 정보가 다수 들어오고 있던 시점이다. M가 연임에 실패하는 경우 후임 대표이사가 M와 홍보컨설팅에 대한 의견을 같이하고 U과 계속하여 홍보컨설팅 계약을 유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실제로 L 홍보팀 소속 AB, AC은 U과 같은 외부 홍보컨설팅 업체를 활용하는 데에 회의적이었다), 후임 대표이사의 재임 기간에 해당하는 3년 동안 이행될 계약을 M가 미리 체결하여 둘 이유가 없다고 보인다.

② L에서 내부 품의가 결재되기 이전에 미리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불가능 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은 긴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L의 기업이미지 제고 등을 위한 장기간의 용역을 제공받는 계약으로, 내부 품의를 거치지 않고 계약을 미리 체결하여 두었어야 할 급박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위 계약 이행을 위한 예산 또한 확보되어 있지 않았다.

③ M와 R은 모두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게 된 시점은 M의 연임이 실질적으로 확정된 이후로서 2009. 2. 하순 무렵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R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N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08. 11.경'이라는 표현을 하였다거나(증거기록 1권 495쪽) 계약서의 소급 작성 여부에 관하여 진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 R은 위와 같이 진술하기 이전에 '매각이 불발이 되고 나니' M의 연임이 이슈가 되었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권 494쪽) 이후에도 일관되게 매각이 무산된 이후의 시점임을 전제로 진술하였므로 위와 같은 표현은 순간적인 착오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큰 점, ㉯ 부동문자로 기재된 계약서상의 체결일자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이에 관하여 검사로부터 질문을 받기 전까지 스스로 소급 작성 사실을 떠올리지 못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는 R의 진술의 신빙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④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서에는 '매각 전과 후를 포함한 기간 동안 L의 기업이미지 제고 컨설팅'이 용역 내용으로 적시되어 있다. 그러나 ㉮ M는 법정에서 위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매각하려던 회사가 새롭게 나가야 되니까 홍보할 일이 많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P도 법정에서 N 컨소시엄으로의 매각이 실패한 이후 M를 대표이사로 재선임한 다음 회사를 안정화시키고 지속적으로 매각에 노력할 예정이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내용은 N 컨소시엄으로의 매각이 불발된 이후 기업 이미지를 새롭게 제고하고 나아가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용역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내용을 들어 위 계약서가 N 컨소시엄으로의 매각이 진행되던 중에 작성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 계약이 체결된 경위

(1) M는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O은행의 분위기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할 무렵 피고인이 M에게 "이게 잘 되면 큰 건 주시는 건가요"라고 말하기에 "연임만 되면 줘야지"라고 답하였고, 이후 연임이 실질적으로 확정되었을 무렵 피고인, M, R이 모인 자리에서 피고인이 M에게 "큰 건 주시는 거지요"라고 말하여 M는 "줘야지. 얼마 정도를 생각하나"라고 말하자 피고인은 "20억"이라고 답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① 2009. 2. 하순경 피고인이 R에게 전화를 하여 L 매각 과정과 M의 연임에 역할을 하였으니 총액 2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후 M로부터 계약을 체결하라는 확인을 받아 홍보팀장 AB에게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 체결을 지시하였다는 R의 법정진술, ② 위 계약 체결 과정에서 AB, AC 등 홍보팀 담당자들이 U 측과 용역대금을 비롯한 계약 내용을 협의한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M의 진술은 신빙할 수 있다.

(2)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M는 피고인에게 P의 의중을 비롯하여 O은행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여 달라고만 부탁한 점, 피고인은 O은행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외에도 R에게 M가 대표이사로 재임하는 동안의 치적을 홍보하는 방안을 정리하여 주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언급한 '이게 잘 되면'이라는 말을 'M가 연임에 성공하면'이라는 뜻을 넘어 '피고인의 P에 대한 청탁 또는 알선이 성공하면'이라는 뜻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R이 검찰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M는 당시 자신의 연임을 위하여 여러 방면으로 철저히 관리를 하면서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P에 대한 청탁 또는 알선과 같은 구체적인 역할을 할 것을 약속하지 않고 위와 같이 분위기를 파악하는 정도의 역할만을 하였더라도 M로서는 연임이 성공하는 경우 피고인에게 '큰 건'을 주겠다고 약속할 충분한 유인이 되었다고 보인다.

다) 계약의 내용 및 실제 용역 수행 결과

(1)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은 이전 또는 이후의 계약과는 달리 착수금 5억 5,000만 원이 포함되어 있고, 월 용역대금 또한 990만 원에서 4,400만 원으로 증액된 것은 사실이다.

(2)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U의 직원들이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에 따라 실제로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위와 같은 돈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상대적으로 고액의 대금이 지급되었다는 점을 들어 위 계약이 형식상의 것에 불과하다거나 그 대금이 P에 대한 청탁 또는 알선의 대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①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에서는 U이 L에 가시적인 각종 자료를 만들어 제공하는 외에도, 어떤 이슈가 부각되는 경우 그때그때 언론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조언하고 협의하는 무형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용역의 대가가 적정한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②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이 체결될 무렵 L은 2008년에 일어난 금융위기의 여파로 N 컨소시엄에 대한 매각이 무산되어 새로 사업을 정비하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다른 사업자에 대한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전문적인 홍보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었다. "매각하려던 회사가 새롭게 나가야 되니까 홍보할 일이 많았다"라는 취지의 M의 진술, "회사 규모에 비해 홍보팀은 비중이 별로 없는 부서이다", "입사 당시에는 홍보팀 직원이 3~4명이었는데 2009~2010년경부터 해외 언론 동향 업무가 넘어오고 회사 규모도 커져 6명으로 증가하였다"라는 취지의 L 홍보팀 직원 AD의 진술 또한 이에 부합한다.

③ 피고인이 기존의 용역 대금이 너무 적다고 하여, L과 U은 2008. 4. 1.자로 용역 대금 산정방식을 이른바 '타임차지', 즉 용역 수행에 투입된 시간에 비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그에 따라 2008. 4. 한 달 동안의 용역대금으로 약 4,600만 원이 산정되어 지급되었다(위 대금이 2008. 5.과 6.에 나누어 지급되기는 하였으나 AC의 검찰진술에 의하면 2008. 4. 한 달 동안의 용역에 대한 대금이다). R은 2008. 5.경 이해상충의 문제로 위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으면 계속하여 대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유지하였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④ U은 L에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 이전과 달리 일간(daily), 주간(weekly), 월간(monthly) 언론 동향 분석 보고서(증 제5호증; 이하 가지번호는 생략한다), '2010 DSME Global Communications Plan 보고서'(증 제6호증), '기업 포지셔닝 컨설팅 보고서'(증 제7호증), '위기관리매뉴얼'(증 제8호증) 등을 실제로 제공하였다. AD는 위와 같은 보고서를 참조하여 보도자료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위 자료 중 일부에 오류가 있거나 내용이 불충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C이 U에 월간 보고서(일간, 주간 보고서와 달리 경쟁업체에 관한 언론 동향 분석이 포함되어 있다)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U이 이에 응하여 추가로 자료를 제공하여 준 점에 비추어 보면, L 홍보팀 직원들이 위와 같은 자료를 받은 다음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이를 성실히 검토하고 U 측에 미비한 부분을 대폭 보완 또는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거나 추가로 다른 자료도 제공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면 U 측에서도 그러한 요구에 응하여 더욱 충실한 용역을 제공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실제로 AB는 홍보팀을 떠나면서 AC 등 다른 직원들에게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은 금액이 큰 계약이니 U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받자는 취지로 당부하였는데도 다른 직원들은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라) 그 밖의 정황

M가 2009. 3.경 L의 대표이사로 재선임된 이후 2009. 9.경 L에서 비자금이 조성되었다는 의혹과 관련하여 본사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기도 하였고, 2010. 7.경에는 정치권에서 M의 연임 로비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L에서는 U에 이 사건 홍보컨설팅 계약에 따라 계속하여 용역대금을 지급하였다.

마. 소결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2. AE 관련 금품 편취

가. 공소사실의 요지

AE(이하 'AE'이라 한다)은 2006. 6.경 미래에셋 등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 원이 넘는 자금을 풋백옵션(put-back option) 특약부로 빌려 AF의 주식을 인수하였다가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2008. 10.경부터 AF의 주가가 폭락하여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백옵션 행사에 따른 심각한 유동성 위기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그룹 전반에 걸친 재무구조의 악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그에 따라 다급히 주가 부양과 주식 매각 등 자구노력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채권은행인 O은행으로부터 2009. 3.~4.경 AE에 대한 재무구조평가 결과, 상반기 내로 재무구조 개선약정 MOU를 체결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음으로써 AE의 위와 같은 자구노력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매우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피고인은 제1의 가.항 기재와 같이 현직 P과의 사적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P에게 M의 L 대표이사 연임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행위를 해 준 대가로 20억 원이 넘는 돈을 받기로 확정되자, 같은 방식으로 P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위와 같이 O은행의 정책결정 방향에 따라 중대한 사업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궁박한 처지에 놓인 AE 고 위 임원에게 접근하여 자신과 P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과시하여 마치 당시 AE이 처한 O은행과의 문제를 P에 대한 청탁 또는 알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하여 금원을 받아내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O은행은 2009. 4.경 위와 같이 AE에 상반기 내 재무구조 개선약정 MOU 체결대상 지정 통보를 하였고, 재무구조개선평가준칙에 따라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에 AE에 관한 재무구조평가 결과 보고까지 마침으로써 AE과의 2009년 상반기 내재무구조 개선약정 MOU 체결 계획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같은 해 4. 말경에는 P으로서도 이미 확정된 MOU 체결 계획을 철회하거나 번복하여 AE이 MOU 체결을 면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은 AE으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AE과 O은행 사이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MOU 체결을 면하도록 하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09. 4. 말경 일면식도 없었던 AE 전략경영본부 AG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자신이 "AE의 문제 상황 해결을 위하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만남을 적극적으로 제안하여 방문 약속을 잡고, 2009. 5. 초경 서울 종로구 AH에 있는 AE 사옥 내 AE 전략경영본부장 사무실에서 AG에게 "나는 P과 일주일에 2~3회는 꼭 만날 정도로 매우 친밀한 관계이다. 주변의 언론사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나와 P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P에게 부탁을 하여 AE이 재무구조 개선약정 MOU 체결을 면하도록 해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호언장담하는 등 일단 자신에게 일을 맡기기만 하면 확실히 목적 달성이 가능한 것처럼 행동하면서 "나에게 즉시 10억 원을 착수금으로 주고 추후 4개월 간 분할하여 2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해 총 30억 원을 나에게 주면, P에게 청탁하여 AE이 O은행과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MOU 체결을 면하도록 해 주겠다"라는 취지로 AE 전략경영본부 AG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같은 사람으로부터 재무구조 개선약정 MOU체결을 면하게 해 주는 것에 대한 대가 명목으로 2009. 5. 12. 피해자 AE으로부터 U명의 우리은행 계좌로 11억 원을 송금 받아 편취하였다.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호언장담하면서 AG를 기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은 AE의 대외 홍보 용역에 관하여 협의하기 위하여 AG와 만났으나 AG가 피고인과 P의 친분 관계를 활용하여 P에게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면하거나 연기하여 줄 것을 부탁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은 '한 번 해보겠다'는 정도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이 AG와 만나게 된 경위

가) AG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어떠한 사전 접촉 없이 전화를 걸어와 AE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자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에 곧바로 날짜를 정하여 만날 약속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AE이 AF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풋백옵션으로 인하여 공소사실과 같이 재무구조의 악화 우려가 현실화되는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었고, O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은 상황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하여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전화를 걸어온 피고인의 말만을 듣고 곧바로 날짜를 정하여 피고인을 만날 약속을 하였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다) 오히려 당시 AI로부터 대외 홍보를 할 사람을 소개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피고인을 소개하여 주었다는 취지의 AJ의 법정진술, 피고인이 처음 전화할 당시에는 P이나 O은행에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자신을 홍보대행사 대표로 소개하면서 "대외 홍보를 할 사람을 찾는다고 들었다"라고 이야기하였다는 AG의 검찰진술에 비추어 보면, AG가 사전에 AI로부터 대외 홍보 전문가인 피고인과 접촉하여 보라는 지시를 받은 다음 피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곧바로 만날 약속을 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2) 피고인이 AG와 만났을 당시의 대화

가) AG는 피고인과 만날 약속을 한 이후 자체적으로 알아본 결과 피고인이 P과 상당한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피고인을 통하여 P에게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면하거나 연기하여 줄 것을 부탁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내심 갖게 되었다.

나) 피고인과 AG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이 P을 잘 안다는 말을 하자, AG는 먼저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면하거나 연기하기를 원하는 AE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피고인이 P과 가깝다고 하니 재무구조 개선약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피고인은 "한 번 해 보겠다"라고만 말하였고, 피고인과 AG 모두 그 자리에서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재무구조 개선약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관하여 묻거나 이야기한 사실이 없다.

다) AG는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현안은 홍보업무보다는 P과의 현안을 풀어야 되는 부분이 우선이다. 그게 풀려야 그 다음에 홍보가 간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AE의 대외 홍보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협의하기를 원하고 있던 피고인에게 AG가 O은행과의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관하여 부탁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라) AG는 피고인을 다시 만났을 때 "P을 만났는데 어렵다고 하더라"라는 말만을 듣고 이후로는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관해 아무런 말을 듣지 못했는데도 피고인에게 항의한 사실이 없고, 당시에는 피고인에게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기대한 것과 다르다는 실망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이 사건 무렵 AE의 상황

가) O은행은 2009. 4. 28. 재무구조 평가위원회를 개최하여 AE을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할 것을 의결하였다. 그 무렵 AE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였으며,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에도 재무구조평가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후 O은행과 AE의 실무자들이 재무구조 개선약정의 세부 내용에 관하여 협의하는 과정에서 AG도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다만 다른 투자자와의 협의 진행을 근거로 하여 체결 연기를 요청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AG가 피고인을 통하여 P에게 부탁하면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 AG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말의 희망을 갖고 피고인에게 부탁하게 되었고 피고인이 큰 자신감을 보였기에 더욱 믿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AG가 피고인에게 11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지급하게 된 이유를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나) 당시 제기되고 있던 AE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는, AF의 주가가 1만 원 대로 폭락함에 따라 풋백옵션, 즉 AF의 주가가 일정한 가액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기준 가액으로 AE에 AF 주식을 팔 권리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AE이 거액을 상환하고 AF 주식을 다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부담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AE은 세 곳의 새로운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두 곳과는 양해각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근거로 하여 O은행에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연기하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AE으로서는 시장에서 AF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고 새로운 투자자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U과 같은 전문적인 홍보대행사를 통하여 AF에 우호적인 언론 보도, 특히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외국 언론의 기사 등 구체적인 자료를 단기간 내에 확보하여 O은행에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연기를 요구하는 근거로 삼을 동기가 충분하였다고 보인다. AG도 검찰에서 'AE은 AK'과 같은 정무적인 주장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약정체결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하였다.

4) 그 밖의 정황

가) AE이 U에 홍보대행비로 계약금 11억 원, 중도금 및 잔금으로 4개월간 매월 5억 5,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내부 품의(증거기록 6권 3808쪽)가 결재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AG가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연기하는 데에 성공하면 이후 U에 계속 홍보를 맡길 수 있다고 말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내부품의는 향후 U이 계속하여 홍보 대행을 맡는 경우 추가로 지출될 용역 대금을 미리 확보하여 두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이 AG에게 P에 대한 청탁 또는 알선의 대가로 미리 33억 원을 요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U이 AE에 제공한 용역은 앞서 본 바와 같은 L에 대한 용역과 마찬가지로 AE에 관한 홍보컨설팅 등 무형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그에 관하여 어떤 가시적인 용역 결과물이 남아있지 않다고 하여 AE과 U사이의 홍보대행계약이 형식상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소결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 또한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현용선

판사 양승우

판사 전재현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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