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지법 1997. 2. 11. 선고 96가합11612, 56240 판결 : 확정
[손해배상(기)][하집1997-1, 305]
판시사항

[1] 정리회사 관리인의 지위

[2] 정리회사와 거래한 제3자가 정리회사의 부도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하여 정리법원에 감독권한 불행사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1]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고, 정리법원으로부터 정리회사에 대한 감독권 등의 사법행정 업무를 위탁받은 공무수탁자로 볼 수는 없다.

[2] '회사정리사건처리요령'은 대법원이 1992. 7. 29. 6개 법원 회사정리사건 전담 재판장회의의 토의 결과를 기초로 제정한 송무예규로서 정리법원이 정리절차의 진행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업무상의 지침을 규정한 것이고, '회사정리사건의 절차와 서식'은 서울민사지방법원의 회사정리사건 처리에 관한 실무 관행을 정리한 것으로서 정리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과 직원들에게 사건 처리의 요령과 기준을 제시하여 그 업무 처리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므로, 가사 정리법원이 구체적인 정리사건을 처리하고 관리인을 감독함에 있어 그 예규와 보고서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정리회사와 거래한 제3자가 그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입은 손해에 대하여 정리법원에 그 감독권한의 불행사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정리법원이 그 거래자에게 당해 거래의 안전에 대한 특별한 신뢰를 부여하였다거나 정리회사가 전적으로 관리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부실 경영과 파행적인 회사 운영으로 인하여 부도가 발생하였고, 정리법원이 관리인에 대한 감독권을 적정하게 행사하였더라면 그 부도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참조판례

[1]

원고

원고 1 주식회사외 11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석연외 2인)

피고

대한민국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1) 원고 1 주식회사에게 금 175,119,780원, (2) 원고 2 주식회사에게 금 100,000,000원, (3) 원고 3 주식회사에게 금 150,000,000원, (4) 원고 4 주식회사에게 금 95,264,895원, (5) 원고 5 주식회사에게 금 82,512,650원, (6) 원고 6 주식회사에게 금 99,888,864원, (7) 원고 7 주식회사에게 금 116,737,896원, (8) 원고 8 주식회사에게 금 188,276,110원, (9) 원고 9에게 금 71,657,833원, (10) 원고 10에게 금 81,473,550원, (11) 원고 11에게 금 23,025,562원, (12) 원고 12에게 금 25,740,320원 및 각 위 금원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익일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 사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의 각 1, 2, 갑 제4호증의 1 내지 18, 갑 제5호증의 1 내지 42,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10호증의 1 내지 7, 갑 제11호증의 1 내지 6, 갑 제13호증, 갑 제14호증의 1 내지 4, 갑 제15호증의 1 내지 12, 갑 제16호증의 1 내지 7, 갑 제17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 을 제10 내지 14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대한 반증은 없다.

가. 소외 (주)논노는 의류의 제조, 판매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소외 (주)논노상사 등 계열사를 포함하면 국내 의류시장의 점유율이 7.7%에 이르고, 총 연간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 동종업체 중 2위를 차지할 정도의 대형 의류업체였으나, 의류 경기의 불황과 동종업체 간의 과다 경쟁, 부동산의 과다 취득, 무리한 계열사의 확장과 방만한 운영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회사 재정 상태가 일시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되자 소외 (주)논노상사와 함께 1992. 3. 11. 피고 산하 서울민사지방법원에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 및 회사재산보전처분신청을 하였다. 이들 회사는 비록 독립된 별개의 법인이지만 동일 업종에 종사하는 계열사로서 그 설립자와 경영자가 동일하여 업무의 연관성이 높았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회계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통합하여 처리해 왔고, 따라서 위 신청 전후의 회사 사정 역시 거의 동일하였다.

나. 위 법원은 같은 달 26. 위 각 회사에 대하여 회사재산보전처분결정을 한 후, 조사위원을 선임하여 정리절차개시의 원인의 유무와 절차 개시의 조건인 정리재건의 가능성을 조사케 하였는데, 위 소외 회사들의 주거래은행 겸 담보권자인 한국외환은행, 서울신탁은행, 제일은행 및 감독관청인 상공부장관이 위 소외 회사들은 갱생가능성이 충분하며, 종업원들의 대량 실직, 하청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하여도 회사정리절차개시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원부자재 납품업체 등 상거래 채권자들도 위 보전처분 이후에 위 회사들과의 거래를 계속하면서 정리절차개시에 협조적이었으며, 조사위원 역시 정리절차가 개시되고 위 소외 회사들이 1996년까지 그 소유 부동산을 처분하여 운전자금 및 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갱생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같은 해 12. 8. 위 소외 회사들의 자산과 부채의 규모, 국내 의류업체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 위 회사들이 와해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에 비추어 회사정리절차를 통하여 정리재건을 도모할 공익상 필요가 있고, 갱생의 가망성도 있다고 인정하여 위 소외 회사들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내리면서, 위 (주)논노의 관리인으로 소외 1을, (주)논노상사의 관리인으로 소외 3을 각 선임함과 동시에, 위 관리인들에 대하여 정리회사 소유의 물건과 권리에 관한 소유권의 양도, 담보권의 설정, 임대 기타의 처분, 재산의 양수, 명목이나 방법 여하를 막론한 차재 및 금 3,000,000원 이상의 금원 지출이 예상되는 계약의 체결, 항목당 금 3,000,000원을 초과하는 금원의 지출 등 13개 항목에 대하여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매월 정리회사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 상태 기타 부수 사항에 관한 보고서를, 매 3개월마다 재산 목록,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를 첨부한 분기보고서를 각 제출하게 하였다.

다. 그 후 위 법원은 1994. 1. 27. 위 소외 회사들의 정리채권자 및 정리담보권자들이 각 관계인집회에서 위 관리인들이 제출한 각 정리계획안에 동의하여 가결함에 따라 이를 인가하였는데, 원고 4 주식회사는 이 때 금 17억여 원의 정리채권자로서 위 정리계획안에 각 동의하였다.

라. 한편 위 정리법원은 같은 해 2. 24. 소외 3이 관리인직을 사임함에 따라 위 소외 1로 하여금 소외 (주)논노상사의 관리인직을 겸하도록 하였으며, 그 후 위 소외인의 정리계획안의 수행을 감독하여 오던 중 같은 해 3. 12. 그에게 위 정리회사들을 위한 당좌거래 허가를 하였는데, 위 회사들의 금원 지출 행위를 허가한 경우에는 그 지불 수단을 현금으로 할 것인지 어음으로 할 것인지는 위 관리인의 재량에 맡겨 두었다. 그리고 위 법원은 1995. 9. 2.부터 같은 해 10. 20.까지 3회에 걸쳐 위 소외인에게 위 (주)논노상사의 마산직영점에 이른바 특정업체브랜드입점계약에 따라 입주한 상인들의 의류 판매대금 중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원의 반환을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할 것을 승인해 주었다. 소외 1은 이에 따라 같은 해 4.경부터 같은 해 10.경까지 사이에 정리회사 (주)논노의 원단 대금 또는 판촉 광고비의 지급을 위하여 별지 제1목록 기재의 약속어음을 각 발행하였는데, 원고 2 주식회사, 원고 3 주식회사, 원고 4 주식회사, 원고 5 주식회사, 원고 6 주식회사, 원고 7 주식회사, 원고 8 주식회사가 현재 이들 어음을 각 소지하고 있고, 정리회사 (주)논노상사의 원단 대금 지급을 위하여 별지 제2목록 순번 1 내지 4 기재 약속어음을, 위 마산직영점의 입주 상인에 대한 판매대금 지급을 위하여 같은 목록 순번 5 내지 8 기재의 약속어음을 각 발행하였는데, 원고 1 주식회사, 원고 5 주식회사, 원고 6 주식회사, 원고 8 주식회사, 원고 9, 10, 11, 12가 현재 이들 어음을 각 소지하고 있다.

마. 그런데 위 정리회사들은 정리절차개시 후에도 ① 국내외 의류 경기의 지속적인 침체, 수입 의류의 증가, 후발업체의 참여, 업체 간의 과당 경쟁, 정리회사로서의 기업 이미지 및 브랜드 이미지 실추, 이상난동 등으로 인하여 재정 파탄의 한 원인이었던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소외 (주)논노의 경우 1993년도의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하여 금 3,700,000,000원 정도, 1995년도에는 금 5,700,000,000원 정도 감소함에 따라 재고가 누적되어 자금회전이 경색되고 수익이 감소하였으며, ② 당초 갱생 가능성의 전제 조건이었던 위 소외 회사들 소유의 부동산 개발 및 처분, 특히 금 46,000,000,000원 상당의 순이익이 예상된 서울 서초구 방배동 786 외 1필지에 대한 개발이 삼풍백화점 붕괴 여파로 인한 서초구청의 소극적인 업무 처리, 인근 주민들의 집단적인 민원 제기, 부동산 경기의 침체 등으로 그 개발이 지연됨으로써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된 데다가, ③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의 여파로 생긴 시중 자금 지원 기피 현상과 사채시장의 붕괴로 인하여 기차입금에 대한 변제기한의 연장을 받지 못하였고 신규자금 조달도 불가능하게 되어 자금 압박이 심화되던 중 1995. 11. 3.경 마침내 부도에 이르게 되었고, 이에 따라 위 소외 회사들의 관리인이 원고들에게 각 발행, 교부한 앞서 본 약속어음도 모두 그 지급이 거절되었다.

바. 위 지급거절 당시 정리회사 (주)논노는 금 147,169,435,800원 상당의 의류, 금 4,817,880,000원 상당의 원자재, 금 549,821,701원 상당의 부자재, 합계 금 152,537,137,501원 상당의 재고품을 갖고 있었고, 정리회사 (주)논노상사는 금 90,414,983,400원 상당의 의류, 금 1,351,160,000원 상당의 원자재, 금 59,707,356원 상당의 부자재, 합계 금 91,825,850,756원 상당의 재고품을 갖고 있어서 이들 회사의 매출 부진에 의한 재고품이 합계 금 244,362,998,257원 상당에 달하였는데, 위와 같이 이른바 부도를 내자 원고 1 주식회사, 원고 4 주식회사, 원고 5 주식회사, 원고 6 주식회사 등을 포함한 채권자들은 그들의 채권을 확보한다는 미명하에 불법적으로 위 소외 회사들의 물품창고에 난입, 시가 합계 금 43,200,000,000원 상당의 재고품을 탈취한 다음 이를 시중에 유통시켰고, 같은 해 12. 15. 위 회사를 찾아가 대책을 요구하며 혼란을 일으키자, 위 소외 1이 같은 달 18. 위 부도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이에 정리법원은 같은 달 20. 소외 4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여 정리계획을 계속 수행하게 하였다.

2. 원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정리절차개시결정과 정리계획인가에 대한 책임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정리법원은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의 단계에서부터 회사의 업무 및 재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하는데, ① 위 소외 회사들은 1991년부터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현저히 감소되었고, 1992년 당시 이미 자본금의 90% 정도가 결손금에 의하여 잠식되었으므로 이미 갱생의 가망이 없었고, 그 때문에 1991년도에는 감사인인 회계법인으로부터 위 회사 경영진의 성실성과 진실성을 판단할 중요한 자료인 감사에 관한 의견 제출이 거부되었으며, 1992년에는 외부감사를 실시하지 아니하여 갱생가능성을 판단할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위와 같이 위 소외 회사들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한 잘못이 있고, ② 정리법원은 (주)논노의 전 전무이사 소외 1을 정리회사들의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한편 전 사주인 소외 2를 자문역으로 위촉하여 회장실에서 근무하게 함으로써 철저하게 배제되어야 할 전 소유주가 경영 전반을 장악하고 파행 경영을 할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하였으며, ③ 또 정리법원이 정리계획을 인가하는 것은 그 정리회사들과 거래하는 자에 대하여 그 거래의 안전을 공적으로 확인 내지 보장하는 행위라고 할 것인데, 위 회사들과의 거래에 의하여 취득한 원고들의 앞서 본 약속어음들이 이른바 부도 처리됨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그 액면금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이라면서, 피고에 대하여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원고 2 주식회사와 원고 3 주식회사는 그 소지 약속어음의 액면금 중 일부인 청구취지 기재 금액을, 나머지 원고들은 그 소지 약속어음의 액면금 전부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살피건대, ① 비록 위 정리회사들이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다년간 매출 감소와 이로 인한 자본 잠식의 정도가 심화되었다고 할지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리법원은 회사의 그와 같은 사정을 전제로 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미리 회사정리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위 소외 회사들의 정리재건의 가능성을 조사한 후 그 갱생의 가능성과 공익상의 필요를 인정하여 적법하게 정리절차개시결정을 내린 것이므로 정리법원이 갱생의 가망이 없는 회사에 대하여 구체적인 자료를 검토함이 없이 회사정리절차를 개시한 것이라는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② 정리회사의 부도 전 간부를 관리인으로 선임한다든지 전 사주를 자문역으로 위촉함으로써 종전의 경영진이 정리회사의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소지를 남겨두었다고 하여 이를 곧바로 정리법원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③ 정리법원의 감독권은 정리회사의 갱생이라는 정리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회사정리법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관리인으로 하여금 일정한 행위에 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정리 업무의 적정한 수행을 도모하는 어디까지나 관리인에 대한 후견적 감독에 불과하므로 정리법원이 정리절차개시결정을 하고 정리계획을 인가하였다고 하여 그 이후 정리회사와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하여 그 거래의 안전 내지 그 이행을 보증 내지 담보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관리인의 책임 및 그에 대한 감독상의 책임

원고들은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법원으로부터 사법행정 업무인 정리회사에 대한 감독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자이므로 정리법원의 그 감독상 주의의무 위반 또는 관리인이 정리 업무 수행 중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피고는 당연히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것인바, 회사정리법, 회사정리사건처리요령(대법원예규 송무 92-5) 및 회사정리 사건의 절차와 서식(서울민사지방법원 1994. 2. 15. 보고서)에 의하면, 정리법원은 관리인이 제출하는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여 회사의 재산 상태가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거나 정리계획의 정상적인 수행에 차질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관리인으로 하여금 대응책을 세우게 하고, 관리인이 보고서의 제출을 게을리하거나 제출된 보고서에 의문이 있는 경우 및 기타 정리회사의 영업에 의심이 들 때에는 회계감사를 실시하여야 하며, 특히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어음을 발행한 것이 있는지를 조사, 감독하여 부실의 정도가 심한 때에는 영업을 휴지하게 하거나 정리절차를 폐지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정리법원이 모르는 사이에 회사가 사실상 와해되는 사태를 방지할 감독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① 위 정리회사들은 매출 감소로 회사재산보전처분 이전부터 부도가 난 1995년까지 적자 경영이 연속되었고, 이월결손금이 누적되어 자본금을 훨씬 초과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어 회사의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음에도 관리인이나 법원이 정리절차폐지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위와 같이 부도 사태를 발생케 한 것이고, ② 소외 1은 스스로 융통어음을 발행함으로써 부실 경영을 자초하고, 나아가 전 사주인 소외 2가 자금 담당 직원의 협력하에 정리회사의 융통어음을 수백 매 할인받은 다음 이렇게 조성된 수백억 원을 횡령하여 자신의 다른 사업자금에 충당하다가 위 부도 직전에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수수방관하였으며, 위 정리회사들은 장부에 반영함이 없이 위 소외 2에게 (주)논노의 수표 3매 액면금 합계 900,000,000원을 발행하였는데, 정리법원은 어음용지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무분별한 자금 차입을 막거나 회사의 장부를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이러한 파행적인 운영과 부실 경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이고, ③ 또 위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액 대비 판매비와 일반 관리비의 지출이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차입금 특히 어음차입금의 누계가 매출액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거나 이를 훨씬 초과하며, 차입처 불명의 차입금액이 과다하게 나타나고 있는바, 정리법원은 이와 같은 파행적 징후를 조속히 인식하지 못하여 위와 같은 부도 사태를 발생케 한 것이니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 참조), 정리법원으로부터 정리회사에 대한 감독권 등의 사법행정 업무를 위탁받은 공무수탁자로 볼 수는 없으므로 관리인이 공무수탁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② 또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정리법원은 '회사정리사건처리요령'과 '회사정리 사건의 절차와 서식'에 정해진 대로 감독권을 행사하여 정리회사의 부도나 파행적 운영을 막기 위한 일반적인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여도, 위 '회사정리사건처리요령'은 대법원이 1992. 7. 29. 6개 법원 회사정리사건 전담 재판장회의의 토의 결과를 기초로 제정한 송무예규로서 정리법원이 정리절차의 진행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업무상의 지침을 규정한 것이고, 위 '회사정리 사건의 절차와 서식'은 서울민사지방법원의 회사정리사건 처리에 관한 실무 관행을 정리한 것으로서 정리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들과 직원들에게 사건 처리의 요령과 기준을 제시하여 그 업무 처리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므로, 가사 정리법원이 구체적인 정리 사건을 처리하고 관리인을 감독함에 있어 위 예규와 보고서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정리회사와 거래한 제3자가 그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입은 손해에 대하여 정리법원에 그 감독권한의 불행사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정리법원이 그 거래자에게 당해 거래의 안전에 대한 특별한 신뢰를 부여하였다거나, 정리회사가 전적으로 관리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부실 경영과 파행적인 회사 운영으로 인하여 부도가 발생하였고, 정리법원이 관리인에 대한 감독권을 적정하게 행사하였더라면 그 부도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③ 위 정리회사들이 4년간의 적자 경영으로 이월결손금이 자본금 이상으로 증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부도 당시 위 정리회사들이 그 갱생을 위하여 금 46,000,000,000원 상당의 순수익이 예상되는 방배동 토지에 대한 건물 신축 및 분양 사업 등이 진행중이었고 위 부동산 개발을 촉진할 경우 당초 예상대로 결손 상태가 호전될 수 있었던 것이었으므로 정리법원이 위 정리회사들에 대하여 원고들과의 거래 이전에 미리 정리절차를 폐지하지 아니한 것을 두고 감독상의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볼 수도 없고, ④ 또한 정리법원이 소외 1에게 정리회사의 어음 관리에 관한 다소간의 재량을 부여하였던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소외인의 유서(을 제9호증)에 의하면, 그가 법원의 지시에 위배하여 임원가수금으로 부족 자금을 일부 조달하는 과정에서 정리회사의 융통어음을 발행, 그 할인 방식에 의하여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일이 있었고, 관리 소홀로 법원의 허가나 관리인의 결재 없이 정리회사의 자금이 일부 사외로 유출되거나(그러나 이로 인하여 유출된 회사 자금의 규모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부 회수되지 아니한 가불금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갑 제10, 11호증의 각 4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해 보면 정리회사 (주)논노의 경우 단기 어음차입금 중 차입처가 확인되지 아니한 개인 사채 등이 1994년까지는 전혀 없다가 1995년에 이르러 갑자기 금 14,957,540,000원이 발생하였고, 역시 차입처가 불분명한 장기 어음차입금은 1994년부터 계속하여 금 9,557,120,000원이 있었으며, 정리회사 (주)논노상사의 경우 단기 어음차입금 중 차입처가 확인되지 아니한 개인 사채 등이 1995. 6. 30.까지는 전혀 없다가 그 후 같은 해 12. 31.까지 사이에 금 5,339,034,000원이 생긴 사실과, 위 (주)논노의 수표 3매 액면금 합계 900,000,000원이 장부에 반영함이 없이 위 소외 2에게 발행되었으나 1995. 12. 31.까지 결제되지 아니하여 이에 대한 제권판결을 준비중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소외 2가 위 어음차입금을 모두 횡령하였다거나 그 밖에 위 차입금이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되지 않고 사외 유출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소외 2가 수백억 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또 관리인이 사채를 조달하였다는 것만으로 곧 회사 부도의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며, ⑤ 그 밖에 원고들이 주장하는 정리회사들의 파행적 운영의 흔적은 대개 1995년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모두 부도가 발생한 후에 회계감사를 한 결과 비로소 밝혀진 것이므로 정리법원이 관리인이 제출한 월간보고서 등의 검토를 통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약속어음을 취득하기 이전에 이러한 사정을 쉽사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고, ⑥ 나아가 위 소외 회사들의 부도는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원인에 기인한 지속적인 매출 부진과 재고 누적 및 부동산 개발의 지연 등 외부적 사정으로 인한 자금 경색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관리인을 통하여서만 위 소외 회사들을 감독할 수 있는 정리법원으로서는 소외 1을 달리 감독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부도를 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정리법원의 감독권의 불행사와 위 정리회사들의 부도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 간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으며, ⑦ 더구나 원고들은 위 정리회사들과 원단 공급 등의 정상적인 거래를 하였을 뿐이므로 그 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교부받은 약속어음의 지급이 거절되었다거나 위 회사들의 부도로 그 거래대금을 사실상 지급받기 곤란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정리회사들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위 거래대금 상당의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들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정술(재판장) 최인규 이석종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