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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18다210690 판결
[유체동산인도]〈금융리스이용자(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리스계약에 따른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여 확정받은 리스회사(원고)가, 채무자의 이 사건 기계(리스물, 의료기기) 사용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이 수립되어 인가결정이 내려진 이후 비로소 리스계약을 해지하고 환취권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채무자의 관리인(피고)을 상대로 위 기계의 인도를 구한 사건〉[공2022하,2228]
판시사항

[1] 권리자가 회생절차 진행 중인 채무자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갑 주식회사가 을 의료법인과 의료기기인 기계에 관하여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을 법인에 기계를 리스해 주었는데, 을 법인에 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갑 회사가 리스계약에 따른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가 을 법인이 위 기계를 이용하여 계속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이 인가된 후 ‘리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환취권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 기계의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갑 회사가 리스계약을 해지하고 환취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를 심리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권리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권리자가 회생절차 진행 중인 채무자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지는 권리행사 이전에 회생절차에서 보인 태도와 회생절차 내에서 부여받은 지위, 권리행사를 할 당시 회생절차의 진행단계 등에 비추어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집단적·포괄적 채무처리절차의 성질을 가지는 회생절차 및 그에 참여하는 다른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고자 하는 회생절차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지, 권리행사를 허용하는 경우 권리자가 이미 회생절차 내에서 부여받은 지위에 비추어 부당하게 이익을 얻게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갑 주식회사가 을 의료법인과 의료기기인 기계에 관하여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을 법인에 기계를 리스해 주었는데, 을 법인에 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갑 회사가 리스계약에 따른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가 을 법인이 위 기계를 이용하여 계속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이 인가된 후 ‘리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환취권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 기계의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갑 회사는 회생절차에서 회생담보권자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점, 갑 회사는 회생계획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 인가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해지권 및 환취권 행사를 통해 위 기계의 인도를 요구하지 않을 것과 같은 태도를 보였던 점, 갑 회사가 위 기계를 인도받아 가면 회생계획이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없어 다른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큰 점, 인가결정까지 받은 회생계획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면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노력을 들여 상당한 단계까지 진행하여 온 회생절차는 무용하게 되므로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을 법인의 원활한 회생을 저해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점, 갑 회사는 신고한 회생담보권 전액을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받을 수 있는 지위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위 기계까지 반환받는다면 이중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얻게 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갑 회사가 리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해지권을 갖는 경우라도 리스계약을 해지하고 환취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를 심리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메리츠캐피탈 주식회사

피고,상고인

회생채무자 의료법인 보광의료재단의 관리인 ○○○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종식)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 17. 선고 (춘천)2017나128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사건의 경위와 원심 판단

가. 1) 원고는 채무자 의료법인 보광의료재단(이하 ‘보광의료재단’이라 한다)과 의료기기인 이 사건 기계에 관하여 리스기간을 36개월, 리스료를 매월 20,872,300원으로 하고, 리스기간이 종료하면 보광의료재단에 위 기계를 무상으로 양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시설대여계약(이하 ‘이 사건 리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보광의료재단에 위 기계를 리스해 주었다.

2) 원고는 보광의료재단에 관한 회생절차(이하 ‘이 사건 회생절차’라 한다)가 개시되자, 위 회생절차에서 이 사건 리스계약에 따른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

3) 피고는 보광의료재단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자, 원고가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한 680,000,000원(이 사건 기계의 취득원가) 중 127,783,333원에 대해서만 이의하였고, 이에 위 신고액 중 나머지 552,216,667원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이후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가 진행되어 보광의료재단이 이 사건 기계를 이용하여 계속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이 결의되었고, 법원은 위 회생계획을 그대로 인가하였다.

5) 원고는 위와 같이 회생계획이 인가된 후 비로소 ‘이 사건 리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환취권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기계의 인도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6) 원고가 제기한 별도의 조사확정재판에서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원고의 회생담보권 신고액 중 피고가 이의하였던 127,783,333원 부분도 회생담보권으로 확정되었다.

나. 피고는 원심에서 원고가 해지권이나 환취권을 갖고 있지 않고, 설령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항변하였으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모두 배척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상고심에서 원고가 해지권과 환취권을 가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은 채 원고의 해지권과 환취권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다투고 있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1)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2) 권리자가 회생절차 진행 중인 채무자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지는 권리행사 이전에 회생절차에서 보인 태도와 회생절차 내에서 부여받은 지위, 권리행사를 할 당시 회생절차의 진행단계 등에 비추어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집단적·포괄적 채무처리절차의 성질을 가지는 회생절차 및 그에 참여하는 다른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고자 하는 회생절차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지, 권리행사를 허용하는 경우 권리자가 이미 회생절차 내에서 부여받은 지위에 비추어 부당하게 이익을 얻게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나.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리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해지권을 갖는 경우라도 리스계약을 해지하고 환취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1) 원고는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이 사건 리스계약에 따른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한 이후 그 신고를 철회하지 않았고, 회생담보권 신고액 중 상당부분을 확정받아 같은 액수의 의결권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에 참여하는 등으로 회생절차에서 회생담보권자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였다.

2) 원고는 보광의료재단이 이 사건 기계를 계속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수립된 회생계획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 인가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해지권 및 환취권 행사를 통해 위 기계의 인도를 요구하지 않을 것과 같은 태도를 보였다.

3) 원고가 의료기기인 이 사건 기계를 인도받아 가면 보광의료재단은 의료법인으로서의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고, 그 결과 회생계획이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없어 다른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4) 인가결정까지 받은 회생계획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면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노력을 들여 상당한 단계까지 진행하여 온 이 사건 회생절차는 무용하게 되므로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이는 보광의료재단의 원활한 회생을 저해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 원고는 미확정 상태에 있던 127,783,333원 부분에 대해서도 회생담보권으로 확정받아 결국 신고한 회생담보권 전액을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받을 수 있는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이 사건 기계까지 반환받는다면 이중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얻게 될 수 있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같은 사정에 대해서는 전혀 심리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해지권 및 환취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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