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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6. 28.자 2012아35 결정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미간행]
판시사항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관광호텔을 신축하고자 하는 갑 주식회사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 호텔시설과 영업을 금지한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13호 중 ‘호텔’ 부분이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사안에서, 위 법률조항은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이 인정되고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한 사례

신 청 인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5인)

주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1. 이 사건 신청이유의 요지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의 요지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 호텔시설과 영업을 금지한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13호 중 ‘호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호텔의 종류와 등급의 구분 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일체의 호텔시설 및 영업을 금지함으로써 일반호텔과 달리 학습과 학교보건위생 등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특1급의 관광호텔의 시설 및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단서에서 원칙적으로는 금지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의 호텔 시설과 영업을 해제하여 주는 요건으로 정한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가리키는지 도저히 예견할 수 없고, 그에 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판단기준도 전혀 마련하지 아니한 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교육감 또는 그가 위임한 사람으로 하여금 위 금지해제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교육당국의 자의적인 법집행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5조 와 재산권 보장에 관한 헌법 제23조 제3항 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2.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호텔 시설과 영업을 하고자 하는 이는 정화구역 안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호텔 시설의 설치나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직업수행의 자유를 장소적으로 제한받게 된다. 또한 정화구역 안에서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이는 그 소유 토지나 건물을 호텔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토지나 건물에 대한 사용·수익권 등을 제한받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들의 재산권도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은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하여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였다( 제31조 제6항 ). 이에 따라 국가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교육의 책임과 함께 학교교육제도에 관한 전반적·포괄적인 형성권과 규율권을 가지고, 국가는 학교의 보건위생과 교육환경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할 수 있으며, 학교의 교육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떠한 조치를 규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권자의 입법형성권한에 맡겨졌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도 학교의 보건·위생 및 학습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학교교육제도에 관한 입법형성권에 기한 것으로서 입법권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부여된 영역이라고 할 수 있고, 국회의 정책적 판단 내지 선택의 여지가 넓게 인정되며, 국회의 입법결정이 입법형성권한의 재량을 현저하게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다만 학교교육환경에 대한 규율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 에 따라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 보호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적정한 균형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9. 7. 30. 선고 2008헌가2 결정 등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학생들의 주요 활동공간인 학교 주변의 일정 지역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학교정화구역으로 설정하여 쾌적한 학교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청소년들이 건전하고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할 수 있게 하고, 정화구역 안에서 숙박업소의 하나인 호텔 시설과 영업을 못하게 함으로써 호텔 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윤락행위 또는 음란행위, 음란한 물건의 유통, 도박 등의 사행행위 등으로 인한 각종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차단·보호하여 학생들의 건전한 육성과 학교 교육의 능률화를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호텔 시설과 영업이 제한되는 범위는 학교경계선으로부터 200미터 이내의 학교정화구역 안에 국한되고, 그 구역 중에서도 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미터까지의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상대정화구역(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3조 ) 안에서는 학교환경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는 행위와 시설은 허용될 수 있다(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단서,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5조 ).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소재하는 건물의 용도와 영업의 종류를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호텔”이라는 특정 용도로 건물을 사용하는 것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 부지나 건물 소유주로서는 토지나 건물의 기능 중 “여관” 용도의 범위 내에서 사적인 효용성의 일부만을 제한받게 된다.

한편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관광호텔업이 관광여건을 조성하고 관광자원을 개발하며 관광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관광진흥법 제1조 ) 일반호텔과는 다른 규제나 혜택을 받고 있고, 외국인이나 관광객 등을 주된 고객으로 하여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숙박업소의 하나로서 관계 법령에 정한 공중위생영업이나 풍속영업을 영위하는 장소에 속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호텔과 다를 바가 없다. 나아가 정화구역 안에서 관광숙박업에 관하여 소정의 절차를 거쳐 관할 행정기관의 장에게 등록을 하면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에 따른 유흥시설 설치의 인정이나 단란주점영업·유흥주점영업 등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는 점( 관광진흥법 제18조 제1항 제2호 , 제6호 ,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에다가 현실적으로도 관광호텔이 다양한 부대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유흥주점영업과 같이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여 학교의 보건위생과 학습환경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최소한도로 보장하고자 하는 교육환경에 대한 유해성의 측면에서는 관광숙박시설인 관광호텔과 일반숙박시설인 일반호텔 사이에, 나아가 관광호텔의 종류나 등급, 그 운영시설의 규모 등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직업수행 자유 및 재산권의 제한이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정화구역 안에 호텔영업을 금지함으로써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 내지 호텔 영업자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학생들의 건전한 육성 및 학교 교육의 능률화 등의 공익이 결코 작지 아니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내용이 아니라 원칙적으로는 금지된 정화구역 안에서의 호텔시설과 영업을 일정한 요건 아래 해제하여 주는 내용이므로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에 대하여 살펴보면, ‘학습’의 사전적 의미는 “배워서 익힘”이고 ‘보건’의 사전적 의미는 “건강을 지켜나가는 일”이며 ‘위생’의 사전적 의미는 “건강의 유지·증진을 위하여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힘쓰는 일”로서 위 단서의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의 의미가 불명료하다고 할 수는 없고,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행위 및 시설”은 이 사건 금지조항의 입법취지와 학교보건법의 목적을 규정한 제1조 학교보건법의 관련 법률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보면 어떠한 행위와 시설이 위 단서에 해당하는 행위와 시설인지는 어렵지 아니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4. 10. 28. 선고 2002헌바41 결정 등 참조).

나아가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교육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사람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의 금지행위 및 시설의 해제신청에 대하여 학교환경위생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 행위 및 시설이 학습과 학교보건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아니하는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여 그 금지행위 및 시설을 해제하거나 또는 계속하여 금지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고 하여 교육당국에게 자의적인 법집행권한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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