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도11495 일반교통방해
피고인
A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C 담당변호사 Y, D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7. 6. 선고 2015노839-1(분리) 판결
판결선고
2017. 12. 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8. 7. 26. 저녁 무렵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라고 한다)가 주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에 참가한 후 위 집
회에 참가한 약 3,000명과 같은 날 23:40경까지 사이에 서울 종로구 서린로터리, 종로
1가로터리, 종각 및 보신각 앞 사거리 등 차도를 점거하고 시위를 하여 차량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위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차량의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것이
다.
2. 원심은, 피고인이 위 집회에 참가할 당시 이미 도로가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진술
하였음에 반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당일 집회·시위 및 행진의 구
체적인 양상, 경찰의 차벽 설치 경위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경찰의 차벽 설치와 교통
통제가 피고인이 집회에 참가한 이후의 시위 참가자들의 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라
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의 참여 경위, 도착시간, 단순참가자에 불과한 지위 등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다른 시위참가자들과 암묵적 · 순차적 의사연락을 통해 교통방
해 행위를 공모하였다거나 다른 참가자들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용인하고자
하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다른 시위참
가자들과 공모하여 도로의 교통을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일
반교통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일반공중의 교통안전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
는 범죄로서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여 통
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그 목적
으로 한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도1926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
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한다. 공모자 중
구성요건 행위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자라도 전체 범죄 중 그가 차지하
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
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
한다면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 죄책을 진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9도299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한 수천 명의 집회 참가자는 2008. 7. 26. 20:00경 사회자
의 집회 종결 선언이 끝나자 서울 종로구 서린로타리, 종로1가로타리, 종로2가로타리
등 전 차로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였다. 경찰은 21:10경, 21:15경, 21:20 경
3차에 걸쳐 집회 참가자들에게 해산명령을 하였음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해산명
령에 응하지 않았다.
2) 피고인은 2008. 7. 26. 21:00경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하여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일대 전 차로를 점거하여 행진하였고 그러한 도로점거행위는 같은 날
23:40경 서울 종로구 종각사거리 도로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3) 경찰은 시위대에 여러 차례 반복하여 해산명령을 하였고 응하지 않는 이들을
검거하려고 하였으나, 시위대는 인도로 도망하였다가 다시 도로를 점거하는 행동을 반
복하였다. 경찰이 피고인이 포함된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 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자,
시위대의 제일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8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는데 피고인은 체포된
위 8명 중 1명이었다.
4) 위와 같은 집회와 행진은 관할 경찰서장에 대한 신고 없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인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전 차로를 점거하여 적지 않은 시간 시위
를 하였으므로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서로의 행위를 인식하며 암묵적 · 순차적으로
상통하여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집회
의 위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수용하여 도로 점거 등 교통을 방해하는 직접적 행
위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를 점거하여 차량의 통행이 전면적으로 제한되었
으므로, 그들의 도로점거행위는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교통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피고인이 비록 단순한 시위가담자에 불과하더라도 이 사건 집회 당시 피고인의
행위와 전체적인 집회의 추이, 집회의 내용과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의 구체적
인 행위 태양, 도로 점거의 지속시간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은 위 각 범행의 단순
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자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일반교통방해죄,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
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기택
주심대법관박보영
대법관김창석
대법관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