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1980.9. 당시 시에 대한 금원기부 등 행위가 국가보안사령부 예하 보안부대의 강박으로 인한 것이라 하여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나. 위 "가"항의 경우 위 보안부대의 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한 자의 외포상태가 제6공화국 출범시까지 지속된 것으로 본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으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비상계엄하에 있던 1980.9. 당시 시에 대한 금원기부 등 행위가 제3자인 국가보안사령부 예하 보안부대의 강박으로 인한 것이고 시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하여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나. 위 "가"항의 경우 국군보안사령부가 제5공화국의 출범과 그 이후의 권력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초 위 보안부대의 강박으로 인하여 생긴 외포상태가 제6공화국이 출범한 1988.2.25.경까지 그대로 지속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데도 이와 달리 제6공화국 출범에 이르러서야 외포상태를 벗어났다고 본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으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가.나. 민법 제110조 나. 민법 제146조 , 민사소송법 제183조 , 제187조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7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광일
피고, 상고인
춘천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성환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의 패소부분을 파기한다.
이 부분에 관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택수의 상고이유 제2점 및 제3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 1 및 원고 2와 나머지 원고들의 피상속인인 망 소외인(이 뒤에는 "원고등"이라고 약칭한다)이 1970.12.29.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수의계약의 형식으로 대금 15,407,000원에 매수하였다가 1979.3.28. 다시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금 189,890,000원에 매도한 사실, 비상계엄하에 있던 1980년 9월 중순경 강원도 지역의 사회정화조치 및 합동수사단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던 보안부대인 국군 제○○○○부대에서, 원고등 뿐만 아니라 원고 1의 아들. 위 망 소외인의 아들인 원고 4, 원고 2가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 등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채 강제로 연행하여 그 부대의 지하조사실에 감금하고, 이 사건 토지의 매매차익을 기부금의 형식으로 피고에게 자진납부할 것을 종용하면서, 이에 불응하면 계속 감금하고 공권력을 통하여 원고등의 사회적ㆍ경제적 활동에 대한 제재를 가하거나 신체적인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1980.9.25. 원고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토지의 매매차익 중 세금으로 지출한 금원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를 3등분하여 각자 금 52,126,704원씩을 피고에게 기부하겠다는 각서를 쓰게 한 후 원고 등을 풀어준 사실, 그 후 원고 1과 위 망 소외인은 1980.9.30. 피고에게 하급공무원 후생복지사업비 명목으로 금 52,126,704원씩을 지급하였고, 원고 2는 1980.11.27.까지 피고에게 같은 명목으로 합계 금 30,000,000원을 지급하고 그 나머지 금 22,126,704원에 대하여는 담보로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 위 기부행위 당시 피고는 원고 등이 위 보안부대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사건 토지의 매매에 관계되는 자료들을 위 보안부대에 제출하였으며, 위 보안부대로부터 원고등이 이 사건 토지의 매매와 관련하여 피고에게 기부금을 낼 것이라는 내용을 통보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등의 위 금원기부행위 및 근저당권설정행위는 제3자인 위 보안부대의 강박으로 인한 것이고, 상대방인 피고도 위 강박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위 금원기부행위와 근저당권설정행위는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한다 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관계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들이 1988.3.30. 피고에 대하여 위 금원기부 행위 및 근저당권설정행위가 위 보안부대의 강박으로 인한 의사표시라는 이유로 취소한다는 통고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등이 위 보안부대의 감금으로부터 풀려난 이후 적어도 1980.9.30.경에는 위와 같은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그로부터 3년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다음에 이루어진 위 취소권의 행사는 효력이 없는 것이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원고 등에 대한 위 강박행위는 소위 신군부가 추진하던 사회정화조치의 일환으로서 국군보안사령부 예하의 보안부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데, 1980.10.27. 신군부를 중심으로 하여 출범한 제5공화국 시절에는 그 출범과정과 그 이후의 권력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던 국군보안사령부 예하의 보안부대의 잘못된 행위를 탓하여 위 금원기부행위 등을 취소하고 그 반환을 요구하거나 법적인 구제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고, 제6공화국이 출범한 1988.2.25.경에 이르러서야 위와 같은 강박행위로 인한 위포상태에서 벗어나 위 금원기부행위등에 대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고등의 위 금원기부행위나 근저당권설정 행위가 국군보안사령부 예하 보안부대의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에 의하여 강요된 것이어서, 그 행위를 전후한 무렵에는 원심이 설시한 사회적인 분위기 등에 비추어 원고 등에게 강박으로 인한 외포상태가 존속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겠지만, 국군보안사령부가 제5공화국의 출범과 그 이후의 권력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등의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 등이 그 예하 보안부대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었다거나, 당초 위 보안부대의 강박으로 인하여 생긴 원고 등의 외포상태가 제6공화국이 출범한 1988.2.25. 경까지 그대로 지속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이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보안부대의 강박으로 인하여 생긴 원고 등의 외포상태가 언제 종료되었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보지도 아니한 채,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제6공화국이 출범할 무렵까지 원고등의 위와 같은 외포상태가 그대로 지속된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증거도 없이 사실을 인정하는 등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나 취소권의 소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의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관하여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