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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2209 판결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국가공무원법위반][공2006.5.1.(249),756]
판시사항

[1] 어떤 행위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2] 전교조가 총선을 앞두고 기획·시행한 교사 서명운동 및 시국선언문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서 정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또는 의사표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이유로, 그 지부장들에 대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어떤 행위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60조 제1항 , 제93조 제1항 , 제107조 ,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 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행위자가 행위의 명목으로 내세우는 사유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태양, 즉 그 행위가 행하여진 시기·장소·동기·방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그것이 위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혹은 반대하기 위한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전교조가 총선을 앞두고 기획·시행한 교사 서명운동 및 시국선언문이 비록 특정 정당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기획 과정, 추진 방법, 참가 범위, 구체적인 표현 등에 비추어, 기존 정치세력에 반대하고 대안 세력으로서의 특정 정당을 지지하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로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서 정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또는 의사표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이유로, 그 지부장들에 대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시국선언문의 주된 내용은 특정 정당인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및 열린우리당과 특정인인 위 정당들의 후보자들을 반대하고 민주노동당과 그 후보자들을 지지하도록 투표를 권유하고 서명운동을 하여 서명을 받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나, ① 2004. 3. 10. 개최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실천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다만 위원장인 공소외 1 개인 서신 형태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민주노총의 방침을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전달한 점, ② 이 사건 시국선언문에는 ‘민주노동당’이란 용어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아니하며, 그 주된 내용 또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 의결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그 주도세력을 선거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는 내용은 부수적인 사항으로 보일 뿐인 점, ③ 피고인들이 민주노동당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등에도 부패에 물들지 않은 참신하고 깨끗한 정치인들이 다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④ 이 사건 시국선언을 결정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모임은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 의결이라는 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을 밝히기 위하여 급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많은 정당들이 ‘진보’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시국선언문에 나타난 ‘진보적인 세력’을 ‘민주노동당’으로 단정할 수 없고,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허용된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비슷한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선거운동,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등 배부, 서명·날인운동으로 인한 각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및 투표권유운동, 서명운동으로 인한 각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약칭 공선법) 제60조 제1항 은 공무원 등의 선거운동 즉, 특정 후보자의 당선 내지 득표나 낙선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로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를 금지하고, 공선법 제93조 제1항 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문서 등을 배부하는 등의 행위를, 공선법 제107조 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선거구민에 대하여 서명·날인을 받는 행위를,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2항 은 공무원이 선거에 있어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나 반대를 하기 위하여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운동( 제1호 )을 하거나 서명운동을 기도·주재하거나 권유( 제2호 )하는 행위를 각 금지하고 있는바, 어떤 행위가 위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행위자가 행위의 명목으로 내세우는 사유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태양, 즉 그 행위가 행하여진 시기·장소·동기·방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그것이 위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혹은 반대하기 위한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2673 판결 , 2004. 4. 27. 선고 2002도315 판결 , 헌법재판소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전교조는 1989. 5. 28. 설립과 동시에 민주노총에 가입한 민주노총의 산하단체인데, 전교조 조합원 중 상당수가 민주노총의 대의원이며, 전교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위원을 겸임하는 등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조직·기구 구성원 중 일부가 중첩되어 있다. 전교조는 평소 교육 정책을 비롯한 여러 정치·경제·사회적 현안에 관하여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같은 입장을 취하여 공동 대응해 왔다. 또, 민주노동당 당원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 6. 기준 약 43.03%에 달할 정도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밀접한 관계였다.

민주노총은 2004. 2. 11.경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대비하여 “4·15 총선은 민주노총이 조직적 결의를 모아 창당한 민주노동당이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통하여 원내 진출함으로써 정치 지형을 진보 대 보수로 바꿀 기회이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모든 후보를 지지하고, 민주노총에서 민주노동당 후보자를 발굴·추천하며 기금을 모금하여 민주노동당 선거 비용을 지원한다.”는 요지의 ‘민주노총 4·15 총선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전교조를 비롯한 산하단체에 전달·시행토록 하였다.

전교조 위원장 겸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인 공소외 1은 2004. 2. 중순경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전교조의 최고 집행기구. 전교조 본부 간부 및 시·도지부장 등으로 구성)를 개최하여 광주·전남지부장인 피고인들도 참석한 가운데 위 ‘민주노총 4·15 총선방침’을 전달하고 그 방침에 따라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 민주노동당을 통한 진보정치 실현, 후보자 발굴 및 정치기금 모금”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교조 4·15 총선 대응 정책지침’을 결정하였다.

2004. 2. 23. 열린 전교조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피고인들도 참석한 가운데 공소외 1은 위 ‘전교조 4·15 총선 대응 정책지침’ 등을 보고하였는데, 위 대회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공소외 2, 부위원장 공소외 3, 민주노동당 공소외 4 대표도 참석하였고, 공소외 4 대표는 ‘진보정치를 실현하자’는 취지의 강연을 하였다. 위 대회에서 ‘4·15 총선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진보정치 실현에 앞장서고 부패정치를 청산하자’는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하였는데, 위와 같은 민주노총 및 전교조의 회의 진행 상황 및 주요 논의사항 등은 민주노총 및 전교조 인터넷 홈페이지나 언론 등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한편, 2004. 3. 10.경 개최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피고인들도 참석한 가운데 위 ‘민주노총 4·15 총선방침’에 따라 작성된 ‘4·15 총선 대응 사업계획’에 관하여 토의한 결과, 위 사업계획 중 민주노동당 정치성금 모금 등 일부는 선별 채택하였으나, ‘민주노동당을 지칭하여 지지 선언’을 하려던 계획은 선거법 문제 등으로 곤란하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였다.

그런데 2004. 3. 12.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자, 2004. 3. 16.경 급히 소집된 전교조 비상중앙집행위원회에서 공소외 1 등은 이 사건 서명운동 및 시국선언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전교조 본부에서 ‘탄핵을 주도한 야당은 물론 또 다른 보수정치집단인 여당 및 정부 등 기존 정치세력을 반대하고, 진보적 개혁정치세력을 지지한다’는 요지의 시국선언문을 작성하여 전국 16개의 지부에 송부하였고, 피고인들을 비롯한 각 지부장들은 3. 16.경부터 같은 달 26.경 사이에 위 시국선언문에 전국에 걸쳐 약 2만여 명에 이르는 교사들의 서명을 받아 본부로 송부하였다. 전교조 본부와 피고인들의 광주·전남지부를 비롯한 일부 지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위 시국선언문과 같은 취지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보도자료로 배부하였으며,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게시하였다.

피고인들이 본부에서 보내 온 시국선언문의 일부를 직접 수정하여 만든 시국선언문 앞부분은 “2004년 3월 1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피고인들이 직접 정당 명칭을 특정하여 추가 기재해 넣었다.) 등 거대 야당은 야합을 통해 민주주의와 국민들에게 가증스러운 테러를 가하였다. 국회를 장악한 부패 수구집단은 그들만의 ‘민주적 절차’를 앞세워 민주주의를 유린했으며, ‘국민의 의사’를 빙자하여 국민 전체를 모욕하였다. 〈중략〉 지난 4년 동안 제16대 국회는 부패와 무능, 그리고 ‘개혁 발목잡기’로 일관해 왔다. 〈중략〉 국민의 목소리에 스스로 귀를 틀어막은 국회야말로 국민적 탄핵의 대상이다.”라는 요지로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거대 야당을 부패 수구집단으로 지칭하면서 부패, 무능, 반개혁적 집단으로 질타하는 내용이고, 가운데부분은 “그러나 거대야당의 헌정질서 유린과 함께 우리는 집권여당과 정부 또한 이번 사태에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주목한다. 집권여당 역시 불법 정치자금 등 부패정치의 관행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무분별한 시장원리 도입으로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교육시장화 정책을 도입하여 공교육 이념을 뿌리째 흔들어 왔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탄핵정국을 국회의원 선거와 연계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국민에 대한 또 다른 기만일 뿐이다.”라는 요지로 여당 및 정부의 실정을 지적·비난하면서 탄핵으로 야기된 거대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 득표 전략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내용이며, 뒷부분 및 기자회견문 끝부분은 “우리는, 부패 수구집단의 반민주적 정략놀음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이용하여 또 다른 보수정치를 탄생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국민들이 진심으로 고대하는 것은 또 다른 보수정치의 등장이 아니라 부패 수구세력의 역사적 퇴출이요, 진정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치세력으로의 ‘정치판 판갈이’이다. 〈중략〉 ‘다수의 힘을 빌려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그들이야말로 국민의 탄핵 대상이다.’, ‘수구 부패집단의 당리당략으로 오염된 국회를 국민의 진정한 대변자로 채우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부패한 보수정치의 판을 갈아엎을 소중한 기회이다.’, 탄핵을 제기할 자격도 없는 부패한 정치집단이 또 다른 부패집단을 탄핵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주도권 장악을 위한 역겨운 이전투구일 뿐,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정당성도 설득력도 가질 수 없다. 〈중략〉 다가오는 국회의원 총선에서 우리는 국회를 국민의 꿈과 희망을 꽃 피울 진보적 개혁정치의 무대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우리 교사들은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패한 수구보수정치의 벽을 허물고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소외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깨끗하고 진보적인 세력을 국회에 진출시키는 데 앞장선다.”는 요지로 야당과 여당은 결국, 동일한 부패 보수정치집단으로 국민들이 진심으로 고대하는 진보개혁정치를 펴나갈 수 있는 세력이 아니므로, 국민들은 진보개혁정치세력으로의 ‘정치판 판갈이’를 위해 4·15 총선에서 새로운 정치일꾼을 키워내야 함을 인식해야 하고, 교사들은 4·15 총선에서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소외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진보세력을 국회에 진출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위 시국선언문 끝부분에는 광주 지역 교사 1,829명과 전남 지역 교사 2,846명의 서명자 명단이 첨부되어 있다.

또, 전교조 홈페이지에는, 2004. 3. 27. 공소외 1이 전교조 위원장 개인 서신의 형식으로 작성한 “전교조는 전국대의원대회를 통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진보정치 실현에 앞장설 것을 결의하고 이번 4·15 총선에 적극 대응하기로 하였다. 민주노총에 가입된 전교조의 정치방침은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인 민주노동당을 통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요지의 문서가 게시되었고, 2004. 3. 31.경에는 “4월 15일 판갈아 주세요, 민주노총에서는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국회의원이 되고자 후보로 나선 동지들을 위하여 정치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게시되었다.

한편, 민주노동당이 스스로를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소외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깨끗하고 진보적인 개혁정치세력’으로 자처해 온 것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인 전교조 본부 간부 및 피고인들을 비롯한 지부장들은 2004. 2. 중순경부터 약 두 달 후로 다가온 4·15 총선에 대비하여 평소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해온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의 ‘4·15 총선방침’에 따라 민주노동당을 적극 지지하는 내용의 ‘4·15 총선 대응 정책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여, 3. 10.경에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민주노동당을 직접 지칭하여 지지 선언하는 계획’까지 구상하였으나 선거법 문제 등으로 이를 채택·시행하지 못하고 있던 중, 3. 12.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자 이를 기화로 탄핵소추안 의결을 주도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당은 물론 여당 및 정부까지 모두 부패 보수정치집단으로 함께 비난하면서 4·15 총선에서는 이들을 퇴출시켜야 하고 그 대안으로 진보적 개혁정치세력인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전교조의 의사를 천명할 목적으로 이 사건 서명운동 및 시국선언을 기획·시행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넉넉하고, 민주노총 및 전교조 홈페이지와 언론 등을 통하여 위와 같은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움직임을 접해 온 일반인들로서도 위와 같은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의 의도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것이다.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든 근거는 모두 수긍하기 어렵다.

① 앞서 본 바에 의하면, 2004. 3. 10. 개최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칭하여 지지 선언’하는 안을 포함한 4·15 총선 관련 민주노동당 지원 계획이 사업계획으로 보고·검토되고, 그 중 정치자금 모금 등 일부 안건은 채택·시행될 정도로 당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의 민주노동당 지지 의사 자체는 확고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고, 비록 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지지 선언안이 선거법 위반 문제 때문에 채택되지는 못하였지만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으로 인하여 3. 12.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직후인 3. 16.경 열린 전교조 비상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사건 서명운동 및 시국선언안이 바로 통과될 수 있었고, 연이어 공소외 1의 민주노동당 지지 서신 및 정치자금 모금운동 안내문이 전교조 홈페이지에 게시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004. 3. 10.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안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교조의 민주노동당 지지 의사가 무산된 것으로 본 것은 잘못이다.

②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시국선언문은 그 첫머리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을 명백히 지칭하여 부패수구집단으로 규정하고, 당시 현안이던 탄핵소추안 의결은 물론 제16대 국회에서 논의되었던 이라크 파병,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농업시장 개방 등을 거론하면서 이와 관련된 위 야당들의 의정활동을 부패, 무능, 반개혁적이라고 평가·질타한 뒤, 4·15 총선에서 위 부패수구집단의 역사적 퇴출을 위한 ‘정치판 판갈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사실, 가운데부분에서는 그에 못지 않은 비중으로 불법 정치자금, 무분별한 시장원리 도입, 교육시장화 정책 등 열린우리당 및 정부의 실정 및 책임을 거론하면서 탄핵으로 야기된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 득표 전략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고, 뒷부분에서는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이용한 여당과 정부의 또 다른 보수정치를 반대하면서 야당과 여당은 모두 같은 보수부패집단으로 4·15 총선을 통하여 퇴출, 판갈이 해야 할 대상임을 되풀이 하여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만약 이 사건 시국선언문이 4·15 총선과는 무관하게 순수히 탄핵소추안 의결을 반대하는 교사들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였더라면, 탄핵소추안 의결을 격렬하게 반대한 열린우리당이나 정부의 실정 및 책임을 거론하면서 이들도 4·15 총선을 통한 퇴출 내지 판갈이의 대상이라는 내용을 시국선언문 속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시국선언문은 탄핵소추안 의결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일 뿐이고 4·15 총선에 관한 부분은 부수적인 표현에 불과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선거법 위반 문제를 의식하여 이 사건 시국선언문에서 ‘민주노동당’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상황에 비추어 위 시국선언문에서 지칭한 ‘진보세력’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임이 명백히 인정되는 이상 단순히 그 명칭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민주노동당 지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③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거대야당과 여당 및 정부를 ‘부패 보수정치집단’, ‘구시대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고, 4·15 총선을 통하여 이들의 ‘퇴출’, ‘정치판 판갈이’를 되풀이 하여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시국선언문의 전체적인 문맥에 비추어 위 정당 소속 정치인들 중 참신하고 깨끗한 정치인들도 진보적 개혁정치세력에 포함될 수 있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고 형사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④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2004. 3. 10. 정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채택되지 못한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안이 불과 엿새만에 열린 비상중앙집행위원회에서 수월하게 채택된 것은 정기중앙집행위원회 당시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안이 채택되지 못한 것이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선거법 문제로 인한 부득이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탄핵소추안 의결이라는 사태를 계기로 수월하게 위 지지 선언안을 채택하기로 의사를 번복한 것으로 볼 것이니, 이 사건 서명운동 및 시국선언 강행 결정이 종전의 사업계획과 전혀 무관하게 결정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⑤ ‘진보’와 ‘보수’가 상대적인 개념이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은 4·15 총선 약 2달 전부터 진행된 민주노총 및 전교조의 일련의 행태에 비추어 전교조가 주도한 이 사건 서명운동 및 시국선언문에서 지칭한 ‘진보정치세력’은 민주노동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맞는 것이지, 4·15 총선에 임박하여 그 동안 별다른 정치적 연대관계를 맺어온 바도 없는 다른 정치세력들로 이루어진 정당의 국회 진출을 주장하는 시국선언문을 전교조가 발표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다.

또,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서명운동 및 시국선언문의 기획 과정, 추진 방법, 참가 범위, 구체적인 표현 등에 비추어, 이는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등 기존 정치세력에 반대하고 대안 세력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로서 공선법에서 정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또는 의사표시’의 범위를 넘어선 것임이 명백하다.

라. 따라서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선거운동,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등 배부, 서명·날인운동으로 인한 각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및 투표권유행위, 서명운동으로 인한 각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범한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고, 이 부분 공소사실과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집단적 행위로 인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소사실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규홍 김영란 김황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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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지방법원 2005.1.27.선고 2004고합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