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누57481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원고
한국수출포장공업 주식회사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6. 12. 22.
판결선고
2017. 1. 26.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6. 7. 11. 의결 제2016-204호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및 처분의 경위
가. 원고 등 18개사의 지위
원고, 아세아제지 주식회사(이하 회사명을 지칭함에 있어 '주식회사'는 생략한다), 경산제지, 신대양제지, 대양제지공업, 태림페이퍼, 월산페이퍼, 동원페이퍼, 동일팩키지, 고려제지, 대림제지, 한솔페이퍼텍, 아진피앤피, 영풍제지, 진영제지공업, 한창제지, 세하, 신대일제지공업(이하 '원고 등 18개사'라 한다)은 골판지 원지, 백판지, 지관원지 등을 제조 ·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들로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3. 4. 5.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사업자이다.
나. 국내 골판지 고지 시장의 구조 및 실태
1) 고지는 일반 가정이나 산업현장에서 수거되는 폐지를 말하는 것으로서 ① 골판지고지, ② 인쇄 고지(화이트레자 · 잡지 · 접지 등), ③ 신문 고지, ④ 고책지로 분류된다. 골판지 고지의 경우 주로 골판지 원지 제조사(90%), 백판지 제조사(10%)가 구매한다. 골판지 원지 제조사는 생산지종에 따라 국내고지만을 원료로 하여 생산하기도 하고, 국내고지에 수입펄프 또는 수입고지를 혼합하여 생산하기도 한다.
2) 택배시장 규모의 확대 및 온라인 쇼핑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인하여 골판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골판지 원지의 재료가 되는 고지 수요 역시 전반적으로 증가하였다. 국내 고지 유통체계는 배출원 → 수집자 → 고물상 → 중간상인 → 압축장 → 제지업체의 5단계 구조인데, 중간상인 또는 압축장은 수집된 고지를 수요처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공급업체의 지리적 분포는 고지 배출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고지공급업체들은 주로 인구가 많고, 고지 배출량이 많은 안산, 시흥, 대전, 청주, 부산 등 대도시 주변 지역에 밀집해 있다.
3) 제지사들은 국내고지를 품질(압축 여부, 불순물 비율 등)에 따라 압축고지, 벌크 (바라고지) 등으로 분류하고 구매가격을 다르게 정한다. 압축국판A 등이 각 사별 고지 구매량 전체의 70 ~ 80%를 차지하는 기본등급의 압축고지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고지의 가격은 압축고지를 기준으로 하여 형성된다.
4) 고지가격1)의 공지 방법은 각 제지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통상적으로는 압축장 등 고지수집업체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지사가 결정한 고지가격은 대형 고지수집업체 위주로 구두로 전달되고 나머지 고지업체들에 대해서는 제지사 공장 입구에 가격변경 공고문을 게시하거나, 제지사의 인터넷 구매시스템에 공지사항으로 올리기도 한다. 또한 고지 구매가격은 고지업체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품의 정가를 게시하기 보다는 변동 사항을 공고하는 방식을 취한다.
5) 골판지 고지의 수요처가 전국적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골판지 고지 구매는 전국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통상적으로 고지업체의 거리가 멀수록 그에 상응하는 운송비를 추가하여 고지 구매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제지사가 해당 지역에서 수집된 고지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다. 고지 구입가격 인하에 관한 합의
1) 합의의 배경
제지업계와 고지업계 간의 고지 수급 안정 및 품질개선을 위하여 설립되었던 폐지유통공동법인 주식회사(KP&R)가 2010. 3. 29. 해산됨에 따라, 골판지 원지 제지사들이 시장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사라지고, 그 무렵 중국으로의 고지 수출이 급증함에 따라 국내 고지의 재고부족으로 고지가격이 2009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들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하여 시장정보 등을 공유하고 고지가격 인하를 논의할 유인이 발생하였다.
2) 수도권에서의 합의
원고, 아세아제지, 아세아페이퍼텍, 신대양제지, 대양제지공업, 고려제지, 대림제지, 태림페이퍼(안산공장), 영풍제지 등 9개사(이하 '원고 등 수도권 소재 사업자들'이라 한다)는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모임, 유선 연락 등을 통하여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를 킬로그램 당 10원 내지 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
3) 영·호남권에서의 합의
경산제지, 태림페이퍼(의령공장), 월산페이퍼, 동원페이퍼, 동일팩키지, 한솔페이퍼텍, 아진피앤피, 진영제지공업, 한창제지, 세하, 신대일제지공업 등 영 · 호남 지역에 위치한 11개사들(이하 '영·호남권 소재 사업자들'이라 한다)은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수도권 지역의 합의내용을 전달받고 모임, 유선 연락 등을 통해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를 킬로그램 당 10원 내지 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
4) 원고 등 18개사의 고지 구매단가 변동추이(단위 : 원/kg)
라. 피고의 처분
1) 피고는, 원고 등 18개사가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매가격의 인하시기 및 인하폭을 공동으로 결정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6. 7. 11. 원고에 대하여 의결 제2016-204호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2조 및 제55조의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3. 8. 27. 대통령령 제246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9조 및 제61조, 구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2. 8. 20. 피고 고시 제2012-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과징금 고시'라 한다)의 규정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 산정기준
(1) 관련매출액
(가)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골판지 고지 구매가격에 대해 여러 회에 걸쳐 구체적인 합의 및 실행이 있었더라도 관련 시장인 국내 골판지 고지 구매시장에서 원고 등 18개 사가 참여하였다는 사실에 변화가 없고, 합의의 기본적인 동일성이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나의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나) 원고 등 수도권 소재 사업자들의 경우 이들이 최초로 골판지 고지 구매가격을 인하하기로 합의한 2010. 5. 25.을 이 사건 공동행위의 시기로 본다.
(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2012. 7. 13. 합의파기를 명시적으로 통지한 점, 합의파기 통지 이후 원고 등 18개사 사이에 정보교환이나 의사연락 등 합의를 지속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합의파기 통지일의 전일인 2012. 7. 12.을 이 사건 공동행위의 종기로 본다.
(라) 원고 등 18개사는 자신들이 매입하는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에 관하여 합의하였으므로, 관련 상품은 원고가 구매한 골판지 고지이다.
(마) 관련매출액은 원고의 2010. 5. 25.부터 2012. 7. 12.까지의 고지 매입액 중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114,367,889,000원으로 정한다.
(2) 부과기준율
이 사건 공동행위는 국내 골판지 고지 시장에서 원고 등 18개사의 점유율이 90%를 상회하나, 합의의 이행감시수단이 없는 점, 이 사건 합의의 대상이 실거래가격이 아닌 기준가격으로 사업자별 · 거래처별로 고지 구매단가 인하폭이 상이하게 나타나는 등느슨한 담합이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3%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3) 산정기준
위 관련매출액에 위 부과기준율을 곱한 금액 3,431,037,000원(= 114,367,889,000원 × 3%)을 산정기준으로 정한다.
나) 1차 조정 산정기준
1차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으므로 1차 조정 산정기준은 위 산정기준과 같다.
다) 2차 조정 산정기준
원고는 심사관의 조사 단계부터 위원회의 심리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을 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감안하여 1차 조정 산정기준의 20%를 감경한다. 원고의 2차 조정 산정기준은 2,744,829,000원(= 3,431,037,000원 × 80%)으로 정한다.
라) 부과과징금
골판지 고지 가격 인상이 이 사건 공동행위의 배경이 되었던 점, 골판지 업계가 불황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및 기타 시장 ·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2차 조정 산정기준의 20%를 감경한 다음, 백만 원 미만을 버린 2,195,000,000원을 부과과징금으로 정한다.
마. 관련 담합 사건
1) 원고는 골판지 원지, 원단 및 상자를 모두 제조 · 판매하는 일관기업이다.
2) 피고는 2012. 3. 22. 원지 제조업체인 아세아제지, 고려제지, 신대양제지, 동일제지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현장조사를 하였다.
3) 피고는 2016. 6. 27. 원고에 대하여 의결 제2016-181호로, '원고가 2007년 7월경부터 2012년 3월경까지 15개의 다른 상자 제조업체들과 함께 골판지 상자 판매가격의 인상률 및 인상시기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이하 '상자 판매가격 담합'이라 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13억 2,700만 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4) 피고는 2016. 6. 29. 원고에 대하여 의결 제2016-184호로, '원고가 2007년 7월경부터 2012년 3월경까지 17개의 다른 원단 제조업체들과 함께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원단 판매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 '(이하 '원단 판매가격 담합'이라 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21억 6,400만 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공동행위 가담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수도권 합의 중 2011. 2.경의 제4차 합의 및 2012. 5.경의 제6차 합의에 가담하지 않았다. 원고는 위 각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업자들로부터유 · 무선 연락을 통하여 합의 내용을 전달받은 사실도 없다.
2) 공동행위의 수 및 처분시효의 도과
설령 원고가 다른 사업자들과 함께 6차례에 걸쳐 고지 구매단가를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개별 합의가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지 구매가격이 합의 이전과 유사한 수준 또는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환원되었다. 특히 2011. 2.경의 제4차 합의 이후 고지 구매가격이 8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는바, 이 사건 공동행위는 사업자들 간의 가격경쟁이 재개됨에 따라 수차례 중단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적어도 2011. 2.경의 제4차 합의와 2011. 11. 말경의 제5차 합의 사이에 1차례 중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각 합의를 별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는 이상 처분시효 도과 여부를 개별 합의별로 판단하여야 한다. 구 공정거래법(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49조 제4항은 처분시효를 '법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으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2. 3. 21. 개정되어 2012. 6. 22. 시행된 공정거래법(2013. 4. 5. 법률 제117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49조 제4항은 처분시효를 피고가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으로,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으로 각 규정하면서, 부칙 제3조에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부터 개정 규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두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2012. 3. 22. 원지 제조업체에 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현장조사를 시작하였는데, 그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조사 또한 포괄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피고의 조사개시일은 피고가 직권인지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2012. 6, 26.이 아니라 위 2012. 3. 22.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 중 제1 내지 4차 합의에 대하여는 구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에서 정한 5년의 처분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
3) 과징금 산정의 위법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관련매출액 산정의 위법
피고는 이 사건 각 합의를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고 위반행위의 기간을 2010. 5. 25.부터 2012. 7. 12.까지로 판단하여 위 기간 전부에 대하여 관련매출액을 산정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합의는 별개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제4, 6차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이상 위 각 합의가 실행된 기간의 고지 매입액은 관련매출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원고가 이 사건 각 합의에 모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동행위가 중단된 기간의 고지 매입액은 관련매출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설령 이 사건 각 합의가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제4차 합의 후의 8개월 동안 고지 구매단가가 이 사건 공동행위와 무관하게 시장 원리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중 담합의 효과가 없었던 기간의 고지 매입액은 관련매출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나) 관련 사건의 과징금을 이유로 한 감경 미적용의 위법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처분 외에 원단 판매가격 담합을 이유로 21억 6,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상자 판매가격 담합을 이유로 13억 2,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골판지 업계의 담합이 각 생산단계별로 연이어 이루어진 점, 고지 매입액은 원고의 원단 매출액과 상자매출액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바, 위 각 담합의 관련 매출액은 이 사건 공동행위의 관련매출액과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위와 같은 사정을 감경사유로 고려하였어야 한다.
다) 단순 추종에 따른 과징금 감경 미적용의 위법
이 사건 공동행위는 아세아제지 계열, 신대양제지 계열, 태림페이퍼 계열, 고려제지 계열의 회사와 같은 소위 메이저 계열회사들이 주도하였다. 위 회사들의 임직원들이 원고를 포함한 중소업체의 임직원에게 연락하여 모임 참석 및 합의내용의 이행을 종용하였다. 원고는 관련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자들보다 고지 구매가격을 늦게 인하하는 등 이 사건 공동행위에 소극적으로 가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단순 추종에 따른 감경을 하였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원고의 가담 여부와 이 사건 공동행위의 수 및 처분시효의 도과 여부
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로서 이때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두1239 판결 등 참조),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사업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수회의 합의를 한 경우 그 수회의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것이 단절됨이 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 등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두3756 판결 참조). 또한 합의에 참가한 일부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기 위하여는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합의에서 탈퇴하였음을 알리는 명시적 내지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두12774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갑 제2호증의 1 내지 3,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다른 사업자들과 함께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 매단가를 킬로그램 당 10원 내지 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가 이 사건 각 합의 중 일부 합의에만 참여하였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각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중 일부에 대하여 처분시효가 이미 경과되었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뿐만 아니라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피고의 조사개시일이 2012. 3. 22.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1)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 중 제1, 2, 3 및 5차 합의에 참여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제1, 2, 3 및 5차 합의와 제4, 6차 합의는 모두 국내 원지 제조업체들이 고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대응하기 위하여 고지 구매단가를 공동으로 인하하기로 하는 것으로서 합의의 주체, 대상, 구체적인 내용 및 목적이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하다. 또한 수도권 소재 사업체들의 임직원들은 피고 조사를 받으면서 '원고는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 각 합의에 모두 참여하였다.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사업자들에게는 합의사항을 유선으로 통보해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원고의 T 또한 피고 조사를 받으면서 '2012년 초까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모임에 계속 참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원고 등 18개 사의 고지 구매단가 변동추이가 매우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제4, 6차 합의 무렵에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고지 구매가격을 결정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 및 이에 관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하면 원고는 모임 및 유선 연락 등을 통하여 이 사건 제1 내지 6차 합의에 모두 참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제1 내지 4차 합의의 경우 각각의 합의가 실행된 후 오래 지나지 않아 고지 구매단가가 담합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된 사실, 특히 2011. 2.경의 제4차 합의의 경우 고지 구매단가가 2011. 3.경부터 빠르게 인상되어 약 6개월 동안 담합 이전의 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 ·유지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제5, 6차 합의의 경우 고지 구매단가가 담합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고,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원고 등 18개사의 고지 구매단가 변동추이가 매우 유사하게 나타나는 점, ② 위와 같은 고지 구매단가의 인상 현상이 발생한 것은 원고 등 18개사 중 일부 또는 전부의 합의파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지 수출량의 급증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가격이 상승한 이후에도 원고 등 18개사는 고지 구매단가의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합의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 등 18개사가 2012. 7. 13.까지 명시적으로 합의 파기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합의는 그 실행행위가 단절됨이 없이 계속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3) 결국 원고 등 18개사는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를 킬로그램 당 10원 내지 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해왔는데, 위 각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 목적 및 구성원에 변동이 없고, 위 각 합의가 단절됨이 없이 계속 실행되어 온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각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과징금 산정의 위법 여부
가)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에 공정거래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진다. 다만 피고가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면서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잘못 판단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정청이 재량행위를 함에 있어서 자신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나) 관련매출액 산정의 위법 여부
위 1)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제1 내지 6차 합의에 모두 참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이 사건 각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아가 위 1)의 나)항에서 살펴 본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고지 구매단가는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내내 이 사건 공동행위의 영향을 직 · 간접적으로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중 담합의 효과가 없었던 기간의 고지 매입액은 관련매출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다) 관련 사건의 과징금을 이유로 한 감경 미적용의 위법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동행위와 원단 판매가격 담합, 상자 판매가격 담합은 별개의 공동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피고는 다른 담합에 대한 처분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하여 고지 매입액을 기초로 산정한 과징금을 부과함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관련 사건의 과징금을 감경사유로 고려하지 않은 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1) 원고가 원단 제조업체의 지위에서 가담한 원단 판매가격 담합과 상자 제조업체의 지위에서 가담한 상자 판매가격 담합은 이 사건 공동행위와 사이에 골판지 업계의 각 생산단계에서 원재료비 인상에 대응하여 이루어진 담합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 그러나 위 각각의 공동행위는 그 합의의 대상, 구체적인 내용 및 목적, 참여사업자 및 행위기간이 각각 다르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로 얻은 이익은 '골판지 고지 구매가격을 인하함으로써 비용 지출을 줄인 소극적 이익'이고, 원고가 원단 판매가격 담합 및 상자 판매가격 담합으로 얻은 이익은 '원단 및 상자의 판매가격을 각 인상함으로써 수입을 올린 적극적 이익'이므로, 원고는 원단 및 상자 담합과 무관하게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별개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공동행위와 원단 판매가격 담합, 상자 판매가격 담합은 별개의 독자적인 행위이다.
(2) 과징금은 행정제재로서의 기본적인 성격에 부당이득 환수요소가 부가되어 있는 것이므로, 고지 구매가격에 관한 담합이 이루어진 이상 그 이후에 원단 판매가격 또는 상자 판매가격에 관하여 담합이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고지 구매가격에 관한 담합 자체에 대하여 제재를 하여야 한다.
(3) 공정거래법 제22조,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61조 제1항 [별표 2]의 각 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에게 위반기간 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 즉 관련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때 매출액은 사업자의 회계자료 등을 참고하여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산정의 전제가 되는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범위는 위반행위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와 성질, 용도 및 대체가능성, 거래지역, 거래상대방, 거래단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두621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 등 18개사는 고지 구매단가의 인하시기 및 인하폭을 공동으로 결정하였으므로, 원고가 국내에서 구매한 고지 매입액은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상품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고지 매입액을 기초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것은 관련 법령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하다.
(4) 피고는 원단 판매가격 담합에 대하여는 원단 매출액을 기초로 하여, 상자 판매가격 담합에 대하여는 상자 매출액을 기초로 하여 각 과징금을 산정하였는데, 이 또한 관련 법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원단 매출액 및 상자매출액에 고지 매입액이 포함되어 있어 이 사건 공동행위의 관련매출액과 원단 판매가격 담합 및 상자 판매가격 담합의 각 관련매출액 사이에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관련 법령에 따라 각각의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한 것으로 이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5) 관련매출액은 과징금 산정의 일단의 기초가 되는 것에 불과하고, 그러한 관련 매출액으로부터 시작하여 최종적으로 부과과징금이 도출되는 과정에서 행위자가 취득한 이익의 규모를 참작하여 일부 과징금을 감액하는 등 공평을 기할 수 있는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감액을 하였는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위 각 담합으로 얻은 이익액 합계와 과징금 합계액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단순 추종에 따른 과징금 감경 미적용의 위법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단순 추종을 이유로 한 감경을 하지 않은 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고가 이 사건 각 합의에 참여하여 그로 인한 이익도 함께 향유하였던 이상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및 주장하는 모든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단순 가담하거나 추종적인 역할만을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2) 2009년 하반기 이후 고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였으나 원지 제조업체가 고지 구매가격을 단독으로 인하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원고는 고지를 원재료로 하여 원지, 원단, 상자를 모두 생산하는 일관업체로서 회사 규모 또한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따라서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할 경제적 유인이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성원
판사 유헌종
판사 김관용
주석
1) 여기에서의 고지가격은 제지사별로 전체 거래처에 대한 기준이 되는 '기준 구매단가'를 말하며, 기준 구매단가는 제지사에 따라 별도로 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