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11.12.2.선고 2011구합33877 판결

가. 원고는 음반 제작 및 연예매니지먼트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1. 6. 7. 소속 연예인인 B의 음반으로 "C"이라는 제목의 디지털 싱글 음반, "D"이라는 제목의 음반(이하 모두 가리켜 '이 사건 각 음반'이라 한다), "C"이라는 제목의 뮤직비디 오(이하 '이 사건 뮤직비디오'라 한다)를 기획·제작하여 출시하였다.

나. 피고 소속 청소년보호위원회는 2011. 7. 19. 이 사건 각 음반에 수록된 "C"이라는 가요(이하 '이 사건 가요'이라 한다)의 가사에 청소년유해약물과 관련된 표현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음반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였고, 2011. 8. 16.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뮤직비디오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였다.다. 피고는 2011. 8. 5. 여성가족부고시 E로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음반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였음을 고시하고, 2011. 8. 31. 여성가족부고시 F로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뮤직비디오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였음을 고시하였다(위 각 고시문 중 이 사건 각 음반과 이 사건 뮤직비디오에 관한 부분을 모두 가리켜 '이 사건 각 고시'라 한다).

라. 이 사건 가요의 전체 가사는 별지 가사 기재와 같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단지 이 사건 가요에서 술·담배가 언급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음반과 이 사건 뮤직비디오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보았다. 그러나 청소년보호법 제10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1]에서 정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에 의하면, 매체물을 심의할 때에는 매체물의 전반적인 맥락을 고려하여야 하고, 청소년유해약물과 관련하여서는 청소년유해약물 등의 효능이나 제조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기술이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고시는 위 심의기준에 어긋난다. 게다가 이 사건 각 고시는 다른 음반이나 매체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고, 예술창작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를 위법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고시는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청소년폭력·학대 등 청소년유해행위를 포함한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 · 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청소년보호법 제1조), 이와 같은 목적에 따라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4호 개목에서는 청소년유해약물로 주류, 담배, 마약류, 환각물질 등을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청소년보호법 제10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1] 2. 개별 심의기준 태호는 유해매체물 심의기준 가운데 하나로 '청소년유해약물 등의 효능 및 제조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그 복용·제조 및 사용을 조장하거나 이를 매개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2) 이 사건의 경우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가요에서 피고가 문제 삼은 가사 내용은 청소년보호법 제10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1] 2. 개별 심의기준 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각 고시는 위법하다.

○ 술과 담배가 청소년유해물질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청소년에게 접근이 허용된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이나 드라마, 영화 등의 대중 문화예술에서 흔히 슬픈 감정을 달래기 위하여 음주하거나 흡연하는 내용이나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또한 청소년은 가정이나 음식점 등에서 성인이 음주하거나 흡연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술이나 담배와 관련된 표현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매체물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보통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도 음주하거나 흡연하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을 유발하여 결국 음주나 흡연을 조장한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 오히려, 오래전부터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은 물론 가요, 드라마, 영화 등의 대중 문화예술에 있어 작가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내용을 작품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여러 상황에 처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의 감정을 외부에 드러낼 수 있었고, 이로써 작가는 독자나 청취자, 시청자에게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 사건 가요와 같은 대중음악에서도 그 의미를 청취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술이나 담배와 관련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대중음악을 창작할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 이 사건 가요의 주된 내용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서 술과 관련된 표현은 '술에 취해서 I cried'가 1번, 담배와 관련된 표현은 '퍼지는 담배 연기 사이로'가 1번만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가요 중 술·담배와 관련된 표현은 연인과 헤어진 후의 괴로운 감정과 연인을 계속 그리워 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일 뿐이다.

○ '술에 취해서 I cried'와 '퍼지는 담배 연기 사이로'라는 표현은 그 문언상 술·담배의 효능이나 제조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음주나 흡연을 부추기고 있지도 않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