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조지훈 외 2인)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4. 7. 24.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1. 2. 7.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2. 11. 18.경 삼성전자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LCD 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LCD 판넬 화질검사 업무를 하다가 2007. 2. 15.경 퇴사한 후 2008. 6. 30.경 ‘다발성 경화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나. 원고는 2010. 7. 23.경 피고에게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요양승인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1. 2. 7.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시행한 역학조사 결과 다발성경화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외상, 자가면역감소 및 원인 불명으로 알려진 것으로 확인되며, 임상적 검사 및 업무환경에 대한 역학조사결과 업무나 근무환경 등으로 인해 발병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LCD 판넬(런)에 전기를 꽂아서 화면을 켠 다음 판넬을 한쪽 손으로 잡고 눈 앞에 판넬을 들어 육안으로 색상과 패턴 검사 업무를 하였는바, 무거운 판넬을 쉬는 시간도 없이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여 매우 힘이 들었고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물량의 불량 검사를 하기 위하여 고도로 긴장하면서 작업하였다. 원고는 작업 과정에서 전자파에 노출되고, 화학물질 등을 이용하여 청소를 하는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한 경우가 많았고, 방진복 내지 제전복을 입고 근무를 하였는바 작업복 탓에 화장실에 가기도 어려웠다. 원고는 4조 3교대 내지 3조 2교대로 근무하였는바, 교대 주기가 불규칙하고 야간에 근무를 하는 등 불규칙하게 근무를 하였다. 원고는 근무시간 중 햇빛이 차단되고, 거주하던 기숙사 또한 해가 잘 들지 않는 위치에 있었던바, 이러한 자외선 노출 부족으로 비타민D 합성에 장애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이러한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의 누적 또는 비타민D 합성 장애, 유기용제 사용, 전자파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병을 발병시켰거나, 악화시켰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근무 환경 및 업무 내용 등
○ LCD 판넬 화질검사(육안검사) 업무 담당
○ 입사 후 2003. 5.까지 3조 2교대로 12시간 맞교대
○ 2003. 5.부터 4조 3교대 근무와 2교대 근무를 4:6 정도로 행함(3교대 6시~2시, 2시~10시, 10~6시로 중간에 식사시간 45분)
○ 잔업과 특근은 월 14~40시간
○ 작업 중 3~4회 정도 이소프로필알코올을 사용하여 판넬 등을 닦음
2) 평소 건강상태 등
○ 아토피성 결막염(2003. 10.경 및 2005. 12.경), 신체형 자율신경 기능장애(2005. 12.경), 상세불명의 가슴통증(2006. 1.경 및 같은 해 3.경). 상세불명의 관절증(2006. 5.경 및 같은 해 6.경) 경추상완 증후군(2006. 10.경) 등으로 진료받음.
○ 담배 반갑/일(5년 미만) - 2006. 5. 19.자 건강진단 문진표
3) 작업환경 등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결과
○ 다발성 경화증이란 중추신경계의 대표적인 탈수초성 질환의 하나로 시신경, 척수 혹은 뇌의 초점성 증상들이 나타났다가 다양한 정도로 완화되고 수년의 기간 후 재발하면서 점차 진행하는 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역학적, 임상적 견해가 있다. 현재까지 많은 역학적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은 다음과 같은 기전으로 설명되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에 대한 감수성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소인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유전적 소인은 HLA 항원 및 cytokine 유전자 등이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환경적 소인으로는 유소년기의 환경적 노출(자외선, 감염, 식이 등)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소인이 있는 사람에서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하기 위해서는 일차 바이러스 감염이 필요한데 이에 해당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는 홍역, EBV, RSV 등이 의심되고 있다. 직접 발병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극요인이 필요한데 물리적, 정신적 자극 등이 포함된다.
○ 원고의 작업조건과 업무내용은 충분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만한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 업무관련성 심의종합의견
- 원고의 노동강도를 볼 때 업무강도 및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은 작업으로 판단되며, 원고의 업무는 다발성 경화증 자체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는 없고, 기왕증으로 내재하고 있던 상병을 업무가 초기에 발현하도록 촉발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거나 악화시켰을 것으로 판단됨 : 5명
- 원고에게서 발생한 다발성 경화증은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업무의 특성과 강도의 정도를 따져서 판단해 보면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사료됨 : 4명
- 원고의 작업 내용이 매우 스트레스가 높고, 목과 눈에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으므로 사업장에 강력한 개선 요구가 필요함 : 2명
[인정 근거] 갑 2, 5, 8, 9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라. 의학적 견해
1) 주치의(○○대학교 ○○○병원)
○ 다발성 경화증은 신경섬유의 파괴 및 혈관 주위 염증을 동반하는 질환임.
○ 발병원인은 미상이나 바이러스 감염, 외상, 자가면역감소로 발생되고, 진행과정은 만성경과를 보이고 호전 및 재발이 빈번하며 시신경, 척수 등에 국소적 발생되고 젊은 연령에 발생됨.
○ 자가면역감소로 발생될 수 있음. 유전소인은 없음.
○ 작업환경과 관련성은 알려진 것이 없음.
○ 2009. 9. 7. 우상하지동통 등을 주소로 본원 신경외과 외래 산재 특별진찰 옴.
○ 2007. 9. 17. 두부 MRI 상 좌뇌실주위기저부경색증 전반부에 고음영의 병변이 증가되어 다발성 경화증이 시사되었음. 이는 다발성 경화증의 증상이 마비, 감각이상증, 시신경염, 척수염, 소뇌실조증, 그 외 뇌간증상 등이 있으며, 원고는 2007. 9. 다발성 경화증이 있는 상태이나 초기 증상으로 마비만 있어 뇌경색증을 보이다가 증상이 악화되면서 재발되고 확진된 경우로 사료됨.
2) △△△△병원 산업의학과
○ 원고의 다발성 경화증 증상 발현은 2005년 혹은 2006년경 발생된 것으로 판단됨.
○ 전반적으로 유기용제 취급과 다발성 경화증의 발생과는 일정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 원고의 경우 이소프로필알코올을 수시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나 연구에서 제시하는 도장공과 같은 장기간 고농도 노출이었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임. 다만, 이소프로필알코올과 같은 유기용제 노출이 어느 정도는 질병 발생에 기여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음.
○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원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밝혀진 연구는 드물지만, 스트레스가 다발성 경화증의 증상 발현과 재발, 악화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는 다수 있음. 원고의 과로와 스트레스 정도가 일반적인 상황에 비추어 과도한 것이었고, 스트레스의 정도가 상당하였다고 판단하며, 이러한 판단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러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다발성 경화증의 발생 혹은 잠재되어 있던 질병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임.
3) □□대학교 산업의학과
○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희귀질환의 업무관련성은 질환의 원인 자체가 불분명하고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는 질환자의 수가 제한적이어서 역학 연구의 수행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질환자의 수가 제한적인 것은 역학 연구를 통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상황이 관련성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희귀질환의 발병과 유병에 대한 연구는 한 두편의 논문으로 그 관련성을 평가하는 것이 어렵고 전체적인 경향을 보고 판단해야만 한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질병의 발생뿐만 아니라 악화에 대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질병의 촉발과 악화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에 노출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원고의 경우 ① 다발성 경화증의 환경적 요인으로는 자외선 노출 부족으로 인한 비타민D 합성의 장애, 스트레스, 유기용제 노출 등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② 최근 가장 주요한 환경요인으로 규명된 햇빛에의 노출이 매우 적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타민D 합성이 적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로 인해 다발성 경화증이 촉발되거나 발병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③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들이 최근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역학조사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보더라도 작업장의 노동강도와 이로 인한 직무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되어 발생에는 기여하지 않았더라도 악화에는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④ 유기용제와의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으나 원고가 소량이기는 하나 유기용제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생각되고 다발성 경화증의 악화에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⑤ 원고가 주장하는 전자파의 경우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매우 적어 판단이 어려우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기대수준에 비해 실제 발생이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⑥ 원고의 발병 연령이 한국인의 추정 평균 연령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어린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원고의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의 수준 상 발생이나 악화에 기여한 단일요인을 찾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촉발,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업무관련성이 있음.
4) 피고 자문의
○ 다발성 경화증이란 중추신경계의 탈수초성질환으로서 면역체계의 이상, 바이러스 감염, 자외선 노출 여부 등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아직도 원인이 확실하지 않음.
○ 다발성 경화증 자체가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질병이고 원고의 경우 업무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의학적 결론이 없는 상태임.
[인정 근거] 갑 3, 7, 11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
마.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는 것으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재해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당해 재해가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재해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고, 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 또는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 그 입증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6두8204 판결 ,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사실들 등에 의하면, 원고는 전자파 및 유해물질에 일부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있고, 2교대제 내지 3교대제로 근무하면서 야간 근무나 초과 근무 등을 불규칙하게 하면서 과로를 하고, 이러한 상황과 작업 특성상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또는 자연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앞서 본 의학적 견해에 의하면 다발성 경화증은 그 발병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고,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촉발, 악화된다고 하며,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들이 다발성 경화증의 발생 또는 악화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학적 견해도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은 불분명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들이 다발성 경화증의 발생 또는 악화와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거나 연관성이 없다고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의 견해로 보이는 점
○ 원고는 작업과정에서 전자파와 이소프로필알코올 등의 화학물질에 일부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나, 위 노출 정도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자연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킬 정도의 수준에 이른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 원고는 어느 정도 과로를 하고, 작업 특성 등으로 인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나, 그 과로와 스트레스의 정도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거나 자연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킬 정도에 미친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 원고가 햇빛에의 노출이 매우 적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타민D 합성이 실제로 적었다는 점에 대한 검사결과 등 객관적인 자료는 제시되고 있지 않는 점
○ 원고와 유사한 환경에서 유사한 종류의 업무를 취급하는 사람들에게서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한 사례에 대한 자료가 제시되고 있지 않은 점
○ 흡연이 다발성 경화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고, 원고는 흡연을 하였던 점
3) 따라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