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다226005 구상금
원고상고인
엔에이치투자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지형 외 5인
피고피상고인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외 5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3. 7. 선고 2018나2005483 판결
판결선고
2021. 6. 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소송의 경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변경 전 상호 '우리투자증권 주식회사')는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제정되어 2009. 2. 4.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 제3호에 의해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간접투자법'이라 한다)상의 판매회사로서 구 간접투자법상의 특별자산 간접투자기구인 '피닉스 사모 특별자산투자신탁 제14호'(이하 '이 사건 펀드'라 한다)의 수익증권을 소외인을 포함한 11명의 투자자(이하 '개인투자자들'이라 한다)에게 판매하였다.
2)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피닉스자산운용 주식회사', 이하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라고 한다)는 구 간접투자법상의 자산운용회사로서 이 사건 펀드를 설정하였다.
3) 피고 에스케이증권 주식회사(이하 '피고 에스케이증권'이라고 한다)는 구 간접투자법상의 판매회사로서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주식회사 프라임상호저축은행과 한국캐피탈 주식회사(이하 위 두 회사를 통틀어 '기관투자자들'이라고 한다)에게 판매하였다.
4) 피고 4는 이 사건 당시 피고 주식회사 우리은행(이하 '피고 우리은행'이라 한다)의 Two Chairs ○○센터 소속 직원으로, 원고와 피고 우리은행 사이의 금융연계 영업시스템에 따라 원고로부터 투자상품의 영업 등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개인투자자들에게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할 것을 권유하였다.
나. 이 사건 펀드의 설정 경위
1) 피고 에스케이증권은 2008. 4.경 구 간접투자법에 따른 투자신탁의 일종으로 중고 항공기를 매수하여 필리핀과 두바이 사이의 노선(이하 '이 사건 노선'이라고 한다)을 운항하도록 하여 수익을 얻는 구조의 이 사건 펀드를 조성하여 판매하기로 하고,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에게 이 사건 펀드의 자산운용회사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하였고, 위 피고가 이를 승낙하였다. 피고 에스케이증권이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에 자산 운용회사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할 당시 '관련 인허가는 완료된 상태'라는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펀드의 투자제안서(이하 '이 사건 투자제안서'라 한다)와 필리핀 항공사(TGA)의 운항허가 관련 자료 등을 제공하였고,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이 사건 펀드의 자산운용회사로서 '리스크 요인 및 관리방안 : 사업인허가 - 필리핀 정부 관계기관으로부터 국내외 여객 및 화물항공 운송에 관한 인허가 취득 완료' 등의 내용이 기재된 이 사건 펀드의 운용계획서(이하 '이 사건 운용계획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2) 이 사건 펀드는 2008. 8. 22.경 피고 에스케이증권이 직접 30억 원을 투자하고, 위 피고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이 합계 55억 원을, 원고를 통해 아래와 같은 경위로 개인투자자들이 합계 10억 원을 각 투자함으로써 총 95억 원을 자산으로 하여 설정이 완료되었다.
다.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이 사건 펀드 수익증권의 판매 경위
1) 피고 4는 피고 에스케이증권으로부터 이 사건 펀드에 투자할 개인투자자들을 모집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피고 우리은행의 Two Chairs ○○센터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되 판매회사를 원고로 하여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판매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여 피고 에스케이증권으로부터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자, 원고를 판매회사로 하여 피고 우리은행의 고객 등에게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판매하기로 하였다.
2) 피고 4는 피고 에스케이증권으로부터 이 사건 투자제안서와 운용계획서 등을 교부받아 이를 원고에게 전달하고, 이 사건 투자제안서와 이 사건 운용계획서 등을 기초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필리핀 항공사의 이 사건 노선 운항과 관련된 인허가가 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할 것을 권유하였다.
3) 개인투자자들은 피고 4의 위와 같은 권유에 따라 2008. 8. 22. 원고와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에 관한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수익증권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합계 10억 원을 지급하였다.
라. 이 사건 펀드의 청산
필리핀 항공사는 2008. 9. 12. 두바이 항공국으로부터 이 사건 노선 취항을 허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항공기를 대체 노선에 투입하려는 시도도 실패하였다. 이후 이 사건 펀드는 청산되어 투자자들에게 일부 돈이 분배되었다.
마.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한 매수금 반환 등 소송의 경과
1) 개인투자자들은 원고와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우리은행, 에스케이증권을 상대로 하여 매수금 반환 등 소송을 제기하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위적으로,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 매매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판매회사인 원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는데, 그 주위적 청구가 인정되어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예비적 청구는 판단되지 않았다(이하 ‘선행판결’이라고 한다).
2) 원고는 선행판결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에게, 개인투자자들이 지급한 수익증권 매매대금에서 일부 지급받은 청산분배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였다.
바. 기관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경과
1) 기관투자자들도 피고 에스케이증권,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을 상대로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 매매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또는 설명의무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법원은 착오로 인한 매매계약 취소 주장을 배척하면서 다만, 피고 에스케이증권에 대하여는 투자자들에게 이 사건 노선에 대하여 두바이 항공국이 신규 취항 허가를 불허할 위험성에 관하여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등 구 간접투자법상 판매회사로서 부담하는 설명의무 및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에 대하여는 이 사건 노선에 대한 인허가 관련 위험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그러한 위험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강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펀드를 설정하고 투자자들에게 위와 같은 중요한 위험요인에 관하여 제대로 기재되지 아니한 이 사건 운용계획서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주는 등 구 간접투자법상 자산운용회사로서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 및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위 피고들의 책임을 손해액의 35%로 제한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는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판결'이라고 한다).
사.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들이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이고 원고는 선행판결에 따라 부당이득반환 채무를 이행함으로써 피고들을 공동면책시켰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구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위임인으로서 수임인인 원고에게 위임사무로 지출된 부당이득금 상당액을 필요비로 상환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들이 각각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 등을 부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일방 당사자의 잘못으로 인해 상대방 당사자가 계약을 취소하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 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동일한 경제적 급부를 목적으로 경합하여 병존하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느 하나의 청구권이 만족을 얻어 소멸하면 그 범위 내에서 다른 나머지 청구권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5608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무자가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변제하였다면 그와 경합관계에 있는 손해배상채무도 소멸한다. 이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관하여 채무자와 함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있고, 채무자의 위와 같은 변제가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 인정되는 자기의 부담 부분을 초과한 것이라면, 채무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공동 면책을 이유로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19378 판결, 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6다229980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선행 판결에서는 원고의 이 사건 펀드 판매와 관련하여 개인투자자들의 주위적 청구인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되었을 뿐 예비적 청구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가 부정된 것은 아니다. 관련 판결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펀드의 판매에 관하여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자산운용회사로서, 피고 4는 원고로부터 위탁을 받아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직접 판매한 담당자로서, 피고 우리은행은 피고 4의 사용자로서, 피고 에스케이증권은 이 사건 펀드 설정 등에 관여한 자로서 원고와 함께 개인투자자들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경우, 원고가 선행판결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에게 수익증권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였다면, 피고들 중 원고와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자들 사이에서는 원고가 지급한 부당이득반환금에 의하여 소멸된 손해배상채무 중 원고의 부담 부분을 넘는 부분에 대하여 공동의 면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동일한 경제적 급부를 목적으로 경합하는지, 원고와 피고들 전부 또는 일부가 개인투자자들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는지, 원고가 부당이득반환채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실제로 출재한 액수가 원고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담하는 부분을 넘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원고가 피고들에게 구상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가 선행 판결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에게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변제하였더라도 이는 별개의 소송물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구상금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동불법행위자 간 구상권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21429 판결 등 참조). 특히 동일한 법률행위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경합할 경우 권리자는 그 중 어느 하나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그 경우 당사자 사이에 계약상의 면책약관을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으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까지 적용하기로 하는 약정이 없는 이상 불법행위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다1812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와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사이에 체결된 위탁판매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이라 한다) 제14조에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상대방 또는 수익자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자산운용회사로서 판매회사인 원고에 대하여 관계 법령 등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과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 제14조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이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의 불법행위책임에까지 확대하여 적용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 제14조가 불법행위책임에까지 적용된다고 보고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 제14조와 같은 책임제한 약정의 해석과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원고가 선행판결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반환한 것이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 판매업무 및 이에 부수되는 업무 등의 위임사무를 처리한 것이라거나 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비를 지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임인의 비용상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5.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펀드의 설정 및 수익증권 판매에 있어서 피고 에스케이증권은 구 간접투자법상의 자산운용회사나 판매회사가 아니고 수탁회사에 해당하지도 않는 등 원고에 대해 아무런 법률상 · 계약상의 지위를 갖지 않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과 그 주장의 사정들만으로는 피고 에스케이증권이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의 중요 사항을 설명하고 위험을 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이 사건 투자제안서에 일부 부정확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6. 상고이유 제5점에 대한 판단
원심은, ① 원고와 피고 우리은행 사이에 '피고 우리은행이 원고에 대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내용의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취지'의 연계영업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② 피고 4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이 사건 펀드의 투자를 권유한 것이 '의무 없이 원고를 위하여 원고의 사무를 관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③ 피고 4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전제로 한 피고 우리은행의 사용자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무불이행책임, 사무관리자로서의 책임,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7. 파기의 범위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개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거나 소를 각하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한 경우, 상고법원이 선택적 청구 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상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과 피고들에 대한 구상금 청구 부분이 위법하여 파기되어야 하므로 이와 선택적 청구의 관계에 있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부분 또한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8.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조재연
주심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