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이봉창(기소), 이순옥(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 변호사 김형태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소외 2와 공소외 3 및 공소외 4 사이의 대화(이하 ‘이 사건 대화’라고 한다)를 녹음하고 이를 공개한 피고인의 행위는 유죄로 인정되어야 하는데도, 이를 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공소외 2에게 전화를 걸어 공소외 2의 동의를 얻지 않고 공소외 2와의 전화통화를 녹음한 사람이 피고인이었고, 공소외 2와의 통화를 종료한 뒤 공소외 2가 통화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전화를 끊지 않고 1시간 가량 통화내용을 청취하고 녹음하다가 이 사건 대화가 종료되자 비로소 녹음을 중단한 사람 역시 피고인이었는바, 이러한 대화녹음 과정에서의 전반적인 피고인의 행위태양을 살펴 보면, 공소외 2와의 통화 종료 이후 이 사건 대화를 듣게 되자 녹음을 중단하지 아니하고 계속한 피고인의 행위는 부작위가 아닌 작위로 평가되어야 한다.
나) 가사 공소외 2와의 전화통화내용을 녹음하다 이를 중단하지 아니하고 계속 녹음을 한 피고인의 행위를 부작위에 의한 녹음이라고 평가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2와의 통화를 종료한 이후 공소외 2가 공소외 3 및 공소외 4와 대화를 시작하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지 아니할 작위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주1) 하고, 그러한 작위의무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조리에서 비롯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대화를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행위라고 할 것이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화를 녹음한 것이 위법하다고 본 이상 이 사건 대화를 공개한 행위 역시 처벌되어야 하고, 가사 원심이 판단한 것처럼 이 사건 대화를 녹음한 것이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는 ‘ 제1호 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심이 이 사건 대화를 청취한 것을 유죄로 인정한 이상 청취한 내용을 공개한 행위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에 해당한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선고유예(징역 4월 및 자격정지 1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1) 통신비밀보호법이 처벌하고 있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청취’는 고의적·의도적 행위에 의한 타인간 대화 비밀 침해를 의미하는 것일 뿐, 도청을 위한 고의적·의도적 행위 없이 우연한 계기로 들려오는 타인간 대화를 듣게 되는 경우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니고, 또한 피고인의 이 사건 대화의 청취는 부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이를 중지할 작위의무까지 피고인에게 요구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대화를 청취한 피고인의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은 제14조 제1항 에서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에 비하여 행위 태양을 한정하고 있고, 제14조 제1항 을 기반으로 하여 같은 조 제2항 에서 타인간의 비공개 대화의 녹음·청취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의 입법취지는 특히 국가기관에 의한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을 주로 금지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를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제1항 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고, 또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제1항 을 위반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대화 청취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
2) 가사 피고인의 이 사건 대화 청취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소외 1 재단법인 문제라는 중대한 공적 관심사안을 취재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갖춘 정당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3) 대법원은 기대가능성의 판단기준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행위자 대신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가 행위자의 신분적 요소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경우라면 피고인이 지닌 신분적 요소를 갖춘 집단의 평균인을 기대가능성 판단의 표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의 기대가능성은 일반인이 아닌 ‘일반 기자’를 표준으로 피고인이 처했던 상황에서 통화를 종료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이 조각된다.
2. 직권판단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공소사실 제2항 제13행의 “피고인은 위와 같이 녹음한 내용을 바탕으로‘를 “피고인은 위와 같이 청취하거나 녹음한 내용을 바탕으로‘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더라도 검사와 피고인의 각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3. 검사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신문 기자이다. 누구든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거나, 위와 같은 방법으로 지득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
피고인은 2012. 10. 8. 16:54경 서울 마포구 (주소 1 생략) 소재 ○○○신문사 빌딩에서 피고인의 휴대폰(010-****-0233)을 이용하여 공소외 1 재단법인 이사장 공소외 2의 휴대폰(010-****-1551)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작하였다.
공소외 2는 서울 중구 (주소 2 생략) 소재 공소외 1 재단법인 이사장실에서 피고인과 통화 하던 중 △△방송 기획홍보본부장 공소외 3, 전략기획부장 공소외 4가 찾아오자 피고인과의 통화를 마치고, 그곳 탁자 위에 휴대폰을 놓아둔 채 공소외 3, 공소외 4와 대화를 시작하였다.
피고인은 휴대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공소외 2가 통화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아 공소외 2 휴대폰과 피고인 휴대폰의 연결 상태가 유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고인의 휴대폰에 있는 통화녹음 기능을 이용하여 같은 날 17:55경까지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사이의 대화내용을 몰래 청취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청취하거나 녹음한 내용을 주2) 바탕으로 같은 해 10. 13. ○○○신문에 “공소외 2의 비밀회동”이라는 제목으로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가 같은 해 10. 8. 공소외 1 재단법인 이사장실에서 만나 대화한 내용을 실명으로 보도하고, 같은 해 10. 15. 같은 신문에 “공소외 2 - △△△ 비밀회동 파장, 10월 8일 공소외 1 재단법인 비밀회동대화록”이라는 제목으로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사이의 대화내용을 상세한 녹취록 형태로 보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지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청취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의 정당행위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대화 청취를 시작할 당시 대화 당사자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을 넘어 그들이 나눌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까지는 알지 못한 채 단지 보도할 만한 자료가 있는지 탐색하는 차원에서 타인의 대화를 불법적으로 청취하려 하였던 것으로 인정되므로(이 사건 대화 처음 부분은 대화자 사이에 가벼운 인사와 소개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청취 중간에 공적 관심사에 관련된, 보도할 만한 가치 있는 내용이 있었더라도 피고인의 행위가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정당행위에 관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② 피고인이 공소외 2와의 전화통화를 마친 직후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사이의 대화가 시작되어 이를 계속 듣게 되었다는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대화 청취의 동기, 방법,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 환경,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 당사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기대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적법행위로 나아가는 것이 실제로 전혀 불가능하였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녹음 및 공개로 의한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녹음으로 의한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정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들 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인바(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9053 판결 ), 피고인은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사이에 이루어진 이 사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이므로 이 사건 대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라 할 것이다.
⑵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가 시작될 무렵 적극적으로 이를 녹음하기 위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공소외 2의 대화 당시부터 작동하고 있었던 피고인 스마트폰의 통화 및 녹음 기능을 이 사건 대화 중 소극적으로 중단하지 아니하였을 뿐이어서{피고인 제출 증 제1-1, 2호(CD 및 녹취록)}, 피고인의 이 사건 녹음행위는 부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된다{행위자가 자신의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그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봄이 원칙이라 하겠으나(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공소외 2와 처음 대화를 시작할 무렵 녹음을 시작한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하기 어렵고, 녹음 기능이 유지되는 중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간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바로 이 사건 법익 침해의 위험이 시작된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 시점에서 녹음기능을 정지하지 아니한 행위를 작위에 의한 범행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⑶ 그런데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이를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할 만하여야 하고, 이때의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 그밖에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 인정되는바, 이 사건에서 선행행위, 신의성실의 원칙,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피고인에게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지 문제 된다.
⑷ 작위의무의 근거가 되는 선행행위는 위법성 있는 행위일 것을 필요로 하는바,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1237 판결 참조), 피고인이 공소외 2와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가 이 사건 작위의무의 근거가 되는 선행행위라고 하기 어렵다.
⑸ 또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의 작위의무는 혈연적인 결합관계나 계약관계 등으로 인한 특별한 신뢰관계가 존재하여 상대방의 법익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요인을 지배·관리하고 있거나 타인의 행위를 관리·감독할 지위에 있어 개별적·구체적 사정 하에서 그 위험요인이나 타인의 행위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과 같이 상대방의 법익을 보호하거나 그의 법익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특별한 지위에 있음이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만 인정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아니한 제3자에 대하여 함부로 작위의무를 확대하여 부과할 것은 아닌바(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8709 판결 참조), 위에서 말하는 위험요인에 대한 책임은 위험요인으로부터 직접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안전의무로서 위험원의 장소적 폐쇄와 같은 예방적 안전의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의 녹음 기능이 그 자체로 예방적 안전의무를 요청하는 위험요인이라고 하기 어렵고, 그밖에 피고인에게 신의성실의 원칙, 사회상규, 조리상의 작위의무를 인정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⑹ 따라서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부작위에 의하여 이 사건 대화를 녹음한 것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범죄의 실행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후 이를 공개함으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위 공소사실은 녹음에 의하여 지득한 내용을 보도한 것을 공개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율하였는바,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이 사건 대화의 녹음이 적법하게 평가되는 이상 이러한 녹음에 의하여 알게 된 내용을 보도한 행위는 법률이 금지하는 불법 녹음물의 공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 당심의 판단
1) 이 사건 대화의 청취·녹음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 제3조 제1항 에 위반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대화가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 여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정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들 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인바(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9053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이 사건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이므로, 피고인이 청취·녹음한 이 사건 대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고, 이에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과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 의 관계에 대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라는 제목 아래 제3조 제1항 에서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① 우편물의 검열, ② 전기통신의 감청, ③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 ④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녹음 또는 청취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 에서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이를 ‘통신제한조치’라 한다)은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 보장을 위하여 보충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국민의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제한조치와 관련하여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일반적인 원칙을 제3조 제2항 에서 정하고 있고, 제4조 에서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율하고 있으며, 제5 , 6조 에서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 및 절차를, 제7조 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요건 및 절차를, 제8조 에서 긴급통신제한조치의 요건 및 절차를, 제9조 에서 통신제한조치의 집행방법을, 제11조 에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집행·통보 및 각종 서류 작성에 관여한 공무원 등의 비밀준수의무를, 제12조 에서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범위를 각 규정하고 있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녹음 또는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한 청취에 대하여는 제14조 제2항 에서 위 각 조항( 제4 내지 8조 , 제9조 제1 , 3항 , 제11 , 12조 )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 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금지하면서 제2항 에서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경우 제4조 내지 8조 , 제9조 제1 , 3항 과 같은 요건 하에서만 녹음장치를 설치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설치하여야 하고, 이에 관여한 공무원 등은 제11조 에 따라 비밀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제12조 에 따라 그 지득한 내용의 사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는바, 제14조 제2항 은 제1항 과의 관계에서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 및 청취에 있어서의 절차 및 효력의 제한과 공무원의 비밀준수의무 등을 규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 을 위반하는 행위가 제2항 이 정하는 예외적인 상황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이루어진 것이라면, 제14조 제1항 보다 더 포괄적인 제3조 제1항 에도 해당되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에 따라 처벌되는 것이지, 제14조 제1항 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제14조 제1항 위반행위는 일반적인 금지일 뿐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대화를 청취, 녹음한 피고인의 행위를 작위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부작위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⑴ 피고인은 이 사건 대화 이전에 공소외 2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공소외 2의 발언 내용을 청취하며 전화통화를 녹음하고 있었고, 그 청취 및 녹음하던 상황이 이 사건 대화에까지 계속 이어진 것이므로 이 사건 대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가사 이 사건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를 청취·녹음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청취 및 녹음행위에 불과하고, 피고인을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의 부진정부작위범으로 처벌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대화에 대한 청취 및 녹음행위를 중단할 작위의무가 있어야 할 것이나 피고인에게는 이를 중단할 작위의무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은 무죄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를 청취·녹음한 것은 분명하므로 그러한 행위를 과연 부작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⑵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모든 국민에 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금지규범이라 할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의 위 규정 및 형법의 대부분의 규정은 금지규범으로 이루어져 주3) 있고, 금지규범은 곧 ‘작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형법범은 작위범(금지되는 특정행위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라고 할 것인데, 이러한 금지규범을 위반하는 행위가 부작위에 의하여도 행하여질 수 있는바, 이를 부진정부작위범(아무것도 하지 않은 행위가 금지되는 특정행위를 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되는 경우)이라고 한다.
⑶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대화 바로 직전 약 8분 47초 가량 공소외 2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공소외 2의 발언 내용을 청취하고 자신과 공소외 2의 대화내용을 녹음하였으며, 피고인과 공소외 2의 전화통화가 끝날 무렵의 대화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2의 대화는 종료된 것이 분명한 점, ② 그런데 평소 취재대상과 전화를 할 때 상대방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먼저 전화를 끊지 않고 상대방이 전화끊기를 기다렸던 피고인이 공소외 2와의 대화가 끝날 무렵 평소 친분이 있는 공소외 3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고, 마침 공소외 2가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자 피고인 역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이 사건 대화를 계속 청취하고 녹음하게 되었던 점(소송기록 제613, 제622쪽), ③ 이후 공소외 3이 공소외 2에게 △△△에 근무하는 전략기획부장 공소외 4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할 대화내용이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으로 3~4명만 공유한다는 발언을 하였고, 이후 공소외 2와 공소외 3 및 공소외 4의 대화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주4) 때까지 약 1시간 가량 녹음된 점, ④ 이 사건 대화에 피고인이 처음부터 참여한다거나 중간에 피고인도 함께 대화에 참여할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
⑷ 앞서 본 사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 사건 대화는 공소외 2와 공소외 3, 공소외 4 간의 대화로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은 이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의 대화’에 해당하고,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누구든지 이 사건 대화를 청취, 녹음하여서는 아니되며, 마찬가지로 피고인도 이 사건 대화를 청취, 녹음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전화기를 통해 공소외 2의 발언을 청취하고, 공소외 2와의 대화를 녹음하였으며, 공소외 2와의 대화를 종료한 이상, 공소외 2와 피고인의 대화가 종료된 이후 계속적으로 이어진 피고인의 청취 및 녹음행위는 청취와 녹음과 관련된 ‘물리적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청취와 녹음의 대상이 되는 ‘대화’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의 대화’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인식한 순간, 피고인에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에 따라 ‘이 사건 대화를 청취 및 녹음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고, 이를 위반하여 청취 및 녹음행위를 계속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금지규범을 위반한 작위행위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 사건 행위가 단순한 부진정부작위범에 해당하여 이 사건 대화에 대한 청취 및 녹음행위를 중단할 작위의무가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대화의 청취·녹음 및 공개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대화의 청취·녹음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⑴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
⑵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의 시작부터 우연히 듣게 되었고 그 대화 시작부터 대화 당사자가 공소외 1 재단법인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의 기획홍보본부장 및 전략기획부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대화가 전개됨에 따라 피고인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공소외 1 재단법인과 관련된 사안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를 처음 청취·녹음할 당시 어떠한 내용을 녹음하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대화의 내용을 탐색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건 대화의 청취·녹음이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취·녹음의 목적이 이 사건 대화의 내용을 알아보고자 하는데 있었던 것일 뿐 아니라, 대화당사자가 공소외 1 재단법인 이사장, △△△ 기획홍보본부장 공소외 3, △△△ 전략기획부장 공소외 4라는 소위 공적 인물로서 통상인에 비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불법 녹음되고 공개될 것이라는 염려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그들의 권리까지 쉽게 제한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취 및 녹음 결과 이 사건 대화 내용이 공소외 1 재단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언론사(△△△와 □□일보)의 지분매각 문제라는 공적인 사안이라는 점만으로 이러한 청취·녹음행위의 목적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대화의 공개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⑴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것이 공적인 관심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보도하여 공개하는 행위가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6도8839 판례 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대화의 공개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 보도록 한다.
⑵ 헌법은 제18조 에서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통신의 비밀 보호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통신의 비밀과 자유는 개인이 국가권력의 간섭이나 공개의 염려 없이 사적 영역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을 통신의 영역에서 두텁게 보호한다는 전통적인 기능을 넘어, 개인 간의 의사와 정보의 무제한적인 교환을 촉진시킴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나아가 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헌법이 제17조 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과 별도로 제18조 에서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여 개인 간의 의사소통이 양적·질적으로 더욱 확대되고 편리해진 반면에, 이에 수반한 감청장비 및 기술의 개발로 인하여 국가기관은 물론 사인까지도 손쉽게 다른 사람의 통신이나 대화를 불법 감청 내지 녹음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통신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감청 내지 녹음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그 폐해가 사인의 그것에 비하여 중대하고 이를 적발하여 처벌하기가 어려운데, 과거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경험하였던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기관에 의해 통신의 비밀이 침해되고 마침내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까지도 들여다보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법 감청이나 녹음에 의한 통신비밀의 침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와는 별도로 그러한 행위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비밀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까지도 금지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불법 감청 내지 녹음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그 결과물의 공개 내지 누설을 봉쇄함으로써 그와 같은 행위를 하려는 유인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이와 같은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먼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행위 등 통신비밀에 속하는 내용을 수집하는 행위(이하 이러한 행위들을 ‘불법 감청·녹음 등’이라고 한다)를 금지하고 이에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한편( 제3조 제1항 , 제16조 제1항 제1호 ),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6조 제1항 제2호 ). 이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이 통신비밀의 공개·누설행위를 불법 감청·녹음 등의 행위와 똑같이 처벌대상으로 하고 그 법정형도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통신비밀의 침해로 수집된 정보의 내용에 관계없이 그 정보 자체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당초 존재하지 아니하였어야 할 불법의 결과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취지이고, 이는 불법의 결과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함과 아울러 그러한 행위의 유인마저 없애겠다는 정책적 고려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민주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므로, 공적 관심사항에 관한 언론의 자유 또한 헌법상의 중요한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1725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러한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인 기본권이 아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 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법률로써 이를 제한할 수 있고, 헌법 제21조 제4항 에서 확인하고 있듯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이에 대한 언론기관의 보도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언론의 자유가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앞서 본 통신비밀보호법의 공개·누설금지 조항의 적용을 함부로 배제함으로써 통신의 비밀이 가볍게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는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언론기관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그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보도하여 공개하는 행위가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첫째 그 보도의 목적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할 수 밖에 없는 경우이거나,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신체·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고, 둘째, 언론기관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취득함에 있어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하여서는 아니되며, 셋째, 그 보도가 불법 감청·녹음 등의 사실을 고발하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사항을 알리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부분에 한정되는 등 통신비밀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넷째, 그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초과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6도883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⑶ 이 사건으로 돌아와서 이 사건 대화의 내용이 앞서 설시한 법리의 여러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대화내용의 요지는 ① 공소외 1 재단법인이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의 주식을 매각할 경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4,000억 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여 일반인들이 △△△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하고[코스닥 시장에 상장하여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공소외 1 재단법인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가능하지만 이에 더하여 위와 같이 4,000억 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공소외 1 재단법인을 포함한 일반인의 지분이 42%로 올라가고 △△△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는 ▽▽▽▽▽(이하 ‘▽▽▽’이라고 한다)의 지분율은 58%로 떨어지므로 이는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문제이어서 공소외 4는 위와 같이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 ▽▽▽에게 이러한 입장을 밝혀야 하고,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소송기록 제111, 112, 116쪽)], 그 매각대금을 약 6,000억 원으로 계산할 경우 그 이자소득이 현행 주식 보유에 따른 이익배당금(수천 만원에 불과하다)보다 훨씬 큰 200억 원으로 예상되니 그 이자수익으로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는 주5) 것이었고, ② □□일보 매각을 하게 된 경위(현재 □□일보가 부산의 입장을 대변하기 보다는 ◇◇당이나 ☆☆당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산·경남 지역 유지들이 자신들과 부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일보 매수의사를 밝혀와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이다), ③ 공소외 1 재단법인의 △△△ 및 □□일보 매각계획 발표일을 10월 19일로 하게 된 경위(□□일보 노조위원장 선거일이 10월 18일이니 그 다음날인 10월 19일 □□일보 매각 양해각서 체결도 △△△ 매각계획과 함께 발표하는 것이 좋다) 등인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특정 후보자와의 관계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공소외 1 재단법인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와 □□일보의 지분을 매각하여 반값등록금 등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될 여지도 있을 수 있고, 공소외 1 재단법인이 주도적으로 △△△의 지분 매각 계획을 마련하여 그 계획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가 그 지분 매각 절차와 매각 발표안을 마련해 와 이를 공소외 1 재단법인에 보고하는 것이어서 왜 △△△가 그 지분매각절차 및 계획발표에 관여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며, □□일보의 매수제안을 했던 사람들의 의도 역시 언론을 사유화하는 것으로 보여, 이러한 내용들이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인 관심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공소외 1 재단법인의 △△△와 □□일보에 대한 지분매각발표의 내용에 그 매각대금을 반값등록금, 부산·경남지역 노인정이나 난치병치료를 위한 기부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 특정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 내용에는 △△△에 대한 지분 처분방식에 대한 계획 및 □□일보에 대한 지분 처분과 관련하여 주6) 양해각서 를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것으로서, ① 이러한 발표의 내용이 이미 체결된 계약을 바탕으로 하여 이를 실행한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그렇게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는 것에 불과하고 그 실질적인 지분 매각까지는 거쳐야 할 다수의 절차가 놓여 있어 매각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실제로 공소외 1 재단법인이 2012. 10. 19. 이 사건 대화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와 □□일보에 대한 지분매각발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지분매각방식 및 매각대금의 활용처에 대하여 국민의 여론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언론보도 역시 예상되는 점, ③ 위와 같은 공소외 1 재단법인의 언론사 지분매각발표가 2012. 10. 19. 이루어져 이로 인하여 민심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2012년 대통령 선거일은 그로부터 약 2개월 후인 2012. 12. 19.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발표 이후의 여론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어 공소외 1 재단법인의 언론사 지분매각발표가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효과 역시 감소될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1 재단법인이 당초 계획한 바와 같이 언론사에 대한 지분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불법 녹음된 대화내용을 실명과 함께 그대로 공개하여야 할 만큼 위 대화내용이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로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피고인은 이 사건 대화를 청취할 당시 우연히 듣게 되었지만 공소외 2의 대화상대방이 △△△ 기획홍보본부장 공소외 3이고, 같은 회사 전략기획부장 공소외 4라는 사정을 알았고, 이 사건 대화를 들으면서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에게 자신이 이 사건 대화를 듣는다는 사정을 고지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로부터 허가도 받지 않은 이상, 이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의 대화를 청취, 녹음하여 불법적인 자료를 취득하는데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셋째, 피고인이나 ○○○신문은 이 사건 대화의 주요내용을 비실명요약보도하는 것만으로도 공소외 1 재단법인과 △△△의 관계를 일반인에게 알릴 수 있었는데도 대화당사자 등의 실명과 대화의 상세한 내용까지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그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일탈하였다.
넷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대화의 내용이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하고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대화 당사자들에 대하여 그 실명과 구체적인 대화 내용의 공개로 인한 불이익의 감수를 요구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또한 이 사건 대화 당사자들이 소위 공적 인물로서 통상인에 비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진 개인간의 대화가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불법 감청 내지 녹음되고 공개될 것이라는 염려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권리까지 쉽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사정에 앞서 본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를 청취·녹음하게 된 경위, 이 사건 보도의 목적과 내용, 방법 등 이 사건 보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도에 의하여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대화를 공개한 행위 역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소결론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를 청취·녹음하고 이를 공개한 행위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만약 이러한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허용된다고 한다면 장차 언론기관이 우연히 사인간의 대화를 청취하게 된 것을 기화로 계속 그 내용을 청취·녹음한 후 소기의 목적에 부합하는 자료를 취사선택하여 그 내용을 공개하는 상황에 이르더라도 사실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는 부당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3) 이 사건 대화를 청취·녹음 및 공개한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는지 여부
가) 피고인에게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5도10101 판결 ).
나) 이 사건 대화를 청취·녹음할 당시 그 대화상대방이 피고인이 평소 관심을 가져온 공소외 1 재단법인의 핵심 인물이었던 점, 이 사건 대화의 공개 당시 그 내용이 보도로서의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피고인에게 적법행위로 나아갈 동기의 형성을 강하게 저지하였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대화 도중 대화상대방인 공소외 2에게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는 사정을 고지하거나, 자신이 이 사건 대화를 듣고 있는데 들어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등으로 적법행위로 나아가는 것이 실제로 전혀 불가능하였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법규범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양심의 실현이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반하는 매우 드문 경우에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원칙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판결 ).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고,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며,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는바,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이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은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별도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선고를 하지 않는다),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앞서 본 제3의 가항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증거의 요지는, “1. 2012. 10. 12.자 ○○○신문기사, 2012. 10. 15.자 ○○○신문기사”를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 제3조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청취 및 녹음의 점),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청취 및 녹음하여 지득한 대화의 내용 공개의 점)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1. 선고유예할 형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
1.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에게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 2회의 처벌을 받은 외에 별다른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 참작)
주2) 변경 전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위와 같이 녹음한 내용을 바탕으로’라고 되어 있었다.
주3) 형법 및 형사특별법 중 특정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명령규범이라고 하고, 이러한 명령규범을 위반한 경우 진정부작위범이라고 하고, 그 예로 형법 제319조 제2항 퇴거불응죄, 형법 제116조의 다중불해산죄를 들 수 있다.
주4) 녹음된 내용에 의하면 이 사건 대화 후반부에서는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이 이 사건 대화를 종료하는 대화내용이 나오지 않고 단지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안들리면서 종료되는 점에 비추어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이 대화하던 장소를 벗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주5) 반값등록금은 당시 여야에서 모두 그 실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는 어렵지만 공소외 1 재단법인과 당시 대선후보자였던 공소외 5 후보자와의 관계에서 공소외 1 재단법인이 위 후보자를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줄 것을 공소외 2은 염려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한 것으로 보이고(소송기록 제122, 126쪽), 녹취록에 따르면 ‘공소외 1 재단법인의 △△△ 지분 매각 후 매각대금의 이자 활용방안에 대하여 공소외 2은 지금 대학이 400개 정도이지만 한 300개 정도 대학이 존속한다면, 대학생수가 몇만명이고 경상남도 지역만 해도 몇 명인데, 공소외 3 말대로 이자가 한 300억 정도 되면 그걸 가지고 충분히 반값등록금을 전원 지원해줄 수 있다(소송기록 제124쪽)’고 말하였는바, 이후 □□일보 매각대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부산 경남지역 장학생들에게 반갑 등록금을 줄까 한다(소송기록 제125쪽)라고 말한 것에 비추어 △△△ 매각대금을 경남지역 학생들에게만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는지는 좀 의심스럽다.
주6) 양해각서는 계약을 시행하기 전 원활한 업무진행을 위해 당사자 간의 계약에 대한 약속을 주고받는 것으로 정식계약을 할 때 상황에 따라 본문내용이 달라질 수 있어서 상호 구속적으로 작성하지 않으며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양해각서를 체결한 진행자는 신의를 가지고 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해각서 자체에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뚜렷한 이유나 근거없이 양해각서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파기할 경우 도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