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선하증권에 일반적 준거법 조항이 있는데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그것이 해당 국가 법률의 적용요건을 구비한 경우,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하여는 위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우선 적용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갑 주식회사가 을 외국법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국내로 수입한 화물이 운송 중 상품성이 없을 정도로 사양이 이탈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위 화물에 관하여 갑 회사와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병 보험회사 등이 갑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갑 회사가 소지하고 있던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화물을 운송한 정 외국법인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한 사안에서, 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 , 제3항 에 따라 선하증권의 준거법이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제계약에서 준거법 지정이 허용되는 것은 당사자자치(party autonomy)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선하증권에 일반적인 준거법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이나 그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는 이른바 ‘지상약관(Clause Paramount)’이 준거법의 부분지정(분할)인지 해당 국제협약이나 외국 법률규정의 계약 내용으로의 편입인지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다. 일반적 준거법 조항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그것이 해당 국가 법률의 적용요건을 구비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의 책임제한에는 그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2] 갑 주식회사가 을 외국법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국내로 수입한 화물이 운송 중 상품성이 없을 정도로 사양이 이탈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위 화물에 관하여 갑 회사와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병 보험회사 등이 갑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갑 회사가 소지하고 있던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화물을 운송한 정 외국법인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한 사안에서, 선하증권 소지인인 병 회사 등과 운송인인 정 법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원칙적으로 선하증권의 준거법에 의하여야 하고, 그 법률관계가 정 법인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된 경우에 적용할 준거법 역시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 , 제3항 에 따라 선하증권의 준거법이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국제사법 제25조 [2]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 , 제3항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변경 전: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서영화 외 5인)
원고보조참가인
콜마 그룹 에이쥐(Kolmar Group AG)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에이트젠 케미칼 싱가폴 피티이(Eitzen Chemical Singapore Pte.)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최종현 외 4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원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상고인 각자가 각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내지 제4점에 대하여
1) 국제계약에서 준거법 지정이 허용되는 것은 당사자자치(party autonomy)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선하증권에 일반적인 준거법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이나 그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는 이른바 ‘지상약관(Clause Paramount)’이 준거법의 부분지정(분할)인지 해당 국제협약이나 외국 법률규정의 계약 내용으로의 편입인지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다. 일반적 준거법 조항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그것이 해당 국가 법률의 적용요건을 구비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의 책임제한에는 그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선하증권 전문(전문)에 따라 이 사건 해상운송계약상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규정한 조항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되었으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일반적·전체적 준거법은 영국법이다.
나)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후문)은 명시적으로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범위를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 준거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하여 특정 국가의 법으로 정하도록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의사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의 해석상 이 사건 화물의 선적항이 미국 프리포트항이고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은 ‘선적항이나 양륙항이 미국 내에 있는 모든 국제해상화물운송계약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에 기한 피고의 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이다.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할 경우에 앞서 본 적용요건 이외에는 법정지 국가의 법에서 선적항 소재지 법률을 준거법으로 적용하여야 하는 등의 다른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상 책임제한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요건도 충족되지 아니하였다.
라) 이 사건 선하증권에 기한 운송인의 계약상 책임에 관하여 영국 해상화물운송법의 법리를 적용하면, 이 사건 화물은 송하인으로부터 운송인에게 화물이 하자 없이 인도된 후 운송인의 해상운송 과정에서 사양이 이탈되어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마)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인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에 따라 피고의 책임은 톤당 500달러로 제한된다.
3)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준거법, 선하증권 약관 해석, 처분문서의 문리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당사자 합의에 관한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5점에 대하여
원심은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선하증권에 기재된 책임제한 조항을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하기로 하는 별도의 명시적·묵시적 합의를 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당연히 불법행위책임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보았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선하증권 발행인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1) 상고이유 제1점 중 운송인의 계약상 책임발생 여부에 관하여 채증법칙 위반이 있다는 주장은 실질적으로는 원심의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아니한다.
2) 상고이유 제1점 중 지연손해금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선하증권에 기한 운송인의 계약상 책임에 관한 준거법인 영국법을 적용하면서 영국법상 지연이율은 판결 선고일까지는 법원의 재량으로 정하고, 판결 선고일 이후에도 영국 통화가 아닌 통화로 이행을 명하는 경우에는 법원의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 이율을 재량으로 정하였다.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영국법상 지연손해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 , 제3항 은 불법행위는 그 행위가 행하여진 곳의 법에 의하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존재하는 법률관계가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 선하증권 소지자인 원고들과 운송인인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준거법에 의하여야 하고, 그 법률관계가 피고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된 경우에 적용할 준거법 역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준거법이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일반적·전체적 준거법은 영국법이고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이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서도 이와 같다.
따라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따른 청구인용금액은 계약상 책임과 같게 된다.
2) 원심은 피고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준거법이 불법행위지인 대한민국법이라고 보았으나,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도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에 따른 책임제한이 인정되고, 지연손해금 부분에 대한민국법을 적용하더라도 계약상 책임이 인정되는 지연손해금과 같다는 이유로 별도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준거법에 관한 이유 설시에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청구인용금액이 선택적 청구인 계약상 책임과 같다고 판단한 점에서 결과적으로 정당하므로 원심의 앞서 본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원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상고인 각자가 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