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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5. 11. 8. 선고 2003재나62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미간행]
원고(재심피고), 피항소인

구몽업(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병재)

피고(재심원고), 항소인

박광서(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철)

변론종결

2005. 4. 26.

주문

1. 재심대상 판결을 취소한다.

2. 가. 제1심 판결 중 다음에서 이행을 명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피고(재심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재심피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재심원고)는 원고(재심피고)에게 별지 제1 및 제2 부동산 목록 기재 각 토지 중 각 2/18지분에 관하여 1996. 8. 21.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나. 피고(재심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재심 전후의 소송총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중 4는 원고(재심피고)의, 나머지는 피고(재심원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재심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1. 재심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재심대상 판결을 취소한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재심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취지

피고(재심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원고에게 별지 제1 및 제2 부동산 목록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각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자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이유

1. 재심대상 판결의 확정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 96가합9581호 로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1997. 7. 4. 위 법원으로부터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피고가 당원 97나38123호 로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재심대상 항소심에서는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그 판결(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이라 한다)이 1999. 1. 26. 대법원의 상고기각(98다20219) 으로 확정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2. 재심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피고의 주장

유언공정증서(갑 4, 14호증, 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 한다) 중 증인 송영의 명의 부분은 소외 1에 의하여 위조된 것임에도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증거자료로 채택되었는데, 위 소외 1의 위조행위는 그 공소시효가 완성됨에 따라 증거부족 이외의 사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 재심대상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호 , 제2항 에 의한 재심사유가 있다.

(2) 원고의 주장

(가) 위 공정증서의 송영의 명의부분은 위조된 것이 아니다.

(나) 가사 위조된 것이라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재심의 소는 부적법하다.

① 피고가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에 대한 상고 제기 당시 이 사건 재심사유를 알고도 이를 주장하지 아니하였거나, 상고이유로서 이미 주장하였다(보충성 요건에 관한 주장).

② 피고가 적어도 아래와 같은 각 시기에는 이 사건 재심사유를 알았다고 볼 것이고, 이 사건 재심의 소는 그로부터 30일이 지난 후인 2003. 8. 19. 제기된 것이다(재심제기기간 도과 주장). 즉 피고는 ㉮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의 확정일인 1998. 12. 23.경, ㉯ 원고가 이 사건 각 토지와는 별개의 토지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 96가단26763호 로 이 사건 공정증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였던 1996. 6. 30.경으로부터 문서위조의 공소시효 기간인 7년이 경과한 뒤인 2003. 6. 30.경, ㉰ 원고가 이 사건 각 토지와는 별개의 토지에 관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포괄유증을 원인으로 하여 피고 등을 상대로 피고 명의의 지분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 등을 구하였다가,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 당시 송영의가 실제로 참여하거나 서명·날인하지 않았다는 인정사실로 판결이 선고되었던 당원 2001나13459호 의 변론 당시 민병훈이 증인으로 증언한 2002. 4. 11.경, ㉱ 위 당원 2001나13459호 사건 판결 대법원 2002다35386호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2002. 9. 24.경, ㉲ 위 대법원 2002다35386 판결 이 피고에게 송달된 2002. 10. 1.경, 또는 송달증명과 확정증명을 받은 2002. 10. 11.경, ㉳ 피고가 소외 1이 위 공정증서를 위조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고소하여 경찰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던 중 경찰관으로부터 ‘이 사건 범죄행위일시는 1972. 7. 8.자로 그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예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던 2003. 5. 12.경에는 재심사유를 알았다.

③ 피고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소외 1이 위 공정증서 중 송영의 명의부분을 위조하였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2항 소정의 증거부족이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가벌행위 입증 부족 주장).

나.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20호증의 2, 3, 갑 22호증의 1, 2, 갑 23호증, 갑 25호증의 1, 2, 3, 을 13호증의 1, 2, 을 14 내지 17호증, 을 18호증의 8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갑 24호증, 갑 3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사실을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재심 전 당원은, 이 사건 각 토지는 망 소외 2(이하 ‘망인’이라 한다) 또는 원고가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전제한 후, 이 사건 공정증서(갑 4, 14호증)의 기재를 사실인정의 증거자료로 채택하여 망인이 이 사건 각 토지를 포함한 일체의 전재산을 원고에게 포괄유증하였음을 인정함으로써 원고의 피고에 대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 또는 보존등기의 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내용의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을 선고하였다.

(2) 그런데 이 사건 공정증서에는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1972. 7. 8. 공증인가 동양합동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민병훈, 이장섭, 김한영이 서울 종로구 (상세주소 생략)에 있는 망인의 자택으로 출장을 가, 증인 소외 1, 송영의(송영의는 실제 1939. 6. 23.생이나 1937. 6. 23.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가 참석한 가운데, 당시 망인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일체의 부동산 등 일체의 재산을 처인 원고의 소유로 한다는 등 망인이 구수하는 유언의 취지를 녹취하여 작성하고, 이를 위 유언자와 증인 소외 1, 송영의에게 읽어주고 또 열람시킨 후, 유언자는 중환으로 인하여 작성자가 기명날인하고, 증인 소외 1, 송영의와 작성자 변호사 민병훈, 이장섭, 김한영은 각자 서명·날인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위 공정증서 작성 당일 증인으로 참석하여 서명·날인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위 송영의는 실제로 참여하거나, 서명·날인하지 아니하였고, 또 변호사 민병훈 등은 당시 망인의 자택에서 그가 구수하는 유언의 취지를 메모한 다음, 위 법률사무소의 사무실로 돌아와 그 메모를 기초로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하였을뿐, 다시 그 기재내용을 유언자에게 가서 낭독하여 그 정확함을 승인받는 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유언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져온 유언자의 인장을 대신 날인한 것이었다.

(3) 한편,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2002. 5. 30. 원고가 피고 및 홍해근, 김경윤, 최선길, 조대휘를 상대로, 이 사건 각 토지와는 별개의 토지에 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한 피고 명의의 6/18 지분 소유권이전등기와 이에 터잡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또는 처분금지가처분등기의 말소에 대한 승낙을 구하는 당원 2001나13459호 사건에서,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이 문제되자,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위와 같은 사유로 증인 2명이 참석하지 아니하였고, 필기한 유언의 취지를 유언자에게 낭독하여 그 정확함을 승인받는 절차를 거친 후에 유언자의 기명날인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효력이 없다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위 판결은 2002. 9. 24. 대법원 2002다35386호로 상고기각으로 확정 되었으며, 위 대법원 판결은 2002. 10. 1.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4) 이에 피고는 2003. 3월경 소외 1을 이 사건 공정증서 중 송영의 명의의 서명과 날인을 위조한 자로 지목하여 형사고소하였고, 서울동부지방검찰청(2003형제17268호)으로부터 2003. 7. 28. 공소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2003. 5. 29.자 불기소결정을 고지받고 그로부터 30일 이내인 2003. 8. 19. 이 사건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다.

다. 판단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대법원 2002다35386호 판결 에 의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 중 송영의 명의 부분이 위조된 사실이 비로소 확정적으로 밝혀졌고, 피고로서는 위 판결이 피고에게 송달된 2002. 10. 1.경 이후 소외 1이 송영의 명의 부분을 위조하였다고 고소하였다가 위 위조행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불기소결정을 고지받음으로써 위 위조행위에 대하여 증거부족 외의 사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호 , 제2항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2)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보충성 요건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상의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유인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 주장하지 아니한 때’라 함은 확실한 사실상의 근거에 기하여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을 말하고 단순히 추정하고 있었다던가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또한 재심대상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가 위조되었다는 사실만 주장하는 외에 같은 조 제2항 의 사실(처벌받을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재판이 확정된 때 또는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라는 사실)도 아울러 주장하였거나, 알면서 주장하지 않았어야 한다( 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1261 판결 ; 1977. 6. 28. 선고 77다540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는 2002. 9. 24. 선고된 대법원 2002다35386호 판결 에 의하여 위 공정증서 중 적어도 송영의 명의 부분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 다른 증인인 소외 1을 그 위조자로 지목하여 위 공정증서의 송영의 명의 부분이 소외 1에 의하여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인바, 피고가 위 공정증서 중 송영의 명의 부분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상소에 의하여 주장하였거나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갑 18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에 관한 소송절차나 상고이유서에서 주장한 것은 막연히 원고 등에 의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가 위조되었거나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취지에 불과하다), 나아가 피고가 상소에 의하여 증거부족 이외의 유죄의 확정판결을 할 수 없다는 사정을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나) 재심제기기간 도과 주장에 대한 판단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 에 정한 재심사유를 안 날이라 함은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의 위조사실 뿐 아니라 처벌받을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사실 또는 증거부족 외의 사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할 수 없는 사실까지도 안 때를 이른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다33993 판결 참조), 국가가 아닌 당사자의 경우에는 공소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어 그 통지를 받은 때에 비로소 불기소처분 및 그 사유를 알게 된 것으로 볼 것이고, 공소시효가 완성된 날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추인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29051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고 주장의 위 ㉮ 내지 ㉲의 각 시기에 피고가 이미 이 사건 재심사유, 즉 이 사건 공정증서 중 송영의 명의 부분의 위조행위와 아울러 그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어 증거부족 외의 사유로 유죄의 판결을 받을 수 없게 된 사실을 알았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또한 원고의 ㉳ 주장과 같은 시기에 피고가 고소인 조사를 받던 중 경찰관으로부터 ‘이 사건 범죄행위일시는 1972. 7. 8.자로 그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예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고소를 하여 검사로부터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한 불기소처분을 받은 후 재심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권적 판단인 그 처분이 있음을 안 날, 즉 불기소처분에 관한 통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재심제기기간을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당사자가 사적으로 또는 자기 나름대로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국가기관에 의하여 공적으로 선언된 것이 아닌 이상 이로써 확정적으로 재심사유를 알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피고가 만연히 고소 제기를 지연하여 재심제기기간의 제한을 회피하였다고 볼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경찰관이 조사 중 공소시효 완성 사실을 언급하고 피고가 이를 수긍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개인적인 판단만으로는 확실치 않다고 생각하여 공적인 판단(불기소처분)을 받은 후 재심을 제기하려 한 피고가 이 사건 재심사유를 확정적으로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가벌행위 입증 부족 주장에 관한 판단

을 6호증, 을 14 내지 18호증(각 가지번호 생략)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송영의 명의 부분의 위조행위자를 소외 1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한편, 위 송영의 명의 부분의 위조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그 위조행위의 범인도 특정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4호 내지 제7호 의 재심사유를 인정하는 취지가 범죄행위에 의한 증거로 영향을 받은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고 다시 심리하기 위한 것인 점, 위 법 제451조 제2항 소정의 유죄의 확정판결 등을 요구하는 이유는 가벌행위를 이유로 재심을 제기하고 그 재심절차 내에서 가벌행위를 입증할 수 있게 할 경우 가벌행위 등의 존재만 내세우면서 재심을 제기하는 남소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인데, 증거부족 이외의 사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재심절차 외에서 어느 정도 가벌행위의 존재의 개연성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로 문서가 위조되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면,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남소의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오히려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문서가 위조되었다는 것이 확실하더라도 그 위조자를 입증하기가 극히 곤란한데 그 위조자를 특정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범죄행위에 의한 증거로 영향을 받은 확정판결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증거에 관한 가벌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확실하다면 그 가벌행위자가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볼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호 , 제2항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각 토지는 망인 또는 그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를 포함한 재산 일체를 포괄유증받은 원고가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의 이행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각 토지 중 망인의 사망 이전에 피고의 명의로 등기된 95필지 토지(이 사건 각 토지 중 아래의 이 사건 10필지 토지를 제외한 토지이다. 이하 ‘이 사건 95필지 토지’라 한다)는 망인이 집안의 대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상속에 갈음하여 장손인 피고에게 증여한 것이고, 가사 망인이 명의신탁한 것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포괄유증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또한 이 사건 각 토지 중 망인의 사망 이후 피고 명의로 등기된 별지 제1 부동산 목록 제1, 6, 7항 기재 각 토지와 별지 제2 부동산 목록 제6 내지 8항, 제38항, 제69 내지 71항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10필지 토지’라 한다)는 원고로부터 명의신탁 받지 않았다고 다툰다.

나.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의 1 내지 29, 갑 2호증의 1 내지 7, 9 내지 77, 갑 3호증의 1, 2, 갑 5호증의 2 내지 13, 갑 6호증의 1 내지 12, 갑 7호증의 1 내지 62, 갑 8호증의 1 내지 37, 갑 9호증의 1 내지 17, 갑 11호증, 갑 12호증의 1 내지 3, 갑 17호증의 1 내지 4, 을 35호증의 1 내지 44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박주호, 재심전 당심증인 소외 7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을 3호증의 2(을 5호증의 4와 같다)의 일부기재와 재심전 당심증인 박찬후의 일부증언, 제1심의 피고 본인신문의 일부결과는 이를 각 믿지 아니하며, 을 8호증의 1 내지 5, 을 9, 10호증의 각 1 내지 17, 을 11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고, 그밖에 달리 위 인정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각 토지는 원래 소외 3의 소유였는데, 그가 1943. 5. 20. 사망하자 장남인 망인이 상속을 받았고, 망인은 1972. 7. 29. 상속인으로 그의 처인 원고, 출가한 장녀 소외 4, 출가한 차녀 소외 5, 장남인 피고, 차남인 소외 6, 삼남인 소외 7을 두고 사망하였다(상속인들의 각 상속지분은 원고가 2/18, 피고가 6/18, 소외 6, 소외 7이 각 4/18, 소외 4, 소외 5가 각 1/18이다).

(2) 이 사건 각 토지는 인근에 있는 일단의 토지들과 함께 망인과 원고가 운영하던 강원농장의 일부를 이루는 토지로서, 이 사건 각 토지 중 95필지 토지에 관하여는 망인이 그 생전에 피고 명의로 위 소유권등기를 마쳐둔 것으로 그에 대한 각 등기필증은 망인이 이를 소지하고 있었고, 망인의 생전에 등기부상 소유 명의를 확보하여 두지 못한 이 사건 10필지 토지에 관하여는 원고가 망인의 사후에 피고 명의로 등기를 마쳤는데(그 등기필증도 모두 원고가 소지하고 있다), 그 중 별지 제1 부동산 목록 제1, 6항 기재, 제2 부동산 목록 제8, 38항 기재 각 토지는 망인의 사망 이전부터 토지대장상 피고 명의의 소유자등록이 되어 있음에 따라 망인의 사후에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것이고, 위 제1 부동산 목록 제7항 기재 토지는 망인의 소유였으나 박승곤명의로 되어있다가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것이며, 위 제2 부동산 목록 제6, 7항 기재 각 토지는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 있던 강원 철원군 철원읍 화지리 5-2 토지, 같은 리 26-6 토지가 농지개량에 의하여 환지됨에 따라 피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것이며, 위 제2 부동산 목록 제69 내지 71항 기재 각 토지는 원래 망인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다가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것이다.

(3) 한편,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피고 명의의 등기가 경료된 후에도 망인과 원고 부부가 강원농장을 종전과 마찬가지로 운영하면서 그 토지 등에 부과되는 농지세와 종합토지세 등 각종세금이나 조합비, 일부 토지에 대하여 시행된 바 있는 토지구획정리사업 과정에서 부과된 환지청산금 등의 공과금을 직접 납부하여 왔으며, 강원농지 내의 전체 농지 약 70여 만평 중 대부분은 소작의 방법으로 농사를 짓게 하여 소작인으로부터 매년 지료를 거두어 드리고, 약 7만여 평의 농지만 직접 인부를 고용하여 농사를 지어왔으며, 원고는 망인의 사망 이후에도 위 강원농장을 종전과 다름없이 운영하였다.

(4) 또한 피고가 1982. 9.경 별지 제2 부동산 목록 기재 각 토지를 호 모(모)씨에게 헐값에 매도하였음을 알고 즉시 의정부지방법원으로부터 그 토지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같은 달 16.경 그 기입등기를 마친 후 위 호 모씨에게 금 4,000만 원을 변상하여 주고 피고와 사이의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보전하기도 하였다.

(5)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명의신탁을 해지하는 의사표시를 포함하고 있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이 1996. 8. 21.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다. 판단

(1) 망인의 사망 이전에 피고 명의로 등기된 이 사건 95필지에 관한 부분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 내지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에도 망인과 함께 이 사건 각 토지를 포함한 망인의 소유였던 강원농장 등 모든 부동산에 대한 등기필증을 소지하면서 농지세와 종합토지세 등 각종 세금과 일부 토지에 대한 구획정리사업과정에서 부과된 청산금 등의 공과금을 직접 납부하였던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95필지 토지는 망인이 피고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95필지 토지를 포함한 일체의 망인 소유의 재산을 포괄유증받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공정증서의 증인인 송영의는 위 유언 중에 실제로 참여하거나, 서명·날인하지 아니하였고, 또 변호사 민병훈 등은 그 망인이 구수하는 유언을 기재한 내용을 유언자에게 가서 낭독하여 그 정확함을 승인받는 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유언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져온 유언자의 인장을 대신 날인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로써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민법 제1068조 소정의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고, 다만, 위와 같이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토지는 위 망인의 상속인들이 각 상속지분의 비율로 공동소유하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상속지분의 범위 내에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존속한다고 할 것이다.

(2) 망인의 사망 이후에 피고 명의로 등기된 이 사건 10필지 토지에 관한 부분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이 없으므로 위 10필지 토지 역시 망인의 상속인들의 공동상속재산에 속한다고 볼 것이고, 공동상속인 전부 사이에 위 10필지 토지를 피고의 소유로 하기로 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 합의가 있었다거나 나머지 공동상속인들의 동의를 얻어 피고에게 명의신탁하기로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가 위 10필지 토지 전부에 관하여 피고에게 명의신탁 할 권리는 없으며, 다만 원고가 원고의 상속지분의 범위 내에서만 이를 피고에게 명의신탁하였다고 볼 것이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명의신탁관계는 원고의 해지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1996. 8. 21.경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 중 원고의 상속지분인 2/18지분에 관하여 1996. 8. 21.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할 의무가 있다.

라. 부가적 판단

원고는, 가사 이 사건 공정증서가 무효임에 따라 이 사건 각 토지를 포괄유증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이미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에 기하여 1996. 8. 21.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여 1999. 9. 21.자로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원고가 망인이 사망한 1972. 7. 29.부터 소유의 의사로 이 사건 각 토지를 20년간 점유하여 온 이상, 위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결국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고 주장하나, 이는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당부를 심판하는 이 사건 재심의 소에서, 재심대상 판결을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유효함을 주장하는 것인바, 본 사건과 같이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당부에 대한 항변으로서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고, 가사 원고의 위 주장이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로 선해할 수도 있다 하더라도(원고는 이러한 청구취지 및 원인 추가변경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재심의 소는 이른바 소송법상 형성의 소로서 확정판결을 취소하여 그 기판력을 배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 할 것이어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와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는 별개의 소송물인 이상, 별소로 제기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사건 재심의 소에서 그러한 청구를 병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호 , 제2항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재심대상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 중 각 원고의 상속지분인 2/18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는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기로 한다.

[별지 부동산목록 생략]

판사 최은수(재판장) 김현미 황현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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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의정부지방법원 1997.7.4.선고 96가합9581
-서울고등법원 1998.2.24.선고 97나3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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