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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10.14. 선고 2021다243430 판결
근저당권말소등기회복등기
사건

2021다243430 근저당권말소등기회복등기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주로 담당변호사 박종일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석조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21. 6. 4. 선고 2020나14254 판결

판결선고

2021. 10. 1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2015. 11. 12. 주식회사 코엠건설(2017. 1. 13. 세아건설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코엠건설'이라고 한다) 소유의 청주시 (주소 생략) 외 2필지 소재 상가 건물(이하 '이 사건 상가 건물'이라고 한다) 중 지하층 101호, 101호, 102호, 103호, 201호, 202호, 301호, 302호(이 사건 상가 건물 101호, 102호 두 상가만을 합하여 이하 '이 사건 상가'라고 한다)에 관하여 채무자 소외 1(코엠건설의 사내이사), 근저당권자 소외 2, 소외 3, 채권최고액 3억 원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위 등기를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라고 하고, 그 근저당권을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고 한다)가 경료되었다.

나. 2016. 7. 12. 이 사건 근저당권 중 소외 2 지분에 관하여 2016. 7. 12. 계약양도를 원인으로 하여 원고 앞으로 전부이전의 부기등기(이하 '이 사건 부기등기'라고 한다)가 마쳐졌다.

다. 같은 날인 2016. 7. 12.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경료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2016. 7. 12. 일부 포기를 원인으로 하여 말소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 사건 상가에 관한 이 사건 부기등기도 함께 말소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소외 3이 원고로부터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상가에 관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부기등기의 말소에 필요한 위임장을 위조하여 행사하였다고 밝혀져 2019. 2. 15.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확정한 다음 소외 3이 2016. 7. 12. 원고로부터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위임장 등 필요한 서류를 위조하여 이 사건 상가에 관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부기등기를 말소하였으므로 위 말소등기된 원고 명의의 위 각 등기는 회복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상가에 관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부기등기의 각 말소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 유효한 등기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공부상 공시된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 함은 그 등기절차에 문서의 위조 등 어떤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진실한 권리관계와 합치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상가에 관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부기등기의 각 말소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 유효한 등기라고 판단한 것은 사후적으로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법률행위 등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말소등기 당시 그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였다는 것이므로 그 판단이 정당하려면 원고가 애초부터 소외 2로부터 계약양도를 이유로 이전받는 공동담보 대상에 이 사건 상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말소등기가 원고의 동의를 전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앞서 본 소외 3에 대하여 확정된 형사재판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과 어긋난다.

나.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다카21886 판결, 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다3921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소외 3에 대하여 확정된 약식명령의 사실인정을 배척하는 이유로 적시한 것을 보면, 첫째, 소외 1의 소외 2에 대한 채무변제를 위하여 원고가 소외 1에게 대여한 금액에 비추어 그 담보로서 이전받는 부동산의 규모가 과다하다는 점, 둘째, 원고가 소외 3으로부터 소외 1에 대한 금원 대여를 요청받을 당시 소외 3에게 소외 1에 대한 금전 대여 및 그에 따른 근저당권설정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였다는 점, 셋째, 원고가 소외 3에게 교부한 이 사건 근저당권 이전등기를 위한 위임장에는 이 사건 상가가 포함되었으나 이후 사정변경으로 이를 제외하게 되었다는 점 등이다.

1) 원고가 소외 1에게 대여한 금액에 비추어 그 담보로서 이전받는 부동산의 규모가 과다하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대주와 차주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그 담보를 제공받기로 하는 경우 담보의 내용이나 규모는 당사자 사이의 협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대여금 액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그 담보의 규모가 과다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설사 대여금 액수에 비하여 담보의 규모가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그 담보 중 일부를 함부로 담보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2) 원고가 소외 3으로부터 소외 1에 대한 금원 대여를 요청받을 당시 소외 3에게 소외 1에 대한 금전 대여 및 그에 따른 근저당권설정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통상 대부중개업자가 전주를 위하여 금전소비대차계약과 그 담보를 위한 담보권설정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단 금전소비대차계약과 그 담보를 위한 담보권설정계약이 체결된 후에 이를 해제할 권한까지 당연히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39365 판결,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3372 판결 등 참조).

원고는 2016. 7. 12. 대부중개업자인 소외 3을 통하여 소외 1에게 6,000만 원을 대여 하면서 그에 대한 담보로 이 사건 근저당권 중 소외 2의 지분을 양도받게 되었다. 원고는 그 과정에서 소외 3에게 위 근저당권의 이전등기에 필요한 원고 명의의 위임장을 작성하여 주었는데, 위임장의 공동담보목록에는 원고가 제공받게 되는 담보의 목적물로 이 사건 상가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달리 소외 3이 원고로부터 원고가 제공받게 될 담보 내용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거나, 사후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 중 일부를 해제하거나 이 사건 근저당권 중 일부를 포기할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점과 관련하여서는, 원심이 들고 있는 소외 4의 원심에서의 증언은 외삼촌인 소외 3의 범행부인 진술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여 그 후 소외 3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문서위조죄 등의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된 이상 쉽게 믿을 수 없는 것이고, 그 외의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아가 등기업무의 편의를 위한 목적이라도 소외 3이 한 위임권한 밖의 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원고가 소외 3에게 교부한 이 사건 근저당권 이전등기의 위임장에는 이 사건 상가가 포함되었으나 이후 사정변경으로 이를 제외하게 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본다.

피고는 2016. 5. 20. 코엠건설과 사이에 이 사건 상가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매매대금 잔금 지급일을 2016. 7. 12.로 정하기까지 하였고, 이러한 사정은 소외 3이 2016. 7. 12. 원고로부터 위 위임장을 받을 당시 이미 확인된 사항이었으므로 이를 위 임장 교부 이후 발생한 사정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4) 결국 원심이 내세우는 사유들은 모두 위 약식명령의 사실인정을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한 것들뿐이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확정된 약식명령의 사실인정을 채용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는 사유들을 가지고 그 사실인정을 배척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민사재판에 있어서 관련 형사재판 사실인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주심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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