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안형준(기소), 이정렬(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태섭 외 1인
주문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
공소사실
1. 피고인 1
누구든지 보험업을 영위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 종목별로 보험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피고인은 피고인 2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위 회사는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유학·연수 등과 관련하여 의료·여행 및 보안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금융위원회에 보험업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2006. 11.경부터 현재까지 서울 송파구 (이하 생략)에 있는 피고인 2 주식회사 본점 사무실 등에서 ○○카드 회사와 일정등급 이상의 ○○카드 회원들이 해외여행에서 여행 등을 하다 의료사고나 질병 관련하여 응급상황에 처할 경우 위 회사에서 “해외긴급의료지원서비스(환자 본국송환, 사망 시 유해송환, 긴급이송, 보안이송 등)을 제공하고 최고 미화 100만달러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수수한 것을 비롯하여 2006. 11.경부터 현재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 □□□, ◇◇◇ 등 회사들을 상대로 해당 회사 직원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보험업을 영위하였다.
2.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1이 2006. 11.경부터 현재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무허가 보험업을 영위하였다.
판단
1. 변호인의 변소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한 쟁점
변호인은 아래와 같이 주장하며 피고인들 모두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한다 주1) .
가. 피고인 회사가 제공하는 Membership Program은 특히 이송 및 송환 서비스와 관련하여, ① 회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다음 소요된 비용을 사후적으로 정산받는 방식(Access Membership Program, 이하 ‘AMP 방식’이라 한다)과 ② 사전에 일정한 비용을 지급받은 다음 서비스 제공에 대한 비용을 추가적으로 정산하지 않는 방식(Service Membership Program, 이하 ‘SMP 방식’이라 한다)이 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 회사의 모든 영업 방식이 허가를 요하는 보험업이라는 전제 아래, 피고인 회사가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보험업을 영위하였다”고 설시하였으나, AMP 방식은 개념상 보험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SMP 방식의 경우 우연한 사고에 대한 위험 보장적 성질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어떠한 서비스업의 특정 계약 건이 보험계약인지 여부는 당해 계약의 주된 목적과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SMP 방식의 계약에 의하더라도 이 계약의 주된 목적과 대상은 회원에게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지, 이송 및 송환 서비스를 통하여 사고로 인한 비용을 보상하는데 있지 않으므로 보험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공소사실은 피고인 회사의 계약이 보험업법 및 동법시행령상 어떠한 보험계약에 해당하는지 특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장 유사한 ‘비용보험계약’( 시행령 제1조의 2 제3항 제13호 )에 해당한다는 주장일 경우, 비용보험은 부당하게 확장될 우려가 있으므로, 형벌 규정의 적용과 관련하여서 합목적적인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 피고인 회사의 계약 내용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피고인 회사의 서비스는 계약 상대방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보험으로 감독을 하거나 규제할 필요성이 없다.
2. 피고인 회사의 영업 방식 등에 관한 사실관계
피고인 회사는 해외 파견 근로자나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바, 그 주된 내용은 A. 의료상담을 통한 정보 제공 및 이에 따른 의료기관 알선 관련 서비스, B. 심각한 의료 상태에 있는 경우의 이송 및 본국 송환 등 관련 서비스(이하 ‘이송 및 송환 서비스’라고 한다)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SMP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모든 서비스 비용을 미리 납부하고서 약정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AMP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의료상담 및 알선 서비스는 미리 비용을 납부하고 이송 및 송환 서비스의 경우 사후에 비용을 정산받는다.
피고인 회사의 2010 회계연도(2010. 7. 1. ~ 2011. 6. 30.)를 기준으로, 서비스 제공방식 별 매출은 SMP 방식이 1,881,509,784원(34.8%), AMP 방식이 3,526,377,167원(65.2%)이고, 전체 서비스 11,637건 중 이송 및 송환 서비스는 1.43%(162건)인 반면 여행 및 의료 관련 상담과 알선 서비스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95% 가량이다.
개별 계약 사례에서 SMP 방식과 AMP 방식의 회원비의 차이를 본다. ① 2011년 모 재단과 라오스에 파견되는 1인을 위한 보장 프로그램으로 SMP 방식에 의하여 1,850,000원의 회원비가 산정되었는바, 이를 AMP 방식으로 할 경우 1,751,720원으로 계산된다. ② 2009년 모 기업과 알제리에 파견되는 수 인의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AMP 방식으로 89,566,400원의 회원비를 납부받고, 계약 기간 중 직원 1인을 위한 에어 엠뷸런스 비용 등으로 24,818,478원의 추가 비용을 정산받았는바, 이를 SMP 방식으로 했을 경우 회원비는 114,873,133원으로 산정된다. ③ 2010년 모 기업과 알제리에 파견되는 수 인의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SMP 방식으로 12,000,000원의 회원비를 받고서, 계약 기간 중 1인의 프랑스 소재 병원으로의 이송을 위하여 상용 항공사의 항공권을 발권하였는바, 이를 AMP 방식으로 하였을 경우 회원비는 10,343,726원으로, 항공권은 1,164,967원으로 계산된다.
2011. 12. 20. 기준 SMP 방식에 가입한 고객 55건 중 기업체는 38건, 정부기관 7건, 공공기관 5건, 비정부기구는 5건이다.
3. 검토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범죄 구성요건은 ‘당국의 허가 없이 보험업을 영위하였다’는 것이고,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업’을 「보험상품의 취급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보험의 인수, 보험료 수수 및 보험금 지급 등을 영업으로 하는 것」으로, 다시 ‘보험상품’은 「위험 보장을 목적으로 우연한 사건 발생에 관하여 금전 및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대가를 수수하는 계약」으로 정의하므로( 제2조 제1 , 2호 주2) ), 결국 피고인 회사와 고객 사이의 계약 내용이 보험업법이 규정한 보험상품에 해당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정리된 쟁점이라고 하겠다.
우선 SMP 방식과 AMP 방식에서 공통적으로 미리 비용을 지급받고 제공하는 A. 의료상담을 통한 정보 제공 및 이에 따른 의료기관 알선 관련 서비스는, 피고인 회사가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를 판별하지 않고 제공함으로써 우연적 사고 발생에 따른 손실의 보장이라는 사행적 성격이 없으므로 보험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논란이 없다.
다음으로 AMP 방식에서 이송 및 송환 서비스에 대하여 사후에 실비 정산을 받는 경우 보험업법이 규정하는 보험상품에 해당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남은 것은 SMP 방식에서 미리 비용을 받고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이송 및 송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이다. SMP 방식에서 제공하는 이송 및 송환 서비스만을 떼어 놓고 보면 위의 ‘보험상품’의 정의규정뿐 아니라 그 동안 우리 대법원이 설시하여 온 실질주의기준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리 비용을 받고서 이송 및 송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 자체로 독립된 계약이 아니라 SMP 계약의 한 내용이고, SMP 계약에는 이송 및 송환 서비스 제공 조항 뿐 아니라 위에서와 같이 보험상품으로 볼 수 없는 A. 의료상담을 통한 정보 제공 및 이에 따른 의료기관 알선 관련 서비스 제공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한 개의 계약에 보험적 성격을 가지는 조항과 보험으로 볼 수 없는 조항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보험적 조항이 주된 조항이거나, 최소한 비보험적 조항과 더불어 보험적 조항이 대등한 조항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그 계약을 보험상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비보험적 조항이 주된 목적의 조항이고 보험 조항은 부수적 조항인 경우에도 그 계약을 보험상품으로 평가하는 것은 형벌규정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부당한 확장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주3) . 이러한 기준으로 피고인 회사의 SMP 계약을 보면, 보험적 성격을 가지는 이송 및 송환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의 비중이 나머지 비보험적 서비스 사용료에 비해 극히 낮은 점(위의 개별 계약 사례에서 SMP 전체 비용 중 이송 및 송환 서비스 비용의 비중은 ① 사례는 5.3%, ② 사례는 22%, ③ 사례는 13.8%이다), 피고인 회사의 2010 회계연도 전체 서비스 건 수에서 이송 및 송환 서비스의 비율은 1.43%에 불과한 점, SMP 방식과 AMP 방식은 공통적으로 상담 및 알선 서비스에 대해서는 비용을 선납해야 하고, SMP 방식은 이에 추가하여 이송 및 송환 서비스에 대한 비용도 미리 받는 것이어서 SMP 방식의 계약에서의 이송 및 송환 서비스 조항은 일종의 선택적 조항으로 볼 것인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회사의 SMP 방식의 계약에서의 보험적 조항인 이송 및 송환 서비스 조항은 주된 목적 조항인 ‘의료상담을 통한 정보 제공 및 이에 따른 의료기관 알선 관련 서비스’ 조항과 비교하여 부수적 조항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SMP 방식의 계약은 우리 보험업법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보험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상의 이유로 피고인 회사의 계약 방식 전부를 보험업법의 보험상품으로 볼 수가 없어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는 이상, 변호인이 주장하는 나머지 사유는 더 살필 필요가 없게 되었다.
4. 결론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주1) 2012. 10. 12. (최종) 변론요지서에 기하여 정리한다.
주2) 공소사실은 범행의 시기(시기)를 2006. 11.경으로 설정하였는바, 이 당시의 보험업법은 ‘보험업’에 대하여「사람의 생사에 관하여 약정한 급여의 제공을 약속하거나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의 보상을 약속하고 금전을 수수하는 것 등을 업으로 행하는 것으로 생명보험업·손해보험업 및 제3보험업을 말한다」고 정의함으로써 ‘보험업’에 관한 정의규정이 동시에 ‘보험’에 관한 정의규정이었다가, 2010. 7. 23. 개정으로 현재와 같이 ‘보험업’과 ‘보험’에 관한 정의규정을 분리하였다. 한편 위 통합된 ‘보험업’ 정의 규정은 2003. 5. 29. 개정으로 도입된 것이고, 그 이전에는 무허가 보험업 영업 행위를 처벌하여 오면서도 허가를 요하는 ‘보험업’이나 ‘보험’에 대해 아무런 정의규정을 두지 않아서 죄형법정주의와의 관계에서 논란이 있었고, 우리 대법원은 “보험업법에서 규정하는 보험사업의 범위는 그 사업의 명칭이나 법률적 구성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그의 실체 내지 경제적 성질에 즉응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는 일관된 판시(가령 대법원 1989. 10. 10. 선고 89감도117 판결)를 통하여 소위 실질주의를 취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으나, 정의규정이 도입된 이후의 선례적 판결은 찾을 수 없다. 현재의 정의규정이 그 동안 학설이나 판결이 일반적으로 인정해 온, 너무나 포괄적인 개념만을 담고 있어서 분쟁 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위 정의규정이 도입되기 이전의 판결례에서의 기준인 실질주의를 논하기에 앞서 실정법상 처벌규정의 정의규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주3) 이와 같이 당해 계약의 주된 성격을 가리지 않고서 보험적 성격이 있기만 하면 비록 보험 이외의 요소가 섞여 있더라도 보험업으로 취급하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실질주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대법원 1989. 10. 10. 선고 89감도117 판결)의 일반화의 오류를 넘어서 잘못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증거목록 25번 의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