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구의회의 소속 의원에 대한 제명의결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구의회 의원이 본회의에서 한 발언 등이 의원으로서의 품위유지의무 및 타인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 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지방자치법 제78조 에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기는 하나, 의회에서의 발언내용을 두고 제명하는 처분을 쉽게 수용한다면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소수자를 축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징계에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및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등의 종류도 열거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구의회의 소속 의원에 대한 제명의결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 담당변호사 최성주)
피고
부산광역시 북구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박권병)
변론종결
2005. 5. 19.
주문
1. 피고가 2004. 12. 13. 원고에 대하여 한 제명의결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의 처분은 이 사건 판결 확정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6호증의 2, 갑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가. 원고는 2002. 6. 13.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부산 북구의회의 구의원으로 선출되었다.
나. 피고 의회는 2004. 12. 13. 본회의를 열어, 원고가 같은 해 12. 1. 열린 피고 의회 정례회에서 동료의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고 의회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발언을 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원고를 제명하는 징계안을 의결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보(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의 발언 경위
(가) 원고가 피고 의회의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이하 '감사특위'라 한다)의 위원으로서 피고 의회 소속 사무과에 대하여 정당하게 요구한 자료제출요청을 일부 의원들이 부당하게 방해하였다.
(나) 소외 1 의원을 비롯한 피고 의회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상당한 재력이 있는 등 지역 유지들인 데 반해, 원고는 피자집을 운영하며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피고 의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자에 해당한다. 위 소외 1 의원은 의정활동 중 원고와 의견대립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원고의 의견이 관철되는 바람에 원고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였고 급기야 원고에게 폭언을 하고 멱살을 잡기도 한 사실이 있다.
(다) 이처럼 원고는 다른 의원들의 부당한 자료제출 방해 및 그 동안의 부적절한 행태를 지적하여 신뢰받는 의정풍토를 조성하고자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이지 동료의원을 모욕하거나 피고 의회의 명예를 손상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다.
(2) 처분의 위법성
위와 같은 원고의 발언 경위, 발언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전혀 징계사유가 없거나, 징계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의원지위를 박탈하는 제명의결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피고 의회의 재량을 현저히 벗어난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거에 갑1 내지 4호증, 갑6호증의 1, 3, 갑7호증의 1, 2, 갑8호증, 을1호증, 을5 내지 10호증, 을13호증의 1, 2, 을15, 16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2의 증언을 더하여 보면 아래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 의회는 2002. 6. 13. 실시된 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12명의 의원으로 구성되고 그 의원들의 임기는 2002. 7. 1.부터 2006. 6. 30.까지이며, 원고는 재선 의원이다.
(2) 피고 의회는 매년 12. 2.부터 12. 8.까지 7일 동안 부산광역시 북구에 대한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있고, 이를 위해 2004. 10. 29.부터 같은 해 11. 9.까지 열린 제121회 임시회에서 2004년 행정사무감사를 위한 계획서를 승인하면서 피감사기관에 대한 자료제출요구계획까지 모두 확정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위 감사계획이 모두 확정된 후인 같은 해 11. 9. 감사특위 위원의 자격으로 피고 의회의 사무과에 대하여 지난 3년간 의정운영공통 업무추진비,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피고 의회의 예산과 관련한 모든 자료 및 그 증빙서류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였고, 이에 사무과 직원이 의장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하자, 같은 해 11. 10. 피고 의회의 의장인 소외 3에게, 다시 같은 해 11. 23.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위 자료제출 지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위 의총 직후 원고 및 의장이 불참한 가운데, 소외 2 부의장 등 의원 9명이 회의를 열어 의회 사무과에 대하여 위 자료를 제출하지 않도록 결정하였고, 이에 사무과는 위와 같은 결정에 따라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통지하였다.
(3) 한편, 원고는 피고 의회의 소외 1 의원과 수차례 의견대립이 있었고, 특히 2003. 12. 17. 열린 제2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당시 의장으로서 발언하던 소외 1 의원에게 퇴장을 요구하며 언쟁하다 그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의 시비가 있었다.
(4) 원고는 2004. 12. 1. 피고 의회의 2004년도 제2차 정례회 제1차 회의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아래와 같은 내용의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을 하였다.
"본 의원이 의회 관련 예산집행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의회 사무과에 의정운영 공통업무추진비 … 등을 … 제출할 것을 요구한바, … (소외 1의 성명 생략) 의원이 '누가 그런 자료를 요구를 해'라고 하여, 원고가 '내가 요구를 했소'하니까, (소외 1의 성명 생략) 의원 왈 '이 새끼 죽을려고 하나' 하며 싸울 듯이 본 의원에게 달려들자 본 의원이 '여기가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장소가, 말로 시작해서 말로 하는 장소지'하던 중 …"
"다시 총회를 마치고 중식 후 본 의원이 퇴청하는 가운데 부의장님과 전 의장을 비롯한 9명의 의원이 의장도 없이 난장판의 계모임도 아니고 회의규칙과 원칙에도 없는 긴급회의를 하여 본 의원이 사무과에 요구한 자료제출을 못하게 하기로 결정, 이 결정을 의회 사무과에 지시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 같이 기가 막히게 허깨비 쓰인 사람들도 아니고 부화뇌동하는 것을 보면, 아니 투명한 이 세상이 어디 성역이 있는 특별구입니까 여기가?"
"독재도 아니고 자기 의사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삿대질하면서 (소외 1의 성명 생략) 당시 의장 왈 '이 새끼 죽을래? 왜 내가 하는 일 사사건건 반대해! 의자에 앉아 있던 본 의원을 턱 치고는 의원 빼지를 떼는 폼을 잡더니 '니 일로 나온나, 야, 빼지 떼고 맞장 떨래? 한번 하까?' 양복 상의를 벗으려고 폼을 잡더니 멱살 잡고 '너 이 새끼 죽었어.' 여러분 이 넥타이 보이죠?"
" (소외 3의 성명 생략) 부의장은 재선의원이 자리를 이석하니까 재선의원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 가방 크다고 공부 잘 합니까? 꼬박꼬박 출석 잘 한다고 의정활동 잘 하는 것입니까? 조례안이라고 해 봐야 상위법 기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구 몇 자 수정 첨삭을 하거나 부결 또는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이고 추경예산 심의도 몇 번 안 되는 추경예산 심의인데, 초선의원 여러분의 뜻을 모아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전 의장을 비롯한 초선의원 여러분 주축으로 북구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의정활동 능력도 없고 의정경력도 부족한 지금까지 구정질문 한 번밖에 해 보지 못한 그런 초선의원을 돈이 최고 많은 순서로, 뒤에 높은 단상에 앉아 계신 부의장과 대학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의장을 선출하여서 …"
(5) 원고의 위 발언 도중, 소외 4 의원이 '특정 의원을 거명하는 것은 삼가 달라.'는 취지의 의사진행발언을 하였고, 의장이 원고에게 주의를 촉구한 후 정회를 선포하기까지 하였으나 원고는 다시 속개된 회의에서 위 발언을 계속하였으며, 정례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도 위 자료제출거부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나머지 구의원들이 자신들의 불법지출내역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위 자료제출을 방해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6) 이에 소외 5 등 의원 7명은 2004. 12. 4. 원고가 위 발언을 통해 동료의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의회의 의결권을 난장판의 계모임장으로 비유하는 등 입에 담지 못할 소리로 피고 의회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사유로 원고의 징계를 요구하였고, 피고 의회는 의원 10명으로 징계자격특별위원회(이하 '징계특위'라 한다)를 구성하여 위 징계 요구를 심사하였다.
징계특위는 2004. 12. 11.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주었으나, 원고는 변명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며 위 징계특위 자체가 온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이에 징계특위는 원고에 대한 징계 여부, 징계의 종류를 묻는 각 투표를 하여 원고에게 '제명'처분을 하기로 하고 다시 찬반투표를 거쳐 출석한 8명 중 7명의 찬성으로 원고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한 다음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였다.
피고 의회는 2004. 12. 13. 개최한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위 징계특위의 의결 결과를 보고받고 다시 원고에 대한 제명안을 투표하여 출석한 8명 전원 찬성으로 위 제명안을 의결하였다.
(7) 피고 의회는 2005. 1. 3.경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라 원고가 요구한 위 자료 가운데 2003, 2004년도 업무추진비 내역 및 증빙서류를 공개하였다.
라. 판 단
(1)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고( 같은 법 제34조 제2항 ),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75조 제1항 )고 하면서, 이러한 법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의결로써 징계할 수 있다( 제78조 )고 규정하고 있다.
(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의회의 본회의에서 특정 의원을 거명하면서 그의 행동 및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였고, 다른 의원들의 결정에 대하여 부화뇌동 운운하며 비난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 의회에서의 조례안 심사활동을 하찮은 일인 양 표현하였으며, 돈이 많은 순서로 의장단을 선출하였다는 등 피고 의회 전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위 발언의 경위나 목적을 원고의 주장과 같이 보아 주더라도 법에 규정된 의원으로서의 품위유지의무 및 타인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 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같은 법 제78조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2) 제명의결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가)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징계의결의 적정성 여부는 그 징계사유가 된 행위의 내용,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경위나 목적, 그로 인한 타인의 법익 침해나 지방의회의 위상 실추와 같은 결과 및 그러한 행동이 원내의 행위이거나 의사에 관련된 행위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차원의 행위인지 여부, 징계에 이르게 된 경위, 징계절차와 내용에 있어서의 형평과 비례의 원칙을 모두 고려함은 물론 여기에 더하여 의원의 선거기관성과 자치구역 주민의 대표자성, 의회에서의 소수자 보호의 원칙, 그리고 삼권분립의 원칙에서 나오는 법원의 지방의회에 대한 적정한 견제의 폭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누7341 판결 참조).
(나) 위에서 살핀 사실관계에 따르면,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피고 의회의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로 인해 특정 의원의 명예가 공연히 훼손되었고, 피고 의회의 위상이 현저히 실추된 점, 원고는 평소 피고 의회에서의 의정활동을 다른 의원들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인 합의도출의 과정이라기보다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의 장으로 인식하여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관계 법령에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정당화된다는 태도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징계를 뒷받침하는 사정도 엿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원고도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자치구역 주민의 대표자로서 선출된 자인 점, 피고 의회가 나중에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라 모두 공개한 자료를 감사특위 위원인 원고에게는 굳이 제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다분히 비협조적인 과잉 대응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아니한 점, 의회에서의 발언내용을 두고 제명하는 처분을 쉬 수용한다면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소수자를 축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제명처분은 보다 신중히 고려하여야 할 것인 점, 관계 법령상 징계에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및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등의 종류도 열거되어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의회가 지방자치법 제80조 제1항 에 정해진 징계의 종류 중 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 사건 제명의결을 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징계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이 사건 처분은 이 판결 확정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