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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도13305 판결
[사문서변조·변조사문서행사·사기미수][공2019상,430]
판시사항

[1] ‘소송사기’의 의미 및 소송사기죄를 인정할 때 유의할 사항 / 소송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

[2] 갑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2011. 11.경 갑 회사에 입사하였다가 2016. 3. 11. 퇴직한 근로자 을을 상대로 2011. 12.부터 2015. 4.까지 포괄일급에 포함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적립금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2015. 5. 1.자 근로계약서의 일급란 기재 금액을 변조하여 증거자료로 제출한 사안에서, 갑 회사는 을에게 포괄일급에 일급의 8.3%에 해당하는 퇴직적립금을 포함하여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을의 퇴사 후 위와 같이 을에게 지급된 퇴직적립금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자문을 받고 별도로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이 부당이득반환의 소를 제기한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일환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피고인에게 사기미수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소송사기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피고인이 그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등의 경우 외에는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소송사기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제소 당시에 그 주장과 같은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의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증명으로써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만 하고,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다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2] 갑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2011. 11.경 갑 회사에 입사하여 기계정비공으로 근무하다가 2016. 3. 11. 퇴직한 근로자 을을 상대로 2011. 12.부터 2015. 4.까지 포괄일급에 포함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적립금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2015. 5. 1.자 근로계약서의 일급란 기재 금액을 변조하여 증거자료로 제출한 사안에서, 갑 회사는 을에게 포괄일급에 일급의 8.3%에 해당하는 퇴직적립금을 포함하여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을의 퇴사 후 위와 같이 을에게 지급된 퇴직적립금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자문을 받고 별도로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이미 지급한 퇴직적립금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 소를 제기한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이 허위의 주장이라거나 이로써 법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이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은 2015. 5. 1.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기 전까지 갑 회사가 을에게 지급한 퇴직적립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 2015. 5. 1. 이후에 지급한 임금과 관련된 청구를 하고 있지 않으므로 2015. 5. 1. 이후의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위 근로계약서는 위 소송의 권리발생 사유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없어 소송의 내용이나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비록 피고인이 위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 근로계약서의 일급란 기재 금액을 변조하여 제출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증거조작을 통하여 법원을 기망한 것이라거나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을 증명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피고인에게 사기미수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소송사기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혜성 담당변호사 윤상홍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2015. 5. 1.자 근로계약서에 대한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5. 5. 1.자 근로계약서에 대한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의 고의, 묵시적 동의나 추정적 승낙, 사회상규 및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2015. 5. 1.자 근로계약서에 기한 사기미수의 점에 관하여

가.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피고인이 그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등의 경우 외에는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소송사기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제소 당시에 그 주장과 같은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의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증명으로써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만 하고,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다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3도373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21119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6. 9. 13.경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공소외 1을 상대로 ‘매월 퇴직적립금이 포함된 포괄일급을 지급하여 왔으므로 그와 같이 기 지급된 퇴직적립금 합계 9,862,98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의 지급을 구한다’라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을 기재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장을 접수하면서 피고인이 공소외 1과의 2015. 5. 1.자 근로계약서의 일급란에 기재된 ‘104,000원’을 수정테이프로 지운 후 ‘89,000원’을 기재함으로써 변조한 사문서인 위 근로계약서 1장을 증거서류로 제출하였으나 위 소송의 피고인 공소외 1이 변조사실 등을 주장하면서 응소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공소외 2 주식회사가 공소외 1과 사이에 협의된 급여가 일급인지 퇴직적립금이 포함된 포괄일급인지가 분명치 않은 경우, 피고인이 관련 민사소송에서 2015. 5. 1.자 근로계약서를 공소외 1과 사이에 포괄일급을 104,000원, 일급을 89,000원에 합의한 것이라는 주장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위 근로계약서의 일급란에 기재된 ‘104,000원’을 수정테이프로 지운 후 ‘89,000원’을 기재한 것이라면, 이는 위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근로계약서에 새로운 증명력을 가져오게 한 것임이 분명하므로 사문서변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그에 따라 각 변조사문서행사 및 편취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이고, 공소외 1은 2011. 11.경 공소외 2 회사에 입사하여 기계정비공으로 근무하다가 2016. 3. 11. 퇴직하였다.

(2) 공소외 2 회사가 근로자들과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내용이나 기재 형식 등에 비추어 보면, 통상 포괄일급을 정한 후 포괄일급에서 퇴직적립금 등을 일정한 비율로 공제한 금액을 일급란에 기재하였고, 임금은 포괄일급을 기준으로 산정·지급되었다.

(3) 공소외 2 회사는 공소외 1과 사이에 2011. 11. 19.자, 2014. 4. 1.자, 2015. 5. 1.자 등 3장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중 2011. 11. 19.자 및 2014. 4. 1.자 근로계약서상의 포괄일급에는 주휴수당, 월차수당과 함께 ‘퇴직적립금(일급의 8.3%)’이 포함되었으나, 2015. 5. 1.자 근로계약서는 ‘퇴직적립금’란이 삭제되어 2015. 5. 1. 이후부터는 포괄일급에 퇴직적립금이 포함되지 않게 되었다.

(4) 공소외 1이 2016. 3. 11. 공소외 2 회사에서 퇴사 후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퇴직금 미지급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피고인은 퇴직금을 우선 지급한 후 이미 지급한 퇴직적립금을 부당이득금으로 반환청구하기로 하고 2016. 8. 31. 공소외 1에게 퇴직적립금과 별도로 새로 산정한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였다.

(5) 피고인은 공소외 2 회사 명의로 2016. 9. 13.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공소외 1을 상대로 2011. 12.부터 2015. 4.까지 포괄일급에 포함하여 지급한 퇴직적립금 9,862,989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인은 2015. 5. 1.자 근로계약서의 일급란에 기재되어 있던 ‘104,000’원을 수정테이프로 지운 후 ‘89,000’원으로 기재한 다음 이를 위 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다.

(6) 위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은 제1심에서 원고인 공소외 2 회사의 본소청구가 전부 인용되었고, 공소외 1의 항소로 계속된 항소심에서 당사자 사이에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공소외 2 회사는 2011. 11. 19.자 및 2014. 4. 1.자 근로계약서에 기하여 공소외 1에게 2011. 11.경부터 2015. 4. 30.까지 포괄일급에 일급의 8.3%에 해당하는 퇴직적립금을 포함하여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공소외 1의 퇴사 후 위와 같이 공소외 1에게 지급된 퇴직적립금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자문을 받고 별도로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미 지급한 퇴직적립금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 소를 제기한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지고,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이 허위의 주장이라거나 이로써 법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설령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지급한 퇴직적립금의 실질이 임금을 지급한 것에 불과하고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적립금이라는 형식만을 취한 것이어서 퇴직적립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였거나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경우이므로 사기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인이 제기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은 2015. 5. 1.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기 전까지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1에게 지급한 퇴직적립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 2015. 5. 1. 이후에 지급한 임금과 관련된 청구를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2015. 5. 1. 이후의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위 근로계약서는 위 소송의 권리발생 사유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없어 소송의 내용이나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비록 피고인이 위 소송을 제기하면서 2015. 5. 1.자 근로계약서의 일급란 기재 금액을 변조하여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증거조작을 통하여 법원을 기망한 것이라거나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을 증명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2015. 5. 1.자 근로계약서의 일급란 기재 금액을 변경하여 제출한 것이 공소외 1과 사이에 포괄일급을 104,000원, 일급을 89,000원에 합의한 것이라는 주장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사기미수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소송사기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유죄로 인정된 사기미수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사기미수죄를 제외하고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사문서변조죄 및 변조사문서행사죄는 사기미수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또는 형법 제40조 의 상상적 경합범으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1개의 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파기할 수밖에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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