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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4다233480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위 약정에 따라 산정한 지체상금을 감액할 수 있는 경우 / 지체 사유가 채무자의 지체책임을 면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 사유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지체상금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감액 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 위법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지 여부(적극)

[2] 갑 주식회사가 을 공사와 전기기관차 공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일본 기업인 병 외국회사로부터 관련 부품을 공급받아 을 공사에 전기기관차를 제작·공급하였는데, 을 공사가 납품 지연을 이유로 물품대금에서 지체상금을 공제하자, 갑 회사가 납품 지연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부품조달 지연 때문이므로 지체상금이 대폭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병 회사의 생산 설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더라도 일본 내 전반적인 산업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인정되고 그러한 사정이 병 회사의 전기기관차 부품 생산 공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지체상금을 전혀 감액하지 않은 원심판단에는 손해배상액 감액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이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인지 여부(소극) / 어떠한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인 경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적극) 및 이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

[4] 갑 주식회사와 을 공사가 체결한 전기기관차 공급계약에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특약을 두었는데, 갑 회사가 위 특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계약 체결 이후의 물가상승을 반영한 계약금액 조정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특약을 무효라고 보아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판단에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관련 규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현대로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3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국철도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송태섭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의 지체상금 지급책임이 면책되어야 한다는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불가항력, 지체일수 산정과 지체상금 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1) 원심은 2011. 3. 11.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인 지체상금이 대폭적으로 감액되어야 한다는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원고는 국내 유일의 전기기관차 공급업체로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2009년에도 단독입찰로 피고와 4건에 총계약금액 5,534억 원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제적 약자로만 보기 어려운 점, ② 지체상금률 0.15%가 특별히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로 보기 어렵고, 지체상금액 9,670,044,646원은 계약금액 3,505억 원의 2.77%(근사값은 약 2.759%로 원심 표기는 오기가 분명하다)에 해당하여 이 사건 계약으로 인한 원고의 영업이익 범위 내로 보이며 계약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과다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원고의 납품 지체로 인하여 전기기관차의 투입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한 운송 차질로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2)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므로, 그 약정에 따라 산정한 지체상금이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계약금액에 대한 지체상금의 비율, 지체의 사유, 지체상금의 액수,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감액할 수 있다. 또한 지체의 사유가 채무자의 지체책임을 면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 사유까지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지체상금을 감액할 수 있다 ( 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3다6705, 6712 판결 등 참조).

이때 감액 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05779 판결 등 참조).

3)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손해배상액의 감액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들고 있는 위 사정들은 수긍할 수 있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손해배상액의 감액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원심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① 원고는 2010. 3. 5. 일본 기업인 주식회사 도시바(이하 ‘도시바’라고 한다)로부터 이 사건 전기기관차 제작에 필요한 주변환장치, 주변압기 등 부품을 2011. 5.부터 2012. 4.까지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동일본 대지진이 2011. 3. 11. 발생하자 일본 전력당국은 2011. 3. 총 10일간 합계 40.8시간의 계획정전을 예고하였고, 실제 정전은 그중 4일간 9.8시간 이루어졌는데 도시바가 계획정전에 따른 업무차질 외에 직접적인 시설 피해는 입지 않은 사실, ③ 도시바의 하도급업체인 주식회사 히타치전선이 시설 피해를 일부 입어 도시바도 원고에게 부품 공급을 지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는 2010. 2. 17. 원고가 도시바로부터 이 사건 전기기관차의 주요 부품을 공급받는 것에 동의한 사실, ②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으로서 근대적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세계 4번째 규모이자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로서, 약 20,000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 약 1,000,000동 이상의 건물 붕괴나 손상이 발생하였고, 원자력 발전소도 지진 피해를 입어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등 일본 동북 지역의 많은 곳에 댐 붕괴, 도로와 철로의 심대한 손상을 포함하여 광대하고 혹독한 구조적 피해가 생긴 사실, ③ 원고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부터 피고에게 일본 현지의 계획정전 등 사회기반시설의 불안정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납품지체가 불가피하고, 이는 대지진으로 인한 불가항력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여러 차례 송부하고 피고와 대책회의도 진행하는 한편, 이 사건 전기기관차 공급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바에 신속한 부품공급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사실, ④ 도시바는 원고에게 보낸 2012. 3. 22.자 보고서를 통하여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도시바 생산설비에 직접적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이로 인한 계획정전으로 초도품의 납품이 지연되었고, 협력업체인 주식회사 히타치전선이 피해를 입어 양산품 납품도 지연되었다는 이유로 불가항력을 주장한 사실, ⑤ 원고가 이 사건 전기기관차의 공급을 지연한 일수는 차량당 8일 내지 40일이고 이에 따른 약정 지체상금의 합계는 9,670,044,646원인 사실을 알 수 있다.

4) 이러한 사정들에 의하면,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인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도시바의 생산 설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본 내 전반적인 산업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이를 불가항력으로 보기는 어렵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도시바의 이 사건 전기기관차 부품 생산 공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대지진에 따른 피해 복구를 위하여 도시바와 같은 철도차량 제작사는 해외 수주 물품의 적시 납품보다 일본 내 사회기반시설 복구에 역량을 우선 투입할 것을 요구받았을 것임이 추단된다. 나아가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원고는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제도를 배제하는 이 사건 배제특약으로 인해 피고로부터 계약금액의 조정을 받을 수 없게 된 점까지 보태어 보면, 9,670,044,646원에 이르는 지체상금을 감액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위 지체상금을 전혀 감액하지 않은 채 그 전부를 원고가 지급받을 물품대금에서 공제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손해배상액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가계약법’이라고 한다) 제19조 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제조·용역 기타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와 다른 내용으로 체결된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구 국가계약법이나 그 시행령에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

구 국가계약법이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인 공기업이 일방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성격,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위 규정은 국가 또는 공기업(이하 ‘국가 등’이라고 한다)이 사인과의 계약관계를 공정하고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데에 그칠 뿐이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계약 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다 .

다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4조 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국가계약법령 및 관계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어떠한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 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특약이 계약상대자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그 특약에 의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은 구 국가계약법 제19조 가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물가변동의 경우에도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기로 한 이 사건 배제특약이 있더라도 원고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금을 청구할 수 있고, 이 사건 배제특약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 등을 위반하여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이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고는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차량 공급 업체로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거래상 지위를 남용할 위치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원고의 청구는 약 3년간 합계 약 6.8%의 물가상승분을 증액하여 달라는 취지인데, 물가상승 가능성은 원고도 예상하였을 것이므로, 이 사건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3)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제도는 물가가 하락한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감액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특약에 의하여 계약금액 증액에 대한 기대를 상실하는 반면 계약금액이 감액될 위험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실제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케이티엑스(KTX) 산천’ 50량 물품구매계약에 관하여 피고가 증거로 제출한 물가변동조정보고서(을 제27호증)에 따르면 총 4차의 계약금액 조정 중 1차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은 지수조정률이 음수(-)로 산출되어 계약금액이 감소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 밖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1. 6. 24. 체결된 디젤기관차 25량 및 간선형전동차 138량 물품구매계약과 관련하여서도 지수조정률이 음수로 산출되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배제특약이 무효라고 보아 원고의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관련 규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에 관해서는 앞에서 본 파기사유가 있다. 피고는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는데, 그중 선금이자 공제 부분, 미리 산입한 지연손해금 부분은 앞에서 본 이유로 파기되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금 부분과 함께 심리할 필요가 있으므로 피고 패소 부분 전부를 파기한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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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1.14.선고 2012가합54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