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다221958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물품제조·납품 계약에서 지체상금 약정을 한 경우,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를 위약벌로 보기 위한 요건 / 지체상금이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감액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갑 주식회사와 을 공사가 체결한 물품제조·납품 계약 및 이에 포함된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에서 ‘을 공사의 계약담당자는 갑 회사의 신청에 따라 선금을 지급한 후 사고이월 등으로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선금잔액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하고, 갑 회사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선금을 반환하는 경우에는 선금잔액에 관하여 이자를 가산하여 청구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을 공사로부터 선금을 지급받은 갑 회사가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하여 을 공사가 갑 회사에 선금반환을 요청하였고, 그 후 갑 회사가 납품기한이 속한 연도의 다음 연도에 납품을 완료하자, 을 공사가 물품대금을 지급하면서 선금잔액에 관한 이자를 공제한 사안에서,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하여 선금에 대한 정산이 다음 연도로 이월된 것은 사고이월에 해당하고, 선금잔액 반환에 관한 이자약정은 선금지급과 관련한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를 예정한 위약금 약정으로서 민법 제398조 제4항 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갑 회사의 귀책사유로 납품기한을 경과하여 사고이월이 발생하였다면 이미 지급받은 선금에 이자를 가산하여 반환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3]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이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인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현대로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상호 외 4인)

피고, 상고인

한국철도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윤용섭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선금이자채권에 관한 부분과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물품제조·납품 계약에서 지체상금 약정은 민법 제398조 제4항 에 의하여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위약벌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5712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지체상금이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공사도급액에 대한 지체상금의 비율, 지체상금의 수액, 지체의 사유,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감액할 수 있다 ( 대법원 1999. 3. 26. 선고 96다23306 판결 , 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3다6705, 6712 판결 등 참조). 이때 감액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다60136 판결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5949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08. 12. 8. 피고에게 케이티엑스(KTX)-산천 고속철도 동력차 및 객차 50량(이하 ‘이 사건 고속철도차량’이라 한다)을 물품대금 158,999,500,000원에 제작 및 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물품구매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계약에서는 원고가 납품기한인 2011. 12. 30.까지 이 사건 고속철도차량을 납품하지 아니한 때 피고에게 계약금액의 0.15%의 지체상금률에 따른 지체상금을 지급한다고 정하였다.

3) 원고는 납품기한 이후인 2012. 7. 14.부터 2012. 7. 25.까지 이 사건 고속철도차량을 납품하였다.

4) 피고는 물품대금을 지급하면서 지체상금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48,033,748,950원을 공제하였다.

다. 원심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지체상금 약정을 위약벌로 해석하기 위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지체상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가 부담하는 지체상금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아 이를 50%로 감액하였다.

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결이유에 모순이 있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지체상금의 감액과 위약벌 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감액비율을 판단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계약과 그 내용에 편입된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2011. 5. 13.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제2200.04-159-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집행기준’이라 한다) 제37조는 선금의 반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가) 피고의 계약담당자는 원고의 신청에 따라 선금을 지급한 후 ‘사고이월 등으로 반환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선금잔액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한다.

나) 원고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선금을 반환하는 경우에는 선금잔액에 관하여 지방은행을 제외한 국내 일반은행의 어음대출 금리수준에 의하여 산출한 이자 상당액(이하 ‘선금이자’라 한다)을 가산하여 청구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09. 2. 27. 31,799,900,000원, 2011. 3. 30. 35,000,000,000원을 선금으로 지급하였으나, 2011. 12. 30. 기한 내 납품불가를 이유로 원고에게 선금반환 요청 공문을 발송하였다.

3) 피고는 물품대금을 지급하면서 선금반환 요구에 따른 선금이자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7,991,197,977원을 공제하였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고속철도차량의 납품이 지연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납품을 지체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객관적으로 선금의 반환이 불가피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물품대금에서 선금이자를 공제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국가재정법은 일정기간에 해당하는 회계를 다른 기간과 구분하여 정리함으로써 그 기간에 해당하는 회계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 연도의 세입 또는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제3조 ). 그러나 복잡다기한 국가재정의 특성 때문에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예산을 당해 연도에 집행하지 않고 다음 연도에 넘겨서 다음 연도의 예산으로 사용하는 세출예산의 이월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제48조 ). 그중 사고이월이란 연도 내에 지출원인행위를 하였으나 재해 또는 공사기간 부족 등으로 공사 등이 연도 내에 완성되지 못하여 지출할 수 없는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로 연도 내에 지출을 하지 못한 경비 등을 다음 연도에 이월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제48조 제2항 제2호 ). 원고가 이 사건 고속철도차량의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해 피고가 이미 지급한 선금에 대한 정산이 2011년도 예산 및 결산에 따라 이루어지지 못하고 2012년도 예산으로 이월된 것 또한 사고이월에 해당한다.

2) 집행기준은 계약담당공무원에게 사고이월의 경우 계약을 체결한 연도 내에 집행할 수 있는 금액을 한도로 선금을 지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33조 제9항). 위 조항을 사고이월 등으로 반환이 불가피한 경우 선금반환을 청구하여야 한다는 집행기준 제37조와 함께 해석해 보면,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상대자의 요청에 따라 일정한 금액 범위 내에서 선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사고이월이 예상되는 경우 계약 체결 연도 내에 집행할 수 있는 금액만을 선금으로 지급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집행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회계연도 말에 이를 돌려받아야 하며, 만약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선금이자까지 부가하여 반환받도록 선금반환 제도가 설계된 것이다.

3) 선금잔액 반환 사유에 기한 선금이자 약정은, 계약상대자가 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의 주된 채무가 아닌 선금지급과 관련한 부수적 채무(지급받은 선금과 관련한 채무를 그 회계연도 내에 완료하여야 하는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를 예정한 위약금 약정이고, 이는 민법 제398조 제4항 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65282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가 그의 귀책사유로 회계연도 내에 공사를 완료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면 피고에게 약정한 손해배상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원심은 실제로 선금이 반환되지 않았다거나, 대부분의 기관이 반환조치를 생략한다는 이유를 들어서 사고이월만으로 바로 선금의 반환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원래 선금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계약상대자로 하여금 자재 확보, 노임 지급 등에 어려움이 없이 원활하게 물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장차 지급할 물품대금을 미리 지급하여 주는 것이다. 선금을 지급한 후 중도에 이를 반환하게 되었다면 전체 대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인 이상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그때까지의 대금에 당연 충당된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참조). 집행기준 또한 반환청구 시 기성부분에 대한 미지급액이 있는 경우에는 선금잔액을 그 미지급액에 우선적으로 충당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7조 제3항). 따라서 이 사건에서 선금의 정산이 이루어져 선금이 실제로 반환되지 않았다거나, 대부분의 기관이 반환조치를 생략한다는 것이 선금의 반환의무와 선금이자 발생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라. 원고의 귀책사유로 납품기한을 도과하여 사고이월이 발생하면 이미 지급받은 선금에 선금이자를 가산하여 반환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선금이자가 발생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선금이자의 발생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가.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19조 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제조·용역 기타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64조 제1항 전문(전문)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법 제19조 의 규정에 의하여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90일 이상 경과하고 동시에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때에는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규정한 후, 각호에서 입찰일을 기준일로 하여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산출된 품목조정률이나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를 계약금액의 조정이 이루어지는 날로 정하였다. 그리고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09. 3. 5. 기획재정부령 제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4조 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하여 품목조정률과 이에 관련된 등락폭, 등락률의 산정방식 및 지수조정률 산정방식, 그리고 이를 적용한 조정금액의 산출방식, 선금을 지급한 경우 공제금액의 산출방식을 규정하였다.

그런데 국가계약법령은 그와 다른 내용으로 체결된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이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인 공기업이 일방 당사자가 되는 계약(이하 편의상 ‘공공계약’이라 한다)은 국가 또는 공기업(이하 ‘국가 등’이라 한다)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사법)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고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여야 하는 등( 국가계약법 제5조 제1항 )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비롯한 사법의 원리가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 참조).

한편 국가계약법상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은 계약상대자가 계약 당시에 예측하지 못한 물가의 변동으로 계약이행을 포기하거나 그 내용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여 공공계약의 목적 달성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공계약의 특성상 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한 경우 계약담당자 등으로 하여금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내용을 공공계약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뜻도 있다 .

따라서 계약담당자 등은 위 규정의 취지에 배치되지 않는 한 개별 계약의 구체적 특성, 계약이행에 필요한 물품의 가격 추이 및 수급 상황, 환율 변동의 위험성, 정책적 필요성, 경제적 변동에 따른 위험의 합리적 분배 등을 고려하여 계약상대자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등의 가격은 상승할 수도 있지만 하락할 수도 있는데, 공공계약에서 위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약을 한 후 계약상대자가 이를 신뢰하고 환 헤징(hedging) 등 물가변동의 위험을 회피하려고 조치하였음에도 이후 물가 하락을 이유로 국가 등이 계약금액의 감액조정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계약상대자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점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

위와 같은 공공계약의 성격,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위 규정은 국가 등이 사인과의 계약관계를 공정하고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데에 그칠 뿐이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계약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다 .

다만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 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국가계약법령 및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어떠한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 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특약이 계약상대자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그 특약에 의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 체결 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은, 국가계약법 제19조 는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물가변동의 경우에도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기로 한 약정(이하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이 있더라도 원고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금을 청구할 수 있고, 나아가 이 사건 특약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 등을 위반하여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이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고는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차량 공급업체로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피고에 비하여 경제적 약자라거나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할 위치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원고의 청구는 3년간 합계 1.8%의 물가상승분을 증액하여 달라는 취지인데, 그 정도의 물가상승은 원고도 예상하였을 것이므로, 이 사건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3)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제도는 물가가 하락한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감액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이 사건 특약에 의하여 원고는 계약금액 증액에 대한 기대를 상실하는 반면 계약금액이 감액될 위험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실제로 원고가 증거로 제출한 물가변동조정보고서(갑 제17호증)에 따르면 총 4차의 계약금액 조정 중 1차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은 지수조정율이 음수(-)로 산출되어 계약금액이 감소되는 결과가 나왔다.

4) 이 사건 계약 중 일부인 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 제8조는 “계약체결 후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약내용에 누락된 사항, 관련 법령의 제·개정, 규격 변경, 공사의 요구 및 기타 외부요인 등 계약상대자의 책임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로 인하여 현저한 가격 변동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격조정이 가능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가격 변동의 폭이 매우 큰 경우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특약이 무효라고 보아 원고의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관련 규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선금이자채권에 관한 부분과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소영 박상옥(주심) 조재연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5.5.29.선고 2014나2017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