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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7도21715 판결
[횡령][미간행]
AI 판결요지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판시사항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인 경우,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차정환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6. 5. 26. 13:30경 성명불상자의 사기범행에 속은 피해자가 피고인 명의 신한은행 계좌(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통장을 빌려주면 3개월에 3,500,000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대여한 것이다)에 입금한 5,500,000원을 보관하던 중, 2016. 5. 26. 14:00경 현금인출기를 이용하여 위 계좌에서 8회에 걸쳐 4,791,000원을 인출하고, 그 무렵 편의점에서 9,000원 상당의 물품을 위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로 결제함으로써 합계 4,800,000원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사기 피해자의 자금이 피고인 명의의 계좌에 예치되어 있었다고 하여 피고인과 위 피해자 사이에서 어떠한 위탁관계나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그 후 사기범행에 이용된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포함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본권(소유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인출행위가 위 피해자에 대하여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과 위 피해자 사이의 위탁관계나 신임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하였을 뿐이어서 사기의 공범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성명불상자의 사기범행에 속은 피해자가 위 계좌로 송금하여 입금된 돈에 대하여 피고인과 위 피해자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접근매체를 양도할 당시 그것이 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았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이 횡령죄를 구성하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김창석(주심) 조희대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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