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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방법 및 그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의 정도 /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

[2]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도장공으로 근무하던 갑이 근무 중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한 사안에서, 갑이 고혈압, 불안정협심증 등의 기존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급격한 근무환경의 변화 및 업무강도의 증가로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었고, 사망 당일 체감온도가 10°C 이상 저하된 상태에서 고층 건물 외부의 강한 바람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휴식시간 없이 작업을 계속한 사정 등으로 기존의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심근경색이 유발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갑의 업무와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경 담당변호사 곽종훈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453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배우자인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생년월일 생략)생으로, 2015. 11. 30. ○○건설 주식회사에 일용직 근로자로 고용되어 ‘△△△ △△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도장공으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2015. 12. 16. 16:30경 신축 건물 11층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나. 망인은 경력이 많지 않아 도장작업과 함께 약 20㎏ 정도 되는 페인트통을 상층으로 운반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통상 도장작업은 2인 1조로 이루어지는데 이 사건 현장은 그 규모에 비하여 인원이 적어 작업자들이 단독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망인은 종종 지인들에게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로 호소하였다.

다. 망인은 통상 07:00경 출근하여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평균 8시간 30분 정도 작업을 하였는데 작업자들은 업무량 등 상황에 따라 재량껏 휴식을 취하였고 고정된 휴식시간은 없었다. 사망 당일에도 망인은 작업량이 많아 점심식사 직후에 휴식시간을 갖지 못하고 곧바로 작업에 투입되었다. 한편 망인은 이 사건 현장에서 근무한 16일 중 2015. 12. 6. 하루만 휴무를 하였다.

라. 사망 당일 이 사건 현장의 최저기온은 -3℃, 최고기온은 4℃로서 전날에 비하여 체감온도가 10℃ 이상 급격히 낮아진 상태였다. 망인이 근무하던 장소는 신축 건물 복도 부분으로 아직 창문이 설치되지 아니하여 고층 건물 외부의 강한 바람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당시 망인은 동료에게 바람이 너무 심하게 들어와 춥다고 하면서 이를 막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다.

마. 망인의 검안서 내용, 진료 이력 및 감정의 소견 등은 다음과 같다.

(1) 검안서에는 망인의 직접 사인이 ‘심근경색의증(추정)’으로 기재되어 있고, 부검은 시행되지 아니하였다.

(2) 망인은 기존에 원발성 고혈압으로 지속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 왔고, 불안정협심증, 순환계통 및 호흡계통의 증상으로 진료를 받기도 하였으나, 망인에 대한 기존의 의무기록에는 심근경색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3) 심근허혈을 유발하는 인자로는 심리적 스트레스, 감정 변화, 주야 변화, 식사 후, 추위 노출, 운동 등이 있는데, 특히 온도가 10℃ 감소하면 급성심근경색의 위험이 7%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추위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른 개인적 차이가 있다. 망인의 사망 당시 체감온도를 고려하면 10℃ 정도 차이가 나므로 위험도가 증가하였을 것으로 추단해 볼 수 있다.

3. 위에서 본 법리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망인이 이 사건 현장에 근무를 시작한지 불과 16일 만에 사망하였는데, 앞서 본 이 사건 현장에서의 작업 방식과 작업 내용, 작업량과 작업 강도, 망인의 경력 및 그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이 사망할 무렵 근무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가중된 작업 강도가 망인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급격히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나. 망인은 고혈압, 불안정협심증 등의 지병이 있었음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연이어 근무를 한 것으로 보이고, 특히 사망 당일에는 전날보다 체감온도가 10℃ 이상 저하된 상태에서 고층 건물 외부의 강한 바람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별다른 휴식시간 없이 작업을 계속한 사정이 인정된다. 또한 망인의 사인은 ‘심근경색의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온도변화 및 고혈압 등 지병과 심근경색 발병 위험률의 의학적 상관관계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이 망인의 사망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다. 결국, 망인은 고혈압, 불안정협심증 등의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위와 같은 급격한 근무환경 변화 및 업무 강도 증가로 인하여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었고, 이로 인하여 기존의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심근경색이 유발되었다고 추단할 여지가 있다.

4.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망인의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고영한 김소영(주심)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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