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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8도2844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비밀누설·의료법위반]〈의사의 과실 존부와 의료법상 사망한 자의 비밀도 보호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공2018상,1121]
판시사항

[1]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내용 및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형벌법규의 해석 방법

[3]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규정한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 생존하는 개인 이외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는 같은 업무 또는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하게 임상진단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나아가 의사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2]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서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 규정의 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3] 구 의료법(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의료법’이라 한다) 제19조 는 “의료인은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제88조 는 “ 제19조 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 제1조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의료인(제2장)의 자격과 면허(제1절)에 관하여 정하면서 의료인의 의무 중 하나로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하여 법이 정한 엄격한 자격요건과 함께 의료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그 취지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 형성과 함께 이에 대한 국민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높임으로써 수준 높은 의료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에 관한 공중의 신뢰라는 공공의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관계와 이에 기초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변한다고 볼 수 없다.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비밀’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비밀영역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호의 필요성은 환자가 나중에 사망하더라도 소멸하지 않는다. 구 의료법 제21조 제1항 은 환자가 사망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점을 보더라도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보호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

헌법 제10조 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선언하고 있고, 헌법 제17조 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고 사적 영역의 평온과 비밀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와 같은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그의 사망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사망 후에 사적 영역이 무분별하게 폭로되고 그의 생활상이 왜곡된다면 살아있는 동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사람은 적어도 사망 후에 인격이 중대하게 훼손되거나 자신의 생활상이 심각하게 왜곡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고 그러한 기대 속에서 살 수 있는 경우에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실효성 있게 보장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형벌법규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 의료법의 입법 취지, 구 의료법 제19조 의 문언·내용·체계·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 이외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정락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업무상 과실치사

가. 의사의 과실

(1)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같은 업무 또는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도2710 판결 ,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5도8980 판결 등 참조).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하게 임상진단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의사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7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4. 10. 17. 16:45경부터 20:00경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 3층에서 피해자 공소외인을 상대로 위장관 유착박리 수술을 하였다. 그 수술은 복강경과 복강경용 초음파 절삭기 등을 이용하여 소장, 대장, 위, 복막 사이에 유착된 부위를 박리하고 그 과정에서 약해진 소장 부위를 봉합하며, 위(위) 대만 부위를 따라 길이 15cm의 위벽을 위 내강 쪽으로 1회 집어넣어 주름을 만든 다음 봉합하는 것이었다.

(나)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은 일반적인 개복술에 비하여 통증이 적은 것이 보통인데 피해자는 수술 직후인 2014. 10. 17. 20:10경부터 지속적으로 강한 통증을 호소하였다. 피해자의 백혈구 수치는 2014. 10. 18.경 16.9 × 10³/μL, 2014. 10. 19.경 14.9 × 10³/μL로 정상 수치를 초과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혈액검사상 백혈구 수치가 좋아지고 있고 압통과 반발통이 심하지 않은 점을 들어 피해자에게 단순한 ‘수술 후 통증’이라고 설명하였고, 피해자가 퇴원을 요청하자 ‘상태를 봐서 괜찮으면 예정대로 2014. 10. 19. 퇴원을 하라.’고 말하였다.

(다) 2014. 10. 19. 09:05경 피해자의 흉부를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에는 좌측 횡격막 상부에 공기 음영이 있어 심낭기종과 종격동기종의 소견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복부와 장 유착으로 수술한 환자가 퇴원을 하려면 대변 배출, 구강 음식섭취 가능, 경구용 진통제로 통증 조절이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퇴원조건을 갖추지 못하였지만 2014. 10. 19. 13:17경 피고인의 허락을 받아 퇴원하였다.

2014. 10. 19. 16:00경 피해자의 체온은 38.3도였고, 30분 후에는 38.7도였다. 피해자는 통증이 계속되자 2014. 10. 20. 05:10경 피고인의 병원을 다시 방문하였다. 진통제로 통증이 줄어들자 같은 날 08:02경 귀가하였다.

(라) 피해자는 2014. 10. 20. 16:57경 다시 피고인의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피해자의 체온은 38.8도, 맥박은 분당 137회였다. 피고인은 복부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장 부종과 압통이 있으나, 수분저류가 발견되지 않고 반발통이 없다고 보아 복막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같은 날 17:20경 피해자에게 ‘지금은 복막염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열이 있으므로 항생제를 추가하고 혈액 검사를 비롯한 추가 검사를 할 테니 입원하라.’고 하였다. 피해자는 같은 날 18:15경 귀가하였다.

(마) 피해자는 2014. 10. 22. 04:40경 왼쪽 가슴 통증, 복통, 오심을 호소하며 피고인의 병원을 방문하였다. 피해자는 같은 날 04:50경 복부팽만 증상을 보였고, 08:09경 가슴의 답답함과 좌측 어깨 방사통을 호소하였다. 같은 날 08:28경 피해자의 심전도 검사 결과 피해자의 맥박은 분당 145회로 심각한 빈맥 상태였고, 심장전압은 0.19mV로 현저히 낮은 상태였다. 피고인은 허혈성 심혈관 질환을 의심하여 피해자에게 혈관확장제와 진통제를 투여하고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였지만, 피해자는 2014. 10. 22. 12:40경 병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피고인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기도삽관 등 응급조치를 취한 후 피해자를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피해자는 2014. 10. 22. 14:10경 동공이 6mm 열려 있고 사지 반응이 없는 상태로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병원 의료진은 피해자에게 복막염, 장 유착, 심낭압전의 소견을 확인하고 응급으로 개복수술 등의 치료를 하였지만, 피해자는 2014. 10. 27. 20:19경 범발성 복막염에 의한 심낭압전에 따른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

(바) ○○○○병원 의료진에 의한 수술 과정에서 피해자의 상부 소장 70∼80cm 하방 부위에서 1cm의 천공이 발견되었고, 피해자에 대한 부검 과정에서 약 0.3cm 크기의 심낭 천공과 그에 대응하는 위치에서 횡격막 천공이 확인되었다.

(3) 이러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다음과 같은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피해자와 같이 장 유착 상태가 심하고 주변 장기들도 많이 약해져 있는 경우에 유착박리술 이후 지연성 천공은 예상되는 합병증이므로 그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피해자의 경과를 관찰하는 등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은 일반적인 개복술에 비하여 통증이 적은 것이 보통인데도 피해자는 수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강한 통증을 호소하였고, 2014. 10. 19. 09:05 촬영한 피해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는 종격동기종과 심낭기종의 소견이 확인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고열, 메슥거림 등의 증상이 있고 심한 복통이 상당한 기간 지속되었으며 높은 백혈구 수치, 빈맥 증상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으로서는 지연성 천공 등으로 인한 피해자의 복막염 가능성을 예견하였거나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에 관한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설명하고, 경과 관찰이나 필요한 검사를 통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해 조치를 하거나 이러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전원시킬 주의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가 수술 후 보인 증상을 통상적인 통증으로 안일하게 판단하여 피해자에게 지연성 천공 등 예상되는 합병증에 대한 위험을 제대로 고지·설명하지 않았고, 퇴원 조건을 갖추지 못한 피해자에 대한 퇴원을 허락하였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재차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에도 복막염이 아니라고 속단한 채 피해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검사나 치료를 하지 않고,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온 이후에도 허혈성 심질환으로만 의심하여 이에 대한 조치만 취하였을 뿐이다. 그 결과 심장 전문의 등과의 협진을 통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이에 따른 필요한 처치나 전원을 지체하는 등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제때에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수술 후 피해자에게 발생한 복막염의 진단과 처치 과정에서 과실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치사죄에서 말하는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인과관계

위에서 보았듯이 피고인의 수술 후 복막염에 대한 진단과 처치 지연 등의 과실로 피해자가 제때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하였다면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의 과실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비록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시를 일부 따르지 않거나 퇴원한 적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도2524 판결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7070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의료법 위반

가. 구 의료법(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의료법’이라 한다) 제19조 는 “의료인은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제88조 는 “ 제19조 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의사인 피고인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피해자의 위장관 유착박리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마취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과 간호일지, 2009년경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입 수술을 한 사실과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함으로써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또는 발표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되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또는 발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상고이유로 원심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으로 구 의료법 제19조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 주된 쟁점은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나.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서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 규정의 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 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7도10122 판결 등 참조). 형벌법규에서 ‘타인’이나 ‘다른 사람’이 반드시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형벌법규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과 법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을 통하여 사망한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 제1조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의료인(제2장)의 자격과 면허(제1절)에 관하여 정하면서 의료인의 의무 중 하나로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하여 법이 정한 엄격한 자격요건과 함께 의료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그 취지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 형성과 함께 이에 대한 국민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높임으로써 수준 높은 의료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개인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에 관한 공중의 신뢰라는 공공의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관계와 이에 기초한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비밀’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비밀영역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호의 필요성은 환자가 나중에 사망하더라도 소멸하지 않는다. 구 의료법 제21조 제1항 은 환자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점을 보더라도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보호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

헌법 제10조 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선언하고 있고, 헌법 제17조 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고 사적 영역의 평온과 비밀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327 판결 ,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4993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개인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그의 사망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사망 후에 사적 영역이 무분별하게 폭로되고 그의 생활상이 왜곡된다면 살아있는 동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사람은 적어도 사망 후에 인격이 중대하게 훼손되거나 자신의 생활상이 심각하게 왜곡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고 그러한 기대 속에서 살 수 있는 경우에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실효성 있게 보장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형법 제308조 , 저작자 사망 후의 저작인격권 보호에 관한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 사망한 사람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 금지와 그에 대한 구제절차를 정하고 있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는 이 점을 명시한 규정이다.

위와 같은 형벌법규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 의료법의 입법 취지, 구 의료법 제19조 의 문언·내용·체계·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정한 ‘다른 사람’에는 생존하는 개인 이외에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의료법 제19조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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