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김정훈(기소), 유병두(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양효경
주문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의 주장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인에게는 피해자 망 공소외 1(대판: 공소외인)(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의 사망에 관한 업무상 과실이 없고,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 피고인은 2014. 10. 19. 피해자를 완전히 퇴원시킨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외출 및 외박을 허용한 것이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물 이외의 음식을 섭취하여서는 안 되고, 열이 있으면 바로 내원하도록 지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복막염 추이를 관찰하면서 계속 흉부공기음영도 추적관찰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2014. 10. 19. 피해자를 외박하도록 하였더라도 이 사건 수술 후 경과관찰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다.
㈏ 피고인은 2014. 10. 20. 피해자가 내원하였을 당시 초음파검사를 하고 복부반발통 등을 확인하는 등 복막염 발병 여부와 진행 정도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였고, 추가로 복막염에 처방하는 항생제(메트리날) 투약 및 혈액검사, 방사선촬영을 지시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2014. 10. 20. 새벽 05:00경 열이 난다고 내원하였다가 진통제를 맞은 후 호전이 되었다며 그대로 귀가하였고, 같은 날 16:30경 다시 열이 난다고 방문하였을 때도 2시간 정도 입원한 후 무단으로 퇴원하고, 다음날 예정된 혈액검사에 오지 않았다. 피고인이 환자의 거부로 복막염 진단을 위한 기본검사를 시행하고 그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 피고인은 2014. 10. 22. 피해자가 내원하여 가슴통증을 호소하자, 급히 심전도 검사를 하고 심장이상여부를 확인하였다. 심전도검사결과만을 놓고 보면 전원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환자를 관찰하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타당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바 없다.
㈑ 피해자는 심장압전으로 사망하였는데, 복막염은 그 진행정도로 보아 패혈증에 이를 정도로 중증은 아니었고, 심장압전이 발생할 정도가 아니었다. 따라서 피해자의 장천공으로 인하여 복막염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복막염에 대한 처치 지연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은 피고인의 책임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의 주장
(1) 법리오해
형법 제317조 제1항 소정의 ‘타인’이나 구 의료법(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9조 소정의 ‘다른 사람’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여 피해자가 이미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위 형은 피고인의 책임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원심에서도 대체로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과 동일한 주장을 한 데 대하여,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그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피고인이 복강경을 이용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등(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시행하던 도중에 또는 이 사건 수술 시행 후 지연성으로 피해자의 소장 부위, 횡격막 및 심낭 부위에 연달아 천공이 발생하였는데, 피해자와 같이 장 유착 정도가 심하고 유착 부분도 많이 약해져 있는 경우에 유착박리술 이후 적어도 지연성 천공은 예상되는 합병증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지연성 천공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피해자의 경과를 관찰하는 등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② 복강경을 이용한 이 사건 수술의 경우 일반적인 개복술에 비하여 통증이 적은 것이 보통인데, 피해자가 수술 후 2일이 지났는데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때에는 진통제로 증상을 호전시키기 전에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인데도, 피고인은 만연히 피해자의 통증이 이 사건 수술과 같은 수술 시행 후 통상 발행하는 통증으로만 판단하고 그 통증 원인을 찾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③ 피해자에 대하여 2014. 10. 19. 09:05 촬영한 흉부 방사선 사진에 왼쪽 횡격막 상부로 공기 음영이 보여 종격동기종과 심낭기종 소견이 보이고, 피해자가 이 사건 수술 직후부터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흉부 CT촬영 등을 통해 그 원인을 찾고 그 경과를 추적 관찰하여 활력징후의 변화를 잘 살펴 필요한 경우 감압술 등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함에도 흉부 방사선 사진 판독을 위한 영상의학과 의료진과의 협진도 없이 2014. 10. 19. 13:17 피해자의 퇴원을 허락하였다.
④ 피해자가 2014. 10. 20. 16:57 피고인의 병원을 다시 방문하였을 때 피해자에게 38.8℃의 고열과 복통, 메슥거림, 높은 백혈구 수치와 같은 증상이 있었으므로 복막염을 의심하고 복부 CT 촬영 등 복막염을 진단할 수 있는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하였어야 함에도 백혈구 수치가 이전보다 낮아지고 있고 복부반발통이 없으며 복부초음파 상 복강 내 체액 저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을 들어 피해자의 상태가 복막염이 아니라고 속단하고, 피해자에게도 ‘현 상태는 복막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만 할 뿐 상태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설명하지 않았다.
⑤ 피해자가 2014. 10. 22. 04:40경부터 심한 흉통을 호소하는 등 통증의 양상이 기존과 달라졌고, 같은 날 08:28경 실시한 심전도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나왔으므로 심장 전문의 또는 내과 전문의와 협진을 하여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한 인적·물적 설비가 구비된 병원으로 피해자를 전원시키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같은 날 12:40경 피해자가 심낭압전에 의하여 심기능이 상실되어 의식을 잃을 때까지 혈관확장제와 진통제만을 투여하고 위와 같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⑥ 결국 위와 같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바, 비록 피해자가 2014. 10. 19. 퇴원 이후 미음, 죽 등 음식물을 섭취하였고, 2014. 10. 20. 16:57경 피고인의 병원에 온 뒤 피고인의 입원 지시를 따르지 않고 같은 날 18:15 그대로 귀가하였으며, 2014. 10. 21.에는 예정되어 있던 외래진료를 받지 않기도 하였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위험성에 대하여 정확하게 설명·고지를 하지 못한 이상 위와 같은 피해자의 행위를 들어 업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⑦ 피고인 스스로 검찰에서 한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장기 유착 정도가 매우 주1) 심하였고, 이 사건 수술 당시 2곳 이상 천공을 발견하였거나 천공 우려가 있는 곳이 있어 봉합하기까지 하였으며, 복강경 수술의 경우 개복수술보다 수술 중 천공에 대하여 인지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므로 수술 후 지연성 천공에 대하여 사후 추적관찰을 계속해야 할 필요성은 더더욱 컸던 점, ⑧ 피해자에 대하여 수술 전 2014. 10. 17. 실시한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에 비하여 2014. 10. 19. 실시한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는 확연히 달라 2014. 10. 19.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에 나오는 종격동 기종 또는 심낭 기종의 이상 소견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종격동과 심낭은 기본적으로 가스가 발견될 수 없는 곳이어서 가스 소견은 치명적이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진료기록부 상 그 판독 및 처치에 관한 어떠한 언급도 확인되지 않는 점, ⑨ 피해자와 같은 복부 장 유착 수술 환자는 대변이 배출되고, 구강 음식섭취가 가능하며, 경구용 진통제로 통증 조절이 가능할 때 퇴원할 수 있는 상태로 평가할 수 있는데 피해자의 경우 2014. 10. 19. 주2) 퇴원 당시 대변 배출과 경구용 진통제로 통증 조절 가능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점, ⑩ 피고인이 2014. 10. 21. 피해자를 상대로 실시할 것을 지시해 둔 CBC(피검사)/LFT(간기능검사)/CRP(염증검사), 흉부 방사선 검사 등은 비특이적인 검사들로 그 결과만 가지고 복막염 발생을 확진할 수는 없는 점, ⑪ 피해자의 경우 2014. 10. 20. 16:57 피고인의 병원에 재방문 하였을 당시 체온이 38.8℃에 이르고 그 동안 지속적으로 복통, 흉통을 호소한 점에 비추어 이미 복막염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데, 이후 복막염에 의하여 발생한 오염된 복강 내 삼출물이 심낭으로 들어가 급성 화농성 심낭염을 일으키고, 이로 인하여 염증성 삼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심낭 내 압력 증가로 심낭 압전이 초래된 것으로 복막염의 진단 및 처치 지연이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더하여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업무상 과실의 존부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의사는 그 직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의료인으로서 의료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12. 초순경 □□□병원에 있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의사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터넷 주소 생략) 게시판에 ‘의료계 해명자료’란 제목으로 피고인이 수술한 피해자의 유족과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설명한 글을 올리면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마취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및 간호일지를 비롯하여 2012.경 위밴드 제거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및 간호일지, 2009.경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인 수술을 한 사실 및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의사로서 그 직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함과 동시에 의료인으로서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발표하였다.
(2) 원심의 판단
㉮ 특별한 규정 없이 형법 제317조 제1항 에서 정한 ‘타인’과 구 의료법 제88조 , 제19조 에서 정한 ‘다른 사람’의 범위를 확대해석하여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점, ㉯ 형법 제317조 제1항 에 정한 업무상비밀누설죄와 구 의료법 제88조 , 제19조 에 정한 의료법위반죄의 보호법익은 모두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으로서, 위 각 죄에 의하여 보호되는 비밀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개인이며, 위 각 죄는 비밀 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의 일방적인 소추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모두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점, ㉰ 위 각 죄의 행위의 객체인 ‘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비밀로 할 것을 원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비밀로 할 이익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이는 행위자와 공범자를 제외한 타인에 관한 것이어야 하는데 사망한 사람에게는 그와 같은 비밀이익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사망한 사람은 위 각 죄의 비밀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점, ㉱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 본문은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는 고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과 같이 ‘비밀의 주체가 이미 사망한 이후에 비밀의 누설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규정이 적용될 수 없어 결국 고소권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근거규정이 없게 된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규정체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각 죄에서 비밀의 주체로 정한 ‘타인’ 또는 ‘다른 사람’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체계적이고도 논리적인 해석인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타인’이나 ‘다른 사람’은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피고인이 2014. 12. 초순경 그 이전인 2014. 10. 27.에 이미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각종 의료자료 등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행위는 위 각 법조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
(3) 당심의 판단
㈎ 업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하여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논거에 더하여 ① 형법 제317조 제1항 에 정한 업무상비밀누설죄는 형법 제35장 비밀침해의 죄에 규정되어 있는데, 형법이 제24장 이하에서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를 규정하고 있는 체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형법 제317조 제1항 의 업무상비밀누설죄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에 해당 직업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라는 법익이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우리 형법이 독일형법과 같이 사자의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을 더하여 보면, 업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것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 의료법위반죄에 대하여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되지만,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도 가능한 문언의 의미 내에서 당해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그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그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등 참조). 한편 형벌법규에서 ‘타인’이 반드시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예컨대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문서위조죄에 있어서 ‘타인의 문서’에는 이미 사망한 자의 명의로 작성된 문서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5. 2. 24. 선고 2002도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바( 제1조 ), 의료법은 의료인에 관해 규정하는 제2장 중 제1절에서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에 관한 규정들을 두고 있는데, 의료인이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 구 의료법 제19조 ) 역시 위와 같은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에 관한 규정의 하나로 되어 있고, 이를 위반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구 의료법 제88조 ). 이처럼 형법상 업무상비밀누설죄가 개인적 법익에 관한 규정인 것과 달리, 구 의료법 제19조 가 의료인의 비밀누설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단지 환자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의료인의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보호 및 증진이라는 사회적 법익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환자가 사망하였다고 하여 그에 대하여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의사에게 다른 환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을 통한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기대할 수 없음은 명백하므로, 환자 사망 후의 비밀누설 행위 역시 여전히 의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편 구 의료법 제21조 제1항 은 의료인이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같은 조 제2항 제3호 에서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친족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요청한 경우에만 기록 열람 내지 사본 교부가 예외적으로 가능하도록 규정하였고, 의료인이 이에 위반한 때에는 의료인의 비밀누설행위와 동일하게 구 의료법 제88조 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면서 마찬가지로 친고죄로 규정하였는바, 위 처벌규정과의 형평 차원에서도 구 의료법 제19조 소정의 ‘다른 사람’에는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피해자의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마취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및 간호일지, 2009.경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인 수술을 한 사실 및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한 이상 구 의료법 제19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비밀 누설 내지 발표 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이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게시한 것은 피고인의 진료 행위에 대한 국민적 억측과 오해를 해명하고, 부당한 비난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어서 정당방위 또는 긴급피난에 해당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하고,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의료법의 규정에 반하여 피해자의 비밀을 누설 내지 발표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긴급성, 보충성과 같은 요건까지 갖추어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거나, 그러한 비밀 누설 내지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고, 당심에서 새롭게 유죄가 인정되는 의료법위반죄는 원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업무상과실치사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 판결의 범죄사실 아래 아래의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를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들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추가하는 범죄사실]
의료인은 의료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함에도, 피고인은 2014. 12. 초순경 □□□병원에 있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국내 의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터넷 주소 생략) 게시판에 ‘의료계 해명자료’란 제목으로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수술한 피해자 망 공소외 1의 유족과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설명한 글을 올리면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마취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및 간호일지를 비롯하여 2012.경 위밴드 제거 수술 사실, 피해자의 수술 동의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 장기 사진 및 간호일지, 2009.경 내장비만으로 지방흡인 수술을 한 사실 및 당시 체중, BMI 등 개인 정보를 임의로 게시함으로써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발표하였다.
[추가하는 증거의 요지]
1.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한 각 감정촉탁회신
1. 해명자료, △△△△△ 게시자료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금고형 선택), 구 의료법(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 제19조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2항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과실치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하되, 동종의 형으로 간주하여 징역형으로 처벌]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이 사건 수술 이후 피해자가 계속하여 통증을 호소하였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기에 앞서 유족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피해자의 개인 의료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노출하는 등 추가적인 의료법위반 범행까지 저질렀다.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였고, 피고인 스스로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피해회복조치를 취한 바도 없다. 이상과 같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여러 정상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그 책임 정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피고인에게 아직 다른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피고인이 수술 도중에 수술도구로 직접 피해자의 소장 내지 횡격막, 심낭에 천공을 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입원 지시를 한 차례 따르지 않았고, 예약된 진료시간에 병원에 오지 않기도 하여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다소 지연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을 피고인에게 조금이나마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업무상비밀누설의 점)의 요지는, 앞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2.나.⑴항 기재 가운데 ‘의사인 피고인이 그 직무처리 중 지득한 피해자의 비밀을 누설하였다’는 부분인 바, 이는 2.나.⑶항의 ㈎에서 살핀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판시 의료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주1) 수술에 참여한 간호사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그 동안 수술에 참여하면서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보지 못했다, 유착이 너무 심해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망인 배 속 장기들 유착이 매우 심해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주2) 피고인은 2014. 10. 19. 피해자를 외박시켜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간호기록지에도 “13:30 외박감”이라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간호기록지의 위 기재 바로 위에 “퇴원 order 남”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2014. 10. 20.자 기록지에는 “08:02 어제 퇴원약으로 받은 약 퇴원 후 드시도록 설명하고 드림”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피해자가 2014. 10. 19. 병원비를 전부 정산하고 7일간의 약을 처방받은 점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2014. 10. 19. 퇴원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