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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161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뇌물수수][미간행]
판시사항

[1] 공무원이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경우, 직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려 수수한 금품이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뇌물수수죄의 범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지 여부(적극) / 피고인이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증명 방법 및 간접 사실에 비추어 뇌물수수의 범의가 인정되는 경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애성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2014년 상반기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 2015. 2.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 2015. 10. 27.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5. 2.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원심판결에 2014년 상반기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에 관하여 증거재판주의 위반, 채증법칙 위반 및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을 상고이유에서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고,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그리고 원심의 양형판단에 양형의 기초사실에 관한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추심금 소송에 관하여 담당재판부에 청탁을 알선한 대가로 돈과 (차량명 생략) 차량을 수수한 것일 뿐, 피고인이 장차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의 수딩젤을 모방한 상품을 만들어 유통한 범인들을 엄벌하는 등 피고인의 직무에 관하여 돈과 위 차량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할 만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판중심주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2015. 10. 27. 뇌물수수 부분

1)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 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려 금품을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 (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6721 판결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한편 뇌물수수죄에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수수하였다는 범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는데, 간접 사실에 비추어 수수하는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는 사정을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서 묵인한 채 이를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뇌물수수의 범의는 충분히 인정된다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807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외 1은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공소외 3은 부사장이었는데, 위 회사의 대표상품인 수딩젤을 모방한 가짜 상품이 중국 등에 대량 유통되어 손해가 발생하자 2014. 12.경 ○○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나) 공소외 1은 그 무렵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피고인에게 가짜 수딩젤 제품으로 공소외 2 회사가 큰 손해를 입고 있다면서 가짜 수딩젤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들(이하 ‘위조사범들’이라고 한다)을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공소외 3도 피고인 및 공소외 1과 친분이 있던 공소외 4에게 위조사범들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을 피고인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다) 그 후 피고인은 위조사범들인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이하 ‘공소외 5 등’이라고 한다)에 대한 상표법위반 등 사건을 담당한 항소심 재판부의 재판장으로서 2015. 8. 13. 피해자 공소외 2 회사의 입장을 대표하여 공소외 3을 증인으로 소환하여 신문하였는데, 당시 공소외 3은 법정에서 공소외 2 회사가 입은 손해가 커서 공소외 5 등을 엄벌해 달라고 진술하였다.

라) 피고인이 2015. 9. 10. 공소외 5 등에 대한 사건의 항소심 판결을 선고하는 한편, 그 외 다른 2건의 위조사범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도 맡아 진행하던 중, 2015. 10. 6. 공소외 1이 상습적으로 해외에서 고액의 원정도박을 하였다는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되자, 공소외 1의 석방을 위해 공소외 3은 2015. 10. 27. 서울 강남구 (이하 생략)에 있는 ‘△△스시’에서 피고인, 공소외 4를 만났고, 모임을 마칠 때 공소외 3이 공소외 4를 통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에게 미리 준비해 간 현금 1,000만 원을 건네주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위 돈을 받을 무렵은 피고인이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위조사범들에 대한 형사재판의 항소심 재판장으로서 공소외 5 등에 대한 판결을 선고한 직후이자 다른 위조사범들에 대한 두 건의 재판을 심리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더욱이 피고인은 자신이 맡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이미 친분이 있던 공소외 1로부터 위조사범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5 등에 대한 재판을 직접 심리하면서 피해자 측을 대표하여 증인으로 출석한 공소외 3을 신문하여 같은 취지의 증언을 듣기도 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판사인 피고인이 그 직무에 속하는 재판을 마치고 또 다른 재판을 진행하는 중에 각 재판에 관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직무의 대상인 공소외 3으로부터 수수한 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으로서는 그 수수 당시에 자신의 직무에 대한 대가라는 점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돈을 주게 된 주된 이유가 그 무렵 상습도박으로 기소된 공소외 1의 재판을 위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을 청탁하는 데 있었다거나, 구속된 공소외 1의 입장에서 위조사범들에 대한 재판들은 시급한 현안이 아니고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위 돈을 주면서 구체적으로 그 재판들까지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돈의 수수 경위와 시기, 수수 전후 관련자들의 말과 행동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돈은 오로지 공소외 1의 상습도박 사건만을 위하여 교부되었다기보다는, 위 상습도박 사건을 위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함께 피고인이 직접 담당하였거나 담당하고 있던 재판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까지 아울러 가진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직무와의 관련성을 부정하면서 들고 있는 공소외 3의 진술 내용 등을 비롯한 다른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아도 달리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다른 판사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인 공소외 1의 상습도박 사건과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서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직무에 대한 대가로서 공소외 3으로부터 1,000만 원을 수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인이 수수한 돈과 그 직무 사이의 관련성을 부정하기에 부족한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공소외 1의 상습도박 사건과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1,000만 원을 수수하였을 뿐, 피고인의 직무의 대가로 수수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뇌물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2015. 12.경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500만 원의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공소외 4의 진술은 객관성이나 합리성이 없어 믿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공소외 4로부터 500만 원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판중심주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앞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2015. 10. 27. 뇌물수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 부분과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같은 날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은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은 2014년 상반기 및 2015. 2.경의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원심에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고, 위 2015. 2.경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부분과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2014년 상반기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 2015. 2.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 2015. 10. 27.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2014년 상반기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 2015. 2.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 2015. 10. 27.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 박상옥 박정화(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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