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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5두51095 판결
[과징금부과처분등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이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에 묵시적인 합의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사업자 사이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증명되는 경우,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법원이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및 그 판단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지 여부(적극)

원고, 상고인

동양물산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김성식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수희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신고가격 공동행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가. 신고가격 공동행위의 성립에 관하여 (상고이유 제1점)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 여기에서 합의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증명되는 경우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한편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202조 ), 그 판단은 위와 같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두2303 판결 ).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 및 관련 정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① 원고와 국제종합기계 주식회사(이하, 편의상 주식회사의 경우 그 법인명 중 주식회사 부분은 생략한다), 대동공업, 엘에스 및 엘에스엠트론(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이라고 한다)은 매 분기별(1월, 4월, 7월, 10월)로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을 통하여 또는 직접 농림부에 농기계 가격을 신고하였는데, 2010. 12. 31.까지는 농림부가 신고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여 승인하였으나, 2011. 1. 1.부터는 종전과 같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② 2010. 12. 31.까지는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이 신고가격을 제출하더라도 농림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다시 가격을 수정하여 신고한 다음 승인을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승인에 관하여 농림부가 고려했던 것은 신고가격의 인상률이 전년도 물가상승률 내인지 여부로 보이고, 그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다.

③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의 임직원들은 수시로 모임을 개최하여 농기계 관련 현안에 대해 협의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들은 특히 매 분기별 가격신고 시점 무렵에는 영업담당 임원들이 참석하는 모임을 통해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이하 ‘이 사건 농기계’라고 한다)의 신고가격을 당해 분기에 인상할지 여부와 인상폭 등에 대해 협의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였고, 그 후 각 사 실무자들이 유선연락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신고가격을 협의하거나 정보를 교환한 적도 있으며, 이러한 협의 및 정보교환 내용을 토대로 각 사의 신고가격안을 결정한 사실이 있고,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 중 일부 제조사들은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 사이의 합의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④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이 신고하는 가격은 대리점 및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농협’이라고 한다)의 판매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므로,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이 가격경쟁을 피하면서 판매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고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데에는 충분한 동기나 유인이 있었다.

⑤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이 각각 제조·판매한 농기계 중 동일한 기종 내에서 유사한 사양을 가진 모델들의 신고가격은 대체적으로 유사한 가격변동 추이를 보이고, 이러한 농기계 신고가격 및 그 변동 추이의 외형상 일치는 앞서 본 합의가 실행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일부 농기계 제품의 가격변동 추이나 이 사건 농기계 전체의 평균 인상률 변동 추이가 불일치하는 점은 있으나 이 사건 농기계는 동일한 기종 내에서도 규격, 엔진마력, 부속품 등이 다른 제품이 많아 매 분기마다 제품의 가격을 일일이 일치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일치하지 아니하는 내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합의에 의한 실행행위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⑥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최근 10년간 국내 농기계 시장의 점유율은 큰 변동이 없다. 2009년과 2010년 원고와 국제종합기계, 대동공업 및 엘에스엠트론의 시장 점유율을 합산하면 약 67%이고, 2011년 농협의 계통구매 실적을 기준으로 하여 시장 점유율을 합산하면 트랙터는 약 89%, 이앙기는 약 66%, 콤바인은 약 75%이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위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의 가격에 해당하는 신고가격에 관하여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넉넉히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넘어 사실을 잘못 인정하고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유모순 및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나. 신고가격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에 관하여 (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의 신고가격 공동행위는 가격에 관한 경쟁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그 성격상 경쟁제한 효과 및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큰 반면 효율성 증대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행위인 점, 신고가격은 소비자들에 대한 실제 판매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신고가격의 결정에서 경쟁이 제한되어 있는 이상 실제 판매 시에 신고가격보다 할인을 해주었다고 하더라도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점, 위 공동행위는 장기간 지속되었던 점,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던 점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신고가격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장려금률 공동행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상고이유 제3점)

원심은, 농협이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과 장려금률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을 공동 수신인으로 하여 장려금률에 관한 농협안이 적힌 서류를 보내거나 농기계 제조사들의 실무자들이 참석하는 업무협의회를 개최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농협안에 대한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점, 반면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각 사의 영업담당 임원 등이 참석하는 별도의 회의를 열거나 상호 연락하는 방법을 통해 장려금률에 관하여 별도로 합의한 점, 장려금률 공동행위로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에게 부당이득이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장려금률 공동행위를 농협에 대한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의 필요 최소한의 조치로 보기 어려운 점 등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위 장려금률에 관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의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고자 하는 합의’에 해당하고 그 경쟁제한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 및 경쟁제한성에 관한 법리 오해 또는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3. 과징금 납부명령에 관하여 (상고이유 제4점)

원심은, 이 사건 농기계 제조사들은 신규기종을 출시하면서 그 가격을 구 모델 가격을 기준으로 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가격신고 전의 신규기종도 신고가격 협의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점, 신규기종도 기존의 제품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미 존재하는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점, 원고가 신고가격 공동행위와 장려금률 공동행위를 통해 부당이득을 전혀 얻지 못했다거나 위 각 공동행위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가 위 각 공동행위를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보아 2%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는 한편, 제반 사정들을 감안하여 추가 감경을 한 후 최종 부과과징금을 산정한 점 등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신규기종의 매출액을 신고가격 공동행위의 관련매출액에 포함시켜서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것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과징금 부과처분에서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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