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실제 차주에 대한 금융기관의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제3자가 금융기관과 자신을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위 소비대차계약을 통정허위표시로 보기 위한 요건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아이비케이저축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일 담당변호사 김정주)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형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제3자가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관련 서류에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직접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금융기관이 정한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인바, 구체적 사안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명의대여자와 사이에 당해 대출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에게 귀속시키고 명의대여자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약정 내지 양해하였음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와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이하 ‘부산저축은행’이라 한다) 사이에 2007. 4. 19. 체결된 대출금액 9,000만 원인 이 사건 대출계약은, 부산저축은행이 설립·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인 대전뉴타운개발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주식인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변제받을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체결된 것이므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즉, 부산저축은행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부동산개발사업 등을 사실상 직접 추진하면서, 차명주주를 통하여 특수목적법인의 경영을 장악하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임직원이 각 특수목적법인의 법인 인감 및 통장 등을 직접 관리하도록 하여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대주주 또는 경영자인 소외 1, 2, 3 등이 위와 같이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을 사실상 지배한 사실, 주식회사 산경엠엔에이캐피탈(이하 ‘산경엠엔에이캐피탈’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소외 4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의뢰를 받아 지인들 명의를 동원하여 그들을 특수목적법인의 주주, 임원 등으로 등재하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각 계열은행으로부터 주금 등을 대출받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관리하였는데, 피고는 2005. 12.경 소외 4의 부탁을 받고 특수목적법인인 소외 회사의 주주 및 임원으로 등재되었고, 소외 4이나 부산저축은행의 경영진 등의 요구에 따라 그들이 제시하는 서류에 형식적으로 서명날인을 하기는 하였으나 소외 회사의 경영이나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은 사실, 부산저축은행은 2011. 6. 7. 자신이 피고의 명의를 빌려 소외 회사의 주식을 전부 소유하고 있는 실질주주로서 소외 1, 2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전 경영진의 배임행위로 인한 부산저축은행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명의대여자에 불과한 피고의 의결권행사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피고의 의결권행사를 금지해달라는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2011. 7. 6. 그 신청이 인용된 사실,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대출된 9,000만 원 중 8,993만 원이 소외 회사의 주식대금으로 납입되었고, 피고가 자신의 자금을 출연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2007. 4. 30.부터 2011. 1. 7. 사이에 소외 회사 명의 계좌에서 피고 명의의 계좌로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이자 상당 금원이 정기적으로 입금된 후 그 금원 중 대부분이 일정기간 후인 2007. 5. 21.부터 2011. 4. 19.까지 사이에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이자 명목으로 부산저축은행에 납입된 사실,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 소외 2,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의 대표이사 소외 3은 피고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등 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러한 인정 사실에 의하면, 부산저축은행은 관계 법령의 규제를 회피하여 소외 회사를 사실상 지배할 목적으로 피고 명의로 차명주식을 소유·관리하기 위하여 피고와 사이에 형식적으로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대출금 청구를 배척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2007. 4. 19. 이 사건 대출을 신청함에 있어 여신거래약정서에 직접 여신한도금액과 인적사항을 기재한 다음 서명·날인하였던 사실, 피고는 위와 같이 여신거래약정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 명의 예금계좌의 개설을 신청하는 거래신청서도 아울러 작성하였고 그에 따라 개설된 피고의 예금계좌로 이 사건 대출금이 입금된 사실, 차명대출의 실무를 담당한 산경엠엔에이캐피탈의 직원인 소외 5는 소외 4으로부터 이 사건 대출원리금의 상환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책임지기로 하였다는 말을 듣고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일 뿐 피고나 소외 5 모두 직접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로부터 이 사건 대출금에 관하여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것은 아닌 사실, 피고는 2006. 1.경부터 2011. 1.경까지 소외 회사로부터 명의대여의 대가 등으로 합계 84,118,710원과 별도의 상여금까지 수령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부산저축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여신거래약정서에 표시된 대로 피고를 이 사건 대출계약의 채무자로 할 의사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대출계약의 법률상 당사자는 피고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고 판단함에 있어 근거로 든 사정들 중, 소외 2 등이 작성하여 준 채무부존재 등 확인서는 부산저축은행의 편법대출 등 위법행위가 드러나 문제가 되자 뒤늦게 작성하여 준 것에 불과하여 피고의 채무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적절하고, 소외 회사의 설립과 피고가 주주 및 임원으로 등재된 경위, 이 사건 대출금이 소외 회사의 주식대금으로 납입된 사정 및 피고가 자신의 자금을 출연하여 이 사건 대출금의 이자를 지급하지는 아니한 사정 등은 이 사건 여신거래약정서에 직접 서명·날인함으로써 그 채무자 지위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피고의 이 사건 대출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 삼기에는 부족하므로, 결국 원심이 들고 있는 사실들만으로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서 나아가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피고에게 귀속시키지 아니하기로 하는 부산저축은행의 약정 내지 양해가 있었음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3자 명의로 체결한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고려 요소와 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