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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54997 판결
[손해배상][공2014상,1025]
판시사항

[1] 매매거래에서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평가액을 가격자료로 제출한 경우, 매수인에게 평가액이 시가 내지 적정가격에 상당하는 것인지를 살펴볼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와 공유재산의 매각에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공유재산을 매각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평가한 감정평가액이 시가를 반영한 적정한 것인지 살펴볼 책임이 있는지 여부(적극)

[3]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에 갑 지방자치단체 등의 소유인 토지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각가격은 을 조합이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작성된 각 감정평가서의 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하여 결정한 사안에서, 을 조합이 감정평가서의 적정성 여부를 살피지 않고 그대로 갑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매매거래에서 매수인은 목적물을 염가로 구입할 것을 희망하고 매도인은 목적물을 고가로 처분하기를 희망하는 이해상반의 지위에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여 최대한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하여 매도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인 간섭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목적물의 시가를 알기 위하여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평가액을 매도인에게 가격자료로 제출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평가액이 시가 내지 적정가격에 상당하는 것인지를 살펴볼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법적 성격이 사법상 매매인 공유재산의 매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 구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는 “잡종재산의 처분에 있어서 그 가격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가를 참작하여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2008. 2. 29. 대통령령 제207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은 “ 법 제30조 에 따라 잡종재산을 매각 또는 교환하는 경우의 당해 재산의 예정가격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시가로 결정하고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시가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의한 2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평가한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유재산을 매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책임하에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감정평가액을 기초로 매각 목적물의 예정가격을 결정한 후 이를 토대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므로, 감정평가액이 시가를 반영한 적정한 것인지를 살펴볼 책임은 매도인인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3]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에 갑 지방자치단체 등의 소유인 토지를 매각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각가격은 을 조합이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작성된 각 감정평가서의 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하여 결정한 사안에서, 매수인인 을 조합은 매도인인 갑 지방자치단체의 편의를 위하여 토지의 매각가격 산정에 도움이 될 가격자료로 감정평가서를 제출하였을 뿐이므로 을 조합에 감정평가서가 관계 법령과 감정목적에 부합하게 작성되어 평가액이 시가 내지 매각을 위한 적정가격에 상당한 것인지 살펴볼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을 조합이 감정평가서의 적정성 여부를 살피지 않고 그대로 갑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피상고인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티엘비에스 담당변호사 이덕재 외 2인)

피고, 상고인

회기제1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정호영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① 원고는 2008. 2. 18.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66조 제4항 에 따라 구 도시정비법상의 사업시행자인 피고 및 정비구역 내 공유지의 점유자인 소외인 외 12명에게 원고 소유인 서울 동대문구 (주소 1 생략) 외 8필지 및 서울특별시 소유인 (주소 2 생략) 외 2필지(이하 원고 소유 토지들과 합하여 ‘이 사건 각 토지’라고 한다)를 총 매매대금 2,028,462,500원에 매각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② 이 사건 매매계약에 있어 이 사건 각 토지의 매각가격은 피고가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게 의뢰하여 작성된 각 감정평가서(이하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라고 한다)의 평가금액을 산술평균하여 결정된 사실, ③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를 원고에게 제출하기 전인 2007. 7.경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면서 신설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무상귀속 및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 협의를 위한 감정평가서를 제출하였는데, 2007. 8. 30.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있은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정비구역 안의 공유재산을 매각함에 있어 매각가격 산정에 사용할 목적으로 감정평가 기준시점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하고 점유현황에 따라 점유자별로 면적과 가격을 구분하여 평가한 감정평가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2007. 9. 10. 이 사건 각 감정평가법인들로부터 기존의 감정평가서를 원고의 요구에 따라 수정한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를 제출받아 그 무렵 원고에게 제출하였던 사실, ④ 서울특별시는 2009. 9.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하여 감사를 실시하고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는 정비기반시설의 무상귀속·무상양도 협의를 위한 감정평가서이지 정비구역 안의 공유재산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서가 아니고, 이 사건 각 토지 중 인접 사유지와 일단의 토지로 이용되고 있는 부분을 인접 사유지와 동일한 가격으로 일괄평가하지 않아 이 사건 각 토지의 가격이 저평가되었다는 지적을 한 사실, ⑤ 이에 원고는 다른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서울특별시의 감사지적사항을 반영한 감정평가를 의뢰하였는데, 위 두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이 사건 각 토지의 총 가격은 2,634,392,000원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각대금과는 605,929,500원의 차이를 보이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공유재산의 매각에 있어서 계약의 당사자들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평가한 감정평가액과 달리 매각가격을 결정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공유재산의 매각은 통상의 사인 간의 매매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면이 있고, 이러한 매각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감정평가서는 통상 매수인의 의뢰와 그 비용부담 아래 작성되고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의뢰하여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감정평가액이 공유재산의 매각가격 결정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 되므로, 이 사건 각 토지의 매각가격 산정의 기초가 된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를 제출한 피고는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가 관계 법령과 감정목적에 부합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데도, 피고는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여 정비기반시설의 무상귀속·무상양도 협의 목적으로 작성되었다가 평가시점 등만을 수정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매각을 위한 적정가격보다 낮게 평가한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를 그대로 원고에게 제출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의 평가액에 따라 매각가격을 정하여 이 사건 각 토지를 피고에게 매각함으로써 적정가격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보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일반적으로 매매거래에 있어서 매수인은 목적물을 염가로 구입할 것을 희망하고 매도인은 목적물을 고가로 처분하기를 희망하는 이해상반의 지위에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여 최대한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하여 매도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인 간섭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1. 7. 13. 선고 99다38583 판결 참조). 더구나 매수인이 목적물의 시가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목적물의 시가를 알기 위하여 감정평가법인에게 의뢰하여 그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평가액을 매도인에게 가격자료로 제출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그 평가액이 시가 내지 적정가격에 상당하는 것인지를 살펴볼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그 법적 성격이 사법상 매매인 공유재산의 매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한편, 구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는 “잡종재산의 처분에 있어서 그 가격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가를 참작하여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2008. 2. 29. 대통령령 제207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은 ‘ 법 제30조 에 따라 잡종재산을 매각 또는 교환하는 경우의 당해 재산의 예정가격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시가로 결정하고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시가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의한 2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평가한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유재산을 매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책임하에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그 감정평가액을 기초로 매각 목적물의 예정가격을 결정한 후 이를 토대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므로, 그 감정평가액이 시가를 반영한 적정한 것인지를 살펴볼 책임은 매도인인 지방자치단체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는 구 도시정비법 제30조 제9호 , 같은 법 시행령(2008. 2. 29. 대통령령 제207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2항 제11호 에 따라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인가 신청에 사용하기 위하여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 작성된 감정평가서를 원고에게 제출하였고, 원고는 그 감정평가서를 토대로 피고와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 에 따른 정비기반시설의 무상귀속·무상양도의 협의를 하고, 이를 반영하여 2007. 8. 30. 피고가 신청한 주택재개발사업에 관한 사업시행인가 고시를 하였다. 이후 원고는 구 도시정비법 제66조 제4항 에 따른 정비구역 내 공유지 매각에 사용할 목적으로 피고에게 별도의 감정평가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이에 관한 감정평가서를 제출할 법령상 의무가 없음에도(오히려 앞서 보았듯이 공유재산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를 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원고의 편의를 위한 목적으로 기존의 감정평가서에서 감정평가의 기준시점 등만이 수정된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를 이 사건 각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받아 원고에게 제출하였으며, 원고는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의 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금액을 그대로 이 사건 각 토지의 매각가격으로 삼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와 같이 매수인인 피고는 매도인인 원고의 편의를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매각가격 산정에 도움이 될 가격자료로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를 제출하였을 뿐이므로, 이러한 피고에게는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가 관계 법령과 감정목적에 부합하게 작성되어 그 평가액이 시가 내지 매각을 위한 적정가격에 상당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볼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각 감정평가서의 적정성 여부를 살피지 않고 이를 그대로 원고에게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가 공유재산 매매에 있어 매수인의 신의칙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공유재산 매수인의 신의칙상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고영한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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