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인문저술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자에 대한 지원중단결정 등이 불법행위를 구성함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한 요건
[2] 상고이유로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로 주장의 인용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 또는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주장이 배척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판단누락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2] 민사소송법 제208조 , 제42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16215 판결 (공2009하, 967) [2]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88631 판결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재단법인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소송수계인 재단법인 한국연구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주교)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인문저술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원고에 대한 피고의 이 사건 지원중단결정 등이 설령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당연히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지원중단결정 등이 불법행위를 구성함을 이유로 피고에게 원고의 인격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지원중단결정 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고가 그 지원중단결정 등을 하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정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음이 분명하여 그 지원중단결정 등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16215 판결 ,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7다4162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피고가 원고를 2007년 인문저술지원사업의 사업대상자로 선정하였다가, 2008. 12.경 원고의 1단계 보고서에 대한 심사 결과 향후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 저술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지원중단결정을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가 이 사건 지원중단결정을 하기 전까지 원고의 연구보고서를 평가한 심사자는 원고가 연구하는 분야인 법조윤리를 전공한 교수가 아닌 종래의 법철학 또는 법학일반론을 전공한 교수들이고, 원고는 이 사건 지원중단결정 이전에 피고 또는 피고의 담당직원인 소외인에게 법조윤리를 전공한 심사자를 선정하여 원고의 연구 성과물을 심사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으며, 피고의 원고에 대한 1단계 연구성과 심사는 그 접수 및 결과통보 등이 모두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졌고, 원고가 심사자를 대면하여 연구성과에 관한 소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아니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피고가 자체 규정을 토대로 법조윤리의 인접 학술 분야인 법철학이나 법학일반론 전공자 중 적정한 경력을 갖춘 자를 1단계 심사자인 연구사업관리전문가(Program Manager, 이하 ‘PM'이라 한다)로 선정하였고, 정밀재평가를 할 당시에는 외부전문가 및 PM 중에서 선정한 3인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패널심사까지 실시하여 이 사건 지원중단결정을 한 점, 원고의 연구성과에 관한 1단계 심사는 2단계 연구비 지급을 위한 사전절차로서 그 연구가 연구계획서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지와 첨부된 연구자료의 관련성 및 연구성과의 독창성, 구체성, 실용성 등을 종합하여 평가하는 것으로, 반드시 법조윤리를 전공하거나 이를 강의한 경험이 있는 학자가 평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법조윤리를 전공하지 아니한 심사자들에 의하여 원고의 연구성과에 관한 1단계 심사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의 심사의뢰를 받은 심사자들이 원고의 연구성과에 관하여 명백하게 형평성을 잃은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심사를 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의 심사자 선정이나 원고의 연구성과에 관한 심사에 있어 피고의 고의·과실에 의한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없고, 설령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이 배척될 경우임이 분명한 때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어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8863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피고로서는 이 사건 지원중단결정에 관한 원고의 이의제기에 대해 적절한 절차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원고의 이러한 주장은 결국 피고가 선정한 심사자들이 원고의 연구성과를 심사할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피고의 심사자 선정이나 원고의 연구성과에 관한 심사에 있어 고의·과실에 의한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된 주장을 배척한 이상, 이러한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원고의 위 주장이 배척되었음을 넉넉히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5호 는 변론을 공개하는 규정에 어긋난 때에는 상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9조 와 법원조직법 제57조 제1항 을 위반하여 판결의 기본이 되는 변론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은 경우를 절대적 상고이유로 삼은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제1심에서 피고가 원고의 연구과제에 대하여 1단계 심사를 담당한 피고의 심사자 명단이나 이력사항을 제출하라는 원고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그 명단 등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가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후 원고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원심 제1회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피고 대리인으로부터 피고의 PM 명단을 제시받아 확인하였으나 피고 대리인의 비공개 요청에 따라 위 명단을 그대로 반환하고 그 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였으며, 그 후 피고 대리인이 참고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는데 원심법원이 이를 원고에게 송달하지 않은 채 원심판결을 선고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위 PM 명단을 볼 수 없었고 원심판결 선고 전에는 피고가 참고 준비서면을 제출한 사실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원심은 원고에게 변론기일통지서를 송달한 다음 일반에 공개된 법정에서 위와 같이 제1회 변론기일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고, 나아가 원심이 일반에 공개하지 않은 채 변론기일을 다시 열어 피고 대리인으로 하여금 위 참고 준비서면을 진술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없으므로, 설령 원심의 소송절차 진행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심이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5호 에서 정한 변론을 공개하는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