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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1다16431,16448,16455 판결
[손해배상·운임등·운임등][공2013하,2116]
판시사항

[1]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통일규칙(UCP)이나 국제표준은행관행(ISBP) 등과 다른 조건을 신용장에 기재하였으나 객관적 의미나 취지가 불분명하거나 모호하여 신용장통일규칙 등과 다르지 않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경우, 그에 따라 제시된 요구서류가 신용장조건과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신용장조건이 운송인의 서명이 있는 선하증권을 운송서류로 요구하는 경우, 선하증권이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i호와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4조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선하증권에 운송인 본인을 나타내는 명칭이 기재되어 있고 대리인이 서명하였으나 문면에 본인이 운송인의 지위에 있음이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선하증권이 위 규정에서 정한 서명 요건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운송인이 신용장 수익자인 송하인과 체결한 운송계약에 따라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선하증권의 서명 부분이 신용장통일규칙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등에 부합하는지 점검하여 보정 요구 등 조치를 취하여 할 책임을 부담하는 사람

판결요지

[1] 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직접적인 상품의 거래가 아니므로 신용장거래의 이행은 신용장에 기재된 조건과 형식상 엄격하게 일치함을 요한다. 그러나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을 개설하면서 신용장통일규칙(UCP)이나 국제표준은행관행(ISBP) 등과 다른 조건을 신용장에 기재하는 경우에는 신용장의 수익자나 매입은행이 그 객관적인 의미나 취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신용장조건을 기재하여야 한다. 만일 그 객관적인 의미나 취지가 불분명하거나 모호하여 신용장통일규칙이나 국제표준은행관행과 다르지 않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의 수익자나 매입은행이 그에 따라 요구서류를 갖추어 제시하더라도 신용장개설은행으로서는 자신이 내심으로 의도한 신용장조건과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2]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제14조 a항에서 “지정에 따라 행동하는 지정은행, 확인은행이 있는 경우의 확인은행 그리고 개설은행은 서류에 대하여 문면상 일치하는 제시가 있는지 여부를 단지 서류만에 의해서 심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d항에서 “신용장, 서류 그 자체 그리고 국제표준은행관행의 문맥에 따라 읽을 때의 서류상의 정보는 그 서류나 다른 적시된 서류 또는 신용장상의 정보와 반드시 일치될 필요는 없으나, 그들과 저촉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장조건이 운송인의 서명이 있는 선하증권을 운송서류로 요구하고 있는 경우, 신용장개설은행은 앞서 본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i호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4조의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서류만을 신용장조건에 합치하는 서류로서 수리하여야 하고, 선하증권이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는 신용장 관련 다른 서류의 기재를 참고하지 아니하고 해당 선하증권의 문언만을 기준으로 하여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신용장의 요구서류로 제시된 선하증권에 운송인 본인을 나타내는 명칭이 기재되어 있고, 대리인이 그 본인을 실제로 대리하여 선하증권에 대리인으로서 서명하였더라도, 선하증권의 문면에 그 본인이 운송인의 지위에 있음이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용장개설은행의 입장에서는 신용장 관련 다른 서류의 기재를 참고하지 아니하고 해당 선하증권의 문언만을 기준으로 하여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본인이 운송인의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선하증권은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0조 a항 i호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4조의 규정에 따른 서명 요건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3] 비록 신용장거래에서 운송서류 중의 하나로 선하증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 경우 선하증권의 기재사항이 신용장조건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신용장통일규칙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등에 따라야 한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운송계약과는 별개인 송하인과 신용장개설은행 간의 신용장거래에서 요구되는 준수사항이다. 따라서 선하증권의 서명 부분이 신용장통일규칙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등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신용장거래의 당사자인 송하인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점검하고, 불일치하는 사항이 있으면 운송인 등에게 그 보정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제14조, 제20조 a항 i호, 국제표준은행관행(International Standard Banking Practice for the Examination of Documents under Documentary Credits subject to UCP 600) 제94조 [2]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제14조, 제20조 a항 i호, 국제표준은행관행(International Standard Banking Practice for the Examination of Documents under Documentary Credits subject to UCP 600) 제94조 [3] 상법 제852조, 제853조 제1항 제11호,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제14조, 제20조 a항 i호, 국제표준은행관행(International Standard Banking Practice for the Examination of Documents under Documentary Credits subject to UCP 600) 제94조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아주베스틸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얼 담당변호사 백윤재 외 3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크리스탈쉬핑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영일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오리온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김창준 외 5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하여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신용장에 의한 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직접적인 상품의 거래가 아니므로 신용장거래의 이행은 신용장에 기재된 조건과 형식상 엄격하게 일치함을 요한다. 그러나 신용장개설은행이 신용장을 개설하면서 신용장통일규칙(UCP)이나 국제표준은행관행(ISBP) 등과 다른 조건을 신용장에 기재하는 경우에는 신용장의 수익자나 매입은행이 그 객관적인 의미나 취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신용장조건을 기재하여야 한다. 만일 그 객관적인 의미나 취지가 불분명하거나 모호하여 신용장통일규칙이나 국제표준은행관행과 다르지 않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의 수익자나 매입은행이 그에 따라 요구서류를 갖추어 제시하더라도 신용장개설은행으로서는 자신이 내심으로 의도한 신용장조건과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웰스 파고 에이치에스비씨 트레이드 뱅크(이하 ‘웰스파고은행’이라 한다)는 2009. 2. 13.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를 수익자로 하여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하면서 이 사건 신용장거래에는 신용장통일규칙 최신판이 적용되고, 신용장조건으로 ‘운송인이 서명한 무사고 선적 선하증권 전통’(FULL SET OF SIGNED CLEAN ON BOARD OCEAN PORT-TO-PORT BILLS OF LADING SIGNED BY THE CARRIER) 등의 서류가 요구된다고 기재한 사실, ② 이 사건 신용장거래에는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이 적용되는데, 위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i호는, 신용장에서 선하증권을 요구한 경우에 선하증권의 문면상 운송인의 명칭이 표시되고 운송인 또는 그 대리인이 서명하거나 선장 또는 그 대리인이 서명하여야 하며, 운송인, 선장 또는 대리인에 의한 서명은 운송인, 선장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라는 것이 확인되어야 하고, 대리인의 서명은 운송인을 위하거나 대리하여 서명하였는지, 또는 선장을 위하거나 대리하여 서명하였는지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③ 한편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4조는 선하증권 원본은 위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i호에 설명된 형태로 서명되고 운송인이 특정되어야 하며 그의 명칭이 표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④ 피고 오리온해운 주식회사(이하 ‘피고 오리온해운’이라 한다)는 미국 운송회사인 ‘사가 포레스트 캐리어즈’(SAGA FOREST CARRIERS INT’L A/S, 이하 ‘사가포레스트’라 한다)의 국내 대리점으로서 해운대리점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법인이고, 피고(반소원고) 주식회사 크리스탈쉬핑(이하 ‘피고 크리스탈쉬핑’이라 한다)은 운송주선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법인인 사실, ⑤ 피고 크리스탈쉬핑은 2009. 2. 중순경 원고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운송 주선을 의뢰받고 사가포레스트에 그 운송을 의뢰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 오리온해운은 2009. 2. 23. 사가포레스트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한 후 선하증권 4통(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한 사실, ⑥ 이 사건 선하증권은 피고 오리온해운이 사가포레스트의 선하증권 양식을 이용하여 대리 발행한 것인데, 그 좌측 상단에는 사가포레스트의 상호가라고 인쇄되어 있고, 그 우측 하단의 ‘운송인을 위한 서명’(SIGNED FOR THE CARRIER)란에는 피고 오리온해운의 상호 및 전화번호와 함께 피고 오리온해운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으며, 운송선박의 명칭란에는 ‘사가 보이저’(SAGA VOYAGER)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⑦ 이 사건 신용장의 매입은행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이하 ‘한국외환은행’이라 한다)은 2009. 3. 6. 웰스파고은행에 이 사건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를 제시하면서 신용장대금을 청구하였는데, 웰스파고은행은 2009. 3. 9. 이 사건 선하증권이 “운송인에 의하여 서명되지 않았고 운송인의 이름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신용장조건과의 불일치를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이 사건 신용장조건이 그 문언상 운송인(CARRIER)이 선하증권에 서명할 것을 요구할 뿐, 운송인 본인(CARRIER ITSELF)이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고, ② 이 사건 신용장거래에 적용되는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과 국제표준은행관행은 운송인의 대리인이 서명하여 선하증권을 대리 발행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③ 운송인이 특정되어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한 운송인의 대리인이 선하증권을 발행하더라도 법률관계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거나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운송인을 상대로 운송물인도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어떠한 장애가 생기지 아니하고, ④ 일반적인 신용장거래에서 특별히 운송인 본인만이 선하증권을 발행하도록 요구할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며, ⑤ 이 사건 신용장조건에서 운송인의 서명을 요구한 것은 종래 운송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운송주선인이 선하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신용장조건과의 일치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드물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해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신용장조건의 문언만으로 오로지 운송인 본인만이 선하증권에 서명하여야 하고, 운송인의 대리인이 서명한 선하증권은 신용장개설은행이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가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신용장은 운송인의 대리인이 서명하여 발행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신용장개설은행인 웰스파고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선하증권이 운송인 본인인 사가포레스트가 아니라 그 대리인인 피고 오리온해운에 의하여 서명되어 신용장조건과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신용장조건이 오로지 운송인 본인에 의하여 서명된 선하증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한편, 송하인 겸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원고가 피고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아 피고 오리온해운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대리인으로 서명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들에게 과실이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이유설시는 적절하지 아니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오리온해운이 사가포레스트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선하증권에 서명한 것이 신용장조건과 불일치하다고 볼 수 없어 피고들에게 그에 관하여 어떠한 과실이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 결론에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 3점에 대하여

가.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제14조 a항에서 “지정에 따라 행동하는 지정은행, 확인은행이 있는 경우의 확인은행 그리고 개설은행은 서류에 대하여 문면상 일치하는 제시가 있는지 여부를 단지 서류만에 의해서 심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d항에서 “신용장, 서류 그 자체 그리고 국제표준은행관행의 문맥에 따라 읽을 때의 서류상의 정보는 그 서류나 다른 적시된 서류 또는 신용장상의 정보와 반드시 일치될 필요는 없으나, 그들과 저촉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장조건이 운송인의 서명이 있는 선하증권을 운송서류로 요구하고 있는 경우, 신용장개설은행은 앞서 본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i호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4조의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서류만을 신용장조건에 합치하는 서류로서 수리하여야 하고, 선하증권이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는 신용장 관련 다른 서류의 기재를 참고하지 아니하고 해당 선하증권의 문언만을 기준으로 하여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1다49302 판결 ,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5769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신용장의 요구서류로 제시된 선하증권에 운송인 본인을 나타내는 명칭이 기재되어 있고, 대리인이 그 본인을 실제로 대리하여 선하증권에 대리인으로서 서명하였더라도, 선하증권의 문면에 그 본인이 운송인의 지위에 있음이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용장개설은행의 입장에서는 신용장 관련 다른 서류의 기재를 참고하지 아니하고 해당 선하증권의 문언만을 기준으로 하여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본인이 운송인의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선하증권은 위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i호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4조의 규정에 따른 서명 요건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선하증권의 좌측 상단에는 사가포레스트의 상호가 인쇄되어 있기는 하나, 그가 운송인의 지위에 있음을 나타내는 표시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신용장개설은행인 웰스파고은행으로서는 이 사건 선하증권의 문언만으로 사가포레스트가 운송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선하증권은 위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i호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4조의 규정에 따른 서명 요건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갖추었다고 할 수 없고, 웰스파고은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선하증권이 이 사건 신용장조건과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나. 한편 운송인은 송하인과 사이에 체결한 운송계약에 기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것이고, 이는 송하인(신용장의 수익자)과 신용장개설은행 사이에 이루어지는 신용장거래와는 별개의 법률관계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오리온해운이 사가포레스트로부터 선하증권을 발행할 권한을 위임받아 사가포레스트의 상호가 인쇄된 사가포레스트의 선하증권 양식을 이용하여 ‘운송인을 위한 서명란’에 대리인으로 서명하고, 사가 보이저를 그 운송선박으로 기재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한 이 사건에서, 비록 사가포레스트가 운송인의 지위에 있다는 명시적인 표시가 없다 하더라도,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는 이 사건 선하증권의 양식, 사가포레스트의 인쇄된 상호, 운송선박의 명칭 등을 근거로 사가포레스트가 이 사건 선하증권상 운송인이라고 알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피고 오리온해운 등에게 문의하여 이를 확인할 수도 있으므로, 사가포레스트를 상대로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어떠한 장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비록 신용장거래에서 운송서류 중의 하나로 선하증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 경우 선하증권의 기재사항이 신용장조건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신용장통일규칙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등에 따라야 한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운송계약과는 별개인 송하인과 신용장개설은행 간의 신용장거래에서 요구되는 준수사항이다. 따라서 선하증권의 서명 부분이 신용장통일규칙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등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신용장거래의 당사자인 송하인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점검하고, 불일치하는 사항이 있으면 운송인 등에게 그 보정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 사건 선하증권 발행 당시 운송인 또는 그 대리인이 신용장통일규칙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등을 숙지하고 그에 따른 서명 요건을 형식적으로 엄격히 갖추어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운송업계의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고, 별도의 약정 없이도 운송인 측에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운송계약상 의무의 내용을 형성한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 오리온해운은 2008. 6. 30.부터 2009. 2.경 사이에 이 사건 선하증권과 동일한 양식을 사용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과 같은 방식으로 대리 서명을 한 선하증권을 76통 발행하였고, 원고, 한국외환은행은 물론이고 웰스파고은행도 그것이 위 신용장통일규칙 제20조 a항 i호 및 국제표준은행관행 제94조의 규정에 어긋난다고 문제 삼지 아니하고 신용장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을 따름이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오리온해운이 사가포레스트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선하증권을 대리 발행하면서 사가포레스트가 운송인의 지위에 있음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사가포레스트를 상대로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인도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어떠한 장애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선하증권의 발행과 관련하여 운송계약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 오리온해운에게 위와 같이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웰스파고은행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사가포레스트가 운송인의 지위에 있다는 명시적인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함으로써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원고 내지 매입은행인 한국외환은행에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들이 그에 대하여 운송계약 혹은 운송주선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할 수 없다.

라. 원심의 이유설시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아니하나,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신용장조건에 대한 엄격일치의 원칙 및 선하증권 기재사항에 대한 운송인 또는 운송주선인의 주의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반소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고는 상고장에 반소에 관한 부분도 불복 범위로 기재하고 있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그에 관한 적법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하여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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