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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다100923 판결
[청구이의]부제목[공2013하,1680]
판시사항

채권자가 채무자의 대리인으로서 채무 금액이나 이율, 변제기 등 일부 백지상태의 위임장을 보충하여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의 작성을 촉탁한 경우, 위임장의 백지보충된 부분이 정당한 보충권한에 의하여 기재된 것이라는 점을 채권자가 별도로 증명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일반적으로 문서의 일부가 미완성인 상태로 서명날인을 하여 교부한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므로 그 문서의 교부 당시 백지상태인 공란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사후에 보충되었다는 점은 작성명의인이 증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단 문서의 내용 중 일부가 사후 보충되었다는 사실이 증명이 된 다음에는 그 백지부분이 정당하게 위임받은 권한에 의하여 보충되었다는 사실은 그 백지부분의 기재에 따른 효과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타인에게 권한을 위임하거나 대리권을 수여하는 내용의 위임장 등이 작성된 경우 그에 의하여 위임한 행위의 내용 및 권한의 범위는 위임장 등 문언의 내용뿐 아니라 그 작성 목적과 작성 경위 등을 두루 살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위임장 등에 기재된 내용 중 일부가 백지인 상태로 교부된 후 수임인이 그 위임사항의 내용을 보충하여 기재한 경우라면 그것이 정당하게 위임받은 권한에 의하여 보충된 것이라는 점 역시 수임인이 증명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채권자가 본인 겸 채무자의 대리인으로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의 작성을 촉탁할 경우 채무자가 그 촉탁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위임장을 교부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 위임장에 기재된 채무의 금액이나 이율, 변제기 등에 대하여 사전에 그 내용대로 합의한 사실이 있다거나 채권자가 보충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고, 특히 백지보충된 부분이 정당한 보충권한에 의하여 기재된 것이라는 점은 채권자가 별도로 증명하여야 한다.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그린 담당변호사 최권주)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차용증서 등 처분문서의 작성명의자가 자신의 서명이나 날인 부분에 대해서는 진정성립을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에 대하여는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당초 공란인 백지상태로 교부되었는데 사후에 채권자 등이 임의로 보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문서의 일부가 미완성인 상태로 서명날인을 하여 교부한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므로 그 문서의 교부 당시 백지상태인 공란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사후에 보충되었다는 점은 작성명의인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문서의 내용 중 일부가 사후 보충되었다는 사실이 증명이 된 다음에는 그 백지부분이 정당하게 위임받은 권한에 의하여 보충되었다는 사실은 그 백지부분의 기재에 따른 효과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타인에게 권한을 위임하거나 대리권을 수여하는 내용의 위임장 등이 작성된 경우 그에 의하여 위임한 행위의 내용 및 권한의 범위는 위임장 등 문언의 내용뿐 아니라 그 작성 목적과 작성 경위 등을 두루 살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위임장 등에 기재된 내용 중 일부가 백지인 상태로 교부된 후 수임인이 그 위임사항의 내용을 보충하여 기재한 경우라면 그것이 정당하게 위임받은 권한에 의하여 보충된 것이라는 점 역시 수임인이 증명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채권자가 본인 겸 채무자의 대리인으로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의 작성을 촉탁할 경우 그 촉탁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위임장을 교부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 위임장에 기재된 채무의 금액이나 이율, 변제기 등에 대하여 사전에 그 내용대로 합의한 사실이 있다거나 채권자가 보충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고, 특히 백지보충된 부분이 정당한 보충권한에 의하여 기재된 것이라는 점은 채권자가 별도로 증명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에 이르기까지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 1은 피고로부터 1998. 3. 25.부터 1999. 2. 6. 사이에 3회에 걸쳐 합계 2,475만 원을 차용하였다.

나. 위 원고는 이자 등을 연체하여 피고의 요구에 따라 위 차용금에 대한 원리금으로 5,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처인 원고 2가 연대보증을 하는 내용의 지불각서(갑 제8호증, 이하 ‘이 사건 지불각서’라 한다)를 작성·교부하였는데, 거기에는 이율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고 변제기란은 공란으로 되어 있었다.

다. 이어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지불각서에 관하여 공증을 하려고 하니 위임장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1999. 8. 31. 공증인가 대전종합법무법인에서 사용하는 위임장 용지에 채무자와 연대보증인 및 차용금액란에만 내용을 기재하고 차용일, 이자, 변제기일 부분은 공란으로 둔 채로 위임인란에 각자의 인장을 날인하여 작성한 위임장(을 제1호증의2, 이하 ‘이 사건 위임장’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교부하였고, 거기에는 같은 날 발급받은 원고들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어 있다.

라. 피고는 1999. 12. 24. 이 사건 위임장에 근거하여 채권자 본인 겸 채무자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공정증서의 작성을 위임하면서 원고들로부터 받은 위 이 사건 위임장에 공란으로 있던 부분 중 대차일은 1999. 3. 30.로, 이자 및 연체이자는 40%로, 변제기한은 2000. 3. 30.로 보충 기재하고, 위임일자란에도 1999. 3. 30.이라고 기재하여 공정증서 작성을 촉탁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공정증서도 차용일, 이자율, 변제기 등이 모두 위 보충된 위임장의 기재 내용대로 작성되었다.

3. 원심은, 이 사건 위임장에 나타난 원고들의 인영 부분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위임장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달리 원고들 주장의 위조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이 사건 공정증서는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아 작성한 것으로서, 원고 1이 1999. 8. 31.경 피고와 사이에 그동안의 차용금을 정산하여 피고에게 5,100만 원을 이자 연 40%로 정하여 변제하되, 그 차용일을 1999. 3. 30., 변제기를 2000. 3. 30.로 약정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4.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우선 이 사건 위임장의 기재 내용 중 ‘대차일’(이자 약정이 있었다면 이는 이자발생의 개시일이 된다)과 이율 및 변제기한 등을 피고가 사후에 보충하여 기재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그러한 내용의 사전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와 같은 내용으로 보충 기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점은 피고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 점이 증명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위임장은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관한 공정증서의 작성을 채권자가 쌍방대리의 방식으로 촉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임을 감안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위임장을 작성해 준 원고들이 이율이나 변제기 등 공증대상인 채무의 내용에 관해서까지 채권자인 피고가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대리권 또는 백지보충권을 위임했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사건 지불각서는 이 사건 위임장에 보충 기재된 대차일인 1999. 3. 30.보다는 뒤에 작성된 것임이 명백하고 전후 경과로 보아 이 사건 위임장이 작성된 바로 그 무렵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지불각서는 그 작성 당시까지 이미 연체된 이자 및 장래의 이자까지 고려하여 원금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변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이고 그에 대해 따로 변제기를 명시하지도 않은 이상, 그렇게 조정된 5,100만 원에 대하여 복리방식으로 다시 추가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바로 그 무렵에 공증 촉탁을 위한 위임장을 작성해 주면서는 다시 5개월을 소급한 1999. 3. 30.부터 위 증액 합의된 5,100만 원 전액에 대하여 연 40%의 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하였다거나 그런 내용으로 위임장의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권한을 피고에게 수여하였다고 보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들이 위 5,100만 원에 연 40%의 이자를 붙여 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하였으니, 거기에는 사문서의 진정성립과 백지보충권에 관한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같은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여, 이 부분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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