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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3983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공갈)·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강요)][미간행]
판시사항

[1]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에 규정된 범행 방법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였다는 공소사실을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였다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송호천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갈죄 관련 부분에 대하여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8772 판결 등 참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처법’) 제3조 제1항 은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제2조 제1항 에 열거된 죄를 범한 자 또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그 죄를 범한 자는 제2조 제1항 각 호 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이하 ‘다중의 위력 등의 방법’이라 한다) 범행하는 경우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이하 ‘흉기 등 휴대의 방법’이라 한다) 범행하는 경우는 비록 같은 조항에서 함께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행위태양이 전혀 다르고 그에 대응할 피고인의 방어행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흉기 등 휴대의 방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였다는 공소사실을 법원이 다중의 위력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였다는 것으로 인정하려면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에게 피해자를 찾아가 돈을 받아오라고 지시를 하였고, 이에 원심 공동피고인 1이 공소외 1, 2와 함께 피해자를 찾아가 공소외 1, 원심 공동피고인 1은 주변에서 위세를 부리고, 원심 공동피고인 1은 위험한 물건인 과도를 보여주며 피해자를 협박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통장 등을 교부받음으로써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1 등과 공모하여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갈취하였다.”는 것으로서, 검사는 위 공소사실을 폭처법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제3호 , 형법 제350조 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기소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위 공소사실을 흉기 등 휴대의 방법으로 범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보고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원심 공동피고인 1이 과도를 이용한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피고인이 다른 공범들과 공모하여 “집단으로” 피해자를 협박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하여 제1심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원심이 판시한 범행방법인 “집단으로”는 폭처법 제3조 제1항 에 규정된 범행방법은 아니지만, 원심의 판시 취지는 위 조항에 규정된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범행하였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심은 흉기 등 휴대의 방법으로 범행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 없이 다중의 위력 등의 방법으로 범행하였다고 인정하여 유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이 사건에서 당초의 공소사실에 ‘다중의 위력 등의 방법’이 행위태양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폭처법 제3조 제1항 에서 말하는 ‘다중’이란 단체 아닌 다수인의 모임을 말하는 것으로서 불과 수명만이 모인 경우라 하더라도 그 수명이 어떤 집단이나 조직의 힘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도191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행을 직접 실행한 원심 공동피고인 1, 공소외 1, 2가 위세를 보이고 위험한 물건인 과도를 보여주며 협박하였다고만 되어 있으므로, 이는 흉기 등 휴대의 방법에 의한 범행으로 기소된 것으로 보일 뿐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으로써’ 범행한 것으로 기소되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심까지의 심리절차에서 다중의 위력 등의 방법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별다른 심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어, 피고인으로서도 이 부분이 심판의 대상으로 될 것을 예상하였거나 그에 대한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직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강요죄 관련 부분에 대하여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의 요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욕을 한 사실이 없고 원심 공동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의자를 던진 횟수에도 차이가 나며, 또한 다른 공범들과 공모한 바가 없음에도 원심이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위법하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사실의 인정과 그 전제가 되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이 부분 사실인정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위 상고이유의 주장은 원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원심은 이 부분 범죄사실에 대하여 “집단으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범행한 것이라고 함으로써 마치 다중의 위력 등의 방법과 흉기 등 휴대의 방법이 모두 인정되는 것처럼 판시하였지만, 기록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흉기 등 휴대의 방법에 의한 범행으로 특정되어 있음이 분명하고 원심도 이를 인정한 이상 위 범죄사실 판시 부분에 ‘집단으로’라는 설시가 부가되어 있다고 해도, 이는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 결국 위 강요죄 관련 원심판결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공갈죄 관련 폭처법 위반죄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위법하여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나머지 부분(강요죄 관련 폭처법 위반의 점)은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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