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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수원지법 2010. 11. 17. 선고 2010고단478 판결
[업무방해] 항소[각공2011상,485]
판시사항

[1]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의 의미

[2] 근로자들의 노무제공거부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3] 자동차회사의 생산직 직원인 피고인들이 회사로부터 작업자 부족을 이유로 조퇴신청 철회를 요구받고도, 소속 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하고자 무단으로 작업장을 이탈함으로써 회사의 자동차 생산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무단 조퇴행위를 업무방해죄상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1]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포함된다.

[2] 쟁의행위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하여 다수 근로자들이 상호 의사연락하에 집단적으로 일시에 조퇴하거나 결근하는 등 노무제공을 거부하여 회사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한 때에는 이를 다중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행위로 볼 수 있으나, 위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않은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노무제공거부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자동차회사의 생산직 직원인 피고인들이 회사로부터 작업자 부족을 이유로 조퇴신청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소속 노동조합 전(전)조합원 집결 투쟁 대회에 참석하고자 무단으로 작업장을 이탈함으로써 회사의 자동차 생산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회사의 일부 근로자들이 노동조합 산하 다른 자동차회사의 파업 지지 집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회사를 결근하거나 조퇴하였으나, 이는 각자 판단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한 것일 뿐 다수의 근로자들이 상호 의사연락하에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집단적으로 일시에 조퇴를 하거나 결근하는 방법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피고인들이 회사에서 차지하는 임무나 작업내용, 작업비중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김우

변 호 인

변호사 육대웅

주문

피고인들은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각 기아자동차 ○○공장 조립3부 의장3B반 소속 생산직 직원이다.

피고인들은 2009. 6. 19. 12:30경 화성시 (이하 생략)에 있는 기아자동차 ○○공장 내 조립3부 의장3B반에서 회사로부터 작업자 부족을 이유로 조퇴신청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15:00경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앞에서 개최 예정인 금속노조 전 조합원 집결 투쟁 대회에 참석하고자 무단으로 작업장을 이탈하였다.

위와 같이 무단으로 작업장을 이탈하는 위력을 행사함으로써 같은 날 13:30경부터 15:05경까지 약 95분간 위 공장 내 조립3부 의장3B반의 작업자 부족으로 조립라인이 중단되게 하여 기아자동차의 로체차량 61대 약 11억 1,400만 원 상당의 완성차 생산업무를 방해하였다.

2.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조퇴한 것은 맞으나, 이는 단순한 노무제공의무의 불이행에 해당할 뿐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은 조퇴 당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리라는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였으므로 업무방해의 범의가 없으며,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것도 회사의 부적절한 대응에서 기인한 것일 뿐 피고인들의 조퇴로 인한 것이 아니다.

3. 판단

가. 살피건대, 피고인들 및 증인 공소외 1, 2, 3, 4, 5의 각 법정진술, 고소장 및 공소외 6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① 기아자동차 ○○공장의 조립3부에는 15개의 반이 있고, 그 중 의장3B반에는 48명의 근로자가 있으며, 조립3부의 지원반(결근 등의 사정으로 가동 인원이 부족할 때 해당 근로자를 대체하여 작업하는 여유인원)은 총 46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간에는 26명, 야간에는 20명이 편성되어 있는 사실, ② 조립3부의 공소외 2 주임은 2009. 6. 19. 15:00경 서울 여의도에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파업 지지를 위한 ‘금속노조 전 조합원 집결 투쟁’ 집회 개최가 예정되어 있어 출근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하고 조퇴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자, 2009. 6. 19. 08:40경 각 반 반장들에게 생산라인 가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조퇴승인을 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 ③ 피고인들은 노동조합에서 배포하는 소식지를 보고 위 집회 개최사실을 알고 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2009. 6. 19. 오전 출근하자마자 회사 측에 조퇴신청을 한 사실, ④ 같은 날 09:00경 의장3B반 소속 근로자 7명이 조퇴신청을 하자(4명은 오전 10:30경부터의 조퇴를 신청하였고, 피고인들과 공소외 6은 낮 12:30경부터의 조퇴를 신청하였다), 의장3B반 반장 공소외 3은 조퇴신청자들에게 7명이 모두 조퇴하면 인원 부족으로 라인 가동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조퇴신청 철회를 요청하였고, 이에 근로자 1명은 조퇴신청을 철회하였으나 나머지 6명은 이를 거부한 사실, ⑤ 이에 공소외 3 반장은 같은 날 10:30경부터의 조퇴신청자 3명의 조퇴는 승인하였으나, 12:30경부터의 조퇴신청자들에게는 조퇴 승인을 거부하고 계속 근무할 것을 지시한 사실, ⑥ 그러나 피고인들은 조퇴할 뜻을 굽히지 아니하였고, 이에 공소외 3 반장은 같은 날 11:10경 이러한 사정을 공소외 2 주임에게 보고한 사실, ⑦ 피고인들과 공소외 6은 같은 날 12:30경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조퇴하였고, 점심시간이 지난 13:30경부터 의장3B반 라인 가동이 중단된 사실, ⑧ 회사 측은 그때부터 라인 가동을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다가 부서장 주관 아래 긴급대책회의를 연 다음 조립3부의 다른 반에 투입되어 있던 지원반 인원을 의장3B반에 투입하여 같은 날 15:05경부터 다시 라인을 가동시킨 사실, ⑨ 한편 피고인들은 노동조합의 평조합원에 불과하고, 회사에서 맡은 업무도 다른 사람이 대체하여 작업하는 것이 가능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무단 조퇴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된다.

노무제공거부의 경우, 쟁의행위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하여 다수 근로자들이 상호 의사연락하에 집단적으로 일시에 조퇴하거나 결근하는 등 노무제공을 거부함으로써 회사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한 경우에는 이를 다중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대법원 1991. 1. 23. 선고 90도285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경우에는 다수 근로자들의 위와 같은 집단적 행위가 형법 제314조 에 규정하는 위력, 즉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않은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노무제공거부를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아자동차 ○○공장의 일부 근로자들이 쌍용자동차 파업을 지지하기 위한 집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회사를 결근하거나 조퇴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는 노동조합에서 배포한 소식지 등을 보고 각자 판단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일 뿐 피고인들을 비롯하여 위 집회에 참가한 다수의 근로자들이 상호 의사연락하에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집단적으로 일시에 조퇴를 하거나 결근하여 노무제공을 거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피고인들이 회사에서 차지하는 임무나 작업내용, 작업비중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무단 조퇴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조퇴를 바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신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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