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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두6964 판결
[독립유공자법적용배제결정처분취소][공2013상,665]
판시사항

[1]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경우

[2] 갑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최종발표(선행처분)에 따라 지방보훈지청장이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자로 보상금 등의 예우를 받던 갑의 유가족 을 등에 대하여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적용배제자 결정(후행처분)을 한 사안에서, 선행처분의 후행처분에 대한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어 선행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두 개 이상의 행정처분을 연속적으로 하는 경우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률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선행처분에 불가쟁력이 생겨 그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선행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선행처분의 불가쟁력이나 구속력이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게 되는 자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가혹함을 가져오며, 그 결과가 당사자에게 예측가능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선행처분의 후행처분에 대한 구속력은 인정될 수 없다.

[2] 갑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원회’라 한다)의 최종발표(선행처분)에 따라 지방보훈지청장이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하 ‘독립유공자법’이라 한다) 적용 대상자로 보상금 등의 예우를 받던 갑의 유가족 을 등에 대하여 독립유공자법 적용배제자 결정(후행처분)을 한 사안에서, 진상규명위원회가 갑의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 을은 후행처분이 있기 전까지 선행처분의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후행처분인 지방보훈지청장의 독립유공자법 적용배제결정이 자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이라고 생각했을 뿐, 통지를 받지도 않은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처분이 자신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주는 독립된 행정처분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을이 선행처분에 대하여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이의신청절차를 밟거나 후행처분에 대한 것과 별개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여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게 하는 것은 을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불이익을 주고 그 결과가 을에게 예측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선행처분의 후행처분에 대한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선행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박찬)

피고, 피상고인

의정부보훈지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두 개 이상의 행정처분이 연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경우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률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선행처분에 불가쟁력이 생겨 그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선행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선행처분의 불가쟁력이나 구속력이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게 되는 자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가혹함을 가져오며, 그 결과가 당사자에게 예측가능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선행처분의 후행처분에 대한 구속력은 인정될 수 없다 ( 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누8542 판결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자녀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하 ‘독립유공자법’이라 한다)에 의한 법 적용대상자 결정을 받고 2007. 1.경부터 보상금 등의 예우를 받고 있었던 사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원회’라 한다)가 2009. 11. 27.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라 한다) 제2조 제13호 의 친일반민족행위자 1,005명을 최종발표(이하 ‘이 사건 선행처분’이라 한다)하였는데 그중 망인도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는 2009. 12. 8.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망인 및 원고를 포함한 망인의 유가족을 독립유공자법 적용배제자로 결정(이하 ‘이 사건 후행처분’이라 한다)하여 원고에게 통지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후행처분에 불복하여 2010. 2. 16.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는데,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는 2010. 5. 11. 기각재결을 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이 사건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은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률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2009. 12. 8. 이 사건 선행처분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도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이 사건 선행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절차를 밟거나 행정쟁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선행처분의 불가쟁력이나 구속력이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게 되는 원고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가혹함을 가져오고 그 결과가 원고에게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함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선행처분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를 이 사건 후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에서 독립된 위법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볼 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특별법에 의하면, 진상규명위원회는 조사대상자, 그 배우자와 직계비속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조사대상자로 선정된 사실 및 조사한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내용을 통지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도, 진상규명위원회는 망인이 6.25 전란 당시 납북되어 생사불명이라는 이유로 망인이 납북 전 주지를 지낸 사찰인 범어사를 이해관계인으로 보아 범어사에 망인이 조사대상자로 선정된 사실 및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사실을 통지하였을 뿐, 망인의 직계비속인 원고에게는 이러한 내용을 통지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후행처분이 있기 전까지는 망인이 친일반민족행위의 조사대상자로 선정된 사실 및 망인에 대한 조사결과 망인이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것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피고로부터 독립유공자법 적용배제대상자 결정문을 송달받고서야 비로소 망인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되었고 그에 따라 독립유공자 유족인 원고에 대한 독립유공자법의 보상과 예우가 박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한편 독립유공자법 제39조 에 의하면, 독립유공자가 특별법에 의하여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것으로 결정되면 국가보훈처장은 그 자를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독립유공자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독립유공자, 그 유족 또는 가족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예우를 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선행처분은 이 사건 후행처분의 이유를 구성하는 확인적 처분에 불과하고 원고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후행처분이 직접적으로 중요하고 본질적인 처분이다.

다. 원고로서는 이 사건 후행처분인 피고의 독립유공자법 적용배제결정이 자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이라고 생각하였을 뿐, 통지를 받지도 않은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처분이 자신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주는 독립된 행정처분이라고는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있었던 원고에게 이 사건 선행처분에 대하여 특별법에 의한 이의신청절차를 밟거나 이 사건 후행처분에 대한 것과 별개로 행정심판 내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고가 그러한 절차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이 사건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게 하는 것은 원고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불이익을 주고 그 결과가 원고에게 예측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라.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선행처분의 이 사건 후행처분에 대한 구속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선행처분에 위법이 있는 경우 원고는 이를 이유로 이 사건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에는 행정소송에서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경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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