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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대여금][공2013상,547]
판시사항

[1]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는 경우,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는 경우, 상계항변 당시 채무자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 포기의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제1심에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소송에서의 상계항변은 일반적으로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으로 피고의 금전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한다는 예비적 항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었던 경우에, 상계항변 당시 채무자인 피고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이 속심적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제1심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원고, 피상고인

진흥기업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미래안산업개발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수경)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에게 2003. 8. 29. 1억 5,000만 원, 2003. 9. 29. 1억 5,000만 원을 변제기의 정함이 없이 대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위 각 대여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인 2009. 11. 23.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채권은 상사채권으로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한편 피고가 이 사건 제1심 소송 계속 중 2010. 1. 7.자 답변서를 통하여 수색 제3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의 업무추진과 관련된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존재를 입증하는 서증(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의 1, 2)에 대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후 수색제4구역조합의 이 사건 사업과 관련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반대채권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상계항변을 하였으므로, 피고는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이의를 제기한 후 응소하여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청구를 기각하여 달라는 판결을 구하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대여금채권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소송에서의 상계항변은 일반적으로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으로 피고의 금전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한다는 예비적 항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었던 경우에, 상계항변 당시 채무자인 피고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이 속심적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제1심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피고가 원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을 하기에 앞서 제1심에서 상계항변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피고가 상계항변을 하였다는 점을 들어 원고로 하여금 피고가 더 이상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 내지 신뢰를 가지게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계항변을 한 후 소멸시효의 항변을 한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가 소멸시효항변 전 상계항변을 한 사정만을 중시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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