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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0도13450 판결
[장례식방해][미간행]
판시사항

장례식방해죄의 성립 요건 및 장례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할 위험이 초래된 방해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지음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장례식방해죄는 장례식의 평온과 공중의 추모감정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범인의 행위로 인하여 장례식이 현실적으로 저지 내지 방해되었다고 하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지 않고 방해행위의 수단과 방법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일시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무방하나, 적어도 객관적으로 보아 장례식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줄 만한 행위를 함으로써 장례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할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방해행위가 있다고 보아 장례식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므로, 장례식방해죄에 있어서 장례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할 위험이 초래된 방해행위가 있었음에 대해서도 그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장의(장의)는 구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2011. 5. 30. 법률 제10741호로 전부 개정되어 법명이 ‘국가장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국민장으로 진행하기로 정해졌고, 이에 따라 그 장의를 집행하기 위한 국민장 장의위원회(이하 ‘장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절차를 주관하게 되었다.

나. 장의위원회의 주관하에 2009. 5. 29. 11:00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1-1에 있는 경복궁 앞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영결식(이하 ‘이 사건 영결식’)이 거행되었는데, 장의위원회는 유족들의 헌화 다음에 현직 대통령의 헌화 및 전직 대통령들의 헌화의 순서 등으로 이 사건 영결식 절차를 진행하기로 정하였다.

다. 피고인은 장의위원회 장의위원으로서 영결식장의 오른쪽 부분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고,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은 영결식장 가운데에 마련된 헌화대 앞부분 맨 앞자리에 앉아 이 사건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당시 피고인이 앉아 있던 좌석과 이명박 대통령이 앉아 있던 좌석 사이에는 약 20명의 참석자가 앉아 있었고, 또 약 10명의 참석자 간격으로 설치된 2개의 통로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있던 곳에서 약 20여m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다.

라. 피고인은 이 사건 영결식 도중인 2009. 5. 29. 12:00경 유족의 헌화 다음 순으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헌화를 하기 위하여 헌화대로 나오려는 순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동그랗게 말은 행사 안내장을 앞으로 치켜든 채 헌화대 쪽을 향하여 몇 발짝 걸어가면서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마. 이에 피고인의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바로 피고인을 제지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달려들어 손으로 피고인의 입을 막은 채 피고인을 영결식장 오른쪽 가장자리로 끌어내어 제압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계속 소리를 지르려고 시도하기는 하였으나 경호원들의 제압에 의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바. 그러자 이 사건 영결식에 참석하여 피고인의 뒤쪽에 앉아 있던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대지 마라.” 등 소리를 지르기도 하여 잠시 소란이 발생하였으나, 영결식 사회자의 장내 정리 발언에 따라 곧바로 정리되었다.

사.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피고인이 지른 소리를 듣고 잠시 그쪽을 바라보았을 뿐 헌화대로 나가 헌화 절차를 마무리하였고, 그 이후의 영결식 절차 역시 예정대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3.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본인이 헌화대 쪽으로 가면서 소리를 질렀다는 행위 등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본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자마자 주위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제압함으로써 피고인은 걸음을 몇 발짝 옮기고 짧게 소리를 지르는 외에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였고, 위와 같은 일련의 일들은 거의 순식간에 벌어진 점, 당시 피고인은 이명박 대통령 및 헌화대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피고인이 소리를 지르자 잠깐 그쪽을 바라보기만 하였을 뿐 어떤 동요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나아가 그로 인해 헌화 등 장례 절차의 진행에 지장이 초래될 만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은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영결식장에서 한 행위, 즉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순서에 맞추어 헌화대 쪽을 향하여 몇 걸음을 옮기면서 크게 소리를 지른 행위가 비록 피고인이 대통령의 헌화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의 내용, 경호원들의 제압에 대한 피고인의 반응, 소란이 있었던 시간 등 여러 객관적 사정으로 보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이 사건 영결식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줄 만한 행위로서 이로 말미암아 이 사건 영결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할 위험이 초래될 정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이 부분 이유 설시에는 적절하지 못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피고인의 행위가 장례식방해죄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장례식방해죄 및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다음으로 이 사건 영결식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들의 행위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본다.

검사는 이 부분 상고이유로, 피고인으로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다른 참석자들의 행위에 의한 소란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부분은 구성요건을 보충하는 부가적인 상황이라고 해석하면 충분한 것이지 이에 대해 무죄로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사건 영결식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들의 행위에 대한 부분은 그 내용 자체를 보더라도 피고인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다(한편,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영결식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들의 행위로 인해 소란스러운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다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부분 기재 역시 이 사건 장례식방해죄의 구성요건 사실을 이루는 피고인의 범행 내용이라고 보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라고 판단한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조치는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은 이를 이유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포함한 제1심판결 전부를 파기한 다음,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할 것이다.

5. 이에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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