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1 주식회사 외 5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김성문
변 호 인
법무법인 율촌 외 3인
주문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1 주식회사
피고인 회사는 합성수지의 제조·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 회사는 1993. 10.경 당시 대표이사인 공소외 3(당시는 공소외 4 주식회사)이 공소외 5 주식회사, 공소외 6 주식회사, 공소외 2 주식회사(2003. 8. 1. 이후 피고인 3 주식회사로 변경되었음), 공소외 7 주식회사 등의 대표이사들과 함께 정부에 합성수지 제품의 가격 및 생산량에 대한 공동행위의 허가를 요청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자, 위 공소외 3은 위 업체들의 대표이사 등과 함께 임의로 합성수지 제품의 생산량 및 판매가격을 협의하여 정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영업본부장회의, 영업팀장회의를 통하여 정하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회사의 PVC 사업부장인 공소외 8과 영업담당 팀장인 공소외 9는 위 업체들의 내수부문 담당임원 및 영업팀장과 회의를 거쳐 1994. 4. 28.경 합성수지 제품에 대해 매월 위 업체들의 영업팀장이 모여 판매기준가격과 주1) 마감가격 등을 협의하여 정하기로 합의하였다(기본합의).
이후 2005. 4. 12.경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 식당에서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10은 공소외 5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1, 피고인 3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2,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3, 14, 공소외 6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5 등과 모임을 갖고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제품의 당시 시장상황, 각 업체별 판매실적, 부실거래처에 대한 정보, 기초 원료가 동향 등 업계정보 공유 및 당월 마감가격, 익월 희망가격에 대한 기준가, 특정 대형업체 판매가격 책정 및 판매량 배정 등에 대한 협의를 하는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994. 4.경부터 2005. 4. 30.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9(1994. 1. ~ 1997. 1.), 공소외 16(1994. 1. ~ 2000. 10.), 공소외 17(1997. 2. ~ 2002. 7.), 공소외 18(2000. 1. ~ 2004. 3.), 공소외 10(2000. 11. ~ 2005. 4.), 공소외 19(2004. 4. ~ 2005. 4.), 공소외 20(2002. 7. ~ 2005. 4.) 등이 위 △△△식당이나 서울 소재 식당 등지에서 위 업체들의 영업팀장들과 모임을 갖거나 그 밖의 방법을 통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제품 중 주로 범용제품의 가격을 대표적인 합의대상으로 하여 용도별로 합의대상 그레이드(Grade)를 정한 후 대표 주2) 그레이드 의 익월 최저가 또는 인상폭에 대하여 합의를 하고 주3) , 합의한 내용을 거래처에 통보하여 제품을 판매하고 경쟁사가 합의한 대로 실행하는지 점검한 다음 대표 그레이드의 당월 마감가격 및 익월 기준가(인상폭)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매월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협의하고, 이에 근거하여 피고인 회사의 거래처에 대한 위 제품의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정하여 실행하였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임직원은 1994. 4. 28.경부터 2005. 4. 30.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하였다.
나.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 회사는 합성수지의 제조·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 회사는 1993. 10.경 당시 대표이사인 공소외 21(당시는 공소외 22 주식회사)이 공소외 5 주식회사, 피고인 1 주식회사, 공소외 2 주식회사, 공소외 6 주식회사, 공소외 7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등과 함께 정부에 합성수지 제품의 가격 및 생산량에 대한 공동행위의 허가를 요청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자, 위 공소외 21은 위 업체들의 대표이사 등과 함께 임의로 합성수지 제품의 생산량 및 판매가격을 협의하여 정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영업본부장회의, 영업팀장회의를 통하여 정하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회사의 내수영업담당임원인 이사 공소외 23과 영업담당팀장인 부장 공소외 24는 위 업체들의 내수부문 담당임원 및 영업팀장과 회의를 거쳐 1994. 4. 28.경 합성수지 제품에 대하여 매월 위 업체들의 영업팀장이 모여 판매가격과 마감가격 등을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기본합의).
이후 2005. 4. 12.경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 식당에서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13, 14는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0, 공소외 5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1, 피고인 3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2, 공소외 6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5 등과 모임을 갖고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제품의 당시 시장상황, 각 업체별 판매실적, 부실거래처에 대한 정보, 기초 원료가 동향 등 업계정보 공유 및 당월 마감가격, 익월 희망가격에 대한 기준가, 특정 대형업체 판매가격 책정 및 판매량 배정 등에 대한 협의를 하는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994. 4.경부터 2005. 4.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24(1994. 1. ~ 1997. 1.), 피고인 5(1997. 3. ~ 2004. 3.), 공소외 25(2004. 3. ~ 2005. 3.), 공소외 13(2005. 4. ~ 2006. 12.), 실무자인 공소외 14(1998. ~ 2005. 9.) 등이 위 △△△ 식당이나 서울 소재 식당 등지에서 위 업체들의 영업팀장들과 모임을 갖거나 그 밖의 다른 방법을 통해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 제품 중 주로 범용제품의 가격을 대표적인 합의대상으로 하여 용도별로 합의대상 그레이드(Grade)를 정한 후 대표 그레이드의 익월 최저가 또는 인상폭에 대하여 합의를 하고 합의한 내용을 거래처에 통보하여 제품을 판매하고 경쟁사가 합의한 대로 실행하는지 점검한 다음 대표 그레이드의 당월 마감가격 및 익월 기준가(인상폭)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매월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합의하고, 이에 근거하여 피고인 회사의 거래처에 대한 위 제품의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결정하여 실행하였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임직원은 1994. 4. 28.경부터 2005. 4. 30.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하였다.
다. 피고인 3 주식회사
피고인 회사는 합성수지의 제조·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 회사는 1993. 10.경 당시 대표이사인 공소외 26이 공소외 5 주식회사, 피고인 1 주식회사, 피고인 2 주식회사, 공소외 6 주식회사, 공소외 7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등과 함께 정부에 합성수지 제품의 가격 및 생산량에 대한 공동행위의 허가를 요청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자, 위 공소외 26은 위 위 업체들의 대표이사 등과 함께 임의로 합성수지 제품의 생산량 및 판매가격을 협의하여 정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영업본부장회의, 영업팀장회의를 통하여 정하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회사의 내수영업담당임원인 이사 공소외 27과 영업담당팀장인 부장 공소외 28은 위 업체들의 내수부문 담당임원 및 영업팀장과 회의를 거쳐 1994. 4. 28.경 합성수지 제품에 대하여 매월 위 업체들의 영업팀장이 모여 판매가격과 마감가격 등을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기본합의).
이후 2005. 4. 12.경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 식당에서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12는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0, 공소외 5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1,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3, 14, 공소외 6 주식회사의 영업팀장 공소외 15 등과 모임을 갖고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제품의 당시 시장상황, 각 업체별 판매실적, 부실거래처에 대한 정보, 기초 원료가 동향 등 업계정보 공유 및 당월 마감가격, 익월 희망가격에 대한 기준가, 특정 대형업체 판매가격 책정 및 판매량 배정 등에 대한 협의를 하는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994. 4.경부터 2005. 4. 30.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28(1990. 3. ~ 1996. 5.), 공소외 29(1996. 6. ~ 2001. 3.), 공소외 30(2001. 4. ~ 2001. 12.), 공소외 12(2002. 1. ~ 2005. 5.) 등이 위 △△△식당이나 서울 소재 식당 등지에서 위 업체들의 영업팀장들과 모임을 갖거나 그 밖의 다른 방법을 통해 저밀도폴리에틸렌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 제품 중 주로 범용제품의 가격을 대표적인 합의대상으로 하여 용도별로 합의대상 그레이드(Grade)를 정한 후 대표 그레이드의 익월 최저가 또는 인상폭에 대하여 합의를 하고 합의한 내용을 거래처에 통보하여 제품을 판매하고 경쟁사가 합의한 대로 실행하는지 점검한 다음 대표 그레이드의 당월 마감가격 및 익월 기준가(인상폭)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매월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협의하고, 이에 근거하여 피고인 회사의 거래처에 대한 위 제품의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결정하여 실행하였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임직원은 2003. 8. 1.경부터 2005. 4. 30.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하였다.
라. 피고인 4
피고인은 2004. 12.경부터 피고인 1 주식회사의 폴리에틸렌(PE) 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면서 2005. 4. 30.경까지 사이에 그 부하직원인 영업팀장 공소외 10이 위 가.항과 같이 공소외 5 주식회사,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 3 주식회사, 공소외 6 주식회사 등의 영업팀장들 모임에 참석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저밀도폴리에틸렌,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 제품의 매월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협의하여 정한 후 피고인에게 보고하면 이를 승인하여 실행함으로써 부당하게 가격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하였다.
마. 피고인 5
피고인은 1997.경부터 2004. 3.경까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폴리에틸렌(PE) 영업팀장으로, 2004. 3.경부터 폴리머사업부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피고인은 1997.경부터 2004. 3.경까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PE 영업팀장으로 유화사간 영업팀장회의에 참석하였다. 위 영업팀장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공소외 5 주식회사, 피고인 1 주식회사, 공소외 6 주식회사, 공소외 2 주식회사, 공소외 7 주식회사 등의 PE사업부 영업팀장 또는 그를 대신하여 참석한 직원들이었다.
피고인은 위 나.항과 같이 위 영업팀장 회의에서 매월 시장에서 유통되는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 제품 중 범용제품에 대한 판매기준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 제품의 거래처에 대한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정하여 실행하였다.
피고인은 2004. 3.경 폴리머사업부장이 된 후로는 영업팀장인 공소외 14가 위 유화사들간의 영업팀장회의에 참석하여 위 제품에 대한 가격을 협의하여 정한 후 피고인에게 보고하면 이를 승인하여 실행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1997.경부터 2005. 4. 30.경까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하였다.
바. 피고인 6
피고인은 2003. 8.경부터 피고인 3 주식회사의 수지부문 국내 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면서 2005. 4. 30.경까지 사이에 그 부하직원인 영업팀장 공소외 12가 위 다.항과 같이 공소외 5 주식회사, 피고인 1 주식회사, 피고인 2 주식회사, 공소외 6 주식회사 등의 영업팀장들 모임에 참석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저밀도폴리에틸렌,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 제품의 매월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을 협의하여 정한 후 피고인에게 보고하면 이를 승인하여 실행함으로써 부당하게 가격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하였다.
2. 원심 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 4, 5, 6에 대한 판단
(1) 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66조 제1항 제9호 에 해당하는 죄로서 같은 법 제71조 제1항 에 의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위 피고인들의 사용자인 피고인 1 주식회사, 피고인 2 주식회사(이하 ‘ 피고인 2 회사’라고 한다), 피고인 3 주식회사(이하 ‘ 피고인 3 회사’이라고 하고, 위 3개의 회사를 총칭하는 경우 ‘피고인 회사들’이라고 한다)에 대한 고발과는 별도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고발을 하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 이와 관련하여 공정거래법 제71조 제1항 에 규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33조 에 규정된 ‘고소불가분의 원칙’이 유추적용 되는지, 즉 실제 행위자와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관하여 법인에 대한 고발이 실제 행위자에 대해서도 고발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공정거래법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도에 관하여 ‘고소불가분 원칙’을 유추적용하여 이른바 ‘고발불가분 원칙’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3)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나.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적용법조 등
검사는 2005. 4. 18. 피고인 회사들에 대하여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70조 , 제66조 제1항 제9호 ( 제66조 제1항 제9호 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임)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소하였고, 구 공정거래법 제70조 는 ‘양벌규정’이라는 제목 하에 “법인(법인격 없는 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 (벌칙) 내지 제68조 (벌칙)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검사는 피고인 1 주식회사와 피고인 3 회사에 대하여는 형법 제37조 , 제38조 를 적용법조로 기재한 반면에, 피고인 2 회사에 대하여는 위 법률규정들을 적용법조로 기재하지 않았다. 이는 피고인 회사들 사이에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994. 4. 28.자 기본합의 및 이를 토대로 하여 2005. 4. 30.경까지 이루어진 개별합의들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등 각 제품유형별로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서 포괄일죄에 해당하는 한편, 그 제품유형별로는 각각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취지로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없는 공소장은 효력이 없다.
위와 같이 공소사실의 기재에 관하여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특히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지만(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2934 판결 등 참조),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에 관하여 이중기소(이중기소)나 공소시효 기간의 경과 여부 등이 실질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서는 다른 공소사실과 구별할 수 있는 요소들이나 시효의 기산점 등을 판별할 수 있는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11 판결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구법 제70조 와 같이 법인의 사용인 등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일정한 법률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그 실제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까지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법률조항이 형사법상 책임주의원칙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영업주인 법인의 사용인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 등을 비롯한 과실책임을 근거로 하여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취지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도1213 판결 ,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7673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위와 같은 양벌규정을 적용법조로 기재한 공소장에는 해당 법인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그 사용인의 법률위반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판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기재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3)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양벌규정에 따른 처벌대상인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중에서 실제 행위자들의 행위를 적시한 부분을 살펴보면, 1993. 10.경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의 대표이사들이 공동으로 정부에 대하여 합성수지 제품의 가격 및 생산량에 대한 공동행위 허가를 요청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은 다음, 임의로 합성수지 제품의 생산량 및 판매가격을 협의하여 정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영업본부장회의, 영업팀장회의를 통하여 정하기로 결의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인 1 주식회사(그 당시 공소외 4 주식회사)의 PVC 사업부장 공소외 8과 영업담당 팀장 공소외 9, 피고인 2 회사(그 당시 공소외 22 주식회사)의 내수부문 담당임원 공소외 23과 영업담당팀장 공소외 24, 피고인 3 회사(그 당시 공소외 2 주식회사)의 내수부문 담당임원 공소외 27과 영업담당팀장 공소외 28 등이 다른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의 담당임원 및 영업팀장들과 회의를 한 다음, 피고인 회사들의 대표이사들이 1994. 4. 28.경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 사장단 회의에서 합성수지 제품에 관하여 매월 관련 업체들의 영업팀장이 모여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 등을 협의하여 결정하기로 하는 기본합의(이하, ‘기본합의’라고 한다)를 한 사실, 그 후 위 기본합의를 토대로 하여 1994. 4. 28.경부터 2005. 4. 30.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00여 차례에 걸친 개별합의를 하였다는 사실 등이 적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업자들이 경쟁을 제한할 목적으로 공동하여 향후 계속적으로 가격의 결정, 유지 또는 변경행위 등을 하기로 하면서, 그 결정주체, 결정방법 등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향후 이를 실행하기 위하여 계속적인 회합을 가지기로 하는 등의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를 하고, 이에 따라 위 합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회에 걸쳐 회합을 가지고 구체적인 가격의 결정 등을 위한 합의를 계속하여 온 경우, 그 회합 또는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나 구성원에 일부 변경이 있더라도,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4두11275 판결 참조).
위에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피고인 회사들의 임직원들이 약 11년 동안 위 100여 차례에 걸친 개별합의과정에 매번 빠짐없이 참여한 경우에만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그 중 일부 회합에 참석하지 못한 경우에도 1994. 4. 28.자 기본합의 및 이를 토대로 이루어진 계속적인 개별합의들을 1개의 범죄로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리적으로 이를 포괄하여 1죄로 파악할 수는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 회사들이 위 100여 차례의 개별합의들 중에서 어떠한 개별합의과정에는 참여하였고 어떠한 개별합의과정에는 참여하지 아니하였는지 여부, 위 각 개별합의가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또는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가격담합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인지 등이 확인되어야 하고, 이러한 구체적·개별적인 합의과정 및 내용 등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11년 이상에 걸쳐서 이루어진 100여 차례의 행위들이 포괄하여 1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는 없다. 위 1994. 4. 28.자 기본합의에 참여하였던 회사라고 하더라도 그 후 해당 회사가 개별합의과정에 대한 참여를 중단한 상태에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다면 그 시점에 위 기본합의를 토대로 한 범행은 일단 종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측면에서 위 기본합의 당사자들 사이에서 사회적인 회합이 계속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또는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부당한 경쟁제한을 계속하는 취지의 구체적인 개별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사항에 대한 논의만이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모임을 여러 차례 가졌다는 사정만으로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 범죄행위가 계속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의 처벌은 어디까지나 형벌의 일종으로서 행정적 제재처분이나 민사상 불법행위책임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고,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한 법인이 그 종업원 등의 위법행위에 대해 양벌규정에 따라 부담하던 형사책임은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도447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4. 4. 28.자 기본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약 11년의 기간 동안 관련 회사의 신설, 기존 회사의 경영방침이나 업무내용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변경이 발생하였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2008. 4. 18.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경과한 2005. 4. 17. 이전의 행위에 관하여는 이미 공소시효가 경과하였기 때문에[형사소송법(2007. 12. 21.) 부칙 제3호,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제1항 제3호 등 참조], 위 기본합의를 토대로 한 포괄일죄의 범행이 2005. 4. 18. 이후까지 지속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피고인 회사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법 제70조 와 같은 양벌규정을 적용법조로 기재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련하여, 위와 같은 개별합의들이 피고인 회사들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피고인 회사들이 각각의 개별합의에 관하여 그 사용인들의 법률위반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별할 수 없다면 형사법상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고( 헌법재판소 2009. 7. 30. 선고 2008헌가17 결정 등 참조), 피고인 3 회사의 경우 이중기소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실질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할 때, 별지 범죄일람표에 적시된 각 개별합의에 관한 구체적 합의과정 및 내용 등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는다면 피고인 회사들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될 수 있는 것이다.
(가) 피고인 2 회사에 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공소외 22 주식회사가 당사자로 참여한 1994. 4. 28.자 기본합의(수사기록 809-818면 참조) 및 이를 토대로 하여 2005. 4. 30.까지 이루어진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100여 차례의 개별합의들이 포괄하여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인데, 이 사건 공소장(별지 범죄일람표 포함)을 보면 위 각 개별합의의 당사자로서 피고인 2 회사의 상호나 ‘ 공소외 22 주식회사’, ‘ 공소외 1 회사’ 등을 적시한 것도 있지만, 수십 개 이상의 개별합의에 관하여는 ‘각 유화사’ 또는 ‘ 주4) NCC 및 폴리올레핀 주5) ’ 등과 같은 막연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증인 공소외 14의 법정 진술, 피고인 2 회사가 이 법원에 제출한 증제5호증의 1, 2(각 등기부등본), 증제6호증(분할계획서), 증제11호증(공정거래법 준수사항 당부)의 기재 등에 의하면, 공소외 22 주식회사는 1998. 3. 27. 그 상호를 공소외 1 주식회사로 변경한 사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7년에 주식회사 분할에 관한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석유화학사업의 영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주식회사를 신설하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서 피고인 2 회사가 설립되어 2007. 7. 3. 그 회사성립에 관한 최초의 등기가 경료된 사실, 한편 공소외 1 주식회사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사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0. 10.경 군납유 담합사건으로 인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 4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다음, 2000. 10. 6.경 그 당시 대표이사가 모든 임직원들에게 공정거래법규를 준수하도록 지시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엄중 문책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사실, 이에 따라서 그 당시 공소외 1 주식회사 폴리에틸렌(PE) 영업팀장이던 피고인 5는 다른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 관계자들에게 앞으로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회합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고, 실제로 그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위와 같은 회합 자체에 참여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2 회사와 공소외 1 주식회사(구 상호는 공소외 22 주식회사)는 별개의 법인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소장은 양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혼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십 개 이상의 개별합의의 참여당사자에 관하여는 ‘각 유화사’ 또는 ‘NCC 및 폴리올레핀’ 등과 같은 막연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피고인 2 회사가 별지 범죄일람표에 적시된 100여 차례의 개별합의들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개별합의에 참여하였다는 취지인지를 판별할 수 없는 상태이다( 피고인 2 회사는 2007. 7. 3.경 신설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시점에 법인으로서 활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개별합의의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더라도, 그 합의의 대상이 된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채 막연한 기재만 있는 경우도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 예컨대, 별지 범죄일람표를 보면 ① 2003. 4. 15. 이후 2005. 4.까지 월 1회씩 ‘NCC 및 폴리올레핀 사장단’이 ‘NCC 및 폴리올레핀 사장들 간 친선도모, 시장동향에 대한 정보교환’을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② 2005. 4. 19.에는 각 유화사 사업부장이 간담회를 실시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며, 위와 같은 모임들에서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사항이 논의되었는지, 논의가 되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 당시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이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 즉, 피고인 2 회사가 위 각 일시에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하여 어떠한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부당한 경쟁제한을 하는 취지로 개별합의를 하였다는 것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별지 범죄일람표의 기재내용 중에서 위 ①② 개별합의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2008. 4. 18.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의 경우 1994. 4. 28.자 기본합의를 토대로 한 포괄일죄의 범행이 2005. 4. 18. 이후까지 지속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경우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위 ①② 개별합의만이 2005. 4. 18. 이후의 행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①② 개별합의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제대로 특정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공소시효기간의 경과 여부를 제대로 판별할 수 없고, 위와 같은 개별합의과정에서 피고인 2 회사에게 사용인들의 회사 업무에 관한 법률위반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판별하기도 어렵다. 또한 공소외 22 주식회사가 위 1994. 4. 28.자 기본합의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2000. 10. 6.경 모든 임직원들에게 공정거래법규를 준수하도록 지시하였고 그 당시 폴리에틸렌(PE) 영업팀장 등이 동종 업계 종사자들과의 회합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등 그 경영방침 등에 관한 여러 가지 사정변경이 생겼는데, 이 사건 공소장에는 위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변경들이 위 1994. 4. 28.자 기본합의를 토대로 한 개별합의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에, 1994. 4. 28.부터 약 11년 동안 이루어진 개별합의들이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서 포괄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판별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2 회사로 하여금 공소장에 기재된 11년 이상의 기간 동안의 모든 관련사실에 대하여 방어를 하도록 하는 것은 공소사실을 특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려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취지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1994. 4. 28.자 기본합의 및 이를 토대로 하여 그 때부터 2005. 4. 30.까지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들이 포괄일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제기된 피고인 2 회사에 대한 이 사건 공소제기는 부적법하다.
(나) 피고인 3 회사에 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공소외 2 주식회사가 당사자로 참여한 1994. 4. 28.자 기본합의 및 이를 토대로 하여 2005. 4. 30.경까지 이루어진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100여 차례의 개별합의들이 각 제품유형별로 포괄하여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인데, 이 사건 공소장(별지 범죄일람표 포함)은 위와 같은 개별합의들의 당사자로서 피고인 3 회사의 상호나 ‘ □□’, ‘ 공소외 2 주식회사’ 등을 적시한 것도 있지만, 수십 개 이상의 개별합의에 관하여는 ‘각 유화사’ 또는 ‘NCC 및 폴리올레핀’ 등과 같은 막연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수사기록 385면 이하에 편철된 각 법인등기부등본의 기재 등에 의하면, 피고인 3 회사에 관하여 2003. 8. 1. 회사성립에 관한 최초의 등기가 경료된 사실, 한편 공소외 2 주식회사는 1994년경부터 현재까지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2 주식회사는 별개의 법인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소장은 양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혼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십 개 이상의 개별합의의 참여당사자에 관하여는 ‘각 유화사’ 또는 ‘NCC 및 폴리올레핀’ 등과 같은 막연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피고인 3 회사가 위 각 개별합의 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개별합의에 참여하였다는 취지인지를 판별할 수 없는 상태이다( 피고인 3 회사는 2003. 8. 1.경 신설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시점에 법인으로서 활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개별합의의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더라도, 그 합의의 대상이 된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채 막연한 기재만 있는 경우도 상당수 발견되는데,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3 회사가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부당한 경쟁제한을 하는 취지로 개별합의를 하였다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없고, 공소시효기간의 경과 여부를 판별할 수도 없는 등 피고인 3 회사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66조 제1항 제9호 를 위반하는 범죄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1 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에 따른 행위를 현실적으로 하였을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도662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부당공동행위의 판단의 전제로서 획정하는 관련 시장은 거래대상인 상품의 기능 및 용도, 이에 대한 구매자들의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결정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 당해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두14564 판결 등 참조).
증인 공소외 31의 법정진술, 수사기록 809-818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고단5496, 2007고단6203(병합) 사건의 2008. 7. 21.자 공판조서(증인 공소외 32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사본의 기재내용 등에 의하면, 1994. 4. 28.자 기본합의는 이 사건 공소장에 기재된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뿐만 아니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과 폴리프로필렌(PP)을 모두 합의대상으로 삼고 있고, 이에 관한 합의내용이 동일한 문서에 함께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하나의 기본합의를 통하여 위 4가지 제품유형에 관하여 부당한 경쟁제한행위를 하는 경우 실체법적으로 1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수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위 4가지 제품유형의 특성, 거래처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는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곧바로 성립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설령 후자의 견해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검사의 기소취지와 같이 1994. 4. 28.자 기본합의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면, 1994. 4. 28.을 기준으로 한 위 4가지 제품유형에 관한 부당한 경쟁제한행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검사는 2007. 12. 3. 이 사건과는 별도로, 위 1994. 4. 28.자 기본합의 및 이를 토대로 하여 2005. 4.경까지 이루어진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과 폴리프로필렌(PP)에 관한 일련의 개별합의들이 각 제품유형별로 포괄하여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공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법원은 이에 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음을 이유로 하여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2. 12. 선고 2007고단7030 판결 . 검사가 이에 불복하였으나 항소심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5. 16. 선고 2008노734 판결 ), 검사가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다(현재 대법원 2008도4762호 로 계속 중임). 이하 위 사건을 ‘종전 사건’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 종전 사건과의 관계에서 이중기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실질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위 1994. 4. 28.자 기본합의를 토대로 하여 2005. 4.경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서 이루어진 개별합의들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대하여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나 폴리프로필렌(PP)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경우와 달리, 위 개별합의들이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는 내용인 경우에는 종전 사건의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전체적으로 상상적 경합관계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검사는 이중기소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특정하여 기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지 범죄일람표에는 피고인 3 회사가 설립되기 이전의 시점인 2001. 3.경에 폴리에틸렌(PE) 뿐만 아니라 폴리프로필렌(PP)에 관해서도 가격담합을 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등 적시된 각 개별합의가 폴리에틸렌(PE) 뿐만 아니라 폴리프로필렌(PP)에 관한 합의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다수 발견되고 있고[증인 공소외 33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34 주식회사에서는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을 생산하지는 않고 주로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별지 범죄일람표를 보면 공소외 34 주식회사가 간사로서 합의한 것을 개별합의의 구체적 내용으로 적시한 경우도 다수 발견된다], 2005. 4. 19.자 개별합의 등과 같이 그 합의의 대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적시되지 아니한 채 막연한 내용만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의 기재내용 만으로는 종전 사건과의 관계에서 이중기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판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도 피고인 3 회사에 관한 이 사건 공소제기는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 피고인 1 주식회사에 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공소외 4 주식회사가 당사자로 참여한 1994. 4. 28.자 기본합의를 토대로 하여 2005. 4. 30.까지 이루어진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100여 차례의 개별합의들이 포괄하여 각 제품유형별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인데, 이 사건 공소장(별지 범죄일람표 포함)은 위와 같은 개별합의들의 당사자로서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상호나 ‘ ◇◇◇◇’, ‘ ☆☆☆☆’, ‘ ▽▽’ 등을 적시한 것도 있지만, 수십 개 이상의 개별합의에 관하여는 ‘각 유화사’ 또는 ‘NCC 및 폴리올레핀’ 등과 같은 막연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증인 공소외 31의 법정진술, 피고인 회사들 대리인의 법정진술, 피고인 1 주식회사의 변호인이 이 법원에 제출한 참고자료 1 내지 6, 9의 1 내지 4의 기재 등을 종합하면, 공소외 4 주식회사는 1994. 10. 1.경 공소외 35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1999. 6. 17. 다시 상호를 피고인 1 주식회사로 변경한 사실, 한편 피고인 1 주식회사는 1999. 7.경 물적 분할을 통하여 공소외 35 주식회사와 피고인 1 주식회사로 분할된 사실, 그 후 공소외 35 주식회사는 2007. 10. 9.경 그 상호를 공소외 36 주식회사로 변경한 다음 현재까지 계속 존속하고 있는 사실, 공소외 4 주식회사는 1994. 4. 28. 당시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뿐만 아니라 폴리프로필렌(PP)도 생산하고 있었는데, 피고인 1 주식회사는 1999. 12. 2.경 공소외 37 주식회사와 사이에서 대규모 사업교환[이른바 빅딜(Big Deal)]을 통하여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에 관한 사업부분을 LLD 생산사업으로 전환하고,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사업부분을 공소외 37 주식회사로부터 이전받는 한편, 폴리프로필렌(PP)에 관한 기존 사업부분을 모두 공소외 37 주식회사에게 이전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의 국내 시장상황 및 각 기업별 시장점유율 등이 실질적으로 변동된 사실, 한편 2000년 당시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하여 국내 2위 생산업체이던 공소외 7 주식회사의 해당 사업부분을 2003년경 공소외 5 주식회사 등이 인수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35 주식회사(현재 상호는 공소외 36 주식회사)는 별개의 법인이고, ‘ ▽▽’라는 명칭만으로는 이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데, 이 사건 공소장은 위와 같은 명칭을 혼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십 개 이상의 개별합의에 관하여는 ‘각 유화사’ 또는 ‘NCC 및 폴리올레핀’ 등과 같은 막연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피고인 1 주식회사가 위와 같은 개별합의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개별합의에 참여하였다는 취지인지를 제대로 판별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개별합의의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더라도, 그 합의의 대상이 된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채 막연한 기재만 있는 경우도 상당수 발견되는데, 위 1)2)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 주식회사가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부당한 경쟁제한을 하는 취지로 개별합의를 하였다는 것인지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공소외 4 주식회사가 위 1994. 4. 28.자 기본합의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1999. 12. 2.경 대규모 사업교환으로 인하여 피고인 1 주식회사의 업무내용에 실질적인 변화가 발생하였고, 2003년경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국내 생산현황이 크게 변동되는 등 여러 사정변경이 생겼는데, 이 사건 공소장에는 위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변경들이 위 1994. 4. 28.자 기본합의를 토대로 한 개별합의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렇다면 1994. 4. 28.부터 약 11년 동안 이루어진 개별합의들이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서 포괄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판별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재내용만으로는 그 공소시효기간의 경과 여부를 판별할 수 없는 등 피고인 1 주식회사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피고인 1 주식회사에 대한 이 사건 공소제기는 부적법하다.
(라) 설령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2008. 4. 18.자 이 사건 공소제기가 적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위 1)2)3)항에서 본 바와 같은 맥락에서 2005. 4. 18. 이후의 행위부분에 관한 ①② 개별합의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재가 피고인 회사들의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에 관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그 공소사실 자체로 피고인 회사들이 2005. 4. 18. 이후에 부당한 경쟁제한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주6) . 그리고 위와 같이 포괄일죄로 기소된 공소사실 중 공소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하여 유죄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 나머지 공소부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항 에 따라서 면소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관한 실체법적인 측면에 대하여 본안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마) 이 사건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한 공소시효의 기간은 3년이고, 검사는 2008. 4. 18. 공소를 제기한 다음 2008. 12. 7.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으며, 이 법원은 2009. 1. 22. 그 신청을 허가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공소사실로 적시된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범죄사실의 내용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회사들의 방어권을 보장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사 등을 비롯한 행정부 소속 국가기관들이 1994. 4. 28. 성립한 기본합의 등에 대하여 오랜 기간 동안 조사 또는 수사를 하지 아니하고, 고발을 하거나 고발요청권을 행사하지도 아니하고 있다가, 그로부터 10년 정도의 기간이 경과한 이후인 2004년에 비로소 조사 등을 개시한 다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막연한 기재내용을 토대로 하여 1994. 4. 28.부터 2005. 4. 30.경까지 약 11년간에 걸쳐서 이루어진 행위들이 포괄일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고인 회사들을 형사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소한 것을 적법하다고 보는 경우, 피고인 회사들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피고인 회사들은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적법여부를 적극적으로 다투면서 공소기각 판결을 구하고 있고, 이 법원은 2009. 7. 1.부터 2009. 9. 7.까지 3차례에 걸쳐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사에게 공소제기의 적법성 등을 비롯한 법적 쟁점에 대한 입장정리를 요청하였으나, 검사는 현재까지 위와 같은 법적 문제점을 시정하지 아니하였다.
(4)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부분은 모두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3.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4, 5, 6에 대한 부분
나.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부분
(1)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보면, 피고인 회사들의 영업팀장급 직원들이 매월 다른 피고인 회사들의 영업팀장 모임이나 기타의 방법으로 이 사건 범용제품에 대하여 판매기준과 마감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1994. 4. 28. 기본합의가 가장 중요한 합의이고, 그 후 있었던 개별합의는 위 기본합의에 따른 것으로서 당시 경제 사정에 따라 세부적 조정만이 있었던 것에 불과함에도, 그러한 개별합의를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포괄일죄의 법리에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다) 피고인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모든 가격결정 경위를 해명할 필요는 없고, 단지 본건 기본합의가 없었다든지, 본건 기본합의가 경쟁제한 효과를 가지지 않는다든지, 기본합의에 따른 담합행위가 종료되었음을 입증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인바, 피고인 회사들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
(라) 결론적으로, 본건 부당 공동행위는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장기간 지속되고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 또는 가격 조건 변경에 관하여 합의한 것으로, 공소 범죄의 성격상 그 개괄적인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로서 부당 공동행위의 시기와 종기, 부당 공동행위의 대상, 참여업체, 참가행위자 등이 특정되어 기소된 이상,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서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2) 공소시효 산정에 대하여
(가) 부당한 공동행위는 실행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합의와 그 합의에 따른 실행행위를 별개의 범죄로 보는 것은 부당하며, 합의에 따른 실행행위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합의시점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기산함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부당한 공동행위의 공소시효는 합의의 효력이 소멸된 시점, 즉 실행행위가 종료된 시점부터 진행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본건 공소사실에는 범행일시에 대하여 기본합의를 특정하고 있고, 이후 2005. 3. 30.자, 2005. 4. 7.자, 2005. 4. 12.자, 2005. 4. 19.자 각 개별합의를 통한 공동행위가 포괄하여 성립되었으며, ‘3월 마감 가격 및 4월 기준판가’에 대한 개별합의를 통해 최소한 4월 말일까지는 합의된 기준판매가에 의해 제품을 판매하였으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의 종료시점은 위 개별합의가 실행된 2005. 4. 30.까지라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공소장에는 범행의 종기가 2005. 4. 30.으로 명확하게 특정되어 있다.
(3) 이중기소 문제에 대하여
(가) 기본합의의 내용에 4가지 대상 품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각 대상 품목별로 개별합의 과정이 다르고, 각 제품군의 특성과 용도가 달라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 아니하며, 구분되는 별도의 시장을 이루고 있고, 합의대상 회사 및 기본합의의 의사가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행위로서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따라서, 이중기소의 문제는 논란이 될 수 없다.
(4) 피고인 회사들의 상호 관련
(가) 범죄일람표상에 나타난 ‘각 유화사’는 당연히 피고인 회사들이나 그 전신인 회사들을 포함한 개념이고, 피고인 회사들의 상호를 축약한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나) 이 사건 위반행위 기간 중 회사명 변경, 회사의 신설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실체적으로 동일성을 유지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형사책임의 주체를 정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공소외 4 주식회사 및 공소외 35 주식회사의 행위는 피고인 1 주식회사의 행위로 보고, 공소외 22 주식회사 및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행위는 피고인 2 주식회사의 행위로 의율한 것이다.
(5) 법인의 귀책사유 관련
본건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실행한 것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의 지시 내지 묵인 하에 이루어졌음이 명백하므로, 대표이사의 특정이나 구체적인 행위태양의 적시 등이 필요하지 않다.
(6) 합의의 단절 관련
객관적 사정변경의 존재 및 이러한 사정변경들이 개별합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등은 본안 심리를 거쳐 판단하면 되는 문제이지, 공소사실 특정의 문제는 아니다.
4. 당심 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 4, 5, 6에 대한 부분
(1)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법규정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게 되고, 이러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벌법규의 구성요건과 가벌성에 관한 규정에 준용되는데, 위법성 및 책임의 조각사유나 소추조건 또는 처벌조각사유인 형면제 사유에 관하여도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유추적용하게 되면 행위자의 가벌성의 범위는 확대되어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되는바, 이는 가능한 문언의 의미를 넘어 범죄구성요건을 유추적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7. 3. 20. 선고 96도116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공정거래법 제71조 제1항 은 ‘ 법 제66조 제1항 제9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그 소추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에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위반행위자 중 일부에 대하여만 고발을 한 경우에 그 고발의 효력이 나머지 법위반행위자에게도 미치는지 여부 즉, 고발의 주관적 불가분 원칙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형사소송법도 제233조 에서 친고죄에 관한 고소의 주관적 불가분원칙을 규정하고 있을 뿐 고발에 대하여 그 주관적 불가분의 원칙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또한 형사소송법 제233조 를 준용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3) 이와 같이 명문의 근거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소추요건이라는 성질상의 공통점 외에 그 고소·고발의 주체와 제도적 취지 등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친고죄에 관한 고소의 주관적 불가분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33조 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에도 유추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는 행위자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서, 결국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형벌법규의 문언을 유추해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8도4762 판결 참조).
(4)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고발의 효력이 피고인 회사들의 직원으로서 본건 부당 공동행위를 실행한 위 피고인들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이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부분
(1) 원심 재판의 경과
(가) 피고인 2 회사는 원심 제1회 공판기일(2008. 8. 12.)에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에 검사는 원심 제2회 공판기일(2008. 9. 25.)에서 “검찰측에서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어 있다고 보고 있고, 추가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원심은 위 제2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였다.
(나) 그 후 검사는 공소장변경을 위한 변론재개를 신청하였고, 이에 원심은 2008. 10. 23. 변론을 재개하였다. 검사는 2008. 12. 17. 현재의 공소사실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원심은 2009. 1. 22. 제5회 공판기일에서 위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다.
(다) 피고인 2 회사가 공소사실 불특정의 주장을 한 이래, 피고인 회사들은 공소사실 불특정 등의 공소기각 주장을 하였으며, 원심은 2009. 3. 12. 제6회 공판기일에서 판사의 경질로 공판절차를 갱신한 이래 3회의 공판준비기일 등을 진행한 후 2010. 2. 9. 이 사건 원심 판결을 선고하였다.
(2) 공소사실의 특정
(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법원의 심리 및 판단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심판의 능률과 신속을 꾀함과 동시에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검사로서는 그 규정에서 들고 있는 세 가지 특정요소를 종합하여 다른 사실과의 식별이 가능하도록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기재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도3082 판결 , 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도7465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특히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다(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2934 판결 등 참조).
다만, ‘공소시효 기간’의 경과 여부나 ‘이중기소’ 등이 실질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에서는 공소시효의 기산점 등을 판별할 수 있는 사항들이나 다른 공소사실과 구별할 수 있는 요소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한다(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11 판결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에 의하면, 검사는 1994. 4. 28.자 기본합의 및 이를 토대로 하여 2005. 4. 30.경까지 이루어진 개별합의들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등 각 제품유형별로 포괄일죄에 해당하는 한편, 그 제품유형별로는 각각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취지로 기소한 것으로 판단된다.
(3) 양벌규정에 의하여 법인이 처벌되는 경우 특정의 문제
(가) 공소사실을 특정함에 있어 행위자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함은 공소사실 특정의 취지에 비추어 당연하다. 양벌규정에 의하여 법인이 처벌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 법인과 그 업무에 관하여 직접 실행행위를 한 대표자, 종업원 등이 특정되어야 하고, 특히 피고인이 범행 기간 중 분할 등으로 신설된 법인인 경우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나) 회사합병이 있는 경우 피합병회사의 권리·의무는 사법상의 관계나 공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모두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하는 회사에 승계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승계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따라서,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의 처벌은 어디까지나 형벌의 일종으로서 행정적 제재처분이나 민사상 불법행위책임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점, 형사소송법 제328조 가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를 공소기각결정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사책임이 승계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한 법인이 그 종업원 등의 위법행위에 대해 양벌규정에 따라 부담하던 형사책임은 그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서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도4471 판결 등 참조).
또한, 상법은 회사분할에 있어서 분할되는 회사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는 신설회사와 존속회사는 분할 전의 회사채무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제530조의9 제1항 ), 한편으로는 회사분할에 있어서 당사자들의 회사분할 목적에 따른 자산 및 채무 배정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소정의 특별의결 정족수에 따른 결의를 거친 경우에는 신설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채무 중에서 출자한 재산에 관한 채무만을 부담할 것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530조의9 제2항 ),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530조의10 ). 그런데 이때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라 할 것인바,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기존회사가 분할되어 신설회사가 설립되는 경우, 적어도 위 신설회사는 분할 전 기존회사의 형사책임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이 사건의 경우
1) 피고인 2 회사가 이 법원에 제출한 증제5호증의 1, 2(각 등기부등본)의 기재 등 관련 자료에 의하면, 공소외 22 주식회사는 1998. 3. 27. 그 상호를 공소외 1 주식회사로 변경한 사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2007년경에 주식회사 분할에 관한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석유화학사업의 영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주식회사를 신설하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서 피고인 2 회사가 설립되어 2007. 7. 3. 그 회사성립에 관한 최초의 등기가 경료된 사실, 한편 공소외 1 주식회사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2) 수사기록 385면 이하에 편철된 각 법인등기부등본의 기재 등 관련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 3 회사에 대하여 2003. 8. 1. 회사성립에 관한 최초의 등기가 경료된 사실, 한편 공소외 2 주식회사는 1994년경부터 현재까지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2 회사와 공소외 1 주식회사,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2 주식회사는 각각 별개의 법인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 회사는 1993. 10.경 당시 대표이사인 공소외 21(당시는 공소외 22 주식회사)이”, “이후 2005. 4. 12.경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 식당에서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13, 14는”(이상 피고인 2 회사에 대한 부분), “피고인 회사는 1993. 10.경 당시 대표이사인 공소외 26이”, “이후 2005. 4. 12.경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 식당에서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12는”, “1994. 4.경부터 2005. 4. 30.경까지 피고인 회사의 영업팀장인 공소외 12(2002. 1. ~ 2005. 5.)”(이상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부분)라고 기재되어 있는 등 양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혼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십 개 이상의 개별합의의 참여당사자에 관하여 ‘각 유화사’ 또는 ‘NCC 및 폴리올레핀’ 등과 같은 막연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직접 이 사건 기본합의나 개별합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피고인 2 회사 또는 피고인 3 회사의 대표자 또는 종업원으로서 참여한 것인지, 피고인 2 회사 또는 피고인 3 회사의 어떠한 업무와 관련하여 참여한 것인지를 도무지 특정할 수 없다( 피고인 2 회사는 2007. 7. 3.경 신설되었고, 피고인 3 회사는 2003. 8. 1.경 신설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시점에 법인으로서 활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라) 따라서, 피고인 2 회사,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재만으로는 위 각 회사의 대표자나 종업원이 위 각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제대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일부 공소사실의 불명확한 기재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개별합의의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면, 그 합의의 대상이 된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채 막연한 기재만 있는 경우도 있다.
(나) 예컨대, 별지 범죄일람표를 보면, ‘2003. 4. 15. 이후 2005. 4.까지 월 1회씩 NCC 및 폴리올레핀 사장단이 NCC 및 폴리올레핀 사장들 간 친선도모, 시장동향에 대한 정보교환’라고 기재되어 있거나(이하 ‘이 사건 ㉮ 개별합의’라고 한다), ‘2005. 4. 19.에는 각 유화사 사업부장들이 간담회 실시’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며(이하 ‘이 사건 ㉯ 개별합의’라고 한다), 위와 같은 모임들에서 이 사건 각 제품에 관한 사항이 논의되었는지, 논의가 되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 당시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이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
(나) 위와 같이 이 사건 ㉮, ㉯ 개별합의가 불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소시효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와도 관련이 있다.
(5) 공소시효 관련 문제
(가) 공소시효 일반
1) 공소시효란 검사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 국가의 소추권을 상실시키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소시효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사실관계를 존중하여 사회와 개인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형벌부과의 적정을 기하는데 존재이유가 있다.
2) 공소시효는 범죄행위를 종료한 때부터 진행하고(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종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1) 공정거래법 제66조 제1항 제9호 위반죄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1 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에 따른 행위를 현실적으로 하였을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도6625 판결 참조).
따라서, 공정거래법 제66조 제1항 제9호 위반죄의 공소시효는 위와 같은 합의를 한 때부터 진행되고, 이 사건 포괄일죄의 경우는 최후의 개별합의 시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2008. 4. 18.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의 경우, 1994. 4. 28.자 기본합의를 토대로 한 포괄일죄의 범행이 2005. 4. 18. 이후까지 지속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경우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3) 이 사건 ㉮, ㉯ 개별합의만이 2005. 4. 18. 이후의 것이고, 이 사건 ㉮, ㉯ 개별합의에 대한 공소사실은 그 당시 이 사건 각 제품에 관한 사항이 논의되었는지, 논의가 되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 당시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판매기준가격과 마감가격이 어떠한지 등에 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는 등 불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4) 따라서, 이 사건 포괄일죄의 공소시효 기산점 및 공소시효 도과 여부를 제대로 판별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으로 보더라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회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담합 조사가 시작된 2005. 4. 18. 이후에는 가격 협의나 합의를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바, 어차피 공소시효가 도과되어 실체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특히, 이 사건 ㉯ 개별합의(2005. 4. 19.자 각 유화사 사업부장들 간담회 실시) 부분은 이 사건 담합과 무관하고 공소시효 완성에 대비하기 위한 기재에 불과하다}.
(6) 소결론
앞에서 살펴 본 바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법원의 심판 대상을 한정하거나, 피고인 회사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만큼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원심의 재판 경과에 비추어 보면,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 특정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 기회를 가졌다고 판단된다), 결국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한다.
[별지 생략]
주1) 각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면서 원료의 수입가격, 제조원가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종합하여 정한 가격이 기준가격(판매목표가)이고, 이를 시장에서 각 업체별로 사정에 따라 제품을 판매하면서 실행한 가격이 판매가격이며, 매월 말일 실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판매가격 등을 정리한 가격이 최종 마감가격임, 익월의 기준가격을 정할 때 이러한 마감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마감목표가에 해당함
주2) 각 업체의 제품 그레이드 중 가장 시장규모가 크고 차별성이 없는 범용제품을 대표 그레이드로 선정하고, 이 제품과 가장 유사한 각 업체의 제품을 각 업체별 대표 그레이드로 선정하게 됨
주3) 각 업체에서 제조·판매하는 대표 그레이드 제품의 기준가격(인상폭)을 합의하게 되면 다른 제품은 대표 그레이드 제품의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대표 그레이드 제품의 기준가격을 기준으로 세부적 그레이드별 기준가격이 정해지게 됨
주4) NCC는 'Naphtha Cracking Center'의 약자로서, 원료인 나프타(Naphtha)를 열분해하여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자일렌, 스티렌모노머, 부타디엔 등 각종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사업을 지칭하는 것이다.
주5) 폴리올레핀(Polyolefin)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아이소뷰틸렌(Polyisobutylene)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