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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2도12732 판결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범인도피·사기][미간행]
판시사항

[1] 공동정범의 성립요건

[2] 공동정범과 종범의 구별 기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동정범의 본질은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음에 반하여 종범은 그 행위지배가 없는 점에서 양자가 구별된다 ( 대법원 1989. 4. 11. 선고 88도1247 판결 ).

나.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및 사기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원심 공동피고인 1과 공소외 1, 공소외 2(이하 원심 공동피고인 1은 단순히 ‘원심 공동피고인 1’이라 하고, 원심 공동피고인 1, 공소외 1, 공소외 2를 통칭하여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라 한다)은 해외에서 사용되는 신용카드를 위조하여 그 신용카드로 담배 등을 구입하여 되팔기로 공모하고,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1의 요구에 따라 위조 대상이 될 해외 신용카드정보 구입비용(일명 ‘자료값’)을 대 주는 대가로 원심 공동피고인 1을 통해서 위조 신용카드로 구입한 명품 팔찌, 가방 등을 받기로 공모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 공동피고인 1은 신용카드 위조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고, 피고인은 위조 대상이 될 해외 신용카드정보 구입비용으로 350만 원을 대고, 공소외 1은 위 장비와 불상의 자로부터 받은 해외 신용카드정보를 이용하여 신용카드 9개를 위조하였다.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은 그 후 수원시 영통구 일대 편의점을 돌며 65회에 걸쳐 합계 5,370,500원 상당의 담배 등을 구입하면서 위와 같이 위조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담배 등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① 피고인은 검찰에서 350만 원 중 150만 원은 자료값 명목으로 보내 준 것이 맞고, 위조 신용카드로 명품 팔찌 등을 구입하게 하여 자료값 이상으로 명품을 받으려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제1심법정에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던 점, ② 원심 공동피고인 1은 경찰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 ③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1이 2008년에도 본건과 동일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러 처벌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④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1 사이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는 녹취록을 보더라도 피고인의 가담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 1 등과 공모하여 신용카드를 위조·사용하는 범행에 가담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거나 또는 가담하였더라도 단순한 방조범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라.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이 부분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직접 신용카드 위조·사용 등 범행에 가담한 것은 아니다.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1의 요구에 따라 범행 자금 중 일부를 제공하면서, 마침 처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약속하였던 명품 팔찌 등을 구입해 오도록 요구하였을 뿐이다.

② 피고인은 2007년경 우연히 조직폭력배 출신인 원심 공동피고인 1을 알게 된 이래 자신이 운영하던 주점과 관련된 업무상의 필요에 의해 원심 공동피고인 1과 친분을 유지하여 왔으나,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2008년에 이 사건 범행과 동종의 범행을 저지를 당시 이에 가담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은 독자적으로 범행을 공모하여 이미 실행에 옮긴 상태에서 범행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피고인을 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

③ 피고인이 자료값 제공 대가로 명품 팔찌 등을 요구할 당시 그 방법에 관하여는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에게 일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신용카드를 위조·사용하여 명품 팔찌 등을 구입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하나 달리 범행에 직접 관여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고, 이 부분 공소제기 대상 범죄사실에는 피고인이 요구한 명품 팔찌 등 구입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

④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은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면서 일정 비율에 따른 이익분배 등을 미리 약정하였다. 반면, 피고인이 요구한 명품 팔찌 등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이 제공한 자료값에 대한 일회적 대가로 보아야 하고, 그 대가가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예정하고 있는 범행의 실행을 통하여 획득된다고 하여 그 성격이 달라진다고 볼 수도 없다.

⑤ 원심 공동피고인 1은 2008년 범죄 및 이 사건 범죄의 수사, 재판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유로 피고인에게 상당한 반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관여한 정도가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심 공동피고인 1의 진술에 좌우될 것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이 공동의 의사로 이 사건 신용카드 위조·사용 등 범행을 위한 범죄공동체를 형성하였다거나, 피고인이 위 범행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으로 지배하여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인은 범행 자금을 제공하고 그 범행의 실행을 통하여 획득할 수 있는 명품 팔찌 등을 요구함으로써 단순히 원심 공동피고인 1 등의 신용카드 위조·사용 등 범행의 결의를 강화시키고 이를 용이하게 한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섣불리 피고인을 이 사건 신용카드 위조·사용 등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범인도피의 점에 대하여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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