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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028 판결
[위증][미간행]
판시사항

[1]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진술을 한 경우, 위증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범행을 하지 아니한 자가 범인으로 공소제기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범행사실을 허위자백하고, 나아가 공범에 대한 증인의 자격에서 증언하면서 공범과 함께 범행하였다고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 증언거부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3]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소송절차의 분리로 피고인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적격이 있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백두 담당변호사 황인상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12조 제2항 ), 자기가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 있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 제148조 ), 재판장은 그러한 증언은 거부할 수 있음을 증인신문 전에 미리 설명하여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60조 ). 그럼에도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증언하게 하였다면, 그 진술은 형법 제152조 제1항 이 위증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의 진술이 아니므로 설사 그 진술 내용이 허위라 하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증언거부권 제도는 증인에게 증언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고, 형사소송법상 증언거부권의 고지 제도는 증인에게 그러한 권리의 존재를 확인시켜 침묵할 것인지 아니면 진술할 것인지에 관하여 심사숙고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침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재판장이 신문 전에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당해 사건에서 증언 당시 증인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 증언거부사유의 내용, 증인이 증언거부사유 또는 증언거부권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여부,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더라도 허위진술을 하였을 것이라고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증인이 침묵하지 아니하고 진술한 것이 자신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증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0. 1. 21. 선고 2008도94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소송법에서 위와 같이 증언거부권의 대상으로 규정한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 있는 증언’에는 자신이 범행을 한 사실뿐 아니라 범행을 한 것으로 오인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는 사실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범행을 하지 아니한 자가 범인으로 공소제기가 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범행사실을 허위자백하고, 나아가 공범에 대한 증인의 자격에서 증언을 하면서 그 공범과 함께 범행하였다고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에도 그 증언은 자신에 대한 유죄판결의 우려를 증대시키는 것이므로 증언거부권의 대상은 된다고 볼 것이다. 다만 그 경우는 자신이 하지 아니한 범행을 오히려 했다고 진술하는 것으로서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이 인정되는 본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이는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으면 증언을 거부하였을지 여부, 즉 증언거부권의 행사에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함이 마땅하다.

2. 다른 한편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당해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 (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3300 판결 등 참조).

3.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살인 사건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 수차례에 걸쳐 조사받을 때마다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았음에도 이 사건 증언 내용과 동일한 내용으로 허위자백하였고,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포기하였던 점, ② 피고인은 증언을 하였던 살인 사건의 제1심 제4회 공판기일 이전에도 법정에서 위 증언 내용과 동일한 내용으로 피고인으로서 진술하였고, 증언을 하고 난 이후의 공판기일에서도 계속하여 일관되게 동일한 내용으로 진술하였던 점, ③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당시 증언 내용이 허위였음을 인정하면서, 살인 사건 당시 허위자백을 하였던 이유는 수사기관의 위협 및 강압 때문이었고 이후에는 진술을 번복하더라도 믿어줄 것 같지 않아서 법정에서도 계속하여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당시 피고인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위협이나 강압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당시 피고인을 수사하였던 경찰인 공소외 1, 2는 피고인에게 협박이나 폭행을 가하는 등의 강압수사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며, 특히 피고인은 살인 사건 당시 수사기관이나 1심 재판 중에 피고인의 허위자백과 모순되는 객관적인 증거들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추어 진술을 일부 변경하면서까지 허위자백의 기본적인 내용을 유지해 나갔던 점, ④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여전히 당시 허위진술을 한 이유에 대하여 위 주장 외에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있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살인 사건의 공판과정에서 선서 전에 재판장으로부터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고인의 증언거부권 행사에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피고인이 증언하였던 살인 사건의 제4회 공판조서에 재판장이 피고인에 대한 살인 사건을 분리하여 심리한다는 결정을 고지한 이후에 피고인을 증인신문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은 위 증언 당시 증인적격이 있었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과 달리 이 사건 위증죄의 성립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이 판단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증언거부권 및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

4. 이에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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