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하였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
[2] 소유자가 상대방이 목적물을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여 소유권을 침해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손해의 유무가 상대방이 물건을 점유하는지에 의해 좌우되는지 여부(소극)
[3] 피고가 원고의 소유물을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피고의 점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원고에게 피고의 사용권능 침해로 인한 손해가 있는지를 심리·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원고가 손해를 목적물의 차임 상당액으로 주장하였다는 것만으로 사용으로 인한 손해를 구하지 않는 의사가 표시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갑이 자기 소유 건물에 을이 사무실 집기 등을 비치하여 이를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건물 인도 및 점유·사용 기간에 관한 차임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건물 출입구 부근에 철문을 설치한 때부터 을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보아 그 후 기간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객관적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현실적으로 지배할 필요는 없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의 간섭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했는가의 여부도 역시 위와 같은 사회관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2] 물건의 소유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물건에 관한 모든 이익( 민법 제211조 에서 명문으로 정하는 ‘사용, 수익, 처분’의 이익이 대표적인 예이다)을 배타적으로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소유자가 상대방이 목적물을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여 소유권을 침해함으로 말미암아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여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그러한 권리 침해로 인하여 소유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인데, 그 경우 손해의 유무는 상대방이 당해 물건을 점유하는지에 의하여 좌우되지 아니하며, 점유 여부는 단지 배상되어야 할 손해의 구체적인 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고려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3] 피고가 원고의 소유물을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비록 피고의 목적물 점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점유 및 사용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만을 청구하고 피고의 사용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은 이를 바라지 아니한다는 의사가 표시되지 아니하는 한, 법원은 나아가 원고에게 피고의 사용권능 침해로 인한 손해가 있는지를 심리·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고가 그 손해를 목적물의 차임 상당액으로 주장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소송상 결과를 얻기 위한 의도 또는 소송수행상의 편의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원고에게 위와 같이 사용으로 인한 손해도 이를 구하지 아니하는 의사가 표시되었다고 할 수 없다.
[4] 갑이 자기 소유 건물에 을이 사무실 집기 등을 비치하여 이를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건물 인도 및 점유·사용 기간에 관한 차임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위 기간 중 건물 출입로 부근에 철문을 설치하여 자물쇠로 시정하였지만, 을이 주변 토지를 통하여 건물에 출입하는 데 커다란 지장이 없었던 점, 출입문 설치 후에도 을은 건물에 사무실 집기 등을 비치하여 두어 갑이 건물을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을이 건물에 대한 종전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할 수 없고, 또한 비록 을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다 하더라도, 갑이 손해배상청구를 하면서 을의 사용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을이 건물에 사무실 집기 등 물건을 가져다 둠으로써 갑이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는지, 그 손해는 금전적으로 얼마로 평가되는지 등을 심리·판단하여야 하는데도, 이에 관한 심리·판단 없이 갑이 건물 출입구 부근에 철문을 설치한 때부터 을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보아 그 후 기간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점유 또는 소유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다8713 판결 (공1996하, 2809)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9530 판결 (공2009하, 1754)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77075 판결 (공2010상, 328) [3]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공2010상, 17)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건물인도청구 부분과 551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배상금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는 피고가 2008년 10월경부터 원고 소유의 이 사건 건물에 사무실 집기 및 가구 등을 비치하여 이를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고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건물의 인도 및 2008. 11. 1.부터 2010. 2. 28.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이 사건 건물의 차임에 상당하는 손해의 배상을 청구한다.
원심은 피고가 2008년 6월경부터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건물을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가 2009년 5월경에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보아, 위 건물인도청구 및 2009. 5. 1.부터 2010. 2. 28.까지의 기간에 대한 차임 상당액인 551만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각 기각하였다. 즉 원고가 2009년 5월경 이 사건 건물의 출입로 부근에 철문(이하 ‘이 사건 출입문’)을 설치하여 자물쇠로 시정하였고, 반면 이 사건 건물은 시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있으므로, 2009년 5월경부터 피고를 포함한 제3자의 이 사건 건물로의 출입은 통제되어 이 사건 건물은 원고의 지배영역 아래에 있고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우선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종전의 점유를 상실하였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객관적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현실적으로 지배할 필요는 없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의 간섭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했는가의 여부도 역시 위와 같은 사회관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77075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출입문이 설치된 토지가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하는 유일한 통로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이 사건 토지의 주변 토지는 전답으로서 이 사건 토지와 사이에 담장 등 별다른 차단물이 없어서 이 사건 출입문이 설치된 통로보다는 그 출입이 다소 불편할지는 몰라도 다른 주변 토지를 통하여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할 수 있는 사실, 원고는 이 사건 건물 자체에는 시정장치 등을 한 바 없어서 예를 들면 이 사건 토지 주변의 농지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이 사건 건물에 있는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보관하던 예초기가 분실됨에 따라 피고와 분쟁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 사건 출입문을 설치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출입문에 시정장치를 설치하기는 하였으나 아예 자물쇠 등으로 잠가두어 그 통로로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를 영구적으로 유지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 사건 출입문을 빗장을 풀면 쉽사리 출입할 수 있는 상태로 둔 사실, 피고는 원고가 농업용 관리사로 사용하고 있던 이 사건 건물에 원고의 승낙 없이 피고의 사무실 집기 등을 비치함으로써 이 사건 출입문이 설치된 이후에도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을 그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출입문을 설치하고 그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시정장치를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하는 데에 커다란 지장이 없었다면, 비록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출입문 설치 이후에도 이 사건 건물에 자신의 사무실 집기를 비치하여 두고 있는 이상 이 사건 건물에 대한 피고의 종전 점유가 상실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고가 2009년 5월에 이 사건 출입문을 설치함으로써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나. 나아가 피고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본다.
(1) 물건의 점유와 그 사용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하는 법개념으로서(목적물의 점유를 요건으로 하여 성립하는 유치권에서 유치권자가 원칙적으로 유치물을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는 민법 제324조 제2항 이 이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많은 경우에 물건의 점유와 사용이 동시에 일어나기는 하지만, 나아가 사용 없는 점유 또한 하나의 쉬운 예를 들면 타인의 토지 위를 통행하는 경우와 같이 점유 없는 사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물건의 소유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물건에 관한 모든 이익( 민법 제211조 에서 명문으로 정하는 ‘사용, 수익, 처분’의 이익이 대표적인 예이다)을 배타적으로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소유자가 상대방이 목적물을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여 소유권을 침해함으로 말미암아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여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그러한 권리 침해로 인하여 소유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인데, 그 경우 그 손해의 유무는 상대방이 당해 물건을 점유하는지에 의하여 좌우되지 아니하며, 점유 여부는 단지 배상되어야 할 손해의 구체적인 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고려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원고 소유물의 권원 없는 점유·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하여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참조).
나아가 피고가 원고의 소유물을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비록 피고의 목적물 점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점유 및 사용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만을 청구하고 피고의 사용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은 이를 바라지 아니한다는 의사가 표시되지 아니하는 한, 법원은 나아가 원고에게 피고의 사용권능 침해로 인한 손해가 있는지를 심리·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고가 그 손해를 목적물의 차임 상당액으로 주장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소송상 결과를 얻기 위한 의도 또는 소송수행상의 편의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원고에게 위와 같이 사용으로 인한 손해도 이를 구하지 아니하는 의사가 표시되었다고 할 수 없다 .
(2) 위에서 본 대로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2009년 5월 이후에도 계속 점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2010. 2. 28.까지의 차임 상당액을 구하는데 2009년 5월부터는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그것만으로 위 기간에 대한 차임 상당 손해의 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를 함에 있어서 피고의 사용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으로서는 비록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를 그와 같이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그 소유의 사무실 집기 등 물건을 가져다 둔 채로 있음으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는지, 그 손해는 금전적으로 얼마로 평가되는지 등을 심리·판단하였어야 했고, 필요하다면 원고에게 그에 관한 석명을 구하거나 입증을 촉구하는 등으로 소송관계를 명확하게 하였어야 했다. 하물며 원심이 원고가 2009년 5월경 이 사건 출입문을 설치함으로써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인정한 것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위법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구하는 2009. 5. 1.부터 2010. 2. 28.까지의 이 사건 건물 소유권 침해로 인한 차임 상당 손해 551만 원의 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에는 점유 또는 소유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취지는 이유 있다.
(3) 다만 원고는 나머지 패소부분(원심에서 인용된 손해배상금 3,528,000원에 대한 지연손해금 중 일부 기각된 부분)에 관하여는 아무런 상고이유를 밝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 상고는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부분 중 건물인도청구 부분과 위 551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배상금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