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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8743 판결
[사기·배임수재·배임수재미수][미간행]
판시사항

[1] 청탁 내용이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에 불과하거나 위탁받은 사무의 적법하고 정상적인 처리범위에 속하는 경우, 청탁의 사례로 금품을 수수한 것이 배임수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아파트개발사업 시행업체 측으로부터 철거공사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할 권한과 함께 명도·이주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할 임무를 위임받은 피고인이, 시행업체의 양해하에 철거업체로 선정되면 철거공사 하도급대금 중 일부를 피고인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철거업체와 체결한 사안에서, 타인의 부탁을 받아 계약과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특정인으로부터 계약체결의 상대방이 될 수 있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대가를 받은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조찬형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법 제357조 제1항 소정의 배임수재죄는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하는 사람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지 않는 한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을 의미하므로, 청탁한 내용이 단순히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에 불과하거나 위탁받은 사무의 적법하고 정상적인 처리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면 이는 사회상규에 어긋난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청탁의 사례로 금품을 수수한 것은 배임수재에 해당하지 않는다 ( 대법원 1982. 9. 28. 선고 82도1656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 및 공소외 2로부터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추진하고 있던 이 사건 1차 지구 사업부지에 관한 철거공사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할 권한을 위임받은 다음 그 철거공사의 하도급업체를 선정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철거전문 건설업체인 공소외 3 업체를 운영하는 공소외 4와 사이에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철거공사 대금을 부지 3.3㎡당 15만 원으로 책정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하되 공소외 3 업체 측은 부지 3.3㎡당 10만 원에 상당하는 대금만을 취득하고 나머지 부지 3.3㎡당 차액 5만 원에 해당하는 1억 8천만 원 상당은 피고인이 취득하기로 합의하는 조건으로, 위 공소외 3 업체를 철거공사업체로 선정해 주고 향후 이 사건 2차 지구 사업부지에서의 철거공사 하도급업체의 선정과정에서도 우선적인 후보자가 되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공소외 4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1억 8천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고, 그 후 위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2차 지구 사업부지에 관한 철거공사 하도급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위 공소외 4와 사이에 부지 3.3㎡당 차액 4만원 상당의 리베이트 3억 원을 받기로 합의한 뒤 위 2차 지구 사업부지에서 아파트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공소외 5 주식회사와 공소외 4 사이에 철거공사 하도급 대금을 부지 3.3㎡당 14만 원 상당에 수주하기로 하는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이후 공소외 5 주식회사가 공소외 4와의 협의를 무효로 하고 다른 기업을 철거공사 하도급업체로 확정하는 바람에 배임수재죄의 미수에 그쳤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외 4로부터 교부받거나 교부받기로 한 돈에는 피고인의 위 사업부지에 관한 명도·이주 업무에 대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거기에는 또한 공소외 3 업체가 철거공사업체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청탁에 대한 대가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의 채택 증거들에 의하면, 당초 공소외 1 주식회사는 공소외 2에게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이 사건 각 사업부지에 관한 철거공사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할 권한을 위임하는 대신 공소외 2가 사업부지의 명도·이주를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용역(이하 ‘명도·이주 업무’라고 한다)을 수행하되 철거공사 하도급대금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동의를 받도록 하며 그 하도급계약도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체결하기로 약정한 사실, 피고인은 위 공소외 2로부터 위 약정상의 당사자 지위를 승계받고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승인을 얻은 사실, 그런데 공소외 1 주식회사는 공소외 2와 사이에 이 사건 사업부지에서의 토지매입 등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철거권이 공소외 2에게 있고 공소외 2가 명도를 책임진다. 단 철거용역비에 대하여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동의를 얻는다’고 약정하였고 공소외 1 주식회사 및 공소외 5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모두 공소외 6이었는데 공소외 5 주식회사는 이후 위 약정상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지위를 승계하고 피고인은 공소외 2의 지위를 승계한 사실, 피고인과 공소외 2는 위 공소외 6에게 이 사건 1차 지구 사업부지의 철거공사 하도급업체로 공소외 4 운영의 공소외 3 업체를 철거공사 하도급업체로 추천하였고, 위 공소외 6은 이미 다른 업체들로부터 예상견적을 받아 그 철거비용이 통상 3.3㎡당 약 10만 원 내외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으나 피고인이 원주민이나 세입자와 안면이 있어 명도·이주 업무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이 사업부지 내 명도·이주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조건으로 이와 관련된 대가를 포함하여 이 사건 1차 지구의 철거공사 대금을 3.3㎡당 15만 원으로 결정하였던 사실, 당시 공소외 4는 피고인과 사이에 공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3.3㎡당 15만 원의 조건으로 철거공사를 수주받게 되면 철거업체 측이 3.3㎡당 10만 원 상당의 대가를 지급받고 그 차액인 3.3㎡당 5만 원 상당에 해당하는 1억 8천만 원은 피고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상태였고, 위 공소외 6 역시 공소외 4가 위 철거공사대금을 이러한 형태로 피고인 등과 분배하리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사실, 공소외 1 주식회사 측의 담당자는 1차 지구 철거공사 하도급계약 체결 당시 공소외 4에게 “위 계약내용에는 명도·이주업무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철거와 관련된 용역 일체가 포함되어 있고, 그 비용까지 별도로 해서 다른 업체는 10만 원인데 5만 원 이상을 더 주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하였던 사실, 한편 위 공소외 6은 이 사건 2차 지구 사업부지의 철거공사에 관하여도 피고인이 선정한 공소외 3 업체를 철거업체로 정하기로 하여 공소외 3 업체와 3.3㎡당 14만 원의 조건으로 철거공사를 수주하기로 하는 가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후 공소외 3 업체와 사이에 단가 등에 관하여 의견이 엇갈려 본계약 체결이 무산된 사실, 실제로 피고인이 이 사건 1차지구 사업부지의 명도·이주 업무를 수행하고서도 공소외 1 주식회사로부터 별도의 보수를 지급받지는 않았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아파트개발사업의 시행업체 측은 피고인에게 사업부지 내 철거업체의 선정 권한을 부여함과 아울러 피고인이 그 명도·이주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함으로써 철거업무를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노력에 대한 대가를 고려하여 3.3㎡당 15만 원(1차 부지) 또는 3.3㎡당 14만 원(2차 부지)의 조건으로 철거공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그 철거업체로부터 3.3㎡당 5만 원 또는 4만 원에 해당하는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명도·이주 업무 등의 보수를 지급받는 것을 허용하였고, 공소외 4가 이러한 방법으로 철거공사 하도급대금 중 일부를 피고인에게 지급해 주겠다고 약정한 후 피고인에게 철거업체로 선정되게 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피고인에게 철거공사 하도급업체 선정을 위탁한 시행업체 측의 양해하에 그 철거업체 선정의 전제로 내세운 위 차액 반환이라는 계약조건을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타인의 위탁을 받아 계약과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특정인으로부터 계약체결의 상대방이 될 수 있게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를 받은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906 판결 참조). 또한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와 그렇지 않은 대가가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배임수재와 배임수재미수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수재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 중 배임수재 및 배임수재미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이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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