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채권자의 명시적 의사표시가 아닌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채권의 포기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를 인정하기 위한 방법
[2] 채권자 갑이 채무자 을 회사의 부도를 막을 목적으로 병에게 자금융통을 부탁하여 병이 갑, 병의 처 등을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정으로부터 자금을 대여받았는데, 이후 정이 갑의 무 회사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압류·추심명령을 받고 추심을 하자 갑이 공동보증인의 1인인 병의 처에게 그 부담부분 상당의 구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병의 처의 구상의무를 면제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다거나 그와 같은 신뢰를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 제506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2] 민법 제105조 , 제506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7. 3. 24. 선고 86다카1907, 1908 판결 (공1987, 720)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27150 판결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대라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영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권의 포기(또는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권의 포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기는 하나, 이와 같이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87. 3. 24. 선고 86다카1907, 1908 판결 ,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2715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의 지배인 소외 1은 원고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주식회사 아하원(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이 액면금 1억 8,200만 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여 부도위기에 처하자 소외 2에게 자금융통을 부탁하였고, 이에 소외 2는 소외 3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하기로 한 사실, 소외 3은 2008. 3. 26. 주채무자를 소외 2로 하고 변제기는 2008. 4. 16., 변제기까지의 이자는 800만 원으로 정하여 1억 8,200만 원을 대여하였는데, 위 대여금은 소외 2의 처인 피고의 통장에 입금되었다가 곧바로 소외 회사의 예금계좌로 송금된 사실, 한편, 원고와 소외 2의 처인 피고, 대림합판 주식회사, 소외 1, 4는 위 대여금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 소외 3은 위 대여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대전지방법원 2008타채4317호 로 원고의 주식회사 대건에 대한 거래대금채권에 관하여 압류·추심명령을 받고 2008. 5. 14.부터 2008. 9. 10.까지 합계 185,290,958원을 추심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공동보증인의 1인인 피고에 대하여 그 부담부분 상당의 구상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에 관하여, 그 판시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대여는 소외 회사에 대하여 거액의 채권을 갖고 있던 원고가 소외 회사의 부도를 막을 목적으로 소외 2에게 융통을 부탁함으로써 이루어졌는데,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피고는 소외 2의 처로서 위 현장에 동석하였다는 이유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소외 3의 요구로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하였던 점, ② 피고의 남편 소외 2는 이 사건 대여와 관련하여 원고의 사용인 내지 대리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대여 당시 소외 1이 소외 2를 통하여 소외 3에게 원고의 주식회사 대건에 대한 거래대금채권으로 소외 3의 대여금채권을 담보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소외 3은 그 대여금을 임의변제받지 못할 경우 위 채권의 집행 등을 통하여 이를 변제받을 것을 의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는 소외 3이 원고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를 통하여 위 대여금을 변제받기 이전에 이미 약정 변제기일에 임의로 그 이자 중 일부인 400만 원을 변제하기도 하였던 점, ⑤ 원고가 소외 2로부터 위 대여금의 변제를 독촉받으면서도 공동보증인인 피고에게 그 책임의 이행을 촉구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채권자인 소외 3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가 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을 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위 대여금채무의 보증책임에 따른 구상의무를 피고가 부담하지 않기로 하는 취지의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구상의무를 면제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다거나 피고에게 그와 같은 신뢰를 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원고가 피고의 구상의무를 면제하여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었다거나 그와 같이 해석하지 아니하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원심이 들고 있는 구체적인 사정들에 관하여 보건대, 우선 소외 2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소외 2는 소외 회사의 중국 현장소장으로 갈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소외 회사가 부도날 경우 그것이 무산될 것으로 생각하고 소외 3에게 이 사건 대여를 요청하였다는 것이므로, 소외 2나 그의 처인 피고가 이 사건 대여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었다고 볼 수 없고, 한편, 피고가 이 사건 대여 당시 직접 공증사무소에 출석하여 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하고 공정증서까지 작성한 점이나 보증한 금액이 거액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추어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연대보증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위 ①의 논거는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원심이 들고 있는 ②의 사정은 이 사건 대여가 전적으로 원고 또는 소외 1의 필요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소외 2는 중간에서 이를 중개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소외 2도 이 사건 대여에 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5는 제1심에서 소외 1이 아닌 소외 2에게 위 대여금을 융통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소외 2는 소외 3으로부터 위 돈을 빌려 소외 회사에 대여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고, 이는 소외 2가 위 차용금채무의 주채무자로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처인 피고까지 연대보증을 하게 한 점, 위 대여금은 피고를 통하여 소외 회사에 전달된 점,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외 2는 위 대여금의 변제일인 2008. 4. 16. 소외 회사로부터 이자 800만 원을 받아 소외 3에게 교부한 점 등에 의하여도 뒷받침되고 있으므로, 이 부분 또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대여 당시 소외 2가 소외 3에게 원고의 주식회사 대건에 대한 채권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소외 2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떠나 그 증언에 따르더라도 당시 원고의 주식회사 대건에 대한 채권은 7,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므로, 소외 3이 이를 믿고 1억 8,200만 원을 대여하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문이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증인이 채권자에게 내세운 자력이나 그에 따라 채권자가 가지게 된 채권확보 방안이 보증인 사이의 구상의무 면제에 관한 근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③의 논거도 수긍하기 어렵다.
나아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소외 2는 위 대여금의 변제기인 2008. 4. 16. 소외 회사에 그 이자 명목으로 800만 원을 수령하였다는 취지의 영수증을 작성·교부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이에 비추어 위 이자는 소외 회사가 지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위 ④의 논거도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원고가 보증채무의 이행을 독촉받으면서 다른 보증인인 피고에게 책임이행을 촉구하지 아니하였다는 것 또한 그 자체로 구상의무를 면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라고 할 수 없음이 분명하므로, 위 ⑤의 논거도 수긍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앞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구상의무를 면제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추단적 행위를 통한 채권포기 또는 채무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