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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2666 판결
[손해배상(기)][공2009하,1987]
판시사항

[1] 공해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의 분배

[2] ‘한미행정협정’ 제5조 제2항을 근거로 대한민국이 주한미군의 시설 등 사용과 관련된 불법행위의 피해자에 대하여 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있어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하나,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의한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있어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대기나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 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공해소송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는 반면에, 가해기업은 기술적·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

[2]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 제2항은 ‘대한민국은, 미합중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본 협정의 유효기간 동안 제2조 및 제3조에 규정된 비행장과 항구에 있는 시설과 구역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을 포함한 모든 시설, 구역 및 통행권을 제공하고, 상당한 경우에는 그들의 소유자와 제공자에게 보상하기로 합의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시설과 구역에 대한 미합중국 정부의 사용을 보장하고, 또한 미합중국 정부 및 기관과 직원이 이러한 사용과 관련하여 제기할 수 있는 제3자의 청구권으로부터 해를 받지 않도록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와 위 협정 제23조 제5항, 제6항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제5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제공 의무와 주한미군의 시설 등 사용과 관련된 제3자의 청구권에 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주한미군의 시설 등 사용과 관련된 불법행위의 피해자에 대한 대한민국의 면책의 근거 규정이 될 수는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88조 [2]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 제2항, 제23조 제5항, 제6항

원고, 피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임철근외 1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문병상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있어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하나,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의한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있어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대기나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 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공해소송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는 반면에, 가해기업은 기술적·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 (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0다65666, 6567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녹사평역 부근의 지하수 흐름이 주한미군 영내에서 녹사평역 방향인 점, ② 주한미군 영내에서 검출된 등유와 녹사평역 부지에서 검출된 등유가 주한미군만이 사용하는 JP-8로 동일한 점, ③ 주한미군이 2001. 2.과 같은 해 8. 누수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지하저장탱크를 제거하였는데 이들 지하저장탱크에는 JP-8이 보관되어 있었던 점, ④ 휘발유와 JP-8이 혼합되어 유출된 경우 휘발유가 JP-8에 비해 생물막에 의한 분해, 공기 중으로 휘발, 물에 용해되는 현상이 잘 일어나 하류로 갈수록 전체 유류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낮아지는 점, ⑤ 주한미군 영내에 있는 것을 제외한 녹사평역 인근에 있는 유류저장시설에서는 유류누출 현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주한미군이 관리하는 유류저장시설에서 휘발유와 등유(JP-8)가 유출되어 원고 소유의 토지를 오염시켰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심리미진, 불법행위의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2.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하 ‘한미행정협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에 관하여

한미행정협정 제5조 제2항은 ‘대한민국은, 미합중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본 협정의 유효기간 동안 제2조 및 제3조에 규정된 비행장과 항구에 있는 시설과 구역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을 포함한 모든 시설, 구역 및 통행권을 제공하고, 상당한 경우에는 그들의 소유자와 제공자에게 보상하기로 합의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시설과 구역에 대한 미합중국 정부의 사용을 보장하고, 또한 미합중국 정부 및 기관과 직원이 이러한 사용과 관련하여 제기할 수 있는 제3자의 청구권으로부터 해를 받지 않도록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제6항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제5조 제2항은 피고의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제공 의무와 주한미군의 시설 등 사용과 관련된 제3자의 청구권에 대한 피고와 미합중국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주한미군의 시설 등 사용과 관련된 불법행위의 피해자에 대한 피고의 면책의 근거 규정이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제5조 제2항을 근거로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원고에 대하여 피고가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한미행정협정 제5조 제2항을 부당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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