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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9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공2009하,1584]
판시사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명령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로 처벌규정인 같은 법 제24조 제5호 , 제20조 제2항 만을 기재한 사안에서, 해산명령의 근거가 되는 규정과 이에 관한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어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명령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로 처벌규정인 같은 법 제24조 제5호 , 제20조 제2항 만을 기재한 사안에서, 해산명령의 근거가 되는 규정과 이에 관한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어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고, 검사가 제1심 변론종결 후 해산명령의 근거조항을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밟지 아니한 이상 위 공소제기절차상의 위법이 치유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공소장에 적용법조를 기재하는 이유는 공소사실의 법률적 평가를 명확히 하여 공소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돕고,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자 함에 있다(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도9743 판결 참조). 한편 공소장의 공소사실은 법원의 심판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의 방어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을 보장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은 공소사실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범죄의 일시·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특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위반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2008. 4. 8. 10:00경부터 서울 (상세 주소 생략) ○○○○상가 재건축공사장 출입구 앞에서 철거대책위원회 회원 26명과 함께 재건축 공사장 출입구를 막고 일렬로 도열하여 서거나 때로는 앉아서 회원들 일부가 연설을 하고 회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는 등 집회를 개최하는 방법으로 공사장 출입차량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여 피해자 조합의 재건축 업무를 방해하며 집회를 하고 있었다. 이에 중부경찰서 서장으로부터 불법집회 해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중부경찰서 경비과장이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어서 11:00경, 11:05경, 11:10경 3회에 걸쳐 해산명령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지체없이 해산하지 아니하였다”라는 공소사실과 집시법 제24조 제5호 , 제20조 제2항 을 적용법조로 기재하여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집시법 제24조 는 벌칙규정으로서 그 제5호 집시법 제20조 제2항 을 위반한 자를 일정한 형벌에 처한다는 내용이고, 집시법 제20조 제2항 은 “집회 또는 시위가 제1항 에 따른 해산명령을 받았을 때에는 모든 참가자는 지체없이 해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집시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심리·판단하기 위하여는 거기서 정하는 “ 제1항 에 따른 해산명령”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① 관할경찰관서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해산)을 명할 수 있다.

1. 제5조 제1항 ,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 를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

2. 제6조 제1항 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제8조 또는 제12조 에 따라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

3. 제8조 제3항 에 따른 제한, 제10조 단서 또는 제12조 에 따른 조건을 위반하여 교통 소통 등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한 집회 또는 시위

4. 제16조 제3항 에 따른 종결 선언을 한 집회 또는 시위

5. 제16조 제4항 각 호 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

또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에서 인용하는 제16조 제4항 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④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총포, 폭발물, 도검(도검), 철봉, 곤봉, 돌덩이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기구)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이를 휴대하게 하거나 사용하게 하는 행위

2.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3.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

이와 같이 집시법 제20조 제1항 에 따라 해산명령을 할 수 있는 집회 또는 시위의 태양은 매우 다종·다양하다. 그런데 앞서 본 공소사실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집회가 위 제20조 제1항 에서 해산명령이 발하여질 수 있다고 정하여진 그 많은 집회의 태양 중 어느 것에 해당하여 경찰로부터 해산명령을 받았는지를 쉽사리 알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위 제20조 제1항 에서 열거된 이들 규정에 일일이 비추어 본다고 하여도 그러한 불명확함이 현저히 감소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집시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공소장에 적용법조로 집시법 제20조 제2항 만을 기재한 것은 결국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의 기재는 공소의 범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나아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어서,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는 위법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비록 검사가 제1심 변론이 종결된 후에 이르러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3호 가 이 사건 해산명령의 근거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의하여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닌 이상, 그것만으로 위와 같은 공소제기절차상의 위법이 치유된다고 할 수 없다.

설령 검사가 위와 같이 제시한 위 각 집시법 규정이 적용법조로 추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앞서 본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항, 즉 이 사건 집회에 관하여 신고된 목적·일시·장소·방법이 어떤 내용인지 및 이 사건 집회가 어떠한 점에서 그 신고된 목적·일시·장소·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것인지를 전혀 기재하지 않고 있으므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특정하였다고 볼 수 없어 결국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

원심이 이와 같은 점을 간과한 채 이 사건 집시법 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것은 공소제기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집시법 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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