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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다13200 판결
[구상금][미간행]
판시사항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의무

원고, 상고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서한기)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민사소송법」제136조 제1항 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4항 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거나 모순이 있는 등의 경우에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한 것이 된다 (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11055 판결 ,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5다6403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 공동피고이던 합자회사 ○○조경(이하 ‘ ○○조경’이라고 한다)이 2002. 2. 23.경 원고의 신용보증 하에 주식회사 광주은행으로부터 1억 원을 대출받은 이래 위 각 대출 및 신용보증계약이 계속 연장·갱신되어 오던 중 2007. 6. 4.경 ○○조경의 폐업에 따른 신용보증사고발생을 원인으로 같은 해 9. 6. 원고가 광주은행에 ○○조경의 미상환 대출금 32,660,409원을 대위변제한 다음, 위 신용보증계약 당시 ○○조경의 무한책임사원이다가 2006. 4. 5.자 퇴사등기일부터 아직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피고들에게 「상법」제269조 , 제212조 , 제225조 등에 정한 회사 채무 연대변제책임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원고의 주장이 위 신용보증계약 혹은 대위변제에 따른 사전 구상권이나 사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취지로 보인다고 정리한 다음, 위 각 구상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조경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피고들의 퇴사등기일 이전에 발생하였는지 여부의 점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퇴사등기 이후에 ○○조경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이상 피고들에 대한 사후 구상권은 발생하지 아니하고, 사전 구상권 또한 피고들의 퇴사등기 이전에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나타나는 이 사건 제1심 및 원심에서의 변론과정을 살펴보면, 원고는 최초 소 제기 당시부터 일관되게 피고들은 합자회사의 무한책임사원으로서 퇴사등기 전에 생긴 회사 채무에 대해서는 퇴사등기 후 2년까지 상법상 연대변제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여 온 점, 위 주장에 대해 피고들이 퇴사등기 이후에 발생한 원고의 구상권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고, 피고들과 광주은행과의 관계에 기한 책임은 광주은행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퇴사등기 이후의 신용보증조건변경통지서 작성으로 소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그 후부터는 원고가 피고들의 주장을 주로 반박하면서 원고의 신용보증 하에 이루어진 ○○조경의 광주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는 특정된 확정채무로서 그 후 변제기만 연장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들은 퇴사등기 이전에 이미 발생한 무한책임사원으로서의 책임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점, 그럼에도 제1심이 원고의 위 주장의 취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지 아니하고 피고들의 퇴사등기 이후 대위변제가 있었음을 주된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구상금청구가 이유 없다 하여 이를 배척하자, 이에 원고가 항소하면서 제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조경의 광주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는 대환이나 신규대출이 되지 않고 변제기만 연장된 이상 신용보증조건의 변경여부에 관계없이 피고들에게 변제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대법원 1987. 4. 14. 선고 85다카1851 판결 을 그 주장의 근거로 원용하기도 하였는데, 위 대법원 판결은 신용보증인인 원고가 피보증인인 기업의 채무를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로서 변제로 인하여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할 법정대위권을 취득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신용보증계약 및 대위변제의 사실에 기하여 피고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는 ○○조경의 광주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대위변제한 수탁보증인으로서 ○○조경 및 그 무한책임사원이던 피고들에 대해 가지는 고유의 구상권과, 위 신용보증계약 및 대위변제라는 단일한 사실을 기초로 보증채무를 이행한 변제자로서의 법정대위권에 기하여 취득하게 되는 채권자의 권리, 즉 위 대출 당시 ○○조경의 무한책임사원이던 피고들에 대하여 대출채권자인 광주은행이 갖는 「상법」제269조 , 제212조 의 연대변제채권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할 것인데, 전자의 권리는 원고의 주장 및 피고들의 항변 내용과 원고의 대위변제일 및 피고들의 퇴사등기일이라는 객관적 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성립되지 아니함이 분명하고, 그러한 이유로 원고가 제1심에서 청구가 기각된 이후 위 대위변제에 기한 구상채무의 성립과는 무관한 퇴사등기일 이전 이미 발생한 확정채무에 대한 피고들의 책임만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하였고, 이는 그 객관적 해석상 피고들이 ○○조경의 무한책임사원으로서 ○○조경의 대출금채무와 관련하여 광주은행에 대해 부담하는 연대변제채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 위와 같은 원고의 일관된 주장 및 변론과정에서 현출된 각종 증거관계를 대조하여 보더라도 원고가 피고들에 대한 청구권원으로 주장한 권리는 ○○조경의 광주은행에 대한 보증채무를 이행한 변제자로서의 법정대위권이라고 보아야만 앞뒤 모순 없이 설명이 가능한 점, 원심이 제1심과 달리 원고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사전 구상권에 관한 판단까지 한 것도 이러한 모순점을 의식하였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원고는 소 제기 당시는 물론 제1심에서 사후 구상권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이후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그보다 성립요건이 더 엄격한 사전 구상권에 관한 어떠한 주장과 증명도 한 바가 없고, 원심 역시 그 점에 관하여 원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증명을 촉구한 바도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와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위 각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비록 명시적으로 변제자의 법정대위권을 행사한다는 주장을 표시한 바는 없지만, 위 법정대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요건사실에 대해서는 원·피고들 쌍방의 공방을 통해 모두 현출된 데다가 원고의 제1심 및 원심에서의 일관된 주장은 위 법정대위권을 행사하는 취지로 이해하여야만 그 주장 자체 및 원고 제출 증거들과 모순 없는 해석이 가능한 반면, 원고가 제1심에서 이미 배척된 사후 구상권의 행사는 물론 그 성립요건에 대한 주장 및 증명조차 하지 아니한 사전 구상권 행사의 취지라고 원고의 의사를 해석할 합리적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수탁보증인의 고유의 구상권과 「민법」제481조 에 기한 변제자의 법정대위권은 그 성질이 다른 별개의 권리이긴 하지만 양자 모두 ‘변제’라는 단일한 사실로 말미암아 생기는 법률효과의 차이에 불과한 이상, 제1심 및 원심에서 원고의 주장은 수탁보증인의 고유의 구상권 행사를 위한 수단으로서 변제자의 법정대위권을 행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 할 것이다. 따라서 사실심인 원심으로서는 설령 그 부분 원고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다고 보았다 해도 원고에게 그 점에 관한 진술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절히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 점을 밝혀 보았어야 함에도,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전 구상권에 관한 판단만을 덧붙여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여 버렸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적법한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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