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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12. 16. 선고 2022노326 판결
[근로기준법위반·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검사

검사

이선기(기소), 조재익(공판)

변호인

변호사 안준영(국선)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3. 24. 선고 2021고단2096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및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한 각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하였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공소기각 부분은 분리·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원심판결 중 무죄부분)

피고인과 근로자 공소외인 사이에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와 같은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연장된 지급기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으므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주소 생략)에 있는 ○○○○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세탁업을 영위한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05. 10. 4.부터 2021. 5. 28.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공소외인의 퇴직금 29,271,49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공소외인이 위 사업장에서 퇴직하는 날 피고인과 사이에 퇴직금에 대한 지급기일을 2021. 6. 16.까지 연장하는 합의를 한 점, ②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는 위 조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에 규정된 의무규정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뿐이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한정되고, 단서 규정에 의해 기일연장에 대한 합의가 있은 후 그 합의에 따라 연장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까지 위반행위에 해당되어 처벌대상이 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③ 위 법률조항의 취지는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퇴직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퇴직금에 대한 조기청산을 위해 사용자로 하여금 사유발생일로부터 14일의 기간 안에 ‘퇴직금의 지급’ 또는 ‘지급기일연장의 합의’ 중 적어도 하나를 이행하도록 강제하고,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사용자를 형사 처벌하되, 적어도 사용자가 근로자와 협의하여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라도 하는 경우 사후에 그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민사적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묻도록 하는 것이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해석인 점, ④ 만일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고 사용자가 퇴직 등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근로자와 지급기일의 연장에 대한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적용하여 사용자를 형사 처벌한다면, 지급사유 발생 후 장기간이 지난 후에 퇴직금을 지급받거나 오랜 기간에 걸쳐 분할하여 지급받기로 합의한 경우, 위 범죄의 성립시기 및 공소시효의 기산점이 불명확해지는 등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 및 법적 안정성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점, ⑤ 더욱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 없이 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에는 퇴직일로부터 14일이경과하기 전에 이미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공소사실은 실체적 사실관계와도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근로자 공소외인 사이에는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공소외인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에 출석하여 지급기일 연장에 대하여 합의한 바 있느냐는 근로감독관의 질문에 ‘2021. 6. 16.까지 일부 금액을 준다고 해서 동의했었는데 지키지 않았다’고 답변하여 자신이 피고인의 제안에 동의하였음을 분명하게 진술하였다. 한편, 공소외인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피고인과 지급기일 연장에 대하여 합의한 바 없다고 답변하였다.

(2) 공소외인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단체로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것저것 정리하면 퇴직금을 어느 정도 줄 수 있다고 말했고, 증인에게는 마지막날 퇴직금 계산하면서 2021. 6. 16.까지 일부를 먼저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증인은 피고인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 피고인이 2021. 6. 16.까지 퇴직금의 일부라도 지급하였다면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랬다면 증인은 피고인에 대해서 문제 삼을 의사가 없었다. 증인은 피고인이 퇴직금을 준다고 하여 직원들한테도 한 마디도 안 했고, 피고인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2달 동안 사람도 안 만났다.’며 피고인이 다른 직원과는 달리 자신에게는 2021. 6. 16.까지 퇴직금 일부를 지급하겠다고 하여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3) 이에 대하여 검사는, 공소외인이 피고인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다른 방법이 없어 기다린 것일 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를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다른 직원들과 달리 공소외인에게만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내용의 합의를 제안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소외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그와 같은 피고인의 제안에 동의하였다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인에게 2021. 6. 16.까지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원심은 앞서 2)항에서 본 ② 내지 ⑤의 각 논거들을 토대로 하여 사용자가 연장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까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에 따른 처벌대상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논거들에다가 당심에서 보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까지 더하여 보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에 따른 처벌대상에 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1)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금품청산 규정 및 위반 시 처벌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임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그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므로, 사용자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기일연장을 합의하여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 후에는 비록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는 정상참작 사유는 될지언정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도1091 판결 , 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도3822 판결 등 참조).

위 판시에 의하면, 대법원은 법률관계의 조기 청산이라는 해당 규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을 형사책임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으로 보아 해당 기간 내에 체불 임금 등을 지급하거나 근로자와 기일연장을 합의하는 경우에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반면, 해당 기간 내에 체불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고 근로자와 기일연장을 합의하지도 못한 경우에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제1항 또한 위 근로기준법의 규정들과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는바, 위와 같은 대법원 판시의 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사용자와 퇴직 근로자 사이에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대법원은 ‘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단서에서 임금·퇴직금 청산기일의 연장합의의 한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시행령(1997. 3. 27. 대통령령 제153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에 의하여 같은 법 제30조 단서에 따른 기일연장을 3월 이내로 제한한 것은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같은 법 제30조 단서의 내용을 변경하고 같은 법 제109조 와 결합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인바, 이와 같이 법률이 정한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내용의 법규는 법률이나 법률의 구체적 위임에 의한 명령 등에 의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모법의 위임에 의하지 아니한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1998. 10. 15. 선고 98도1759 전원합의체 판결 ).

위 판시에 의하면, 대법원은 구 근로기준법 제30조 단서의 ‘기일연장의 합의’를 형사처벌의 예외를 규정한 것으로 보아 같은 법 시행령이 모법의 위임 없이 예외규정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제1항 이 위 근로기준법의 규정들과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와 같은 대법원 판시의 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 단서가 정한 기일연장의 합의 역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에 의한 형사처벌의 예외를 정한 규정으로 이해함이 상당하다.

(3)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 금품청산과 관련하여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지급기일을 연장했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36조 의 위반은 면할 수 있으나, 같은 법에 따른 지연이자 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근로기준과-3981, 2005. 7. 28.)’라는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다. 비록 이와 같은 행정해석이 법원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의미 있는 자료로서 참고할 가치가 있다.

(4) 헌법 제12조 제13조 를 통하여 보장되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형벌법규는 해당 법률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기일연장의 합의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기간, 조건 등을 그 내용으로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확한 지급기일을 특정하지 않는 방식의 합의도 존재할 수 있는데, 검사의 주장처럼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가 있었지만 사용자가 그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까지를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본다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항 에 의하여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어 이를 확정할 수 없게 되므로 위에서 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4) 소결론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항소심에서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검사가 주장하는 여러 양형사유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형을 적정하게 결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과 비교하여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으며,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일승(재판장) 김경찬 방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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