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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6. 11. 2. 선고 2006나6425 판결
[부인][미간행]
원고, 항소인

파산자 주식회사 진로종합유통의 파산관재인 김한수(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아주 담당변호사 유승수외 1인)

피고, 피항소인

한국자산관리공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양 담당변호사 고희주)

피고보조참가인

에이치에스제이차유동화전문 유한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이정현)

변론종결

2006. 10. 12.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파산자 주식회사 진로종합유통과 주식회사 동화은행 사이에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1997. 4. 21.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부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제1목록 기재 제1, 2부동산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1997. 4. 22. 접수 제24739호로 마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 피고는 원고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별지 제2목록 기재 배당금지급채권을 양도하고, 대한민국에게 위 배당금지급채권을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6, 갑 제2호증의 1 내지 4,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 7, 8호증, 을가 제1호증의 1 내지 17, 을나 제1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주식회사 진로종합유통(이하 ‘진로종합유통’이라고 한다)은 1997년 당시 진로그룹의 계열사로서 백화점 사업, 자동차정류장 사업 등을 영위하던 법인이고, 피고(1999. 12. 31. 성업공사에서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는 금융기관이 보유하는 부실자산의 정리촉진과 부실징후기업의 경영정상화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나. 진로종합유통은 1997 4. 21. 진로그룹의 계열사인 주식회사 진로종합식품(이하 ‘진로종합식품’이라고 한다)과 진로쿠어스맥주 주식회사(이하 ‘진로쿠어스맥주’라고 한다)가 주식회사 동화은행(이하 ‘동화은행’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어음대출, 어음할인 등 여신거래로 말미암아 현재와 장래에 부담하는 모든 채무를 물상보증인으로서 담보하기 위하여, 동화은행과 사이에 별지 제1목록 기재 1 내지 3 부동산(이하 ‘이 사건 제1 내지 3부동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400억 원, 채무자 진로종합식품과 진로쿠어스맥주, 근저당권자 동화은행으로 정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다음 서울중앙지방법원 1997. 4. 22. 접수 제24739호로 동화은행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다. 당시 진로그룹은 무리하게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진로종합유통은 외부차입금을 조달하여 진로그룹의 계열사들에게 출자, 대여, 지급보증 등의 방법으로 막대한 자금지원을 함에 따라 과다한 금융비용의 부담을 지게 되었고, 영업실적의 저하와 계열사들에 대한 채권의 부실화로 인하여 자금사정이 급속하게 악화되어, 1997. 4. 21. 부실징후기업 정상화대상업체로 지정되어 이른바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게 되었으나, 위와 같은 근본적인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한 채 부도가 나기 전인 1997. 9. 8. 서울중앙지방법원 97거27호 로 화의개시신청을 하게 되었다.

라. 그 후 진로종합유통은 1998. 2. 3.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화의개시결정을 받았고, 1998. 2. 27. 같은 법원으로부터 채권자집회에서 가결된 화의조건에 따라 화의인가결정을 받았으며, 위 화의인가결정은 1998. 3. 26. 확정되었다.

마. 그 후 동화은행은 1998. 6. 29.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 에 따른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과 구 금융기관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 및 성업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 제4조 에 따라 동화은행의 진로종합식품, 진로쿠어스맥주에 대한 채권과 이를 담보하기 위해 이 사건 1 내지 3 부동산에 설정한 근저당권을 피고에게 양도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 1998. 11. 5. 접수 제57051호로 근저당권이전의 부기등기를 마쳤다.

바. 진로종합유통은 위와 같은 화의인가결정을 받을 당시 아크리스 백화점 등 유통사업을 확충하고 제약사업부의 신약개발로 시장주도형 영업을 지향하면서 자구대상자산을 매각하여 화의채무의 변제재원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나 그와 반대로 2000년 유통사업과 제약사업부를 정리하여 매각하였고, 인가된 화의조건에 따라 늦어도 화의인가결정 확정 후 1년 이내에 보유부동산 대부분을 매각하여 화의채무를 변제하여야 함에도 그 매각절차를 수년간 지체해 오다가 일부 부동산은 별제권자의 신청에 따라 개시된 임의경매절차에서 매각되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트럭터미널 부지 정도만이 자구대상자산으로 남게 된 결과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진로종합유통의 총자산은 현저히 감소된 반면 총부채는 거의 감소되지 않았고, 당시 매각하지 않고 운영 중이던 위 트럭터미널 사업의 영업력으로는 화의채무의 변제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진로종합유통은 1998년 4/4분기부터 2003년 1/4분기까지 화의인가결정시 채무 1,001,079,635,291원 중 약 16%인 169,206,559,768원을 변제하였다.

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3. 8. 1.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진로종합유통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화의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고 장래에도 화의조건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구 화의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이하 ‘화의법’이라고만 한다) 제68조 제2항 에 따라 직권으로 진로종합유통에 관한 화의취소결정을 하였다.

아. 진로종합유통에 관한 화의취소결정이 2003. 8. 17. 확정되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3. 8. 19. 화의법 제9조 에 따라 직권으로 진로종합유통에 관한 파산선고를 하였고 원고를 그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하였다.

자. 한편, 피고는 2001. 12. 31. 위와 같이 동화은행으로부터 양수한 채권 중 진로종합식품에 대한 채권만을 별도로 케이씨유동화전문 유한회사에게 양도하고 그 양도통지를 하였고, 케이씨유동화전문 유한회사는 2002. 7. 31. 주식회사 한신상호저축은행에게, 주식회사 한신상호저축은행은 2004. 6. 28. 피고보조참가인에게 각 위 채권을 양도하고 그 양도통지를 하였다.

차. 이 사건 제3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절차가 2004. 6. 9. 위 부동산의 1순위 근저당권자인 주식회사 조흥은행의 신청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타경9498호 로 개시되었는데, 원고는 진로종합유통과 동화은행 사이의 이 사건 제3부동산에 관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진로종합유통의 지급정지 전 6개월 내에 이루어진 무상행위이므로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이하 ‘파산법’이라고만 한다) 제64조 제5호 에 따라 이를 부인한다고 주장하면서 채무자를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제3채무자를 대한민국으로 정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카합1809호 로 위 부동산임의경매사건에서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 대한민국에 대하여 가지는 배당금지급채권에 관한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신청을 하여, 2005. 6. 4.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은 대한민국으로부터 위 배당금지급채권을 추심하거나 양도, 질권설정 기타 일체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대한민국은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배당금지급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았다.

카. 이 사건 제3부동산은 2005. 5. 16. 주식회사 동원투자개발에게 44,011,000,000원에 매각되었고, 2005. 6. 28. 위 매각대금 44,011,000,000원과 매각대금이자 98,563,370을 합한 44,109,563,370원에서 집행비용 77,646,020원을 공제한 실제 배당금액 44,031,917,350원 중 28,000,000,000원은 주식회사 조흥은행에게, 나머지 16,031,917,350원은 피고에게 각 배당하기로 하는 배당표가 작성되었다.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소는 원고가 진로종합유통과 동화은행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제1, 2, 3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행위를 부인하면서 이 중 제1, 2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인데,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 위 제1, 2부동산이 주식회사 파이랜드(이하 파이랜드라고만 한다)에 매각되어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되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나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진로종합유통 명의로 등기되어 있던 이 사건 제1, 2부동산이 2006. 7. 26. 파이랜드에 매각되어, 같은 날 파이랜드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는 위 소유권이전등기 경료 이전에 이미 부인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부인의 소를 제기한 자로서 위 파이랜드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경료 이후에도 여전히 부인권 행사자의 지위에서 위 근저당권설정행위의 부인 및 이로 인한 원상회복으로서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보조참가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화의채무자가 지급정지 전에 화의개시신청을 하여 확정된 화의인가결정을 받았으나 그 후 법원이 직권으로 화의법 제9조 , 제68조 제2항 에 따라 위 화의채무자에 대하여 화의취소결정을 하고 화의취소결정이 확정된 후 파산선고를 한 경우 파산관재인이 파산법 제64조 제5호 에 따라 무상부인권을 행사하는 때에는, 화의개시신청일을 무상부인권 대상인 파산자 행위의 시기적 요건으로 정하는 지급정지일 또는 파산신청일로 보아야 하는바, 진로종합유통이 1997. 4. 21. 동화은행과 맺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진로종합유통의 화의개시신청일인 1997. 9. 7.로부터 6개월 내에 이루어진 무상행위이므로, 파산법 제64조 제5호 에 따라 이를 부인한다고 하면서, 동화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제1 내지 3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양수한 피고는 부인권행사로 인한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2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제3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사건의 별지 제2목록 기재 배당금지급채권을 양도하고 대한민국에게 위 배당금지급채권을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장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은,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된 후 법원이 화의채무자에 대하여 직권으로 화의취소 후 파산선고를 하는 경우 화의채무자의 당초 화의개시신청과 직권파산선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때에만 화의개시신청일을 파산법 제64조 제5호 가 규정하는 지급정지일로 보아야 하고, 파산법 제64조 제5호 가 명시적으로 화의개시신청일을 부인의 기준시점으로 규정하고 있는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화의법 제10조 를 해석하여야 하는바, 진로종합유통은 화의개시신청 후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어 화의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경영권과 재산관리처분권을 회복하고 그 때부터 화의취소될 때까지 화의채무자들에게 인가된 화의조건을 일부 이행해 온 이상 진로종합유통의 화의개시신청과 직권파산선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었으므로 화의개시신청일이 아닌 화의취소결정일 또는 파산선고일을 파산법 제64조 제5호 가 규정하는 지급정지일 또는 파산신청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진로종합유통과 동화은행 사이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화의취소결정일인 2003. 8. 17. 또는 파산선고일인 2003. 8. 19.로부터 6개월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무상부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진로종합유통은 위와 같은 담보제공의 대가로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약 323억 원의 자금지원을 받았으므로 무상행위로도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 판단

(1) 파산법상 무상부인의 요건

파산법 제64조 제5호 는 파산자가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후 또는 그 전 6월 내에 한 무상행위 및 이와 동시하여야 할 유상행위는 파산재단을 위하여 이를 부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무상행위 또는 이와 동일시하여야 할 유상행위를 부인하는 것을 무상부인이라고 한다. 파산법상 무상부인의 대상이 되는 파산자의 행위는 ① 시기적 요건으로서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후 또는 그 전 6월 내’에 이루어져야 하고, ② 객관적 요건으로서 ‘파산자가 대가를 받지 않고 재산을 감소시키거나 채무를 증가시키는 행위 또는 이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방의 출연이 미미한 행위’여야 한다.

(2)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무상부인의 시기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가) 관련규정

(ㄱ) 화의법

화의폐지, 화의불인가 또는 화의취소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 법원은 직권으로 파산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다만, 파산의 원인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9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파산의 선고가 있은 때에는 파산법 제1편의 적용에 관하여는 화의개시나 화의취소의 신청 또는 사기파산의 죄에 해당하는 화의신청인의 행위는 그 전에 지급의 정지 또는 파산의 신청이 없는 때에는 이를 지급의 정지 또는 파산의 신청으로 보고 화의를 위하여 생긴 채권 및 화의절차의 비용은 이를 재단채권으로 한다.

채무자에게 사기파산의 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화의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화의취소의 결정을 할 수 있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의조건의 이행을 해태하고 있고 장래에도 화의조건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화의의 취소결정을 하여야 한다.

화의의 취소는 화의채권자가 화의로 인하여 얻은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는 파산재단을 위하여 이를 부인 할 수 있다.

1. 파산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한 행위. 단, 이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가 그 행위당시에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2. 파산자가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후에 한 담보의 제공, 채무소멸에 관한 행위 기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 단, 이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가 그 행위당시에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것을 알지 못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3. 전호 의 행위로서 파산자의 친족 또는 동거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것. 단, 상대방이 그 행위당시에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것을 알지 못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4. 파산자가 지급정지나 파산신청이 있은 후 또는 그 전 60일내에 한 담보의 제공 또는 채무소멸에 관한 행위로서 파산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하거나 그 방법 또는 시기가 파산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하는 것. 다만, 채권자가 그 행위당시에 지급정지나 파산신청이 있은 것 또는 파산채권자를 해하게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5. 파산자가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후 또는 그 전 6월내에 한 무상행위 및 이와 동시하여야 할 유상행위

다음에 규정된 행위는 정리절차개시 후 회사재산을 위하여 부인할 수 있다.

제2호 회사가 지급의 정지 또는 파산, 화의개시 또는 정리절차개시의 신청(이하 본조 중 ‘지급의 정지 등’이라 한다)이 있은 후에 한 정리채권자 등을 해하는 행위와 담보의 제공 또는 채무의 소멸에 관한 행위.

제4호 회사가 지급의 정지 등이 있은 후 또는 그 전 6월 내에 한 무상행위와 이와 동시하여야 할 행위.

(나) 진로종합유통의 지급정지시로 간주되는 시점에 관한 판단

진로종합유통은 부도가 나기 전인 1997. 9. 7. 화의개시신청을 하여 1998. 2. 27.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채권자집회에서 가결된 화의조건에 따른 화의인가결정을 받았고 1998. 3. 26. 위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었으나, 그로부터 약 5년이 경과한 뒤인 2003. 8. 17. 위 법원은 진로종합유통에 대한 화의절차종결 후 직권으로 화의취소결정을 하였고, 위 화의취소결정이 확정되자 화의법 제9조 제1항 에 따라 직권으로 파산선고를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한편, 화의법 제10조 제1항 은 부도 등 지급정지가 있기 전 화의채무자의 화의개시신청에 따라 화의절차가 개시되었으나 그 후 화의폐지, 화의불인가 또는 화의취소결정이 확정되어 법원이 화의법 제9조 제1항 에 따라 직권으로 화의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를 했을 때, 파산법 제64조 제5호 가 규정하고 있는 무상부인의 시기적 요건을 따지는 기준시점인 지급정지시를 화의개시신청시나 화의취소신청시 또는 사기파산의 죄에 해당하는 화의신청인의 행위가 있는 때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 따르면 지급정지 전 화의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화의절차가 개시되어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된 후, ① 법원이 화의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화의채무자에 대하여 사기파산을 이유로 화의취소결정을 하고 이어서 파산선고를 한 경우는 사기파산의 죄에 해당하는 화의신청인의 행위가 있는 때가, ② 법원이 화의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화의채무자에 대하여 화의조건불이행을 이유로 화의취소결정을 하고 이어서 파산선고를 한 경우는 화의채권자가 화의취소신청을 한 때가 각 지급정지시로 간주된다. 그러나 위 조항은 이 사건에서 진로종합유통의 경우와 같이 지급정지 전 화의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화의절차가 개시되어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된 후 법원이 직권으로 화의채권자에 대하여 화의조건불이행을 이유로 화의취소결정을 하고 이어서 파산선고를 한 경우 지급정지시로 간주되는 시기에 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는바, 이러한 경우 지급정지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파산법상 무상부인의 시기적 요건의 기준이 되는 ‘지급의 정지’란 채무자가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자력의 결핍으로 인하여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적, 묵시적으로 외부에 표시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 지급의 정지는 그것이 발생하여 파산선고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 부인권이 행사되어야만 하는 파산절차에 직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파산적 청산을 예방하고 기업의 갱생을 도모하려는 화의절차의 목적에 따라 통상 채무의 일부면제와 분할지급의 형태를 띄는 화의조건이 채권자집회에서 가결되고 이에 따른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면 절차적으로는 그 때까지 진행되어 온 화의절차는 그 목적을 달성하여 당연히 종료되고, 실체적으로는 모든 화의채권에 관하여 개개의 화의채권자와 화의채무자 및 화의참가인 사이에 화의조건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체결된 것과 동일한 법률효과가 발생하여 모든 화의채권은 화의조건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반적, 추상적으로 변경되므로, 화의채무자의 화의개시신청 당시의 지급정지상태 또는 그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위기상태는 일단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됨에 따라 해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화의인가로 정상화된 기업이 수년간 거래행위를 한 후 새로운 위기를 맞아 화의취소 상태로 된 경우 부인으로 인해 거래의 안전이 저해되고 거래당사자가 예측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부인의 범위는 화의취소 또는 파산선고와 직결된, 즉 인과관계가 있는 범위로 한정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에서도 진로종합유통의 화의개시신청 당시의 지급정지상태는 화의인가결정의 확정에 따라 해소되었고, 그 후 진로종합유통이 5년간이나 변경된 화의채무의 변제의사를 표시함과 동시에 계속적으로 채무를 변제하여 왔으므로 위 화의개시의 원인이 된 ‘지급정지’는 5년 후 선고된 파산절차와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위 화의개시신청을 부인권 행사를 위한 시기적 요건 판단시의 ‘지급정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화의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개시된 화의절차가 화의인가결정의 확정으로 종료된 후 법원이 화의법 제68조 제2항 에 따라 직권으로 화의취소결정을 하고 화의법 제9조 제1항 에 따라 파산선고를 한 경우 지급정지시로 간주되는 시기는 ‘화의개시신청시’가 아닌 ‘화의취소결정시’라고 할 것이다.

(3) 소결론

진로종합유통이 1997. 4. 21. 동화은행과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행위는 진로종합유통의 지급정지시점으로 간주되는 시점, 즉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직권으로 진로종합유통에 대하여 화의취소결정을 한 2003. 8. 1.부터 6월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파산법 제64조 제5호 가 규정하고 있는 무상부인의 시기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무상행위 또는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유상행위인지 그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의 부인권행사에 따라 부인될 수 없고, 따라서, 진로종합유통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행위가 부인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영구(재판장) 김유진 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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